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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06화 (40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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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마스터

단순한 감정의 공백이 아니라 정말로 오랜만에 친구들과 재회했다.

그렇게 7년만에 만난 술자리에서 약간의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다.

문제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예은.

일단 외견만큼은 명구의 착각따나 연예인에 준한다.

TV에서 웃고 춤추는 아이돌 여가수들도 예은에 비해서는 영 아니올시다다.

평소라면 말 걸어보기도 힘든 수준 높은 미녀지만 지인의 지인.

남자들은 어떻게 한 번 인사라도 건네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지체없이 예은을 데리고 나왔다.

당연히 친구들은 아쉬워했지만 남 구경이나 시켜주는 건 내가 싫다.

게다가 이 녀석이 언제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하기가 두렵다.

혹시 모를 경우의 수는 미리미리 배제해두는 편이 옳다.

올라올 만한 수준으로 내숭 떤 것도 그렇고 이 녀석의 반응이 상당히 심상찮았다.

어쩌면 단순한 내숭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혹시 몰라 물어봤더니 역시나였다.

"몸 많이 안 좋냐?"

"웅.."

예은이 코맹맹이 소리로 대답해온다.

아까 괜시리 목소리를 낮췄던 것도 아마 그래서 였을 거다.

방금 전 술집에서 도도한 척 걸어왔지만 집에는 코를 팽! 풀어놓은 휴지를 디립따 쌓아 놨다.

외롭다는 둥 소름끼치는 소리를 한 것도 아마.

"아플 때 혼자 두지 말라고 짜샤."

나를 주먹으로 툭 치면서 볼을 뾰로통 부풀린다.

그러면서 코를 훌쩍이는 게 조금은, 아니 상당히 귀엽게 느껴진다.

이 녀석 강한 척 하는 주제에 은근히 관심종자다.

'뭐, 관종기질이 있는 거야 리뮤 아이디로 게임할 때부터 익히 유명했지만.'

보고 있으면 새침한 고양이 같다.

강한 척, 있는 척 하면서 정작 고개를 돌리면 할퀴어 버린다.

술집까지 찾아온 이유도 그래서 였을 거다.

다시 관심 주면 조용히 하지만.

"자, 마스크 벗고 킁! 해봐."

나는 예은의 양 귀에 걸려 있는 마스크를 벗기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을 갖다 댔다.

여기 오는 길까지 한 번도 코를 풀지는 않았을 테니 꽤나 답답할 거다.

태도가 삐딱했던 이유에 아마 몸의 불편함도 포함돼 있지 않았을까.

역시나 한계였던 듯 예은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내 손수건에 코를 풀었다.

패앵! 하고 소리가 들릴 정도로 대차게.

"너무 세게 풀지는 말고. 귀 멍멍해지니까."

예은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한 번 더 코를 풀었다.

이번에는 마저 덜어낸다는 느낌으로 조금 약하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손수건은 어떻게 손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물들어 버렸다.

이 손수건, 세탁하려면 상당한 고역이 되리라.

그렇게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환자의 상태가 나아진 건 아니다.

나는 손수건을 한 번 접어 깨끗한 부분으로 예은의 코 주위를 닦아 주었다.

살짝 눈물이 고여있는 듯한 눈가도 누르듯이 닦아줬다.

얼마 전에 한 번 문지르듯 닦았더니 눈화장이 뭉개졌다면서 엄청나게 화냈다.

'그러게 안 하던 화장은 왜 해가지고.'

내 입장에선 억울한 노릇이지만 어쩌겠나.

이 녀석이 나한테 해준 게 얼마인데.

유럽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준 건 둘째 치고.

같이 살게 된 이후로 가사 전반을 무려 예은이 맡았다.

진짜 하나도 기대 안 했는데 의외로 잘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해졌다.

내가 시범을 몇 번 보여주니 알아서 척척 배운다.

알고는 있었지만 손재주와 요령이 상당히 뛰어나다.

물론 꽁으로 해준 건 아니고 내 허리 때문이다.

결승전 세레모리 예은 빙빙 사건 때 삐끗 했던 허리가 꽤 오래 가더라.

지금은 거의 다 나았지만 한참은 진땀 뺐다.

그 고생을 예은이 상당 부분 덜어줬다.

허리가 나은 이후로는 제대로 반반 가사를 분업했다.

다소 마찰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정말 놀랍게도 별다른 문제없이 동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대로면 스프링 시즌의 롤챔스도 문제 없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재밌어 보여서 일단 수락은 했지만..'

시간이 제법 남은 일이고 확정된 것도 아니니 천천히 고려해볼 생각이다.

그쪽에서도 조금 미심쩍은 게 있는 모양이니 상황에 따라서 말을 번복해도 상관은 없을 터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긴 했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착착 진행돼 나가는 중이다.

"거의 다 왔으니 참아. 이제 손수건도 없다 야."

눈가를 파르르 떠는 게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아 보인다.

괜시리 나왔다가 오히려 악화된 걸지도.

그러고 보니 잠깐 신경쓰지 않았는데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안 건지 물어보고 싶다.

"..GPS."

더 이상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든지 잔뜩 웅크린 예은이 코맹맹이 소리로 한 마디 내뱉는다.

그리고 그 말 하나로 대강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모르는 사이에 내 핸드폰엔 무언가가 깔려 있었구나.

바탕 화면을 건드렸을 때부터 무언가 찜찜했지만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예전에 녹음했을 때도 그렇고 정말이지 치밀하다.

내가 확 버려두고 갈 일도 없을 텐데 너무 과민반응 아닌가.

후룩!

지하철을 타고 집 근처의 역까지는 도착했지만 아직 10분은 걸어야 한다.

그 사이를 도저히 못 참겠는지 예은이 결국 마셔버렸다.

옆에 있었기에 안 들릴 수가 없았다.

예은이 코를 후루룩 맛있게 마셨다.

"죽을래? 나올 것 같아서 당긴 것 뿐이거든."

또다시 내 옆구리를 쿡 찔러오며 짜증스런 어조로 내뱉는다.

이번에는 팔꿈치라 그런지 날카롭다.

게다가 힘이 실려 있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더니 내가 보기엔 딱 그 꼴인 것 같은데.

본인이 한사코 아니라고 하시니 특별히 넘어가 주겠다.

"너 지인짜 집에 가면 죽었어.."

골골 대는 주제에 누가 누굴 죽이겠다는 건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자 예은은 정말 빡쳐서 한 차례 날뛰었다.

결국 지 뿔에 지가 지쳐서 휘청휘청.

나는 반항할 힘도 남지 않은 예은을 오른 팔로 휘감아 고정시켰다.

오른 어깨를 손으로 정확히 붙잡고 팔로는 등을 밀어준다.

최대한 걸을 수 있도록 자세를 교정해줬다.

그렇게 5분 더 앞으로 쭉 걷자 집이 보인다.

20층이 조금 안되는 아파트의 15층에서 나는 예은과 함께 살고 있다.

아늑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불편함 없는 보금자리.

말썽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동거.

오래간만의 휴식은 꽤나 달콤했다.

.

.

.

* * *

역대급으로 흥해버렸던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LCF가 끝난지도 벌써 2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에 있던 변화들.

좌시할 수 있을만큼 적지 않았다.

여파들만으로도 래딧은 상당히 시끄러웠다.

─으아 랭크에서 한 판도 못했는데 너프가 돼버리네.

괜히 일반 게임에서 연습한 후에 해보려다가 꿀도 못 빠네..

AP트린다조아 진짜 개사기였는데 이제 못 하겠지?

└LOLOLOL 이제 Q스킬 AP계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마음 접어야 할 듯. 나도 아쉽다.

└나는 걍 칼너프한 게 옳은 판단 같은데. 그거 적으로 만나봐.. 진짜 골 때려.

└차라리 트와이스 페이크를 살리고 말지. AP트린다조아는.. 악몽이었다. 빨리 끝나서 다행이야.

LCF가 솔로랭크에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특히나 Unknown Error에 의해 선보여진 챔프들.

그 중에서도 AP트린다조아는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내가 바로 네 최악의 악몽이다!>

트린다조아의 대사처럼 솔로랭크에 피바람을 몰고 왔다.

어떻게 죽일 래야 죽일 방도가 보이지 않는 바퀴벌레같은 생존력.

대회에서는 그래도 서로 호흡이 맞아 포위라도 했지.

다소의 불협화음을 감수해야 하는 솔로랭크에서 트린다조아를 잡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는 피지컬이 좋은 높은 구간대일수록 더했다.

카더라 통신으로는 그랜드 마스터에서 트린다조아의 승률이 8할을 넘어섰다고.

막말로 이거 잡고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그런 말을 들어도 변명할 건덕지가 없을 정도로 사기스러웠다.

─자드도 연습할수록 괜찮더라.

손빨 엄청 타긴 하는데.. 정말로 손만 되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딱 내 스타일 같음.

오늘부터 자드 원챔 판다.

└님 제발..

└혹시.. 티어 여쭐 수 있을까요?

글쓴이-실버 2티어인데 불만?

└당장 주소 불러라. 참교육 들어간다.

그 외에도 Unknown Error가 했던 챔피언들.

솔로랭크 유저라면 절대로 Unknown Error를 잊을 수가 없게 됐다.

일단 이상한 챔프 나오면 의심하고 본다.

<님 혹시 그거 Unknown Error 따라하는 거 아니죠..?>

<맞음. 이거 좋아요.>

<닷지해주실 분! 제발, 저 승급전임.>

이런 느낌으로 Unknown Error충들이 부지기수.

아니, 대부분의 유저들이 최소한 한 번씩은 건드려볼 수 밖에 없다.

특이한 챔피언들을 하면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고.

자칫 잘못하면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있지만 Unknown Error가 했던 챔피언들에 한해서는 그렇지가 않다.

<이거 에러갓도 하는 건데요? 님이 에러갓보다 잘함? 그님티? 그래서 님 티어가?>

<으아..!!!!!!!!!!!>

한 번 당했던 이들까지 나 몰라라, 될 데로 돼라 식으로 해버리니 솔로랭크는 완전히 난장판.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랭크 게임이 희귀할 정도다.

어느 팀의 에러충이 조금 더 나은 플레이를 선보일까.

정확히 그런 느낌으로 솔로랭크는 진행되고 있다.

정말로 트롤만 안 당해도 그 날 하루는 운수대통, 부러움을 살 정도다.

─제발 보기만 하고 따라하지 말라고요..

일부 AP트린다조아같은 건 누가 해도 사기인데 대부분은 아니니까 제발..!

으아 고통스럽다.

이 원망의 화살을 어디로 돌려야 하나.

└재미난 경기를 보았던 관람료는 비싸디 바쌌다고 합니다.

└FUCK.. 언제까지 지불해야 하는 거야.

└큰 패치라도 있지 않는 한 몇 주는 가지 않을까. 에러갓이 푼 챔프들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나는 백보 양보해서 에러충들은 이해해줄 수 있는데 운영충들은 답도 안 나온다.

└동감. 131의 1자만 봐도 혈압 올라 죽을 것 같아.

Unknown Error가 행했던 챔프들이 꿀챔프랍시고 해대며 날뛰는 에러충들만이 야단인 게 아니다.

오더를 내리지 못해서 안달난 인간들.

흔히 말하는 핑충들도 문제다.

<아군이 지원 신호를 보냄!>

<아군이 지원 신호를 보냄!>

<아, 진짜 수준 떨어져서 못해 먹겠네. 님들 131모름? LCF 안 봄?>

<그님티.. 제발!!>

운영을 한답시고 게임을 말아먹는다.

그나마 캐리하고 있던 사람이 오더를 한 거면 말이라도 안 한다.

종종, 아니 상당한 빈도로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항암제를 들이키게 만들어버린다.

말화이트[0/6/1]-아니, 미드 밀라니까 뭐해요 미포님;

미스터 포텐[8/1/2]-그냥.. 운영하지 말고 미드 모여서 한타해요. 그러다 또 짤리시면….

말화이트[0/6/1]-킬 좀 먹었다고 더럽게 잘난 척 해대네. 운영 캐리 모름? 나 미포가 사과 안 하면 게임 안 함.

리심[5/0/9]-대체 어떻게 하면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거지..? 이런 판만 몇 번째야 진짜..

운영으로 캐리한다!

취지는 좋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라인전에서 버티지도 못하면서 할 수 있는 운영은 로드 오브 로드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운영이란 건 자신이 가진 여분의 힘.

그것을 밑천 삼아 포커를 치든 고스톱을 치든 우노를 하든 해서 불리는 행위다.

밑천 자체가 없는데 굴릴 수 있는 운영은 로드 오브 로드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건 내가 잘났다.

아무튼 나는 잘했는데 팀이 못해준 거다.

하면서 솔로랭크에서 콧방귀 꽤나 뀌는 이들.

그들의 면죄부에도 Unknown Error라는 두 단어가 쓰여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태지만 이게 또 어쩔 수가 없다.

─마지막 세트의 감동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에러갓의 그 말도 안되는 피지컬, 그리고 운영.

혼자서 적을 쥐었다 폈다 흔드는 그 압도적인 기량이..

게임에는 분명 열 명이 들어가 있는데 에러갓 혼자 하는 것 같았어.

RPG게임에서 양학해도 그런 포스는 느껴지지 않을 텐데.

└에러갓은 AOS게임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양학하시는 분이지.

└그냥 로드 오브 로드의 신이라니까? 로드 오브 로드가 에러갓을 위해 만들어졌다.

└크..! 에러갓 뽕에 취한다. 그런데 요즘 에러갓 뭐하지?

└글쎄? 그만큼 날뛰었으니 쉬는 거 아닐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LCF에서 꿀잼을 선사해준 Error선수인 만큼 잠깐 잠수 좀 탄다고 뭐라 할 팬들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나타나면 곤란하다.

안 그래도 솔로랭크가 개판 오분전인데 본인까지 나타나서 깽판을 치면 말릴 수가 없다.

혹시 방송이라도 해버리면 이제는 진짜 통제불가다.

그렇게 Unknown Error가 모습을 감춘 지 어언 2주일.

그래도 슬슬 보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조금씩 궁금증이 싹트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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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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