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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마스터
생각 이상으로 흥해버린 어제의 방송.
나는 아침을 먹고 거실의 쇼파에 몸을 기댄 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잉벤을 보고 있다.
게시판들을 한 번 쭈욱 살펴 보니 여론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그 신호탄은 [올마스터개객기], 이제는 [올마스터짱짱맨]으로 닉네임을 변경한 그가 올린 감사글이었다.
'역시 사람이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이지.'
어느 정도 노리고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래 봬도 결과가 좋다.
한두 판도 아니고 무려 12연승.
게임을 한 구간이 다이아라는 것을 감안하면 점수의 상승폭이 상당하다.
게다가 내가 보아하니 그의 실력도 듀오를 하는 동안 꽤나 늘었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게임을 하는 감각이랄까. 원래 티어로 돌아간다면 게임이 훨씬 쉬운 느낌일 거야.'
아무리 다이아 5티어가 혼돈의 카오스니 뭐니 해도 가진 바 실력이 정말로 못났다면 도달할 수 없는 구간이다.
그런데 [올마스터짱짱맨]님은 자신의 본래 티어보다 MMR이 1천점이나 높은 구간에서 현지적응, 비스무리하게 해버렸으니 실력이 올라 갈 만도 하다.
되돌아간 실버 티어에서 또다시 현지 적응을 한다면 말짱 도루묵이겠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다.
어쩌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정말 다이아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빵 먹을래? 조금.. 해봤는데."
"나야 주면 언제나 감사히 먹지."
스마트폰의 화면을 주시하다가 예은이 다가오는 지도 몰랐다.
예은이 든 쟁반에는 커피와 함께 손수 만든 빵과 스콘이 들려 있었다.
식사 후의 노곤함을 달랠 겸 햇볕을 쬐고 있던 차에 마침 잘됐다.
그러고 보면 어느새 예은의 간식을 먹는 게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내가 말하긴 뭣하지만.. 1등 신붓감이 따로 없어. 손재주가 좋아.'
동거하게 된 이후로 인스턴트 식품에 손을 댈 일이 없어졌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예은이 알아서 해주는데 뭣하러?
제과점에서 사먹는 것보다 썩 낫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갓 구워내서 따끈따끈 하다는 것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
연습한지 고작 1주일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놀라운 맛이다.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살짝 연하게 타봤어. 생크림 바를 거지?"
"내 취향에 딱이네. 그런데 요즘 나 좀 찐 거 같지 않아?
지난 번에 동창회 비스무리한 술자리에 갔을 때도 지적을 당했던 사실이지만 몸무게가 상당히 불은 것만 같다.
아무래도 휴식을 취한답시고 집 안에서 쉬기만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인과응보.
그리고 조금 남탓이 되긴 하지만 주는 대로 먹다 보니 그런 감도 있다.
"전혀. 보기만 좋은데?"
"그런가.. 기분 탓인가."
내 과민반응일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사육 당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가사야 어느 정도 분담을 하고 있지만 식사에 관해서는 예은이 꽉 틀어잡고 있다.
사실 식생활이 자취에서 가장 고민가는 부분인데 고맙게도 예은이 자진해서 맡아줬다.
여기서 하나 문제가 있다면 잘해도 너무 잘해준다는 사실.
혼자 살 땐 귀찮아서라도 안 하는 음식들을 손수 해준다.
그러니까 냉동이나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라 정말로 하나하나 만들어준다.
고마워해야 할 일인데도 예은이 해줘서 그런지 무언가 떨떠름하다.
예은이 만들어주는 음식에 조금씩 입맛이 길들여지는 듯하다.
이렇게 사이사이 간식을 먹는 것도 그렇고.
내가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는 편은 아닌데 식단마저 조절 당하고 있다.
그렇게 먹고 싶지는 않지만 옆에 있으니까, 그리고 맛있어 보이니까 먹게 된다.
이러다가 이 녀석이 사라지면 나 다시 적응할 수나 있을까.
"어때? 맛있어?"
"지난번 보다 더욱 맛있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만들 때마다 더 맛있어 지는 것 같아. 최고야."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간다.
맨투맨으로 미드와 정글을 가르칠 때도 느꼈지만 학습능력이 장난이 아니다.
어제와 엊그제는 예은의 몸이 상당히 안 좋아서 이 빵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술술 넘어간다.
"그건 브런치고, 후식으로 사과랑 딸기도 가져다 줄게. 기다려."
"야 잠깐, 나 배부…."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예은이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마주친다.
딱히 째려본 것도 아닌데 괜시리 입을 열기가 힘들다.
'이거 혹시 하지만..'
확실히 알 것 같다.
많이 둥글둥글 해졌다지만 예은은 예은.
옛날 성격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을 뿐 거슬려서 좋을 게 없다.
결국 나는 예은이 한 접시 가득 들고 온 과일까지 전부 입에 넣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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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윈터 시즌 때도 그러했듯 한국의 대회는 조금 더 일찍 열린다.
지금으로부터 열흘 뒤, 3월 중순에 그 막을 올리게 된다.
언제나의 입발린 소리기도 하다만 이번 스프링 시즌은 과장없이 정말로 특별하다.
그럴 수 있는 이유가 크게 세 가지.
첫 번째는 기대해봄직한 팀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이다.
─윈터 시즌 때는 그냥 불밤이 우승하겠구나 하고 봤는데.
갑자기 삼선 블루의 씨지맥이 날뛰더니 우승컵을 채가버렸지.
어휴 날강도 같은 놈들.
이번에야 말로 불밤이 우승할 거니 쩌리팀들은 미리미리 포기해라~
└불밤충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얼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어딜 감히ㅋㅋ 맘마 더 먹고 온나!
└맘마래ㅋㅋ 아재 말투 극혐.
└이번 시즌은 기대되는 팀이 하도 많아서 불밤 우승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ㅅㄱ링
현재 잉벤에서는 다가오는 스프링 시즌의 우승 후보 팀이 어디인지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윈터 시즌의 우승 후보는 「얼밤, 불밤, 마진 공격대」 이 세 개의 팀으로 빠르게 좁혀졌던데 반해 왜일까?
그들이 삼선 블루에 꺾여버렸다, 그러한 까닭도 분명 있기야 하겠지만 오히려 다른 방향이다.
창단부터 이목을 모으고 있는 신생팀들의 등장 때문이 크다.
─SKY T1 진짜 기대되지 않냐?
이번 시즌부터 새로 나오는 신생팀인데 창단 멤버가 어마어마해.
파전주 알지? 그 리픈 잘하는 선수가 SKY T1 미드란다.
그리고 정글은 그 무기마스터.
시작부터 그냥 만렙 찍고 들어감 후덜덜..
└게다가 원딜은 최강진이라는데?
└강진이?ㅋㅋ LCL에서 올마스터한테 털리더니 프로를 하긴 하는 갑네.
└그러고 보면 파전주도 올마스터가 잡았잖아. 근데 정작 본인은….
└본인은 여친 사겨서 등 따습게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올스타팀이다.
SKY T1의 1군은 아마추어 중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전부 영입해 팀을 꾸렸다.
대체 어떻게 영입한 건지는 몰라도 선수진이 놀라우리만큼 화려하다.
이목이 모여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에 더해 한 팀 더.
윈터 시즌때는 고만고만했던 가짜에어 독수리에 위협적인 다크호스가 들어갔다.
새로운 시즌이 개막되고 부쩍 인지도를 모은 원딜러, BJ웃음이다.
그는 헬퍼라 생각될 정도의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하며 일약 인기덤에 올랐다.
그 기세를 몰아 방송을 시작했고 현재는 상당히 흥해버린 상태.
하지만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는지 개인 방송을 통해 가짜에어 독수리의 입단 제의 수락했다, 더 이상 방송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그렇게 짧막한 BJ생활을 종료했다.
그리고 프로게이머의 길에 발을 디뎠다.
─BJ웃음 프로되는 거 진짜 기대된다.
프로무대에서도 헬퍼급 피지컬로 다 때려부수고 다니겠지?
내가 보기에 BJ웃음이 프로 데뷔하면 원딜 탑먹을 것 같아.
솔직히 인정하는 각?
└BJ웃음 걔는 운영이 거의 브론즈급이잖아.. 맵리딩도 심각한 수준이던데. 이거 두 개도 인정하고 가라.
글쓴이-그러니까 잘 됐지. 그 부분을 팀원들이 보완해줄 거 아니야. 프로팀인데 설마 그것도 못해줄까?
└오, 그건 날카로운 지적이네. 듣고 보니 기대 가는데..?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스프링 시즌 흥미진진하긴 하다.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에서 피지컬은 당연코 중요하다.
하지만 피지컬이 암만 좋아도 기본적인 것을 못하면 말짱 도루묵.
RPG게임이 아닌 AOS게임이기에 머릿수에는 장사가 없다.
그럼에도 BJ웃음은 말도 안되는 피지컬을 선보이며 아마추어 최고 수준의 원딜러로 이름을 떨쳤다.
이말인 즉, 어지간한 위기 상황을 순수한 피지컬로 극복해냈다는 의미다.
만약 보이스 채팅 등으로 팀원들이 BJ웃음의 조금 심각하게 부족한 운영 부분을 보완해준다면 그 성장이 기대된다.
정말로 대회 무대에서는 솔로랭크 이상의 활약을 해버릴 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짜에어 독수리가 운영 하나는 끝내주잖냐.
너무.......지나치게 끝내줘서 게임을 하루종일 쳐해서 문제지.
그런데 원딜러가 BJ웃음이면 후반 가도 재밌지 않을까?
나 솔직히 가짜에어 독수리 경기는 믿고 거르는 주의인데 BJ웃음 끼면 한 번은 볼 듯.
└가짜에어 독수리 경기는 진짜 돈받아도 보기 싫다.. 흥해도 후반 가고 망해도 후반 가고 영양가도 없는 게임을 무슨 하루종일 해.
└그만큼 굳히기 운영도 잘하기는 하잖아. 난 가짜에어 독수리 경기 좋아하지만 편은 못 들어주겠네. 말 나온 것들이 전부 팩트라서.
└내가 가짜에어 독수리 경기를 얼마나 좋아 하는데 섭한 소리들 하냐? 불면증에 가짜에어 독수리 경기만 한 게 없다ㅉㅉ
└불면증 치료제ㄷㄷ 가짜에어 독수리 경기가 겁나 지루하긴 하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운영이란 측면에서 가짜에어 독수리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이는 팀원들의 전체적인 기량이 다소 부족한 가짜에어 독수리를 중상위권까지 올려준 기반이기도 하다.
그런 가짜에어 독수리에 BJ웃음이 들어간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핵을 쓴 게 아니냐,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말도 안되는 피지컬을 자랑하던 그가 후반을 보장해준다면 과연이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시즌2 당시 로드 오브 로드가 괜히 원딜 오브 로드라 불린 게 아닌만큼 원딜러는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최근 스플릿 푸쉬라던지, 스노우볼이라던지가 북미와 유럽에서 선진 문물이 넘어 오면서 게임시간이 갈수록 짧막해지고는 있다지만 후반=원딜은 불변의 진리다.
최강의 방패를 가지고 있는 가짜에어 독수리가 최강의 검까지 얻어버린 셈이다.
현재 세간에서는 가짜에어 독수리를 그렇게 평하고 있다.
─전 시즌 우승팀인 삼선 블루를 빼놓으면 섭하지.
씨지맥이 또 어떤 신기방기한 챔프들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레드팀도 이번에는 제법 칼을 갈고 있던데 레드 팀도 기대됨.
아웃섹이랑 다데기가 윈터 시즌에는 솔직히 제 기량을 못 발휘했지.
└아웃섹이랑 다데기가 올마스터 잡고 우승한 애들이었나. 이번 스프링 시즌 볼 거 겁나 많네.
└아웃섹의 리심.. 그리고 요즘 다데기가 자드 열심히 연습한다던데 삼선 레드도 기대해볼 만하겠다.
└그러고 보니 해외에서는 자드 밴픽률이 미쳐 날뛴다던데.. 영상보니까 확실히 좋은 챔피언 같긴 하더라. 내가 할 땐 입감이 안 갔지만.
스프링 시즌의 트로피를 위협하는 수많은 우승 후보들.
그리고 기대가 갈 수밖에 없는 신인 선수들.
마지막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전파된 새로운 메타.
이 세가지 요인은 이번 KR롤챔스 스프링 시즌을 더없이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대체 어느 팀이 우승할지 짐작이 불가능하다.
─이번 시즌은 아무래도 해외 영향을 많이 받으려나.
나도 LCF봤지만 해외 리그 수준이 확실히 높긴 해.
챔피언 픽부터 시작해서 운영까지 영향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지.
솔랭에서 프로들 하는 거 보니까 해외픽 엄청 따라하더만.
└미드하는 선수들은 자드 한 번씩은 건드려보더라. 자드 이게 물건이긴 하나봐?
└정글러들도 요즘 이블퀸에 거미여왕에.. 라인으로나 쓰던 챔피언들 하고 있던데 확실히 해외 영향 맞는 것 같다.
└아몰랑! 난 그냥 프로들이 하는 거 보고 따라 할래. 빨리 시작돼라 스프링 시즌.
아무리 꿀챔이라 하더라도 운용법을 모르면 말짱 꽝이다.
간혹 AP트린다조아처럼 존재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챔피언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 경우가 어디 흔하겠는가.
웬만한 꿀챔들은 프로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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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프로들이 하는 걸 볼라면 열흘은 기다려야 한다.
팬들로서는 정말로 복장이 터지는 일.
하지만 선수들이라고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스프링 시즌에서 어떻게든 성적을 내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팀이,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변수가 하도 많은 탓에 우승 후보를 좁히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팀이 우승으로 결착이 지어지든 그야말로 피가 튀고 살이 튀리란 사실은 쉽게 예상이 된다.
선수들의 피가 마를 수록 팬들은 더욱 즐길 거리가 많아진다는 사실은 자명한 이치.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코리아, 스프링 시즌의 막이 오를 날짜가 카운트 다운 내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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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부분 깊게 생각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