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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93화 (3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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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토끼

결승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보자면 마지막 일곱 번째 세트까지 가는 게 아닐까.

그 추측이 자연스럽게 수긍될 정도로 TSL 대 CLC의 경기 수준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그렇게 불꽃 튀기는 결승전 와중임에도 래딧에는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오며 이야기가 오간다.

아무리 경기가 내내 재밌게 진행돼도, 눈을 돌릴 수가 없어도 원래 밥먹으면서 컴퓨터하는 게 게이머의 일상인 법.

한 번에 두 종류의 일을 하는 것 정도야 글자 그대로 다반사라 할 수 있다.

─CLC가 연이어 두 세트를 내준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꿀잼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진짜 세 번째 세트도 그렇고 네 번째 세트도 그렇고 압도적이네.

에러갓 미드보다 탑을 더 잘하는 거 아니냐?

└NONO. 탑도 잘하는 거지.

└탑하길래 천천히 버스타면서 멘탈 회복하려는 줄 알았는데 탑으로 캐리를 해버림.

└어쨌든 에러갓 멘탈 회복돼서 다행이다. 이대로 미드가서 미역슨 참교육도 GOGO.

단순히 이긴 것만이 아니다.

언제나 그러했듯 Unknown Error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미드도, 정글도 아닌 탑이었지만 신기방기 독특한 챔피언을 꺼내 선전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침이 질질.

상식을 가볍게 비틀어버렸다.

─트린다조아로 어떻게 주문력템 올릴 생각을 한 걸까?

마법 피해가 하나도 없는데 힐 계수 믿고 주문력템을 올린 건가.

심지어 좋아.

아직도 이게 어떻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

└회전참에도 AP계수 1달려 있음.

글쓴이-근데 그건 물리 피해잖아. 내가 이상한 거야?

└NONO. 님은 지극히 정상. 이상한 건 에러갓임.

└그러니까 G-O-D, 신이지!

Unknown Error가 세 번째 세트에서 선보인 AP트린다조아.

트린다조아는 마법 데미지가 전혀 없는 순수한 전사 챔피언이다.

그저 AP계수가 계륵처럼 달려있을 뿐.

그런데 그 계륵같은 AP계수를 활용해서 말도 안되는 플레이를 해버렸다.

1.5AP 계수가 달린 힐로 막대한 회복력을 얻고.

1.0AP 계수가 달린 회전참을 주 딜링기로 삼는다.

회전참의 데미지는 특별히 뛰어나지 않지만 쿨타임 감소 아이템을 맞추자 지속딜도 추노력도 장난이 아니다.

그런 주제에 계속해서 체력 회복까지 해대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

그 이름 높은 탑솔러 대이리스가 속수무책 당해버렸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네 번째 세트도 미쳤지.

말카림도 진짜 잘 하더라.

1렙에 유령먹고 온 것도 그렇고 텔로밍도 그렇고.

진짜 연구 많이 했다는 게 보여.

역시 프로게이머는 그래야지.

└텔로밍은 한국에서 어떤 프로가 썼다던데?

└한국 프로랑 에러갓을 어디다 비비고 있냐; 점심 차려라.

└OKOK. 느끼한 파스타로 차려줌.

단순히 꿀챔으로 이긴 게 아니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주류 챔피언인 말카림을 꺼내 크게 선전.

또다시 대이리스를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 차를 보여주며 게임을 캐리했다.

그것도 혼자서가 아니라 둘이서.

Unknown Error만이 아니라 MyumMyum선수 또한 한따까리 제대로 했다.

─누가 봐도 부부 게이머 아니냐 LOLOLOLOL

왜 계속 부정하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둘 호흡이 미쳤어.

평소에 어지간히 서로 뒹굴지 않는 한 설명이 안된다.

침대 듀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야.

└LUUUUL 그러다 고소 먹으면 보험 처리 되냐?

└둘이 진짜 잘 하긴 해. 거미여왕도 뮴뮴 누님이랑 엄청 어울리고.

└오늘부터 누님이 아니라 여왕님이라 불러야겠다 LOLOLOL

MyumMyum선수가 선보인 정글 거미여왕.

일반적으로 탑으로나 쓰이는 챔피언을 정글로 꺼내 Unknown Error 못지 않게 활약했다.

더욱이 두 선수의 호흡 또한 맛깔났다.

두 선수의 열애설이 괜히 불거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네 번째 세트는 가히 표본과도 같은 경기였다.

자칫 무리라고 보여지는 승부수를 척척 맞는 호흡을 통해 가볍게 극복해냈다.

이제는 인터뷰 자리에서 그 어떤 해명을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제 겨우 네 번째 세트가 끝났을 뿐이다.

CLC가 몰아붙였듯 TSL도 재차 반격해온다.

방금 들려온 속보.

현재 진행되는 다섯 번째 세트에서 TSL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확실히 챔피언의 후반 캐리력 차이가 있었어.

이블퀸이 암만 킬을 먹어도 자드만큼은 아니잖아.

CLC에서 자드 스플릿 막을 챔피언이 없었던 게 상당히 크다.

└한타까지는 정말 팽팽했는데 자드를 마크할 챔피언이 없네..

└자드가 후반 1대1이 세긴 하구나. 굳이 원딜 안 죽여도 챔프 괜찮네.

└그냥 미역슨이 잘한 거 같은데.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탱커 절대 못 죽여.

결승전 다섯 번째 세트.

Unknown Error는 정글로 옮겨 이블퀸을 꺼냈다.

트린다조아, 그리고 거미여왕이 밴된 대신 이블퀸이 살았던 것.

그 선택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게임 내 플레이도 나무랄 부분이 없었다.

그저 결과론이다.

TSL의 갱킹 대비력이 생각보다 훌륭했다.

약간의 핑크와드 낭비, 그리고 아끼지 않는 점멸.

이블퀸에게 초반 갱킹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상당한 투자를 쏟았다.

그리고 한 가지의 이유가 더해진 결과.

─TSL에서 대비를 잘한 것도 맞는데.

자드를 죽이고 시작했으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미역슨이 다른 챔피언들도 잘하지만 자드가 진짜 미쳐 날뛰잖아.

뮴뮴 여왕님이 한 타이밍 쉰 것도 컸어.

└그러게 자드만 밴됐어도 할 만했는데.

└미역슨 자드 잘한다고 띄워준 꼴이 됐네 으음~!

└우리 갸냘픈 여왕님 한 타이밍 쉴 수도 있지 말이 심하네.

└CLC도 생각이 있겠지 LOLOL 난 믿는다.

미역슨은 자드라는 챔피언의 특색을 제대로 살려 스플릿 푸쉬를 해냈다.

이를 받아치는 CLC의 인원 배분은 훌륭했지만 단 한 번 실수가 있었다.

바이바이의 네네톤이 자드에게 솔킬을 당했던 것.

이는 결국 바론까지 연결됐고 게임을 내주는 계기가 되었다.

─솔직히 아쉽다.

뮴뮴 여왕님 나왔으면 에러갓이랑 살림 잘 꾸려나갈 수 있었을 텐데.

CLC가 잘하긴 하는데 역시 에러갓이랑 뮴뮴 여왕님 호흡이 각별나.

없는 킬각도 강제로 만들어 버리고.

이번 세트에서는 여왕님 나오시겠지..?

└그리고 제발 에러갓 미드 좀..

└이제 슬슬 미드할 때 됐다 인정?

└오, 밴픽 시작했다!

카메라가 경기 부스 안의 선수들을 두루 비친다.

보아하니 CLC측에서 벤치 앉아 있는 선수는 빅풋.

이말인 즉, 이번 여섯 번째 세트는 Unknown Error와 MyumMyum선수 모두 나온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이 미드에 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 역시 자드 가져가버리네.

TSL이 블루팀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

차라리 밴을 하지 흐으..

└에러갓인데 당연히 카운터 준비해왔겠지.

└자드 카운터? 뭐가 있으려나..

└굳이 카운터 아니더라도 에러갓이 이김. 윈터시즌 때 산다라로 미역슨 자드 잡은 거 못 봤냐.

└A~ 당시에는 미역슨이 자드 숙련도가 딸렸잖아~.

윈터시즌의 준결승전에서 Unknown Error는 미역슨을 완전히 관광쳤다.

자드를 해서 미역슨의 산다라를 잡고.

산다라를 해서 미역슨의 자드를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그도 그럴 게 Unknown Error와 달리 미역슨은 꾸준하게 자드를 해오고 있다.

윈터시즌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인 그의 실력은 Unknown Error와 막상막하.

이미 래딧에서 한 차례 투표가 진행됐고 그리 결과가 나왔다.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 TSL 대 CLC와의 결승전에서 미역슨은 자드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방금 전 다섯 번째 세트만 해도 미역슨의 자드가 MVP에 선정됐을 정도.

이제는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 불분명하다.

이번 결승전에서 자웅을 겨뤄야 하지만.

─CLC 미드 나왔다.

트와이스 페이크인가 보네.

수비적으로 파밍하다 로밍으로 승부보려고 하나.

그러고 보면 트페가 진짜 OP인데 CLC에서는 이상하게 꺼려하더라.

└다른 챔피언들 밴하다 보니 트페가 계속 사는데 양 쪽 다 안 함 LOLOLOL 솔랭이었으면 칼픽인데.

└이러면 트페가 솔킬을 따이냐 안 따이냐의 싸움이 되는 건가?

└에러갓이면 따일 일 없겠지. 그런데 빵테는 뭐냐? 탑빵테?

여섯 번째 세트에서 CLC는 숨김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예상외의 픽은 보여줬다.

바로 정글 빵테온.

네 번째 세트에서 탑챔피언인 거미여왕으로 정글을 갔듯.

이번에는 미드 혹은 탑으로나 쓰이는 빵테온이 정글을 갔다.

그것도 Unknown Error가 정글로 빠졌다.

─으으으!!! 이번에도 에러갓 미드 안 서네.

에러갓 미드 서는 거 기다리다 목 빠지겠다 진짜.

근데 정글 빵테온이 효율 나오나?

애초에 정글링은 돌아지고?

음.. 에러갓이라서 일단 믿긴 하겠다만 왜 하는지는 모르겠다.

└재밌는 챔피언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빵테온은 스킬 구조가 간단해서 노잼일 거 같은데.

└재미가 아니라 효율이 나름 있나 보지? 솔직히 상상은 안 가지만 말이야.

└난 솔직히 회의적이다. 정글 챔피언은 한타가 좋아야 하는데 저렇게 유통기한 챔프 해버리면 다섯 번째 세트처럼 또..

이전 다섯 번째 세트에서 이블퀸을 골랐던 Unknown Error.

게임을 패배한 요인이야 여러가지 있었지만 자드와의 캐리력 차이도 분명 있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챔피언에게 정해진 숙명을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빵테온은 그 유통기한이라는 면에서 정말 극단적으로 심하다.

어느 정도냐면 라인 빵테가 솔킬을 두 번 따도 그다지 유리하다고 보지 않을 수준.

그만큼이나 한타에서 할 수 있는 한계치가 명확하다는 소리다.

물론 다섯 번째 세트와는 달리 MyumMyum선수가 있다.

Unknown Error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파트너가 있으니 해봄직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다른 좋은 챔프들 많은데 왜 굳이 빵테온을.

챔프폭이 유별나게 넓은 Unknown Error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되는 여섯 번째 세트.

만약 CLC가 패배하게 된다면 결승전은 이걸로 끝이 난다.

마지막 일곱 번째 세트까지 가지도 못한다.

패배 요인을 따지게 된다면 필히 유통기한 챔피언인 빵테온 때문이리라.

언제나 그러하듯 Unknown Error는 사람들의 예상을 가볍게 뒤집었다.

.

.

.

* * *

─Welcome to Summoner's field.

소환자의 전장, 그 시작을 알리는 여성 성우의 목소리가 조금은 무겁게 울려온다.

다섯 번째 세트를 패배하고 말았으니 어쩔 수가 없다.

그만큼이나 이번 여섯 번째 세트에서 내 어깨에 걸린 책임감은 가볍지 않다.

'딱히 아쉬움이 남은 건 아니지만.'

패배하기는 했어도 최선을 다했다.

예은이 나오지 못하게 한 것도 내 독단이었다.

항상 당당한 척, 강한 척을 하는 예은이지만 여자가 일곱 경기를 연이어 치르는 게 얼마나 부담되는 일인지.

지난 윈터시즌의 결승전 때 한 번의 과오가 있었기에 아주 잘 알고 있다.

결승전 이후로 한동안 찌뿌둥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다녔던 예은이다.

일단은 내 억지로 어울리게 한 일인데 무리를 하다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예은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이 쓰라렸다.

그렇기에 한 세트만 쉬면서 호흡을 고르라고 일렀고.

예은은 수 차례 거부했지만 내가 강제로 어깨를 잡아 벤치에 앉혔다.

평소였으면 필히 발버둥을 치든 내 뺨을 치든 반항했을 예은.

마지 못하다는 듯 앉는 게 역시 피로감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진행한 다섯 번째 세트는 결과적으로 패배.

해낼 수 있는 최대한을 했기에 아쉬움은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결과가 중요하다.

특히 이번 결승전은 어떻게든 이겨야 하니까.

'그러니까 정글 빵테온이지.'

반드시 캐리를 해낼 자신이 있는 몇 안되는 챔피언 중 하나.

AP트린다조아 이상으로 정글 빵테온은 필승의 카드다.

솔직히 트린다조아는 초반에 견제를 심하게 받거나.

적이 주도적으로 한타를 걸게 되면 스플릿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정글 빵테온은 나 자신이 게임을 지배하는 게 가능하다.

내 마음 가는 대로 풀어나갈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몇 안되는 챔피언인 정글 빵테온.

그 시작부터가 타 정글 챔피언들과는 남다르게 독특하다.

'때마침 스타팅 위치도 레드팀이라 잘 됐어.'

레드팀이기에 어쩔 수 없이 자드를 내준 감도 있었다.

그러나 자드를 잡을 수 있었다 해도 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정글 빵테온은 필승과 직결된 카드.

기존 정글러들이 가지는 상식의 틀을 완전히 깨부순다.

정확히 2분 30초에 젠이 될 용이 그 시발점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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