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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토끼
빵테온이 리시를 받는 법은 조금 특이하다.
다른 정글러들과 달리 광역딜이 꽤나 부족하기 때문.
그렇기에 큰 몹보다는 작은 몹의 체력을 아군이 깎아줘야 한다.
챠라랑!
아군 서포터 카우스터의 랄라가 블루 골렘의 잔몹들을 쳐준다.
솔로랭크였다면 이런 거 말을 해도 잘 안 들어준다.
하지만 팀원 좋다는 게 뭐겠는가.
원하는 만큼을 정확히 리쉬해준다.
내가 특이한 챔피언들을 마음 놓고 꺼낼 수 있는 이유도 사실 팀원들 덕분이 크다.
'그리고 특이한 플레이도 말이야.'
블루를 리쉬받은 나는 바로 아랫 방향으로 내려갔다.
딱히 2렙 봇갱을 노리는 게 아니다.
나는 앞으로 10초 후, 용이 나타날 순간 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건 상상할래야 상상할 수가 없지.'
정글러가 혼자서, 그것도 2레벨에 용을 잡는다.
상식을 벗어나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런 말도 안되는 개떡같은 경우가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겠지만 빵테온은 가능하다.
내가 정글 빵테온을 필승이라 여긴 이유 그 첫 번째.
2렙 솔용으로 한 건 톡톡히 챙긴다.
투욱!
평타와 함께 단창.
빵테온의 Q스킬 단창은 말할 것도 없는 주력 스킬이다.
그리고 빵테온이 스킬, 혹은 평타를 쓰면 패시브가 1스택 쌓인다.
4스택이 쌓이면 상대의 평타를 방어.
그런데 이 평타에 정글몹도 포함된다.
화르륵!
용이 내뿜는 불길이 빵테온의 패시브에 막힌다.
하지만 패시브를 쌓으려면 총 네 번의 공격이 필요하다.
그 잠깐의 사이에 평타와 단창으로 스택을 쌓는 것은 불가능.
다음의 공격을 허용하는 수밖에 없지만 방패치기가 있다.
터엉!
빵테온의 W스킬 방패치기는 적에게 스턴을 먹이는 일종의 돌진기다.
당연 용같은 거대 오브젝트는 기절하지 않지만 대신 패시브 스택이 전부 쌓인다.
그 효과로 용의 불길을 한 번 더 막아낸다.
투욱!
다시 단창을 던지고 평타를 때리며 패시브 스택을 쌓는다.
여기에 생기는 장애점이 하나.
빵테온은 스킬쿨이 짧아 은근히 마나가 많이 드는 편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레드팀이라 살았다는 거야.'
레드팀의 경우 첫 버프를 블루로 시작한다.
블루 버프는 마나를 지속적으로 채워주며 스킬 쿨타임을 20% 감소시켜 준다.
스킬을 난사할 수만 있으면 패시브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평타를 막아낼 수 있는 빵테온.
덕분에 체력이 거의 달지 않고 안정적으로 솔용을 해낼 수 있었다.
─용을 처치했습니다!
게임 시간 3분 대에 울려 퍼지는 용의 울음소리.
킬 세 개분을 가뿐히 넘는 글로벌 골드가 들어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섭하다.
봇라인을 보아하니 2대2의 교전이 한창이다.
원딜 간의 상성 때문인지 딜교환을 밀리고 있다.
─CLC Error님이 고르키를 지목.
상대 원딜러 카오스가 크레이브즈로는 라인전 이득을 못 보겠는지 카운터 픽을 쳐버렸다.
배인의 전통적인 하드 카운터라 불리우는 고르키.
헤이클린이나 크레이브즈의 Q스킬은 피하기라도 하지.
고르키의 Q스킬, 폭죽탄은 즉발로 터지는 지라 피지컬이고 나발이고 맞아야 한다.
'그 점 때문에 나중에 패치가 되긴 하지만.'
서포터와 호흡이 잘 맞으면 딜교환 스노우볼을 엄청나게 굴릴 수 있다.
그래서 차후에는 다른 스킬들처럼 논타겟 투사체로 바뀌게 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
초반 딜교환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은 트리플리프트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고르키에겐 허점이 하나 있지.'
크레이브즈는 2레벨에 무조건 대쉬기를 찍는다.
그에 반해 고르키는 라인전 우세를 바탕으로 E스킬 다발총을 찍는 경우가 많다.
혹시 몰라 용을 먹으면서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이렇게 되면 갱각을 충분히 노려 볼만하다.
내가 만약 바로 2렙 갱을 갔다면 적들도 어느 정도 사렸을 거다.
그리고 아군도 1렙이라 호응을 하기 애매하다.
하지만 이렇게 엇박자 타이밍에 가는 갱킹은 상대 입장에서 예상을 하기가 힘들다.
용의 울음소리를 들었기에 약간 긴장은 하겠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스턴을 확정 타겟으로 박아버리는 빵테온의 초반 갱킹에서 벗어날 수 없다.
터엉!
삼거리를 빙 둘러갈 필요도 없다.
그냥 일직선으로 쭉 내려가 점멸 방패치기.
고르키는 곧바로 점멸을 사용해 대응하지만 아군 또한 호응한다.
아군 서포터 카우스터의 랄라가 보라색 창을 흩뿌리며 탈력을 건다.
투욱!
따라가서 평타를 치며 단창을 던진다.
끈질기게 따라가 다시 한 번.
포탑에게 한 대 맞기는 했지만 고르키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나이스! 집 가서 흡칼만 나오면 이제 고르키한테 밀릴 이유가 없지."
"그럼 갱값 좀 받아갈게 트리플리프트."
엇박자 타이밍의 2렙 갱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아군과 함께 미니언 웨이브를 쭉 밀어 포탑에 박아 넣자 두 가지 이득이 딸려온다.
적 원딜의 레벨링을 말렸을 뿐더러 나 또한 풀렸다.
나는 솔용을 한 대가로 정글링이 밀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찰칵!
골드가 1천 가까이 쌓인 상태에서 레벨링까지 따라잡았다.
나는 상점에 귀환해 도마뱀 장군의 혼령 하위템을 구입했다.
혼령석과 롱스워드.
초반에 이득을 본 덕분에 조급해 하지 않고 백업 위주로 정글링만 돌면 된다.
촤자자작!
빵테온의 E스킬 심장약탈자가 쌍둥이 골렘을 훑는다.
그리고 심장약탈자에는 한 가지 더 특수한 효과가 있다.
체력이 15% 이하인 적에게 치명타가 터지는 것.
그 효과 덕에 작은 쪽 골렘이 빠르게 마무리 된다.
투욱!
치명타가 터지면 공격속도가 10% 올라간다.
빵테온의 스킬은 아니고 공격쪽 특성에 부여된 효과.
정글링이 다소 느리다고 할 수 있는 빵테온에게 힘을 더해준다.
'역시 레드는 털렸나. 뭐, 당연한 대가지만.'
용을 먹고 봇 2렙갱을 다녀왔다.
그 사이에 레드가 빼먹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이치.
그렇게나 꾸역꾸역 이득을 봐놓고서 레드까지 살아있길 바라는 건 욕심쟁이다.
굳이 레드가 없더라도 정글을 돌면서 천천히 레벨링만 해도 만족이다.
'이렇게 정글링을 돌면서 탑갱각을 한 번만 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정글 빵테온의 장점 중 한 가지.
바로 다이브가 자유롭다는 부분이다.
빵테온도 다이브 잘 치기로는 거미여왕 못지 않다.
─CLC Error님이 파이어뱃을 지목.
현재 탑라인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가 않다.
상대 팀의 탑솔러 대이리스가 플레이하는 파이어뱃이 네네톤을 스테이크로 만들었다.
비유가 그렇다는 거고 딜교환이 꽤나 밀리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 번의 기회.
미니언 웨이브가 밀어지는 탓에 다이브 찬스가 생겼다.
'상당히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반피 밖에 남지 않은 네네톤에 비해 파이어뱃의 체력은 온전하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다이브를 생각하기 힘든 상황.
빵테온이 아니었다면 감히 시도하지 않았을 다이브다.
투욱!
촤자자작!
먼저 들어가는 건 내가 된다.
단창을 던지며 심장약탈자.
포탑을 끼고 사리고 있는 파이어뱃의 체력을 한 움큼 깎아낸다.
투두두두둑!
곧바로 네네톤의 연계가 들어갔다면 깔끔했겠지만 파이어뱃이 빨랐다.
파이어뱃이 불바다 미사일을 일직선을 깔아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네네톤의 진입을 늦췄다.
호응이 한 박자 느리게 되긴 했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
방패치기로 파이어뱃을 기절시킨다.
물론 포탑의 공격은 꽤나 성가시긴 하지만.
터엉!
앞서 스킬쿨을 돌려 한 번, 그리고 방패치기의 효과로 다시 한 번.
빵테온의 패시브는 적 포탑의 공격 또한 막아낼 수 있다.
연달아 두 번 포탑의 공격을 상쇄한 덕에 내 체력은 거의 달지 않았다.
꾸드득!
방패치기로 걸은 스턴이 풀리기 직전 돌진기로 들어온 네네톤이 연계한다.
궁극기를 킨 네네톤이 파이어뱃에게 비비며 가진 바 딜링을 우겨 넣는다.
파이어뱃은 점멸까지 쓰며 최대한 버텨보지만 한계.
체력이 15% 이하로 낮아진 파이어뱃에게 단창이 치명타로 터지며 마무리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포탑의 공격을 무려 세 번이나 씹은 덕에 갱킹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
적팀의 정글러 예스틸러스가 한 타이밍 늦게나마 백업을 왔다.
점멸과 함께 닻줄을 던져 나를 당겨버렸다.
쾅! 쾅! 쾅!
속박의 효과가 있는 평타로 나를 내려친 후 E스킬.
땅을 폭발시켜 주위의 적을 둔화시키는 땅폭발로 나를 둔화시킨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빵테온이 포탑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죽는 수밖에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얼핏 킬교환의 느낌이 되긴 했지만 명백한 이득이다.
라인전이 밀리고 있던 네네톤이 풀려버렸다.
방금 빅 웨이브를 포탑에 꼴아박은 탓에 탑라이너끼리 레벨 차가 나게 됐다.
나 또한 목표하던 코어템이 나왔다.
찰칵!
빵테온의 정글링이 힘겨운 건 어디까지나 첫 코어가 나오기 전이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 주는 도트 피해.
빵테온의 부족한 광역딜에 힘을 보태준다.
촤자자작!
심장약탈자로 유령을 쑤시자 세 마리의 작은 유령들이 깔끔하게 처리된다.
높아진 공격력에 더해 도트 피해까지 타오르자 버티지 못한다.
이렇게 잔몹들을 빠르게 잡게 되는 순간 빵테온의 정글링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그리고 빨라진 정글링 속도만큼 내 6레벨 타이밍도 이르게 잡힌다.
'6레벨을 찍은 빵테온의 갱킹. 라인을 설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큰코다칠 거야.'
라인 빵테온은 상위 티어에 갈수록 쓰이지 않는다.
비슷한 로밍 챔피언인 트페는 필밴이라 치켜세워지는데 빵테온은 어째서?
궁극기가 떨어지기 직전 동그란 원이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그걸 보고 점멸을 사용하는 식으로 미리미리 회피가 가능하다.
'라인을 설때 그렇다는 이야기지.'
미드나 탑에서 CS를 먹던 빵테온이 사라지면 그 즉시 미아콜이 울린다.
그러면 다른 라인의 라이너들이 바싹 긴장을 하게 된다.
긴장을 하고 있으면 빵테온의 궁로밍을 높은 확률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빵테온이 정글로 가버리면 이야기가 상당히 달라진다.
'언제 어느 때 떨어질지. 종잡을 수 없으니까 말이야.'
적 정글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걸 모르니까 갱을 당하는 거고 아군 정글 탓을 하게 되는 거다.
이렇듯 자신의 목을 조이기 직전까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 게 정글러의 갱킹이다.
그런데 정글 빵테온은 한술 더 떠버리기까지 한다.
글로벌 궁극기를 활용해 난데없이 덮쳐버린다.
'바로 이렇게 말이야!'
아군 미드라이너 트와이스 페이크에게 블루 버프를 전달해주고 늑대를 처치하자 6레벨에 도달했다.
그렇게 궁극기를 배우자마자 봇라인에 궁극기를 찍는다.
상대가 어떻게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 들이닥쳐 버리는 것이 바로 글로벌 궁극기의 위엄.
심지어 라인이 아니기에 타이밍조차 알 수 없다.
봇라인에 동그란 원이 그려지며 적 봇듀오의 죽음을 예고한다.
푸우웅!
라인전이 말린 탓에 포탑을 끼고 CS를 받아먹고 있는 적팀의 봇듀오.
그렇게 사리고 있어도 빵테온의 갱킹은 피해갈 수 없다.
하늘에서 불현듯 떨어진 빵테온이 고르키와 쏘냐를 짓밟아버린다.
파바바박!
고르키는 동그란 원이 그려진 것을 보자마자 폭탄 부스터를 사용해 내뺐지만 한발 늦었다.
미리 뒷무빙을 치고 있었으면 몰라도 본 순간 빼버리면 늦는다.
예고 없이 떨어지는 정글 빵테온의 궁극기는 대비가 불가능하다.
터엉!
내 방패치기에 스턴이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고르키부터 농락한다.
트리플리프트의 배인이 3타를 터트리며 점사.
고르키는 순식간에 녹았고 이제는 쏘냐의 차례다.
─더블 킬!
CLC TRIPLELIFT님이 학살 중입니다.
나름 체력을 유지하고 있던 적 봇듀오지만 얄짤없다.
빵테온의 궁극기, 대낙하는 단순히 이동할 뿐만이 아니다.
떨어지면서 넓다란 범위에 광역 마법 피해를 가한다.
약간이지만 둔화 효과도 있어 맞기만 한다면 끔살 예약이다.
'봇은 완전히 터졌고 이제 미드만 풀면 되겠는데.'
더블 킬을 따낸 데다 봇 1차 포탑까지 밀어버렸다.
게임이 시작한지 이제 8분 남짓.
벌써 글로벌 골드의 격차가 꽤나 벌어졌다.
하지만 게임을 굳혔다고 보기엔 한참은 이르다.
지금까지 예은의 트페가 미드 라인전을 잘 버텨준 건 사실이다.
탈력을 들어서 자드의 섣부른 움직임을 방지하고 맞파밍을 유도해냈다.
그것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거라 여긴다면 큰 오산.
궁극기가 이동기인 트페는 시간이 갈수록 자드에게 라인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역슨의 자드는 그 틈을 놓칠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전에 내가 움직인다.'
내가 정글 빵테온을 택한 가장 큰 이유다.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게임의 흐름을 가져온다.
그것을 해내기에 가장 적절한 챔피언.
원하는 타이밍에 언제든 다이브를 시도하며 오브젝트를 빠르게 가져올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정글러, 빵테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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