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18화 (41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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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마스터

풀리츠크랭커는 사실 라인전을 보고 하는 픽이 아니다.

그리고 매일라이프처럼 그랩을 겁나 잘 땡기기 위해서 하는 픽도 아니다.

그러면 이 고철 깡통같은 챔피언을 대체 왜 하는가?

바로 로밍이다.

풀리츠크랭커는 로밍을 가기 위해서 태어난 챔피언이다.

어, 상대 서포터도 맞로밍 가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만 확실하게 다르다.

풀리츠크랭커의 W스킬, 스피드 부스터는 무려 8초 동안 이동속도를 상승시켜 준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모 건전지같은 기동력을 활용해 이곳저곳 맵을 들쑤시고 다닌다면?

상대보다 항상 한 발 빠르게 당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다른 챔피언도 아니고 풀리츠크랭커다.

로켓 그랩이라는 차별화된 CC기는 높은 확률로 로밍을 성공시킨다.

이것이 바로 풀리츠크랭커의 제대로 된 활용 방식.

굳이 매일라이프처럼 신이 들린 그랩을 하지 않아도 풀리츠크랭커로 캐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결국 너프 당해버리긴 했지만.'

스피드 부스터가 잠깐 이동속도를 대폭 상승시킨 후 역으로 느려지기까지 하는 애물단지가 돼버린다.

기동성 면에서 완전히 계륵.

심지어 도망 중에 부스터가 끊겨 느려지기라도 하면 최악이다.

'어쨌든 내가 이걸 이 게임에서 할 건 아니니 접어두고.'

다른 라인이면 몰라도 서포터로서 활용할 수 있는 챔프폭은 많지가 않다.

때문에 애지중지 아껴두다가 써먹어야 한다.

솔로랭크에서 서포터를 하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라인전.

라인전에서 서포터로서의 감을 찾기 위함이다.

"아 이게 안 맞네. 에바 터는 각 인정?"

"형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장난스런 분위기의 나와 사무적인 태도의 타임끝.

사전에 말을 맞춘 게 아님에도 딱딱 맞물린다.

타임끝도 BJ경력이 쌓여서 그런지 애드립이 상당하다.

'그래도 다음 그랩에는 슬슬 하나 터트려 줘볼까.'

첫 번째 그랩은 흔히 말하는 인간미다.

사람이 언제나 성공하면 너무 재수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그렇다.

티링!

양 팀의 봇듀오가 2레벨에 도달함과 동시에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나는 끌기 위해서.

적은 절대로 끌리지 않기 위해서.

퍼블을 먹은 고르키가 롱스워드를 하나 더 사온 이점을 활용해 선2레벨을 찍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아무래도 풀리츠크랭커가 가지는 고질적인 한계.

1레벨 라인 푸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에 반해 적팀의 서포터 랄라는 보라색창을 쭈욱 흩뿌려 미니언을 먼저 잡을 수 있다.

때문에 2초 가량 늦어버린 2레벨은 적팀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자신들이 알아서 범의 아가리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챠라랑!

랄라가 보라색창을 뿌려 내 돌진을 저지한다.

그러고서 이즈레알의 뒤에 숨는다.

2:2 교전에서 서포터가 먼저 딜링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점수대지만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점멸이 없는 랄라가 생존기가 우월한 이즈레알에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이다.

'확실히 저 이즈레알 때문에라도 풀리츠크랭커는 쓰기가 힘들어.'

이즈레알의 비전 점프는 판정이 무척이나 좋다.

맞은 후에 써버려도 어지간하면 끌리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풀리츠크랭커는 할 게 아무것도 없어진다.

아까 타임끝이 한숨을 푹~! 내리쉰 것도 컨셉인 부분, 물론 있겠지만 반쯤은 본심이 섞여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고 딱히 생각없이 달려든 게 아니다.

쿠! 챠앙!

아군의 정글러 탈리반 3세.

아까 내가 경박한 채팅을 치면서까지 2렙갱을 불렀다.

윗쪽 부쉬에서 튀어나온 탈리반 3세가 점멸 깃창으로 이즈레알과 랄라를 동시에 띄운다.

이즈레알은 비전 점프의 좋은 판정 덕분에 맞은 상태에서 뒤로 도망갈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한 쪽.

랄라는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단이 없다.

퍼억!

에어본 상태인 랄라를 그랩으로 당겨서 어퍼컷.

인베에서 점멸이 빠진 스노우볼이 한 번 더 굴러간다.

타임끝의 고르키가 두 번째 킬을 먹어버렸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궁극기라도 배웠으면 실수인 척 킬을 먹을 수 있었겠지만 평타로 먹기엔 아무래도 티가 난다.

그래도 원딜을 키우고 신뢰 관계를 회복했다는 게 중요.

게임이 아주 술술 풀린다.

<오! 형, 이거 설마 설계에요?>

"당연하지. 나 올마스터야 올마스터."

타임끝의 살짝 못 미더운 감탄사가 터짐과 동시.

채팅창에는 뽀록이 또 터졌다는 등의 야유가 빗발친다.

진짜로 전부 설계였다니까 그러네.

말로 해봤자 어차피 안 듣는다.

솔직히 부러워서라도 믿기 싫다.

-탑, 미드, 정글 다 잘하면서 서폿까지 잘한다고? 미쳤네..

-뽀록이지 뽀록. 초심자의 행운 모르냐.

-ㅋㅋ꽁킬 두 번 먹었는데 라인전 지면 웃기겠다.

내가 너무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다 보니 진짜로 뽀록인 줄 안다.

이게 다 설계라고 누누히 말을 해도 믿지를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정글빨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원래 이 풀리츠크랭커는 아군 정글 믿고 하는 챔프야.'

라인전이 약한 풀리츠크랭커.

유일한 희망인 그랩은 점수대가 높아질수록 맞아주질 않는다.

무빙이 좋다기보다는 조금 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논리다.

풀리츠크랭커의 Q스킬, 로켓 그랩은 투사체를 가진 논타겟 스킬.

그러다 보니 미니언 뒤에 숨으면 안 맞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풀리츠크랭커가 있는 쪽은 초반 라인 푸쉬가 느리다.

먼저 라인을 밀어서 미니언 웨이브를 많이 데리고 있으면 진짜 어설픈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맞을 수가 없다.

물론 솔로랭크의 특성상 그 어설픈 실수가 간간히 터져 나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만 점수가 점수대.

마스터 티어쯤 되면 이유없이 맞아주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맞는다 해도 그건 풀리츠크랭커가 잘했네, 라고 인정할만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갱킹을 불러야지.'

라인전이 약한 대가로 갱호응이 무척이나 좋은 풀리츠크랭커다.

특히 점멸 스노우볼을 잘 굴린다.

방금처럼 상황만 잘 맞물린다면 내 점멸로 1킬, 정글러의 점멸로 1킬.

땡기기만 하면 점사가 손쉬운 풀리츠크랭커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이제는 아니지만.'

얼마 전에 나온 신챔피언.

쓰렉귀 또한 비슷한 형식의 그랩이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풀리츠크랭커와 비슷비슷한 챔피언으로 분류되어 쓰이진 않지만 어쨌든.

뚜루룽~♬

스피드 부스터를 키고 빠르게 라인으로 귀환한다.

그리고 진행되는 라인전은 순풍에 돛 단 듯하다.

나는 그렇다 치고 킬을 두 개나 먹은 고르키는 상당히 강력하니까.

이제는 상대 쪽에서 딜교환을 걸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진다.

"봐바, 내 그랩에 쫄아가지고 쟤네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런 거.. 같네요. 아무튼 그런 거 같네요.>

고르키가 라인을 받아먹는 사이에 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랩각을 노린다.

아까같았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상황.

한 번 라인 주도권을 잡게 되면 풀리츠크랭커는 발이 넓어진다.

로밍각을 노리는 것도 방향성의 한 가지다.

'딱히 갈 생각은 없지만.'

디나이를 하며 라인전의 감과 호흡을 잡는다.

이는 내 실력 이전에 필요한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게 봇라인은 두 명이서 하나.

나 혼자 겁나 잘한다고 되는 라인이 아니다.

그리고 이 디나이라는 것도 깊이가 있다.

풀리츠크랭커의 디나이는 상대를 때리지 않는다.

그랩각을 노리는 것과도 조금 다르다.

무빙으로 슬금슬금.

상대로 하여금 지레 겁을 먹게 만들어버린다.

'마스터 티어라서 그런지 확실히 게임 수준이 높아.'

대회에서 보면 프로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무빙을 왔다갔다 해댄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논타겟 스킬을 피하기 위함.

또는 자신의 스킬을 맞히기 위함도 분명히 있겠지만 명확하게는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한 행동이다.

내가 전후좌우 무빙을 흔들며 중간중간 멈칫거리자, 적팀의 서포터 랄라는 더욱 크게 와기라리를 하며 그랩을 대비했다.

어찌 보면 호들갑이라 여길 수 있지만 이 또한 실력이다.

내 무빙에서 위험을 감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고수라는 반증이 된다.

지난 번 내가 리픈을 했었을 적에 상대 탑라이너였던 블러디체리는 아예 감도 잡지 못했을 정도다.

시도 때도 없이 거리를 내주며 킬각을 공짜로 준다.

하지만 역시 마스터 티어쯤 오니 거리 감각에 있어 날이 꽤나 예리하게 서있다.

"야, 왔다 왔어. 대비해라?"

<왔어요..? 어, 진짜네. 역시 언.. 아니, 올마스터! 클라스가 살아있네!"

당연하게도 나 또한 상대방의 무빙에서 그 심리를 읽는다.

단순히 스킬을 맞히고, 안 맞히고의 거리감이 아닌 그 이상.

방금 전 상대방의 무빙은 갱킹이 왔다.

내 눈에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게 좀 많이 미묘하긴 해.'

잘하는 사람들끼리의 라인전일수록 선이 명확하게 그어져 있다.

여기서 한 발자국만 킬각이다?

굳이 말을 주고 받지 않아도 휴전선이라는 사실을 서로가 안다.

낮은 티어일 때부터 은연중에 알게 되는 부분이지만 점수가 높아질수록 감이 바싹 서게 된다.

특히 엄청나게 잘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더더욱.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어느새 휴전선을 넘어 딜교환을 걸어버린다.

이는 수준 높은 기교의 한 갈래이기도 하다만 볼 수 있는 선의 선명도에서 생기는 흔히 말하는 클라스 차이이기도 하다.

FPS 게임으로 따진다면 고수는 조준경을 들고 상대를 본다는 느낌.

로드 오브 로드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논리에 따라 나는 상대방의 갱킹을 미연에 알아챘다.

조준경으로 볼 수 있는 건 적의 급소 뿐만이 아니니까.

아군의 지원에 의기양양한 표정까지 내 눈에는 빤히 보인다.

설사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쿠확!

상대팀의 정글러 이블퀸이 삼거리를 돌아왔다.

오자마자 냅다 박아버리는 궁극기.

어둠의 침식이 나와 고르키를 둘러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랄라가 앞점멸을 해서 고르키에게 탈력을 건다.

상대적으로 몸이 단단한 나보다 고르키부터 노리겠다는 심보.

순간 딜로 녹인다면 확실히 노려볼 만하지만 한 가지가 아쉽다.

어떤 놈이 유행시킨 건지는 몰라도 이블퀸이 발화를 들었다.

'풀리츠크랭커 앞에서 그렇게 나대면 안될.. 텐데?'

적 정글러가 왔을 때 점사해야 하는 대상은 정글러다.

여기에 더해 풀리츠크랭커만이 가능한 한 가지가 있다.

다름아닌 점멸 그랩.

그 자체는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어떻게 쓰냐에 따라 또 다르다.

퍼억!

점멸을 사용해 포탑 안으로 도망가 그랩을 당긴다.

노리는 대상은 당연히 이블퀸.

선두에 있던 이블퀸은 내 그랩에 정확히 맞아 끌려버린다.

맞점멸이 됐다면 당연히 피하고 고르키까지 잡아낼 수 있었을 테지만 이블퀸이 들고 있는 건 발화다.

핵펀치를 때려 에어본 시키고 탈력까지 걸어버리자 포탑에게 세 대 맞은 이블퀸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솔로랭크를 하다 보면 정말로 흔히 있는 갱승이다.

다만 그 갱승을 시켜버린 사람이 여러 의미에서 나라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다.

내가 재치있게 그랩을 잘 당긴 감도 있지만 발화를 든 것.

모르긴 몰라도 분명 LCF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오! 슈퍼세이브 쩐다. 풀리츠크랭커도 원딜 보호가 가능하구나.

-올마스터 서폿 인정합니다. 그랩 타이밍이 예술이네.

-발화 드는 이블퀸 정글.. 좋긴 좋은데 방금은 정말 점멸이 절실했다.

-ㅋㅋㅋㅋ 이블퀸 불쌍하다. 점멸 안 들어서 갱승나네. 저거 유행시킨 놈 누구냐?

나다 이 색히야.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참는다.

얼마 전만 해도 한국 서버가 메타를 많이 못 따라가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만 확실히 마스터 구간쯤 되니 최신 유행하는 챔피언들이 보인다.

조금 미숙한 것도 사실이지만 나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재미지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더 그렇게 되겠지.'

LCF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최신 메타들.

조금 자뻑같긴 해도 나에게서 파생되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내가 한국에서 다시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한다.

엄밀히는 팀을 꾸려 게임단을 만든다.

마치 무대가 옮겨지기라도 한 것처럼 흥미를 돋운다.

'변화의 시작은 역시 서포터. 해외와 가장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한국적인 특색을 유달리 툭 튀어나오는 포지션이니까.'

나로 인해 바뀌었던 역사가 나로 인해 다시금 제자리를 찾는다.

그 시발점이 될 스프링 시즌의 대비는 조금 더 공을 들일 예정이다.

============================ 작품 후기 ============================

우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최근 전개에 대해서 조금 말이 있죠.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예은한테는 호구짓을 해도 의외로 밖에서는 안 당하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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