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91화 (391/803)

391====================

세 마리의 토끼

내가 미드를 해주길, 미역슨과 맞라인전을 서주길 팬들은 아마 원하고 있을 테다.

그런 팬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미드를 할 생각이 없다.

정확히는 마지막 세트 이전까지 미드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일단은 편식을 조금 해야 할 것 같지.'

결승전의 마지막 세트는 블라인드 픽으로 치러진다.

즉, 내가 원하는 챔피언을 무조건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세트들.

일반적인 밴픽 구도에선 다르다.

아무리 챔프폭이 넓다고 해도 라인을 한정하면 가용 가능한 챔프의 수는 적다.

평소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한 판, 한 판의 승패가 중요한 상황에선 모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필승 카드.

그것도 보는 입장에서 이토록 재밌을 수가 없는 챔피언들만을 꺼내 임팩트를 과시한다.

CLC가 살아있음을 알린다.

'바로 거미여왕을 말이야.'

거미여왕은 현재 탑챔피언으로서 위상이 높다.

엄밀히는 높았다.

얼마 전 너프 패치 이후에는 기세가 확 꺾여들었다.

아직까지는 충분 사용할 만하지만 필승 카드라고 보기엔 손색이 크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시점에서 아웃.

하지만 탑이 아닌 정글로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뭐, 내가 한다는 건 아니지만.'

거미여왕은 나보다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우리 무서운 누님에게 이토록 잘 맞을 수가 없다.

그리고 잔뜩 성내고 있을 상대팀의 탑솔러.

TSL의 대이리스를 섭섭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아니겠는가.

'어지간히 분통이 터졌을 거라 생각되는데.'

나같아도 멘탈을 부여잡기 힘든 상황이다.

그냥 털린 것도 아니고 완전히 탈곡을 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정글로 도망간다.

상대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겠지만 나 또한 찜찜하긴 매한가지다.

그냥 꿀챔으로 이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판에서 내가 꺼내는 챔피언은 유별나지 않다.

일단 보이기는 그러하리라.

'이 탑말카림 또한 현재 시점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

비주류 챔피언이 비주류인데는 당연 이유가 있다.

하지만 종종 챔피언 스펙이 좋은 데도 비주류인 경우가 존재한다.

바로 말카림처럼 운용법 자체가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

설사 스펙 자체가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운용법에 따라 천차만별.

완전히 다른 챔피언이 돼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슈우웅..!

텔레포트를 타서 라인으로 귀환한다.

이 또한 딱히 유별난 일이 아니다.

아무리 발화가 대세 스펠인 시즌3이라고는 해도 팀 게임에서 텔레포트는 왕왕 전략적으로 활용됐다.

'유별난 부분이 있다면 1렙에 쓴다는 점.'

1레벨에 유령을 먹고 텔레포트를 사용해 라인에 귀환한다.

난사가 가능한 말카림의 Q스킬 언월도 돌리기를 이용한 플레이다.

유령을 먹는 것으로 나는 2레벨에 도달한 데다 아이템까지 하나 더 사왔다.

시즌5쯤에 유행을 탔던 크리스탈 유리병에 천옷 스타트.

딱콩!

라인에 도착하니 귤선장은 이미 CS를 먹고 있다.

아마 거미여왕을 보고 귤선장을 픽한 모양이지만 과한 대비가 악수로 작용했다.

귤선장를 개인적으로 저평가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말카림.

특히 발화를 들고 있는 말카림에게는 이만한 밥이 없다.

콰라락!

언월도를 돌려 귤선장을 베어버린다.

1렙 최강이라 이름 높은 귤선장.

하지만 유령을 먹고 온 시점에서 나는 2레벨이다.

2레벨의 말카림은 딜교환에서 악명이 높다.

서걱!

딱콩!

귤선장이 칼과 총으로 내 체력바를 깎아냈다.

그렇게 열심히 가한 데미지가 마치 시곗바늘을 되감듯 되돌아간다.

내가 텔레포트로 유령을 먹고 방어 아이템인 천옷을 사왔기 때문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건 아무래도 스킬의 회복력이다.

말카림의 W스킬 흡수하는 원혼.

주변 적이 받은 피해의 2할을 말카림의 체력 회복으로 치환한다.

발화의 데미지는 물론 미니언이 귤선장을 때린 데미지, 그리고 내가 미니언을 때린 데미지까지 전부 적용된다.

콰라락!

내가 앞무빙을 밟으며 패도적인 모습을 보이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귤선장이 점멸로 빠졌다.

아슬아슬 살기는 했다지만 밑바닥까지 까인 체력.

저 정도 낮아진 체력을 포션으로 회복하려면 한참은 걸린다.

즉, 다이브각이 성립됐다.

'적 정글러가 있으니 혼자서는 무리겠지만.'

귤선장의 체력이 너무 많이 깎인 탓에 적팀의 정글러 나무카이가 뒤를 봐주고 있다.

미니맵에 언뜻 보이기까지 했으니 확실하다.

점멸이 있었다면 따고 도망간다던지 시도해보겠지만 나는 발화와 텔레포트를 선택한 대가로 생존 스펠이 없다.

빅 웨이브를 몰아넣기까지 했는데 상당히 아쉬운 상황.

만약 아군 정글러가 거미여왕이 아니었다면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터억!

라인을 타고 일직선으로 걸어온 거미여왕이 포탑을 끼고 있는 적에게 실뭉치를 날린다.

귤선장은 곧장 귤을 먹어 풀어냈지만 이어지는 딜링은 허용해야 한다.

거미여왕의 독침과 독어금니가 타겟팅으로 틀어박힌다.

띠리리리링~!

그렇게 거미여왕이 한 번의 딜을 우겨 넣은 사이.

나는 멸망의 질주를 사용해 말카림의 이동속도를 한계치까지 상승시켜 놨다.

그렇게 높아진 이동속도로 귤선장을 짓밟는다.

안 그래도 체력이 달아있던 귤선장은 순식간에 찢어져 선취점의 제물이 되고 만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

속전속결로 귤선장을 따내기는 했지만 나무카이가 점멸 일그러진 전진으로 거미여왕을 노린다.

여기서 거미여왕이 죽고 만다면 본말전도는 커녕 확실하게 손해다.

정글러가 죽으면 쌍버프까지 넘어가는 셈이니까.

선취점으로 얻은 약간의 추가골드따위 가뿐하게 상회한다.

물론 죽었을 때의 이야기다.

휘익!

거미여왕이 거미줄을 타서 일그러진 전진을 회피한다.

제아무리 판정 좋기로 유명한 일그러진 전진이라도 타겟팅 지정불가 스킬 앞에서는 얄짤없다.

이전에 내가 끠즈를 했었을 때처럼 완벽하게 무효화해낸다.

'거미여왕이 아니었으면 무리였을 다이브가 맞아.'

거미여왕은 다이브에 최적화된 정글러.

현재 시점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만 사용법만 안다면 이보다 무서운 정글러가 없다.

특히 유리한 상황에서 적을 유린하는데 특화돼 있다.

'이러니까 예은이랑 잘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들 수밖에.'

좋은 말로 하자면 공격적인 성향과 어울리는 챔피언이고.

까놓고 말하자면 어지간히 상대 괴롭히는데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이러한 거미여왕에게 사소한 단점이 있다면 합류 싸움.

대인딜에 특화된 거미여왕은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효율이 떨어진다.

그 부분을 말카림의 기동력으로 커버한다.

띠리리리링~!

처음에 유령을 먹고 사온 천옷에 더해 선취점으로 얻은 400골드를 합치자 어쌔신의 신발이 벌써 완성됐다.

이렇듯 말카림이 신발이 빠르게 나오면 스노우볼링이 장난 아니다.

말카림에게 있어 이동속도는 곧 공격력.

신발은 공방일체의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다.

─아군이 귤선장을 지목.

그리고 방어력과 이동속도가 올랐다는 의미는 갱호응력과도 연결된다.

특히 말카림과 거미여왕은 2대2와 다이브 시너지가 어마어마하다.

귤선장의 체력이 전부 차있다고 한들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취익!

퍼엉!

말카림과 거미여왕이 풀피인 탑라이너를 다이브 쳐버리는 과정은 간단하다.

거미여왕이 먼저 다가가 실뭉치와 함께 독침을 뱉고 폭탄거미를 풀어놓는다.

귤선장의 체력을 깎아서 포탑에게 타겟팅된다.

그렇게 거미여왕이 포탑에게 맞아주는 동안 내가 달려들어 귤선장을 패버린다.

휘익!

포탑에게 적당히 맞다가 거미줄을 쓰는 거미여왕.

이제는 내가 포탑에게 맞을 차례지만 흡수하는 원혼이 있다.

나와 거미여왕이 가한 피해의 2할만큼 내 체력이 회복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체력이 많이 까이지 않고 무난한 다이브가 가능하다.

말카림과 거미여왕이 만들어내는 상승효과.

라인전만 따져도 이 정도다.

"나랑 배인 둘 다 점멸 빠졌어. 랄라 탈력이랑 점멸도."

"라인 상황보니 다이브는 안 당하겠고 탑에서 이득봤으니 괜찮네."

나와 예은이 탑 다이브를 치는 동안 적팀도 움직임이 있었다.

봇라인에 갱킹을 노린 것.

하지만 탑에서 이미 점멸이 빠진 나무카이는 날카로운 갱각을 만들지 못했다.

서로 간에 스펠 교환은 있었지만 탑에서 이득을 본 이상 손해는 아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초반 라인전에서 나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 부분은 말카림-거미여왕 조합을 꺼내는 판에서 미리 말을 맞춰 놓은 부분이다.

그만큼이나 다른 라인에서 손해가 생기기는 하겠지만.

'내가 풀어주면 되니까.'

이전에도 비슷한 형식의 챔피언을 플레이한 적이 있다.

바로 탑글러라 할 수 있는 콩머스.

탑라이너인 주제에 정글러 못지 않게 이곳 저곳 들쑤시고 돌아다닌다.

이는 말카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찰칵!

한 번 더 라인을 밀어버리자 이번에는 나무카이가 탑라인을 봐준다.

또다시 다이브를 당하면 귤선장은 이제 CS도 못먹는 상황이 돼버리니 옳은 선택.

어쩔 수 없이 라인만 밀고 상점으로 귀환해야 했지만 이 또한 하나의 설계다.

적 정글을 탑에 붙들어 놓고 나는 로밍을 간다.

쿨타임이 돌아온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슈우웅..!

봇라인의 1차 포탑에 텔레포트를 사용한다.

대놓고 탄다면 적이 도망가겠지만 이 정도 먼 위치에 탄다면 사전에 들키진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접근하냐.

의병대와 말카림의 시너지를 생각한다면 여반장이다.

띠리리리링~!

말카림에게 이동속도는 곧 공격력.

의병대의 효과로 오른 추가 이동속도 또한 똑같이 공격력으로 계산된다.

수치상으로 따지면 대략 VF소드 세 개 분에 해당될 정도다.

그 막대한 공격력을 앞세워 한 명을 녹여버린다.

퍼어억!!

멸망의 질주를 활성화시켜 적팀의 원딜러 크레이브즈를 들이박는다.

순식간에 반피가 까여버리는 크레이브즈.

말도 안되는 데미지에 깜짝 놀란 크레이브즈가 점멸과 대쉬기를 사용해 달아나지만 이미 끝났다.

말카림의 궁극기 그림자의 습격이 봇라인을 덮어버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CLC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크레이브즈를 따버린 이상 점멸이 없는 랄라는 1+1.

항거할 수 없는 로밍력을 자랑하는 의병대 말카림이다.

더욱이 봇라인을 아무런 손해없이 따버린 이상 하나 더 챙겨갈 수 있다.

스노우볼이 무지막지 굴러가기 시작한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한 번 풀려버린 말카림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따로 없다.

이곳저곳 들쑤시며 제 마음대로 활보한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예측불가.

한 번 시동이 걸린 말카림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콰라락!

탑라인에 복귀해 밀린 미니언 웨이브를 받아먹자 귤선장과 2레벨 차이가 난다.

킬과 어시 덕분에 아이템도 반코어 가량 앞선다.

성장 격차가 이렇게나 나게 되면 언제 어느 때 다이브가 행해져도 이상하지 않다.

여유롭게 가도 충분하겠지만 나는 한층 더 액셀을 밟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속도를 더욱 올려야 할 것 같아.'

게임의 상황은 확실히 유리하다.

하지만 마냥 방심할 수만은 없다.

탑라인이 우세인만큼 아군 미드라인이 밀리고 있다.

딜교환에서 한 차례 점멸이 빠졌던 빅풋의 코리아나.

그 스노우볼이 결국 솔킬로 연결됐다.

"아, 실수. 추격자 올리면 사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이러면 자드 로밍을 못 막을 것 같다."

"괜찮아, 아래 방향에 와드만 박아줘. 봇라인 완전히 압도하고 있으니까."

미역슨도 뒤쳐질세라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이렇게 되면 흔히 말하는 캐리력 대결.

비록 라인은 다르다지만 미역슨과 나와의 경쟁에 불이 붙는다.

'져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탑라인전을 진행하면서 간간히 미드라인에 시선을 두었다.

미역슨의 플레이에서는 흥분과 분노가 느껴졌다.

빅풋 정도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듯 거칠게 라인을 압박.

애꿎은 빅풋의 코리아나가 그 화를 전부 뒤집어 쓰고 있다.

─아군이 귤선장을 지목.

미역슨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드라이너로서의 승부는 마지막으로 미뤄둔다.

그 전에 탑라이너로서의 나 자신을 증명한다.

올마스터로서 넓은 것은 챔프폭만이 아니라는 사실.

미드 뿐만 아니라 정글, 그리고 탑까지 두루 섭렵하며 자연스럽게 3관왕을 노린다.

============================ 작품 후기 ============================

우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