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397화 (39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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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토끼

소환자의 전장에서 라인전을 펼치고 있는 열 명의 선수들.

현재 탑라인에선 파이어뱃 대 트린다조아의 라인전이 한창이다.

막상막하로 어느 선수도 밀리지 않는다.

같은 챔피언으로 Unknown Error가 상대를 압살했던 경기가 있었지만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라인스왑도 되지 않았던 데다 대이리스 선수도 더 이상 방심하지 않는다.

"대이리스 선수가 견제보다는 맞파밍에 초점을 맞춘듯 싶습니다. 한타를 기약하는 것 같죠?"

"한타 조합을 갖춘 TSL이다 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판단이지만, 한 번 크게 데였던 것도 분명 작용했을 거라 사료되네요."

대이리스 선수의 주챔피언 파이어뱃은 라인전 견제 매섭기로 악명 높다.

시도 때도 없는 불찜질로 상대를 괴롭히는 사디스트같은 챔피언이다.

문제는 상대 입장에선 오히려 그것이 희열로 느껴진다는 사실.

파이어뱃이 사디스트라면 AP트린다조아는 마조히스트다.

받은 데미지 이상으로 체력을 꾸준하게 회복하며 6레벨을 찍으면 맞아도 죽지를 않는다.

불사의 궁극기로 다이브를 치기 시작하면 스노우볼이 밑도 끝도 없이 굴러간다.

그러니까 처음 한 번을 절대 당해주면 안된다.

Unknown Error의 AP트린다조아에게 된통 털렸던 대이리스 선수는 마지막 세트에선 안정감을 지향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아이템 선택도 방어력 아이템인 추격자의 손목 보호대부터 가네요. 앞선 네 번째 세트에서 언급하셨던 AP트린다조아의 특이성 때문이겠죠?"

"오호, 콰른트도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요. 주문력 템을 올릴 뿐이지, AP트린다조아가 가하는 데미지는 물리 피해 뿐이에요. 존재의의부터가 완전 사기같은, Error선수의 마술이 가미된 챔피언이거든요."

대이리스 선수는 어느 정도 상대법을 알게 되자 적당한 선에서 견제를 끊어 치며 트린다조아의 반격을 항상 유의한다.

이렇듯 안정적으로 파밍을 하게 되면 파이어뱃으로서도 크게 아쉬운 부분이 없다.

그도 그럴 게 TSL의 조합은 한타 지향형.

탑라인의 파이어뱃도 그렇고 봇라인의 루나, 크레이브즈도 한타에서 꽤나 빼어나다.

"물론 크레이브즈가 후반까지 가면 힘이 조금 빠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카오스 선수의 스나이핑! 궁극기 지원 잘 하기로 이름난 선수잖아요?"

"TSL의 조합은 광역딜이 엄청나죠. 루나, 크레이브즈, 파이어뱃 궁극기를 한 번에 뒤집어 쓰면 배인이나 쏘냐같은 경우에는 그대로 녹아날지도 몰라요."

탑이 안정감 있는 느낌이라면 봇은 언제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이상하지 않은 대난전이다.

서로가 스펠을 아끼지 않으며 매섭게 딜교환을 해대고 있다.

신기한 건 아직까지 킬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양 팀의 선수들이 워낙 수준급이다 보니 돌려 맞기에 상당히 능하다.

"그래도 CLC측에서 CS를 조금 더 잘 챙기고 있죠? 딜교환도 조금씩 이득을 봤고요."

"쏘냐라는 챔피언이 초반 견제가 상당히 아프거든요. 하지만 서로가 궁극기를 배우는 시점이 되면 루나&크레이브즈의 연계에 따라 한 명이 순삭되고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CLC측에서는 그 점을 항상 유의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무난하게 간다면 TSL이 조금 더 우위.

하지만 CLC는 변수를 만들 기량이 충분한 팀이다.

언제 어느 때 도화선에 불이 붙을지 모른다.

한 번 불이 붙어버리면 그 이후로 이어지는 연쇄 폭발은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

이미 앞선 경기에서 수 차례 증명했다.

"변수가 나올만한 라인은 교전이 한창인 봇라인, 그리고 역시 미드겠죠. Error선수의 자드와 미역슨 선수의 자드, 어느 쪽이 우위인지 아직 판가름나지 않았습니다."

"결정타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에요. 조금씩 기울어져 가고 있다는 게 제 눈에는 보입니다. 양 선수의 아이템 선택이 엇갈렸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구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드 대 자드의 미러전은 누가 더 표창을 잘 맞히냐의 싸움.

만약 이 뿐만이었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다.

점멸은 뺄 수 있을지언정 킬각까지 연결하기에는 양 선수의 실력 차가 그렇게 벌어져 있진 않으니까.

혹여 갱킹으로 승부가 갈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것은 시청자들도 중계진들도 원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승부가 나길 두근두근대며 지켜보고 있다.

하마터면 지루할 수 있는 라인전에 다행스럽게도 소스가 하나 뿌려졌다.

미역슨 선수가 힘의 영약을 시작 아이템으로 사온 데 반해 Unknown Error는 두란검을 선택했다.

이렇게 되면 이득 보는 구도가 분명하게 나뉜다.

선수 출신의 해설자 데카시르가 이를 명쾌하게 해설해주었다.

"영약 스타트는 서로 치고 박고 피튀기는 혈전이 됐을 때 영약을 통해 자신은 살고 상대는 죽이는, 그런 아슬아슬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Error선수의 선택인 두란검은…."

두란검은 조금 안정적인 선택이다.

두 선수의 선택이 팀의 선택과는 상이하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역지사지, 각 선수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럴 만도 하다.

데카시르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긁어줬다.

"미역슨 선수는 이렇게 생각을 한 거죠. Error선수는 필히 영약을 들고 올 거다. 그러니까 맞영약으로 카운터 치자! 그런데 이를 Erorr선수가 읽고 두란검을 사와 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역슨 선수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어요."

힘의 영약은 체력과 공격력을 3분간 큰 폭으로 상승시켜 준다.

하지만 복용하지 않는다면 아이템을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에 비해 Error선수 초반 효율이 좋은 두란검으로 딜교환에서 소소하게 이득을 보고 있다.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미니언을 때릴 때 조급씩 흡혈이 된다.

"게다가 표창을 맞히는 빈도수도 Error선수가 차츰 더 많아지고 있거든요? 미역슨 선수의 멘탈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읽혀버렸다.

그리고 같은 챔피언을 하고 있는데 딜교환에서 손해가 누적된다.

컨트롤 실수가 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더욱이 다른 챔피언도 아닌 자드.

자드가 상대 체력을 조금씩 깎아버리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미역슨도 Unknown Error도 자신들의 경기에서 증명한 바가 있었다.

굳건했던 마인드 컨트롤에 아주 약간의 금이 벌어졌다.

화락!

챠라락!

그 틈을 놓칠 Unknown Error가 아니다.

Unknown Error의 자드가 불현듯 승부수를 띄어왔다.

그림자 분신으로 다가가 먼저 스킬을 먹였다.

미역슨도 당연 반격했지만 가할 수 있는 순간 데미지에서 Unknown Error가 한 수 위다.

체력이 절반 이상 낮아진 상대에게만 발동하는 자드의 패시브.

Unknown Error의 자드는 체력 상태가 양호한데 반해 미역슨은 온전하지 못하다.

여기에 순간적인 스킬 콤보까지 더해지자 패시브가 터지며 미역슨을 위험한 상태까지 몰아넣었다.

구오오..!

하지만 미역슨이라고 수가 없는 게 아니다.

지금껏 아껴 놓았던 영약을 빨며 궁극기를 사용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된 듯 보였지만.

"자드 대 자드에서 궁극기를 먼저 사용한 쪽이 손해보는 감이 분명 있어요! 그리고 이미 스킬쿨이 빠진 상태라 궁극기를 써도 치명상을 주기는 힘들어요!"

자드의 궁극기는 3초간 가한 피해량의 2할만큼 상대에게 추가 피해를 선사한다.

그런데 앞선 딜교환에서 한 차례 스킬쿨이 빠졌고 평타로 때리다고 한들 마무리가 될만큼 Unknown Error의 체력이 낮지가 않다.

그리고 당연 샌드백마냥 맞아줄 턱이 없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미역슨은 그림자 분신을 사용해 내뺐지만 그 찰나의 순간.

그림자를 재사용해 넘어가기 직전.

Unknown Error의 자드가 마치 노린 것처럼 궁극기로 따라간다.

구오오..!

아무리 영약이 두란검보다 체력도 공격력도 우위라고는 해도 두란검 또한 초반 효율이 못지 않게 빼어나다.

자잘한 딜교환에서 조금씩 쌓아갔던 이득이 빛을 발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믿기지 않는 순간 판단력까지 터져 나오며 Unknown Error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단순히 맞점멸로 따라간 거면 이런 반응 속도가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점멸을 탈 위치를 정확히 예상했다, Error선수의 노림수가 또다시 먹혀들었다! 미역슨 선수의 머리 꼭대기에 있습니다!"

한 대라도 더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

미역슨은 빠르게 점멸을 사용해 포탑 안으로 회피했다.

그 판단 자체는 더없이 옳았지만 위에는 위가 있었다.

거의 0.1초의 오차도 없이 곧바로 따라간 Unknown Error의 자드가 회전 베기로 치명상을 먹였다.

0.1초라 함은 인간의 반응 속도 한계 상 불가능한 수치.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완벽히 예상했다고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만약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미역슨은 궁극기 그림자를 재사용해 살아버렸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역관광으로까지 연결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것을 나타낸다.

깜짝 놀란 미역슨은 궁극기로 그림자를 재사용해 돌아갔지만 이미 죽은 목숨.

발화가 천천히 미역슨의 목줄을 죄었고 Unknown Error는 궁극기 그림자를 재사용해 포탑의 사정거리에서 내뺐다.

딜계산 미스따위 절대 없을 거라는 듯 지척에 있는 미역슨의 자드를 무시하고 Unknown Error는 CS를 챙겼다.

<퍼스트 블러드!>

우승을 결정지을 이 중요하디 중요한 마지막 세트, 그 첫 번째 희생자가 정해졌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기 힘든 미러전임에도 가장 먼저 속보가 터져 나왔다.

Unknown Error가 라인전에서의 딜교환 우위를 바탕으로 자신의 피지컬을 더해 선취점을 가져갔다.

그것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정정당당한 솔킬.

LCF가 열리고 있는 경기장 <제니스-파리>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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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마지막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일곱 번째 세트.

이미 시작되어 라인전은 초반 단계를 넘어갔다.

이번 세트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게 된다.

내 마음가짐은 여느 때보다 진중하다.

'반드시 이겨야 해.'

상대 TSL의 입장에서도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절대로 이기고 싶으리란 사실을 모를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이번 우승에 걸린 마음가짐이 남다르다고 자신한다.

비단 핫숏과 약속 때문이라면 이렇게까지 필사적이지 않았으리라.

내 옆에 앉아 째진 눈으로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예은.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그녀가 희생해준 것은 적지 않다.

예은 나름대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한 것이겠지만 내 억지에 어울려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평소에 힘이 세다, 성격이 드세다 말은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일반적인 성인 여성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그녀다.

한 타임 쉬었다고 해도 상당히 힘든 상태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만큼 내가 바보는 아니다.

경기가 초반 단계를 넘어 중반까지 흘러가자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알고 있음에도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부탁.. 한다.'

타인에게 대가 없는 희생을 바랄 정도로 나는 성격이 모질지 못하다.

예은이 아니었다면 신경쓰여서 게임을 진행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라서 막대한다는 소리가 아니라, 그녀이기에 의지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녀와 나의 관계, 이력을 생각해본다면 조금 우스울 수 있지만 지금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예은, 그녀다.

화락!

챠라락!

라인전에서 따낸 솔킬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린다.

또다시 솔킬을 내줄 정도로 상대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미드 라인전이 기울어지면 필히 다른 라인에 영향이 끼치기 마련이다.

적게는 적 정글러의 동선이 제한시킨다.

많게는 나 자신이 다른 라인에 도달해 킬을 만들어낸다.

내가 걸음을 옮긴 곳은 봇라인.

아군 정글러 예은의 거미여왕과 함께 한 발 빠르게 당도했다.

구오오..!

먼저 그림자 분신으로 들어가 크레이브즈를 쳐버린 나는 곧바로 궁극기를 이었다.

적팀의 서포터 루나가 탈력을 검과 동시에 점멸 방패치기로 나를 스턴시키리란 속셈은 뻔히 보였다.

물론 이렇게 잠깐 회피했다고 해도 위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점멸이 없는 데다 이동기인 그림자 분신도 사용한 마당이니까.

만약 거미여왕이 칼같이 연계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포탑에 맞아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취익!

퍼엉!

독침을 뱉으며 폭탄 거미를 풀어놓는 것으로 시작하는 거미여왕의 콤보.

크레이브즈에게 데미지를 가함으로서 포탑의 공격 대상은 거미여왕에게로 옮겨갔다

그러자 루나는 판단을 바꿔 밤하늘의 검을 거미여왕에게로 향한다.

한 발 뒤늦게 적팀의 정글러 나무카이가 도착해 일그러진 전진으로 거미여왕을 포박하자 대위기.

하지만 우리 측 호응도 잊어서야 곤란하다.

타라랑~♬

아군 서포터 카우스터의 쏘냐가 점멸센도를 멋있게 꽂아 적팀의 연계를 끊어냈다.

덕분에 숨통이 트인 거미여왕은 거미줄을 사용해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벌었다.

그 효과로 맵에서 2초간 사라지자 적팀도, 포탑도 거미여왕을 범접하지 못한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던 안개와 같던 난전은 급격히 승패가 기울었다.

콰직!

그러한 아비규환 속에서도 나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크레이브즈에게 풀콤보를 박아 넣었다.

3초가 지나 내가 가했던 데미지의 2할이 터지며 크레이브즈의 목숨을 뺏어간다.

남은 적은 두 명.

그리고 위에서 나머지 한 명의 적이 추가로 합류해온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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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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