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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08화 (40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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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마스터

올마스터가 복귀를 했다더라.

소문이 퍼지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목은 오래가지 않았다.

기껏해야 잉벤 화제글의 최하단에 짧은 시간 올라온 정도가 끝이었다.

『방송 복귀합니다.』

「개인 사정상 바빴습니다.

돌아오는데 오래 걸려 죄송합니다.」

횡설수설 자질구레한 변명을 늘여놓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짧게 자기 얘기만 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잠깐 접은 것도 아니고 무려 반년.

중간에 잠깐 타임끝의 방송을 통해 솔로랭크 2위라는 위업을 보여줬다곤 해도 너무 긴 시간이다.

확실히 올마스터의 실력에 대해서는 폄하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다지 관심이 가진 않는다.

그도 그럴게 올마스터가 없는 동안 실력자들이 부지기수 나타났으니까.

굳이 올마스터 하나에게 목멜 이유가 없다.

지금에 와서는 그가 어떤 실력을 가졌는지도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올마스터가 그나마 미드를 가장 잘했었나?

그것도 옛날 이야기고 요즘 미드 잘하기로는 파전주가 짱짱이지.

원딜은 BJ웃음 괜찮더라.

정글은 무기마스터가 독보적이고.

올마스터 다시 돌아와도 해먹을 부분 없을듯?

└탑은 씨지맥! 서폿은 매일라이프!

글쓴이-아마추어 중에 말하는 거잖아. 프로까지 포함하면 셀 수도 없지.

└게임 접고 돌아온 올마스터가 저 라인에 끼기엔 조금 무리가 있긴 해.

└BJ웃음 잘하지. 피지컬이 거의 핵쓰는 수준이던데. 운영이 브론즈급이긴 하지만 듀오만 잘 만나면 뭐.

└크, 아쉽다 올마스터. 팬이었는데.

아직까지 올마스터를 기억하고 있는 과거 팬들은 아쉬운 탄식을 짧막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잉벤 유저들은 올마스터 복귀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기다릴 땐 뭐하다가 이제 와서 돈이라도 다 떨어졌나?

이런 막말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여론은 곱지 않았다.

잉벤 유저들이 너무한 감도 물론 있지만 그들의 입장도 사실 이해할 만하다.

그토록 기다렸는데 결국 안 왔으니까.

그나마 있던 팬들조차 거의 다 떨어져 나간 마당에 이제 와서 뭣하는 짓인지.

차라리 시즌2 아마추어계를 풍미했던 전설로 남는 게 날 뻔했다.

조금 심한 말로 미운정도 남아 있지 않다.

다시금 줄 관심조차 아까울 수준이다.

그럼에도 잉벤 화제글에 고개를 빼꼼 내밀 수 있었던 이유.

10대, 혹은 20대의 남자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류의 이야기였다.

─올마스터 게임 안 하고 펑펑 논 이유가.

여친 만들어서라네..

어제 방송봤는데 여친 목소리 되게 귀엽더라.

옆에서 쫑알쫑알대는 게 정말 졸귀.

얼굴은 안 나왔지만 여친 생기면 게임 접을 만도 하지..

└뭐야, 여친때문에 게임 접은 거였어?

└그 많은 팬들 다 놨두고 여친하고 바람을 피네 대실망.

└하아.. 여친이라. 게이머에게 있어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될 금기사항이거늘!

└여친 이쁘면 게임 접을 만하지. 인기랑 실력 떨어지는 건 자업자득이겠지만.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울고 빌고 난리를 펴도 한 번 삐져버린 팬들을 달래기엔 무리수.

하지만 여친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서는 그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쁘장한 여자친구와 썸 좀 탄다는데 게임이 대수겠는가.

납득은 못해도 이해는 되는 일이다.

─그래서 올마스터 게임 함?

방송 안 봐서 모르겠는데 실력 어땠음?

예전보다 당연히 폼 많이 죽었겠지?

아쉽네.

올마스터 팬이었던 사람 많겠지만 나도 그 중 하나였거든.

└게임 안 했음. 여친이랑 노닥 거리다가 방송 끔.

글쓴이- 실화냐..? 올마스터님 실망입니다;

└게임 안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네. 실력 퇴보한 듯.

└어휴, 이제 와서 파프리카 BJ로 별풍 벌어보려고 해도 늦었음. 실력 보고 빤 건데 그 실력이 떨어지면 빨 것도 없지.

어제 공지사항과 함께 방송을 켰던 올마스터.

올마스터는 시청자들과 잠깐 소통 방송을 진행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여자친구가 많이 아픈 모양.

감기에 걸려서 콜록콜록 기침을 해댔다.

여자친구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의사 표현을 했지만 묵과.

결국 참다 못한 올마스터가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지금 당장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으니 가능한 내일 방송을 키겠다는 말을 남기고서.

그 과정이 스피커를 통해 불분명하게나마 전달됐다.

이를 처음부터 본 시청자들은 딱히 이견을 달지 않았다.

전체적인 상황상 어느 쪽도 미워할 건덕지가 없었으니까.

솔직히 남자 입장에서 여친이 아프다는데 물불 가리고 싶겠는가.

만약 여자 쪽이 밉살 맞게 나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정말 기특하게도 오히려 방송을 진행하라고 만류했다.

그렇게 방송이 종료되고 찜찜한 상태에서 내일의 방송을 기다리게 되었다.

다소 긍정적인 영향은 여자친구 덕분에 아주 약간의 면죄부가 붙었다는 사실.

그리고 돌아온 올마스터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생겼다.

하지만 그 뿐이다.

이전처럼 막대한 영향을 발휘하면 잉벤을 휘어 잡을 날은 다시는 오지 않으리란 전망이었다.

.

.

.

* * *

"올마스터..?"

한 남자가 의아하다는 듯 되묻는다.

그 이름 넉자.

분명 들어본 기억이 있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의 실력에 대해 탐낸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니까.

"예, 감독님도 아시겠지만 제가 올마스터와 조금 연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제 와서 뭐.. 일단 맥이 네 말이니 들어는 보겠다만.."

삼선 레드와 삼선 블루의 선수들이 합숙하고 있는 공용 숙소.

숙소 내에서 가장 사람의 왕래가 잦지 않은 방에 두 남자가 마주한다.

한 명은 푹신한 중역 의자에 앉아 있고 다른 한 명은 그 앞에 서있다.

상하 관계가 명백히 나뉘어져 있는 모양.

하지만 조금 의아하게도 상석일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태도가 더욱 정중하다.

"감독님이 안된다고 하시면 수긍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꺼낸 이야기입니다."

"어허! 나보다 맥이 말 잘 들어주는 사람이 어딨다고? 어지간한 건 전부 괜찮으니 일단 이야기나 꺼내봐."

지난 윈터시즌의 패자.

삼선 게임단은 현재 한국 로드 오브 로드계에서 콧방귀를 꽤나 거칠게 뀐다.

레드팀의 성적은 정확히 기대치에 드는 수준이었지만 블루팀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2군에 불과했던 삼선 블루가 무려 우승이란 기적을 일궈낸 덕분이다.

그로 인해 삼선 내에서 공공연했던 차별의 분위기는 이제 온데간데없다.

오히려 레드팀의 이들이 이번에야 말로 성적을 내겠다는 듯 좋은 자극이 됐다.

그러한 기적을 만들어낸 일등 공신 씨지맥.

그 씨지맥이 삼선 게임단의 감독 서지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과거 서지훈 감독은 씨지맥과 사이가 상당히 안 좋았다.

그냥 까놓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챔프폭을 메타에 맞지 않게 지 멋대로 골라댄다.

팀이라는 것은 공동체.

게임단을 이끄는 서지훈 감독의 입장에선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씨지맥이 곱게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과거의 이야기.

이제는 상황이 반전됐다.

팀 내에서 씨지맥의 취급은 귀하디 귀하다.

막말로 그가 타게임단에 넘어가버리기라도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지훈 감독은 좋든 싫든 씨지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씨지맥이 꺼내온 이야기가 아무리 얼토당토하지 않더라도 우선도가 남다르다.

"감독님도 아시겠지만.. 수호가 요즘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잖아요? 이번 스프링 시즌이 조금 걸립니다."

삼선 블루팀의 서포터 김수호, 케이람선수는 컨디션이 최근 많이 안 좋다.

씨지맥의 말마따나 몸 관리의 문제.

물론 있지만 근본적으로 선수 본인이 대회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람은 본디 솔랭에서 꽤나 알아주는 서포터였다.

하지만 프로로 데뷔를 한 이후로는 썩 눈에 띄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되려 같은 팀의 원딜러인 헬멧 선수의 기량을 깎아먹고 있다는 평까지 듣고 있을 정도다.

그래도 윈터시즌엔 씨지맥이 워낙 잘해줘서 단점이 그렇게 드러나진 않았다.

그리고 아직 신인이니만큼 스프링 시즌까지 분명 적응을 하겠지.

희망적인 관측은 안타깝게도 독이 되었다.

일단은 선수 본인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갈수록 영 아니올시다.

씨지맥으로서는 그가 언젠가 능력을 개화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현실은 현실이다.

만에 하나의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필히 대비를 해야 한다.

그것 때문에 지인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당연히 알다마다. 그래서 레드팀의 마차를 블루로 옮기는 건 어떻겠냐고 너한테만 몰래 말을 했었잖아? 그건.. 싫니?"

"아뇨. 그러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그저 보험을 들어두는 정도로도 충분하니까요."

당연하게도 팀의 감독인 서지훈이 케이람의 부진을 모를 수가 없다.

씨지맥 때도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을 정도로 유난히 참견이 심한 그다.

그때보다 감독의 영향력을 줄어들은 지금이라 한 소리는 하지 못하지만 내심 불만이었다.

그러니까 이 참에 삼선 블루와 레드를 합쳐버리자.

막말로 잘하는 선수만 뭉쳐서 하나의 팀을 만들고 나머지를 2군으로 내려보내면 완벽하지 않겠는가.

선수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흔하디 흔한 2류 감독의 레퍼토리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각하 당했다.

씨지맥을 저평가했던 서지훈 감독은 구단주에게 상당히 밉보인 상태다.

서지훈 감독은 사적으로 씨지맥을 불러 꼬득였지만 그마저도 실패.

방금 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넌지시 씨지맥을 회유하려 했지만 자연스럽게 씹혔다.

"올마스터를 서포터로 들이자고? 지금 그 얘기야?"

"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단박에 거절할 걸요? 이마저도 제 부탁이니까 들어주는 겁니다. 감독님이라고 모를 리 없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만한 선수.. 없습니다?"

아니, 지금의 삼선이 어떤 팀인데 지가 뭐라고 안 들어와.

서지훈 감독은 단박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곧바로 원상복구했다.

나중에 이야기 끝나고 혼자 투덜댈지 언정 씨지맥 앞에서 내색할 수는 없다.

지인, 그것도 절친한 지인이라는데 올마스터를 저평가했다간 씨지맥이 어떻게 나올지 뻔할 뻔자다.

올마스터가 게임을 접은지 상당히 오래된 상태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장단은 맞춰줘야지.

실력이야 시험해보면 알 일이고 씨지맥이 저렇게 자신을 하는만큼 정말로 대어일수도 있다.

하지만 서지훈 감독으로서도 하나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올마스터가 내가 알기로 LCL에서 미드하던 애아니었나? 걔, 아니 그 선수, 서포터도 할 줄 알아?"

"제가 이야기를 꺼내놓고서도 조금 그렇긴 한데..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서지훈 감독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역정을 낼 뻔했다.

여기서 성을 낸다면 씨지맥과의 관계를 복구한다는 계획이 말짱 도루묵.

가까스로 화를 삼킨 서지훈 감독은 침착하게 되물었다.

지금 자신이 이해한 바가 맞는지를.

"맥아.. 서포터를 할 줄도 모르는데 추천하는 건 아니지. 아무리 지인이라 해도 말이야."

아무리 씨지맥의 말이라도 들어줄 수 있는 선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는 그 선을 확실하게 넘었다.

솔로랭크에서 날고 기어도 들어올까 말까 한 현재의 삼선 게임단.

그런데 서포터 전적조차 없는 올마스터를 들이겠다고?

아무리 현 프로판이 인맥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문제 없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만약 안되면 제가 책임지고 계약 연장하겠습니다."

씨지맥의 앞말에 표정 관리가 잠깐 안되었던 서지훈 감독은 뒷말에 우두루급 태세 전환으로 돌변했다.

계약 연장이라니.

최근 서지훈 감독이 엄청나게 골머리를 썩는 문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문제 하나로 구단주에게 얼마나 쪼였던가.

역으로 이것을 무사히 성공시킨다면 게임단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시금 굳힐 수 있다.

테스트해서 결과가 안 좋게 나온다면 호언장담한 씨지맥도 한동안은 자신의 입장을 굳혀야 한다.

서지훈 감독으로서는 정말 이보다 더가 없을 정도로 바라는 바였다.

"어쨋든.. 정식 선수로 들어온다는 건 아니고 용병이란 거지? 알았다. 맥이 네 말대로 해보자. 그리고 알겠지만 혹시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제가 지인이라고 편들어 줄 일도, 그때 가서 딴 말할 일도 절대 없을 겁니다. 뭣하시면 계약서라도 하나 써놓죠."

생각지도 못했던 흐름.

눈 앞에 굴러온 호박에 서지훈 감독을 빠르게 A4용지를 꺼내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야기가 도화선이 되어 감독의 자리에서 팽 당하는 일이 생길 거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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