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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토끼
지금까지는 솔직히 조금은 기대를 져버린 감이 있다.
물론 다른 부분에서 보충하고도 남았지만 약간의 허탈감.
팬들로서는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에러갓 미드 언제 하냐!
설마 미드 접은 거야? 진짜로?
미드가 에러갓이고 에러갓이 미드인데 말도 안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정말 마지막 판은 제발 미드 하길.
└다른 라인도 진짜 재밌고 잘하는데 역시 에러갓은 미드가 맞지.
└빵테온 같은 거면 난 봐줄 생각 있는데 으음..!
불안과 기대 속에 시작한 여섯 번째 세트.
하지만 손에 땀을 쥘 틈도 없이 끝나버렸다.
CLC가 시종일관 TSL을 압도적으로 몰아붙였다.
Unknown Error의 정글 빵테온이 하드 캐리를 해냈다.
아니, 이 정도면 강제 캐리라고 봐도 된다.
결코 과장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 내에서 빵테온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2레벨부터 용을 챙기고.
봇라인에서 선취점까지 따냈으며.
다이브 갱킹으로 탑라인전도 풀어냈다.
그 뿐일까.
궁극기의 쿨타임마다 필킬에 가까운 갱킹.
그렇게 라인전 구도에서 게임을 한 차례 터트려놓고 스노우볼까지 빠지지 않았다.
보통 미드나 탑으로 사용되는 빵테온은 라인전에서 이득을 봐도 한타에서 기우는 경우가 많다.
괜히 유통기한 챔피언이라 불리우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Unknown Error는 운영을 통해 가볍게 극복했다.
MyumMyum선수와의 환상같은 호흡을 통해 자드의 스플릿을 원천봉쇄 해냈다.
─역시 에러갓도 에러갓이지만 뮴뮴 누님이랑 함께 해야.
진짜 게임이 맛깔난다니까.
에러갓의 생각에 제대로 호응해주는 사람이 뮴뮴 누님밖에 없어.
└NO. 뮴뮴 누님이 아니라 여왕님.
└크~! 여왕님 미드도 잘하더라. 미역슨 상대로 안 밀림.
└솔직히 버티는 식으로 가니까 가능했던 거긴 하지만 역시 기본기가 있으니 가능한 거겠지.
솔로랭크 유저들에게는 당연히 두 번째로 잘하는 라인이 있다.
비슷하게 선수들 또한 서브 라인 정도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대회무대에서 활용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게 한 라인만 연습하기에도 빡세니까.
다른 라인에 시간을 투자할 여유따위 없다.
그럴 텐데도 MyumMyum선수는 가끔 미드를 해서 의외성을 발휘하곤 한다.
지난 NA롤챔스 윈터시즌 때도 그랬고 이번 LCF에서도 보여줬다.
바로 그래서다.
Unknown Error의 포지션과 전략을 읽기 어려운 이유도 MyumMyum선수가 있기 때문이 크다.
게임 내에서도 그렇고 밴픽 단계에서도 그렇고 둘은 서로가 정말 없어서는 안될 관계다.
─마지막 세트 밴픽 어케 될까?
이번에야 말로 에러갓이 미드하려나..
할 거라고 믿는다.
└마지막 세트는 블라인드 픽이잖아 밴픽이어딨냐?
└밴은 없고 픽만 있음 LOLOLOLOL
└게다가 픽 중복도 가능함!
블라인드 픽은 흔히 말하는 일반게임이다.
당연 일반게임처럼 '미드 선픽! 안 주면 던짐.' 이럴 일은 없겠지만 특수한 규칙이 적용되는 건 사실이다.
하나는 적의 픽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동일한 챔피언을 선택할 수 있다.
후자는 본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선수마다 자랑하는 챔피언이 있고 이것이 겹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이번 TSL 대 CLC의 결승전에서는 각별히 지켜볼 요소다.
Unknown Error도 미역슨도 자드에는 일가견이 있으니까.
─그런데 에러갓이 과연 자드할까?
애초에 미드는 갈까?
으아 진짜..!
이기고 지고를 응원해야 하는데 미드를 하는지 안 하는지가 더 궁금해하다니.
이러면 팬으로서 실격인가.
└NONO. 솔찌 에러갓 봉인 풀리면 절대 질 거라는 생각 안 듬. 무슨 챔피언을 하냐가 중요하지.
└특이한 챔프 보여주는 것도 재밌지만.. 보는 재미는 역시 자드!
└에러갓의 자드를 살아 생전 다시 볼 수 있을까.
물론 블라인드 픽의 가장 두고 보아야 할 점은 서로의 카운터와 조합이다.
보이지를 않으니까, 상대가 어떤 조합을 할 건지 순수하게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들이 포킹 조합을 했는데 상대가 돌진 조합이다.
이 경우 조합 상성 상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면은 일반 팬들로서는 알기 힘들고 중요한 건 그 선수가 그걸 하느냐 마느냐!
이윽고 그 선수가 그걸 꺼내자 래딧에서는 폭발적으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CLC 측에서 자드를 픽박았다.
─이거 또 훼이크 아니지? 정글 자드, 탑 자드 아니겠지?
훼이크면 지금 당장 비행기 타고 프랑스 간다.
농담 아니다 예약 직전이다.
└걱정 안 해도 너만 가는 거 아님.
└프랑스에서 래딧 정모 GOGO.
└난 이미 현지고 <제니스-파리>에 관람 왔다. 그런데 여기 미국이 아니라 총기 휴대는 안되네.
└브루주아 무서버;
다행스럽게도 일단 탑은 아니었다.
바이바이 선수가 참전했고 빅풋 선수가 아직 벤치에 있다.
이말인 즉, Unknown Error는 미드 아니면 정글이라는 소리.
하지만 방심을 하기엔 이르다.
지난 여섯 번째 세트처럼 또 정글을 하는 건 아닌지.
다소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이번에야 말로 미드가 맞았다.
관중들의 살의를 느낀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준비한 건지는 몰라도 Unknown Error가 미드를 한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상대 CLC로서는 모를 수도 있는 사실잊만 TSL에서도 마찬가지로 자드를 픽했으니까.
당연하게도 기교따위 없이 미드다.
미드라인에서 Unknown Error의 자드와 미역슨의 자드가 한 판 제대로 맞붙는다.
.
.
.
* * *
NA롤챔스 윈터시즌 당시.
아니, LCF가 열리기 이전까지만 해도 자드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이름 Unknown Error였다.
그도 그럴 게 하드캐리 수준이 아니다.
꺼내기만 하면 강제캐리로 팀의 멱살을 잡고 이겨버린다.
글자 그대로 불패의 전설.
그런 Unknown Error의 자드가 LCF에 와서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궁금할 수밖에.
현지의 유럽 팬들로서도 Unknown Error에게 매료된 이후 관심을 갖게 됐다.
어째서 북미의 팬들이 Unknown Error하면 열광을 하는 걸까.
가장 첫 손가락에 꼽는다는 자드를 대체 얼마나 잘 하길래.
알아보기 손 쉬운 방법은 아무래도 몽타쥬(매드무비)다.
당연 화제가 되었고 상당한 수의 팬이 시청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단순히 슈퍼플레이만 본다고 그 선수의 팬이 되지는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몽타쥬라는 건 특별히 잘한 부분을 편집에 하나의 짧은 영상으로 묶은 것.
솔직히 말해서 솔로랭크에서 어느 정도 하는 유저들 게임에서 추려내도 어지간히 괜찮은 영상 하나 나온다.
또한 실시간으로 보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것은 감동의 차이가 장난 아니다.
다름아닌 북미의 팬들이 당시 NA롤챔스 윈터시즌을 보고 Unknown Error에게 빠져들었으니 증명이 필요없다.
그렇기에 오늘 결승전 마지막 세트는 각별하다
이번 결승전의 승자야 말로 마지막까지 기억되니까.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말은 더없이 현실적이다.
실제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해당 종목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만 은메달을 딴 선수는 축하해주고 끝이다.
이는 로드 오브 로드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제니스-파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LCF또한 당연 마찬가지다.
"예, 그러니까 이번 세트의 승자야 말로 자드의 최강자다. 그렇게 말할 수가 있겠네요."
"자드의 최강자만이 아니죠. 팀을 우승으로 이끈 자. 그리고 최후의 승자. LCF의 우승 상금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가져 가게 됩니다."
롤드컵처럼 100만 달러씩 걸려있진 않다.
하지만 LCF도 나름 국제 대회의 형식을 취한만큼 보상이 섭섭하진 않다.
그리고 굳이 보상이 아니더라도 여기까지 왔으면 기왕지사 우승을 해야지.
TSL도 CLC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세트에 도달했다.
현재 픽은 전부 끝났고 로딩 만을 기다리고 있다.
볼만한 사실은 조합의 특색이 완전히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
이번 게임이 무난하게 가지는 않으리란 것은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의 조합이 좋다고 말하기는 애매했다.
"데카시르는 양 팀의 조합, 어떻게 보시나요? 저로서는 조금 TSL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요."
"하, 그러니까 콰른트는 겜알못이라는 겁니다. 조합이라는 건 단순히 한타만 보는 게 아니에요."
TSL에서는 전형적인 한타 조합의 구색을 갖췄다.
자드라는 슈퍼 캐리형 챔피언, 물론 있지만 나머지 팀원들.
그러니까 한타를 한다면 이런 구도가 이상적이다.
나머지 팀원들이 이니시, 혹은 양념을 하고 자드가 하나하나 마무리한다.
어떻게 보면 자드를 띄워주기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그에 비해 CLC는 약간 솔로랭크형이라는 느낌이랄까.
일단 탑라인의 바이바이 선수가 택한 트린다조아.
모르긴 몰라도 Unknown Error의 입김이 들어간 듯한 픽이다.
같은 팀으로서 챔피언폭을 공유한 모양.
이미 Unknown Error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지만 AP트린다조아는 명실상부 OP챔피언이다.
제대로 활용만 한다면 보증된 수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트리플리프트는 역시나 가장 자신있고 캐리력 있는 배인.
서포터인 카우스터는 쏘냐를 픽했다.
배인은 자신의 피지컬을 믿고 선택하는 챔피언이고 쏘냐 또한 라인전에 힘을 주는 픽이다.
정글러인 MyumMyum선수도 만만치 않다.
거미여왕은 소규모 교전에서는 몰라도 한타로 들어가면 CC기가 다소 아쉬운 챔피언.
탑 라이너로서 각광을 받을 당시에도 잘 성장하지 않는 한 한타는 그다지라는 평이었다.
CLC에서 픽한 각 챔피언들은 캐리력은 보증돼 있다.
하지만 캐리력이 있는 만큼 톡톡 튀기 마련.
어울리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사실은 크나큰 리스크다.
서로가 엇비슷한 상황에서 한타를 한다면 TSL의 손을 들어주는 게 일반론이다.
"콰른트의 말대로 한타는 TSL이 우위입니다. 하지만 CLC는 한 번 탄력이 붙으면 스노우볼 굴리기 정말 좋은 조합이거든요? 라인전 구도에서 어떻게 흘러가느냐, 그리고 운영! 지금까지 Error선수가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충분 기대해봄직 합니다."
즉, CLC는 자신들이 가진 색체를 잘 살려야 한다.
어중간하게 서로 섞여 들려고 하다가는 이도 저도 안되는 수가 있다.
조합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
그도 그럴 게 군계일학, 구심점이 되어주는 선수가 존재한다.
이만한 선수들 중에서 당연 눈에 띄는 선수는 한 명으로 좁혀진다.
"역시 에러갓! Error선수겠죠. 이렇게 말하면 트리플리프트 선수의 팬들이 들고 일어나려나요?"
"아니요.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편파적일 수도 있지만 게임의 중심은 확실히 미드에 있으니까요. 미러전인만큼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일반게임에서도 그렇지만 같은 챔피언끼리 미러전을 서면 변수가 적다.
한 번 이득을 내는 쪽이 게임 내내 승기를 가져가곤 한다.
특히 자드 대 자드 처럼 암살자 챔피언이라면 더더욱이다.
손에 땀을 쥐는 한 판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북미와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이 마지막 경기만은 함께 하기 위해서 시간을 내고 있다.
동시 시청자 수만 따지면 지난 롤드컵을 넘어갈 정도.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현재 방송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시즌의 LCF 결승전 때보다 동시 시청자 수가 두 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숫자로 환산하자면 무려 100만 명이에요.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번 LCF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안 좋은 말이 많이 나왔었죠. 하지만 결과는, 그리고 현재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는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이곳이 바로 세계 로드 오브 로드의 중심! 최강자를 결정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중계진의 말이 떨어짐과 무섭게 관중들이 무서우리만큼 들고 일어나 환호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롤드컵 이후로 잠시 침체됐었던 북미와 유럽의 로드 오브 로드 열풍.
과거 미리 보는 롤드컵이라고 까지 불렸던 LCF의 의미도 많이 퇴색되었다.
하지만 현재 경기의 퀄리티는, 재미는, 환호하는 관중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그 누구도 이곳이 현 로드 오브 로드의 최중심지라는 사실에 이견을 꺼낼 수 없다.
기대치는 커녕 상상을 아득히 넘었을 정도로 흥해버렸다.
주인공이 되는 두 선수에 의해 이번 시즌3의 LCF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제는 그 결착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다.
"길고 길었던 여정이 끝나 그 수확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어느 팀이 우승하든 역사는 기억할 겁니다. 하지만 이왕이라면! 역시 조금 더 짙게, 승자로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게 솔직한 소망이겠죠."
"역사의 마지막 한 페이지.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최후의 승자는 누구로 기억될 것인지! 경기,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역사에는, 사건에는 언제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자가 있다.
하지만 특출난 조역은 있을 수 있어도 주인공은 두 명일 수 없는 법이다.
과연 주인공으로 회자되어질 자는 누구인지.
TSL 대 CLC의 마지막 종지부가 드디어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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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비축분에서는 2부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3부의 플롯도 대략 잡히게 됐구요.
개인적으로는 잘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독자님들 생각은 다를 수 있어서 내심 불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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