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92화 (39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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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토끼

Unknown Error와의 두 번째 맞라인전.

처음 게임이 시작했을 때 대이리스는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탑 거미여왕이 아닌 말카림이라니.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게임에 임했다.

다소 픽이 꼬인 것은 사실이지만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다행히 룬도 공용으로 들었고 라인전도 문제 없다.

저 말카림이라는 챔피언 또한 귤선장 못지 않은 비주류 챔피언.

평가만 따지자면 말카림이 위지만 귤선장은 글로벌 궁극기가 있다.

라인전을 버티면서 봇라인에 영향을 주기만 한다면.

그리고 말카림이 유령화도 점멸도 들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해 갱각을 노린다면.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말카림 사라졌어."

"아아."

고작 두 마디에 불과함에도 대이리스의 입술은 무겁게 떨어졌다.

말카림이 한두 번 탑에서 사라진 게 아니었으니까.

또 말카림의 로밍에 팀원들이 당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게임을 하다가 말리는 경우야 흔히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멘탈을 꾹꾹 쥐어짜낼 정도였다.

'차라리 탑만 터졌으면.'

그런 거라면 차라리 허탈하게 웃으며 팀 버스를 바랬을 것이다.

아무리 대회 무대라 할 지라도 말리는 판은 존재하기 마련.

원래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캐리를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법이다.

라인전 좀 말렸다고 꽁해있는 게 오히려 팀원들에게 민폐다.

문제는 말카림이 이곳저곳 엄청나게 들쑤시고 다닌다는 사실.

의병대를 빠르게 구입해서 동해 번쩍 서에 번쩍 로밍을 다니고 있다.

심지어 텔레포트까지 사용하는 바람에 현재 봇라인은 완전히 터졌다.

그나마 미드라인의 미역슨만이 버팀목.

TSL의 원로 멤버 중 하나로서 대이리스는 체면을 이만저만 구긴 게 아니었다.

'제길, 처음에 다이브만 당하지 않았어도.'

이 모든 스노우볼의 시작은 거미여왕의 다이브였다.

말카림 자체는 그럭저럭 상대할 만했다.

라인전을 말린 건 사실이지만 귤얌얌을 선마스터하면 맞파밍 정도는 가능하니까.

하지만 저 거미여왕이 시도 때도 없이 다이브를 쳐대며 탑라인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아군 정글러 오드아이의 나무카이가 역갱을 봐줬음에도 막무가내다.

일반적인 상황이었으면 한 명은 필히 길동무로 데려 갔으리라.

그런데 거미여왕이 거미줄로 포탑의 공격을 피하며 포커싱을 바꿔대니 버티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어그로 핑퐁이 가능한 정글러를 대이리스는 살아 생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나무카이도 가능하겠지만.'

나무카이의 일그러진 전진도 잘만 사용하면 포탑의 공격 대상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나무카이는 저렇게 딜이 세지가 않다.

육식 정글러인 리심에게서나 나올 법한 딜링이 저 거미여왕에게서 느껴진다.

"말카림 텔 분명히 탈 거니까 조심해!"

"4:4야. 코리아나 아직 미드고 충분히 할만 해."

미아가 됐던 말카림이 또다시 봇로밍을 가버렸다.

그것도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이미 한 차례 당했었던 저 텔로밍의 위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보는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인데 당하는 입장에선 오죽할까.

더블 킬을 내줘도 어쩔 수 없다는 표현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미역슨의 자드가 미드 주도권을 바탕으로 이미 봇라인에 당도했다.

서로 숫자가 같다면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변수.

글로벌 골드는 상대가 조금 더 앞서지만 귤선장의 궁극기가 있다.

절묘하게 깔 수만 있다면 1인분 값어치를 톡톡히 해낼 수 있으리라.

탑에서 파밍을 하고 있는 대이리스는 미니언을 대충 치면서 봇라인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콰광! 쾅! 쾅!

상대 CLC에서 실수를 해줬다.

말카림의 로밍을 과신했는지 거미여왕이 점멸 실뭉치로 이니시를 걸었다.

거기에 쏘냐까지 점멸센도로 호응했다.

이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지만 이러면 피할 수 없다.

맵 어디에도 즉발로 투하할 수 있는 귤선장의 궁극기.

엄호 포격이 세 명의 적을 완전히 뒤덮는다.

점멸을 먼저 쓴 적은 후퇴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깔아버리면 무조건 이겨.'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대이리스는 확신에 찼다.

7초동안 떨어지는 엄호 포격의 장판딜이 막대한 데미지와 함께 둔화지대를 형성했다.

제아무리 트리플리프트라 할 지라도 카이팅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잘 큰 미역슨의 자드가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을 물어버린 순간 한타는 기울었다.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려던 대이리스는 모니터 화면을 한순간에 가로지르는 무언가를 보았다.

띠리리리링~!

달려간 궤적이 기다랗게 남으며 말카림이 질주한다.

그 막대한 이동속도를 살려 들이박는 대상은 자드.

자드는 곧바로 궁극기 그림자를 재사용해 도망갔지만 체력이 반피가 넘게 까여버렸다.

말카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궁극기까지 사용해 덮쳤다.

쿠워어어어!

말카림의 풀콤보에 바닥까지 떨어진 자드의 체력.

다행히 랄라가 궁극기를 사용해 슈퍼세이브를 해냈다.

연이어 탈력까지 먹이자 잠깐 불안했던 한타는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 싶었다.

하지만 말카림 혼자가 아니었다.

타악!

하늘에서 한 마리의 거미가 자드를 향해 떨어졌다.

앞서 이니시를 걸었던 거미여왕.

자드에게 접근한 거미여왕이 독어금니로 콰흑! 물어버렸다.

타겟팅으로 박히는 공격은 어떻게 회피할 수단이 없었고 자드는 목숨줄이 다했다.

호롱! 콰드득!

엎친 데 덮친 격.

합류가 늦었던 적팀의 미드 코리아나 또한 합류했다.

삼거리를 빙 둘러온 코리아나가 궁극기를 가해 크레이브즈와 랄라를 공중에 띄워버렸다.

그러자 자드에게 물려서 도망갔던 배인이 어느새 다시 굴러와 킬을 주워 먹는다.

챵! 챵! 타앙!

전멸이 아니면 다행인 흐름으로 흘러가는 한타.

아니, 팀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드가 죽어버린 시점에서 끝났던 걸지도 모른다.

대이리스는 입도 벙끗 할 수 없었다.

궁극기를 잘 깔기는 했지만 저 말카림에 비하면 새 발의 피.

두 번 연속 탑 차이에 의해 게임의 승패가 완전히 기울었다.

.

.

.

* * *

첫 번째 세트와 두 번째 세트에서 TSL이 CLC를 잡았을 때.

중계진도, 경기장의 관중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중계진의 입장에선 결승전 흥행이 산으로 가버렸기에.

관중들의 입장에선 생각보다 재밌는 경기가 안 나왔기에.

Unknown Error의 때 아닌 슬럼프에 결승전도, 중계진도, 관중들도 전부 휘둘렸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다.

세 번째 세트와 네 번째 세트.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듯 억척스럽게 캐리한다.

그가 컨디션을 찾자 파트너라 불리우는 MyumMyum선수도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어댄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네 번째 세트에서 둘의 호흡은 그야말로 찰떡궁합.

연인이라면 천생연분이 아닐까 생각되어질 정도였다.

"Error선수는 열애설을 극히 부정하고는 있습니다만. 이거 아무리 봐도 둘의 사이가 장난이 아니죠?"

"하하. 뮴뮴 선수의 성격이 보통 까칠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러다가 한 대 맞아도 보험 처리 안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흡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 콰른트의 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Unknown Error의 말카림과 MyumMyum선수의 거미여왕.

3레벨부터 칼같은 호흡으로 다이브를 쳐서 성공했다.

자칫 실패했다면 역으로 게임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두 선수의 이상적인 호흡은 성공이란 결과를 만들어냈고 이는 다음 스노우볼로도 이어졌다.

체력이 만땅에 가까운 귤선장을 다이브쳐서 토막냈다.

말카림과 거미여왕이 각각 포탑에 절묘하게 나눠 맞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물.

그 이후로도 봇라인 4:4에서 이니시라던지, 자드를 포커싱한다던지.

서로의 호흡이 엇갈리는 경우없이 상승효과만을 낳는다.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rror선수가 해서 그런지 이번 판에선 유독 말카림에게 눈이 가네요. 솔로랭크에서도 간간히 보이는 챔피언임에도 말이에요."

"사실 독특하기로 따지면 거미여왕 쪽이 더하겠죠. 거미여왕으로 정글을 간다니,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CLC이기에, 두 선수이기에 가능했던 전략. 둘이 하나가 되어 소환자의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CLC측에서 승기를 휘어잡은 네 번째 세트.

봇라인에서의 4:4 교전 때 이미 반쯤 터졌다.

완전히 확 기울어진 것 까지는 아니여도 시간 문제.

TSL에서 믿을 거라고는 자드의 스플릿 뿐이지만 CLC라고 대응할 카드가 없지 않다.

"스플릿 구도가 되면 CLC에서도 분명 꺼낼 카드가 있거든요! 말카림과 자드가 봇라인에서 마주칩니다."

"둘이 1대1을 하면 누가 이길지. 말카림이 삼종신기 뿐만 아니라 꽁꽁 언 심장까지 나와서 뚫기 힘들 것 같은데요?"

아무리 자드가 1대1에 최적화된 챔피언이라고는 해도 아이템에 장사 없는 법이다.

더욱이 1대1이라면 말카림도 꿇리지 않는다.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중계진으로 하여금 의아함을 자아냈던 말카림의 스펠 선택.

다행스럽게도 갱킹의 위협없이 무사 성장을 한 덕에 장점만이 두드러지고 있다.

"텔레포트와 발화를 들었던 것. 자드와의 1대1을 생각해서 큰 그림을 그린 모양입니다. 그런데 서로 싸울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아무래도 두 선수 모두 어깨에 걸린 게 보통 크지 않다 보니 과감한 선택은 지양하게 되는 법이죠."

세컨드 스펠로 텔레포트를 선택하면 1대1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한창 싸우다가 발화 차이로 죽어버리면 얼마나 분하겠는가.

그런데 점멸 혹은 유령화 대신 발화를 들어버리니 1대1도 밀리지 않는다.

초반 갱킹의 위협이 상당히 걸리긴 했지만 이미 초반은 한참 전에 지났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들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요긴하게 활용된다.

"CLC가 바론을 쳤어요!? 이거 설마 말카림 합류를 믿는 건가요?"

"바론 치기 딱 2초 전에 말카림이 뒷무빙 밟았죠. 이미 CLC 내에서는 오더가 이루어졌던 듯합니다. 자드가 뒤늦게 따라가지만..! 늦었죠. 말카림이 텔레포트를 사용해 바론으로 가버렸습니다."

한순간의 방심.

아니, 방심도 아니다.

고작 1초 2초 상대를 위협하지 못한 게 방심이라면 세상 살기 너무나도 팍팍하다.

말카림은 그저 라인을 밀고 아주 잠깐 호흡을 골랐을 뿐이었다.

그 행동이 텔레포트로 이어지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능했다.

"이러면 결국 단타 싸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TSL에게 일발역전의 찬스가 다가왔습니다."

"예, 유리할 때 바론 치지 말라는 말이 기억나네요. 마침 나무카이가 점멸도 있고 벽! 넘었습니다!"

말카림이 텔레포트를 타고 넘어옴으로서 바론 트라이를 할 수 있는 바탕이 갖춰졌다.

머릿수 차이도 나는데다 자드를 제외하면 성장을 많이 못한 TSL로서는 한타를 걸기 애매하다.

하지만 단타 싸움이라면 충분 해봄직한 것도 사실.

TSL에서 박아내는 와드를 완전히 원천봉쇄할 정도로 게임이 기울진 않았다.

어쩌면 바론 스틸을 계기로 TSL이 역전각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상황은 좋게만은 흘러주지 않았지만.

"바론 스틸..! 결국 실패해버렸네요. 거미여왕이 정말 칼같이, 아주 깔끔하게 먹어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독어금니에 %데미지가 있었죠! 마치 리심처럼 단타와 스킬 데미지를 한 번에 박으니까 스틸 당할 염려가 없었네요."

리심의 Q스킬 음파에 연이은 날라차기에는 잃은 체력에 비례한 %데미지가 있다.

바론이나 용같은 체력이 많은 오브젝트를 먹을 때 단타와 함께 데미지를 가하면 스틸 방지가 가능하다.

상대가 단타를 누를 수 없는 체력에서 한 번에 먹어버리니 당연한 노릇.

그런데 그런 잃은 체력에 비례한 %데미지가 거미여왕에게도 존재했다.

"확실히 정글 거미여왕. 이건 정말 물건입니다. MyumMyum선수가 해서 그런지 더욱 어울리네요."

"MyumMyum선수가 눈매가 날카로운 게 살짝 여왕 기질이.. 농담입니다. 실언을 해버렸네요. 이 부분 편집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연하게도 생방송 도중 편집이 되는 일은 없었다.

확실히 정글 거미여왕.

무서운 누님으로 이름 높은 MyumMyum선수에게 이리도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알맞기 그지없는 중계진의 농담에 래딧에서 한 차례 반응이 터져나왔음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바론과 상대팀의 정글러를 1+1로 먹은 CLC는 네 번째 세트의 승기를 굳혔다.

연이어 두 세트를 내주면서 불안불안햇던 CLC가 TSL을 완벽하게 따라잡았다.

현재까지 스코어는 2 대 2

바야흐로 박빙으로 치다른 결승전은 팬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

여기서 그 이상을 보여준다면 글자 그대로 기대 이상.

다른 사람은 몰라도 Unknown Error라면 그러한 팬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으리라.

자칫 식을 뻔했던 위기를 건너 LCF의 결승전은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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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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