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21화 (421/803)

421====================

돌아온 올마스터

도슈가 올마스터에게 시비를 건다.

사실 이는 코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

일단 체급부터가 다르다.

차라리 올마스터를 까대서 시청자 유입을 유도한다는 소문이 더욱 신빙성 있다.

아무리 도슈가 로드 오브 로드 갤러리에서 제법 유명하다,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을 꽤나 오래 유지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마스터는 그 이상을 가볍게 상회한다.

다시금 잉벤의 주된 화젯거리로 복귀한 올마스터의 실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지난 시즌을 그랜드 마스터 2위로 마무리 했음은 물론.

현재도 믿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그랜드 마스터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다 못해 올마스터가 잠수탄 동안 도슈가 파프리카 BJ랭킹이라도 많이 올려놨다면 감안을 해봤을 텐데.

방송을 다시 시작한 지 이제 고작 1주일 가량인 올마스터에게 도슈는 쨉이 안된다.

어느 하나 비벼볼 구석이 없다.

조금 막말을 해보자면 올마스터가 [그 분이 저를 많이 시샘하시나보죠 ㅋㄷ]

한 마디 쳐주면 도슈의 멘탈은 공중분해.

부들부들대며 롤갤에서 뒷담이나 해댈 거라는 게 쉽게 상상이 간다.

이에 대해서 잉벤에서는 현재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이다.

─헐 올마스터가 도슈 이야기가 알게 됨ㅋㅋ

채팅창에서 그 이야기 꺼내는 애들 때문에 보게 됐나 봐.

잉벤에 누가 요약해 둔 거 쭉 보고 진상 알아챔.

도슈한테 일갈도 날렸다 ㄷㄷ

└뭔데? 무슨 일인데? 근데 도슈가 누구?

글쓴이-롤갤에서 깝치는 애 한 명 있음.

└나 롤갤 안 해서 모르는데 뭐 재밌는 일임?

└나도 방송 봤는데 사이다 제대로ㅋㅋ

역시 대인배는 대인배라는 걸까.

시청자들을 통해 도슈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올마스터는 역으로 선언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나 못 미덥다면 한 번 덤벼보라고.

언제까지라고 기한도 안 정할 테니 계속해서 주구장창 도전해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넘겼다.

그런데 그것이 도슈에게는 참을 수 없는 도발이 된 모양이었다.

[이기는 사람이 진 사람한테 뭐든지 시키기 콜? 쫄리면 뒈지시든가 콜? 콜?]

도슈는 자신의 방송과 롤갤에 꽥꽥 난동을 피워댔고 결국 올마스터의 방송까지 와서 행패를 부렸다.

그리고 오자마자 매니저에 의해 강퇴.

올마스터는 알겠다고,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고 칭얼대는 어린아이 달래 듯 내기를 받아들여 줬다.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잉벤은 물론 롤갤까지 전파됐고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화제가 될 만도 한 게 심심하다.

스프링 시즌은 이제 1주일 가량이나 남았다.

그 사이에 이슈라고는 동네 이장님 환갑 잔치만한 것도 없다.

그렇게 무료하던 나날에 자극스런 데스 매치가 끼얹어졌으니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지는 쪽이 뭐 게임 접는 거야?

버빵같은 거냐? 아니면 닉변빵?

근데 올마스터는 딱히 놀아줄 이유 없는데 너무 오바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러다 지면 어쩔라고.

└도슈는 자기가 이기면 올마스터 닉네임을 도슈따까리1호로 바꾼다더라. 하는 짓이 유치뽕짝.

└걔가 올마스터를 어케 이겨ㅋㅋ 실력 차이가 넘사벽인데.

└파전주나 도차급이면 몰라도 애초에 체격이 달라서 질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엔 올마스터가 도슈 신경 살살 건드려서 자폭 유도한 거 같은데..

└그게 정답. 도슈 깝치다 제대로 정의구현 당할 듯.

└애초에 올마스터는 딱히 진지하지도 않음.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봤는데 놀아준다는 느낌이더라.

도슈의 입장에선 약이 올라오라도 어지간히 오를 상황이다.

성격까지 고려해본다면 현실에서는 이미 키보드를 내려치고 엄마한테 뒤지게 혼났을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구도 자체는 재밌게 흘러간다.

현재 올마스터의 점수는 마스터 티어 초중반대.

복귀한 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속도다.

그마저도 게임만 주구장창한 게 아니라 방송 시간만 정확히 했다.

여자친구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전처럼 죽자고 게임만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승률이 워낙 출중해 마스터 티어에 안착했고 이제는 그랜드 마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하게 되면 상위권인 도슈와 슬슬 마주치게 된다.

올마스터가 그랜드 마스터에 입성할 거라 예상되는 시간은 대략 3일.

한국 롤챔스 스프링 시즌의 개막일을 생각해본다면 짜맞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적절한 시간대다.

무료하디 무료한 잉벤 유저들, 그리고 롤갤의 이용자들까지 모여들자 올마스터와 도슈의 데스 매치는 이제 무를 수도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

.

.

* * *

도슈와 비빔밥.

어제 예은이 괜히 비빔밥을 먹여 주고 싶다며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급식충인 도슈는 비빔밥을 상당히 싫어한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겁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는 상당히 유명해 도슈 하면 연관 검색어로 비빔밥이 나올 정도다.

'당연히 그걸 알고서 하자는 거겠지. 정말로 성격이 못돼 먹었어.'

순수하게 식사를 같이 하고 싶었을 뿐이고 어쩌다 보니 메뉴가 비빔밥으로 정해졌다.

예은에 한해서는 절대로 우연일 리 없다.

예전 성격이 어디 가지 않았다.

성격 배배 꼬인 예은의 칼끝이 가리키는 방향이 내가 아니라 참으로 다행이다.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결판이 나려나. 겸사겸사 하는 일이니까 스케줄만 꼬이지 않는다면 마침 잘 됐어.'

예은이 등을 떠밀어준 덕에 고민할 필요가 사라졌다.

어차피 솔로랭크를 진행하면서 할 수 있는 만큼 시간상으로도 전혀 로스가 없다.

더욱이 예은도 도슈의 일을 꽤나 마음에 안 들어하는 눈치였으니 이 기회에 묵사발을 내자.

이미 이야기는 진척시켜 놓았고 진도를 빼는 일만 남았다.

그러니까 대결이고 뭐고 깊게 생각할 것 없이 간단하다.

내가 조금 더 솔로랭크를 돌리면 당연히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슈를 만나게 된다.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구간대인만큼 어지간하면 마주친다.

도슈 쪽에서 저격을 할 가능성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이다.

그리고 승패 또한 자연스럽게 판가름난다.

그도 그럴 게 만족할만큼 부딪히라고 해놨으니까.

이 기준이 애매한 것 같아도 오히려 도슈같은 철부지한테는 딱 좋다.

솔로랭크가 운으로 진다는 개념이 통용되는 곳인지라 한두 판 바른다고, 하다 못해 라인전을 탈탈 턴다고 납득할 리 만무하다.

도슈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알고서도 우겨댈 공산이 100%다.

아싸리 한계를 두지 말자.

원하는만큼 도전하게 만들어 두고 계속 해서 짓밟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진다.

마음이 꺾여 나를 만나는 것조차 지긋지긋 해진다.

바보를 굴복시키기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안 그래도 그랜드 마스터 구간 큐 겁나 안 잡히는데 쏠쏠한 도우미를 고용한 셈이지.

이런 느낌으로 준비된 양학.

사실 나 또한 도슈와의 만남이 기대된다.

내가 아는 미래에서 도슈도 예은 비슷하게 신비주의였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뭐하는 놈인지.

어느 하나도 알려진 구석 없이 줄창 게임만 해댔다.

프로를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면서 높은 구간에 게임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완전히 게임을 접은 건 아니고 현실 일이 바빠 게임을 많이 못하는 정도.

그렇기에 더욱 궁금하다.

'그러고 보면 예은과도 참 케이스가 비슷하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도슈에 대한 이야기는 이걸로 종료.

도발을 해온 상대를 응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놀리면 소인배가 된다.

솔로랭크 티어 올릴 겸 주제파악 좀 시키고 맛있는 비빔밥 먹여서 보낸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한다?"

<형 슬슬 미드 위주로 해야 하지 않아? 내가 버스 탈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형 감 떨어질까봐..>

마스터에 올라온 이후로도 타임끝과의 듀오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서폿 포지션의 감을 되찾는 연습 또한 마찬가지.

그런데 오늘 첫 번째 게임 시작 전에 타임끝이 무언가 불만사항이 있나 보다.

아무래도 내가 서포터 위주로 하다 보니 승률이 조금 애매하긴 하다.

전력으로 로밍다니고 게임 어떻게든 비비보려고 하고 그랬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순수하게 라인전만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는 없다.

서포터라는 포지션상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캐리력 문제.

타임끝의 입이 대빨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으아..! 올마스터 서폿은 뭔가 아쉬워. 못하는 건 아닌데 참..

-미드나 정글 가면 더 잘하는데 굳이 서폿을 해서 승률을 깎아먹으니까 그게 안타까운 거지.

-그리고 솔직히 서폿은 보는 맛이 좀 떨어지잖아. 화끈하지도 않고.

-방장님 적어도 다음 판은 제발 미드 좀..

소잡는 칼로 닭도 아니고 연필을 깎고 있는 수준이라며 채팅창에서도 간간히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러저러 사정을 고려해 종종 미드를 해주긴 하지만 그러면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미드만 했으면 진작에 그랜드 마스터 갔겠다.

나야 목적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지만 아쉬워 하는 목소리도 충분 이해가 간다.

"그럼 절충해서 미달리 서폿 한 판.."

<아! 아! 그거 픽 박으면 진짜 형이랑 말 한 마디도 안 함.>

진짜로 삐져버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농담이다.

아무리 내가 뭐 챔프폭이 넓다 뭐다 해도 아예 안되는 챔프를 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초반 라인전과 6레벨 이후의 한타 영향력.

이거 두 개 보고 하는 게 서포터인데 미달리는 그 중 어느 하나에도 속해 있지 않다.

두 말할 것 없는 트롤 픽이다.

하다 못해 풀리츠크랭커는 Q스킬 맞히면 끌고 오기라도 하지 미달리는 체력 조금 깎고 끝이다.

한 세 발 정도 연속으로 맞아주는 바보가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이곳은 마스터 구간.

결정적으로 미달리는 풀리츠크랭커 못지 않게 라인푸쉬가 약하다.

미니언 뒤에 숨기만 하면 되는데 Q스킬을 맞아줄 리가 있을까.

하지만 미달리는 몰라도 이 챔피언은 진짜 된다.

-...?? 실화냐?

-마스터 구간에서 뭐하는 짓이야 ㅋㅋㅋ

-이게 바로 실력이 있으면 다 용서받는다 그거냐?

-그래도 진짜 아ㅋㅋㅋ 이제 예능으로 가려고 하네.

내가 또 새로운 챔피언을 선보이자 채팅창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올라온다.

어처구니 없는 픽일 수도 있젰지만 그래도 나름 진심으로 픽한 건데 상처받는다.

그런데 상처를 받은 건 나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 형 진짜.. 아 그럼 나도 생각 있음.>

내가 챔피언을 픽 박아버리자 타임끝이 애씨를 꺼내들었다.

그냥 애씨도 아니고 분무기 애씨!

도마뱀 장군의 혼령을 올리는 포킹딜 위주의 애씨다.

당연하게도 승률이 낮아서 봉인을 했다고 들었는데 내 챔피언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이거 진짜 괜찮다니까. 나 못 믿어? 나 이러는 거 하루이틀이야?"

<아니 하.. 형 내가 의아할 정도면 솔직히 심각한 거 인정? 귤선장 이라니 뭐하는 거야 대체..!>

타임끝의 호들갑도 뭐, 이해를 못할 것은 아니다.

하다하다 귤선장이라니.

솔로랭크에서 티몽보다도 픽이 안되는 비주류 챔피언이다.

NA롤챔스 윈터시즌에서 헤일커드가 꺼내면서 잠깐 주목받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뿐.

거미여왕이 너프가 되면서 다시 묻혀버렸다.

그나마 그것도 북미 쪽 이야기지 한국에서는 그다지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그런 귤선장으로 서포터를 간다.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나도 벗어났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너도 도찐개찐 이잖아.

<어.. 듣고 보니 그러네. 인정.>

"그래. 트롤 듀오끼리 잘해보자."

타임끝을 달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청자들 또한 오, 이 듀오 느낌있는데?

흥미 가득한 채팅들이 시시각각 올라온다.

하지만 같이 게임을 하게 된 아군들은 그렇지 못했다.

-아.. BJ들 개짜증난다 진짜. 여기 예능하는 구간 아니라고요..

-올마스터면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예능을 해도 좀 미드에서 하지. 왜 하필 서폿에서….

-모르겠다. 그래도 올마스턴데 1인분은 하겠지.

포기에 가까운 반응이지만 그럭저럭 납득은 시켰다.

평소 쌓아둔 이미지와 실력이 이럴 때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도 사고뭉치가 사고를 치면 복도에 나가서 손들고 서있어야 하지만 반장이 사고를 치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선생님들이 넘어가준다.

비슷한 논리로 팀원들의 플레이 허가를 맡게 된 귤선장 서폿.

짚신도 짝이 있다고 귤선장이 결코 트롤이 아니라는 사실을 게임을 통해 보여준다.

============================ 작품 후기 ============================

우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