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22화 (42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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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마스터

귤선장, 그리고 애씨

시즌2까지만 해도 애씨는 프로 무대에서도 쓰이는 픽이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저조한 추세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지만 아무래도 생존기 탓이 가장 크다.

최근 메타의 정글러들은 정말이지 억척스럽다.

탈리반도 그렇고, 리심도 그렇고.

그나마 탈리반은 한 번 너프를 당해 뜸해졌지만 두 챔피언 모두 초반 갱킹이 너무 좋다.

그리고 한 번 킬먹기 시작하면 스노우볼을 너무 잘 굴린다.

육식 정글러이니만큼 두 말하면 섭한 소리다.

그런데 여기에 지난 LCF이후로 발굴된 이블퀸과 거미여왕까지 추가되며 정글 생태계는 상당히 붕괴됐다.

육식 정글러들이 흥하면서 반대로 초식 정글러들은 쇠퇴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라이너들이 픽하는 챔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초식 정글러가 6레벨을 목표로 적당한 선에서 갱킹을 노린다면, 육식 정글러는 호시탐탐 갱각만 노린다.

어떻게든 한 번 킬을 먹으면 게임이 확! 풀려버리기에 솔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하다.

때문에 초반 갱에 약한 챔피언들은 현재 잘 쓰이지 않는 추세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뚜벅이 원딜러 애씨가 당연하게 포함된다.

<음.. 적 정글 탈리반이네요.>

"괜찮아. 나만 믿어 나만. 귤선장이 얼마나 야무진데 그래."

상당히 미심쩍은 눈치의 타임끝.

하지만 진심으로 귤선장 서폿은 나쁘지가 않다.

차마 양심이 있어 좋다고는 못하겠지만 귤선장 서폿은 솔랭에 한해 꽤나 적절하다.

'상대를 안 해본 사람들한테는 더더욱이지.'

리시를 끝내고 라인에 당도하자 곧바로 적팀의 견제가 이어진다.

적 봇듀오는 한나와 헤이클린.

현 메타에서 꽤나 괜찮은 조합이다.

라인 압박을 하기도 좋은데 여차할 때 도망가기도 편하다.

마스터 중반대답게 픽부터 노련미가 돋보인다.

'하지만 순간 딜링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

귤선장이 솔랭에서 괜찮다, 그렇게 평한 이유는 한 마디로 개판 싸움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상대 봇듀오는 정석 중의 정석.

완전한 상극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솔로랭크에서 과연 정석적인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을까, 개판 오분전이 될 가능성이 높을까.

고민해볼 것도 없이 답은 이미 나와있다.

타앙!

헤이클린의 마빡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

귤선장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까지 부를 수 있는 Q스킬, 총쏘기다.

그 효과는 평타를 조금 넘는 데미지에 더해 레드 버프의 열화판인 귤선장의 패시브를 적에게 묻힌다.

결코 간과하고 넘어갈 부분이 아니다.

"오홍홍! 짭짤하구만!"

"이 형 돈 맛 봤네. 아시겠지만 적 정글 감안해서 앵벌이 하셔야 해요."

총쏘기는 평타 판정의 온-힛 효과가 묻어나간다.

이 자체는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지만 한 가지.

보조 특성에 있는 소매치기와 맞물린다.

즉, 견제를 할 때마다 소량의 골드를 벌 수 있다.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원래 티끌 모아 태산 되는 법이라고 나름 쏠쏠한 부수익이다.

-아니 이게 무슨 오합지졸이야ㅋㅋ

-ㅠㅠ견제 씨알도 안 먹힘.

-아군들 한숨 푹푹 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근데도 견제 계속 해대네. 왜 하지

한나의 실드는 어지간한 견제를 손쉽게 막아낸다.

여기에 더해 흡룬을 들고 있는 헤이클린에게 유효타를 먹이는 건 어불성설.

애씨 또한 간간히 분무기를 뿌리며 견제를 도와주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돈을 벌기 위함도 물론 있지만 이 견제 자체에도 의미가 있어.'

딜교환이라는 게 꼭 킬을 따내려고만 하는 게 아니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우리 쪽이 공격을 하는만큼 상대도 앞발을 내딛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반항을 덜하면 견제에 탄력을 받은 적팀이 더 아프게 때려온다.

'결정적으로 나눠 받냐, 혼자 받냐의 차이가 크지.'

만약 내가 뒤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 원딜러만 집중견제를 받는다.

한나가 실드를 덧씌워준 헤이클린과 애씨가 평타를 주고 받는다면 당연히 손해.

포션을 많이 들고 있지 않은 타임끝의 애씨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흔히 말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우리 원딜이 죽어줌은 여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앞에서 알짱대면서 적의 신경을 건드리면 짜증나서라도 나를 때리게 된다.

내가 맞아준 만큼 애씨는 무난한 성장을 지향할 수 있다.

'그렇게 6레벨만 찍으면 우리가 훨씬 유리해.'

상대가 정석적인 조합이라면 우리는 이색적인 조합.

트롤이라고까지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정말이지 시청자의 말마따나 오합지졸로 내비쳐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착각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정석적인 조합에 비해 꿇린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석적인 조합이 정석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하나의 라인을 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흐름대로 쭈욱 성장해서 중반 이후의 한타를 바라본다.

이것을 행해내기에 한나와 헤이클린은 적절한 듀오다.

다만, 솔로랭크는 그렇게 생각대로 되어주지 않는다.

[아니 적 자드 그림자로 견제 쭉쭉 해대는데 우리 정글 뭐함?]

[탑터린다 이 XX야. 양심 있으면 작작 죽고 캐리나 받아라.]

[아 미드오면 필킬인데 정글색히 노답이네. 그쵸, 올마스터님?]

나한테 묻는다고 한들 정답은 없다.

대회처럼 컨셉을 정해두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니까.

솔로랭크에서는 아군 하는 꼬라지 보고 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현재 조합에서 미드를 키워주는 게 낫다.

그렇게 보여도 정작 그 미드가 노답인 경우가 있다.

오히려 호응 좋은 탑을 파는 편이 기대 가치가 높을 수도 있는 일이다.

'왜 나를 걸고 넘어지면서 정치를 할라 그래. 내 할 일도 바빠 죽겠구만.'

방송을 진행하면서 게임을 하면 내 라인 하나 보기도 벅차다.

특히나 서폿은 자주 안 하던 라인이라 더욱 그렇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현재 아군은 미드가 지고 있고 탑&정글이 우세하다.

그리고 반대로 적은 미드가 이기고 있고 탑&정글이 살짝 열세다.

봇라인을 제외하면 게임의 흐름은 반반.

이렇게 되면 무게추를 기울일 수 있다.

봇라인이 어떻게 되냐,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판가름난다.

아주 기분 좋은 흐름이다.

"쟤네 탑갱각 안 나오면 봇 한 번 올 거 같은데 그때 역관광 노려보자."

<어, 그냥 이대로 성장만 해도 괜찮지 않아요? 우리 궁극기로 어시스턴트라도 챙기면 이득아닌가.>

봇라인을 평화 협정 맺은 휴전 지대로 설정한다.

살짝 애매하다고 할 수 있는 나와 타임끝의 챔피언을 생각한다면 그 판단도 나쁘지 않다.

애씨의 크리스탈 얼음화살과 내 엄호 포격이라는 글로벌 궁극기로 다른 라인만 지원하는 것도 썩 괜찮은 생각이다.

아마 타임끝을 그것을 염두하고 한 말이겠지만.

'슬슬 화끈하게 놀아줘야 하는 시간이야.'

지금까지야 적팀의 갱킹을 감안해서라도 조금 사리는 편이 옳았다.

그도 그럴 게 나도 애씨도 생존성이 유별나게 뛰어난 챔피언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대로 정석적인 흐름을 타버리면 그거야 말로 적이 원하는 바다.

글로벌 궁극기로 다른 라인을 지원한다.

이말인 즉, 반대로 자신의 라인에서는 할 게 없어진다는 의미다.

궁극기가 빠진 이상 상대 봇듀오와 주구장창 CS만 챙기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만약 글로벌 궁극기로 이득조차 챙기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안 좋은 쪽으로 치닫는다.

딜교환에서도 손해볼 여지가 생길 뿐더러 킬각도 못 잡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갱킹, 혹은 로밍에 취약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자면 잘 큰 적팀의 미드라이너 자드가 로밍을 와서 애씨만 쓱싹! 하고 간다면?

이 경우 귤선장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애씨의 궁극기가 빠져버린 이상 그나마의 반항도 불가능하다.

'숨만 뻐끔 대는 먹잇감보단 팔딱팔딱 살아있는 미꾸라지가 귀찮은 법이지.'

먹이인 척 연기를 하다 돌연 태세를 바꿔 확 물어버린다.

본래부터 목표를 하던 개판 싸움.

초반에 서로 정글 커버가 오며 치정극을 펼쳤다면 자연스러웠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강제로라도 만든다.

적팀의 무리를 유도해서 말이다.

쿠! 챠앙!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상대팀의 정글러 탈리반 3세가 삼거리를 돌아 갱킹을 왔다.

탈리반 3세가 깃창-점멸 콤보로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 나를 띄어버렸다.

터엉!

연이어 터지는 순금의 방벽과 타오르는 레드 버프.

두 가지의 디버프가 나를 둔화시키며 점멸을 빼버린다.

연이어 들어가는 궁극기는 탈리반 3세의 존재이유다.

<버거킹!>

정글 탈리반은 점멸을 사용해 상대방의 점멸을 강제로 빼버리는 게 주특기다.

그러고 나서 흙벽을 일으켜 세워 상대를 3.5초간 가두는 궁극기로 결정타를 선사한다.

상대 챔피언이 생존기가 있다면 모르되 없다면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 탈리반 3세는 깃창의 방어력 오라가 너프 당했지만 갱킹력 하나는 지나치게 끝내준다.

모든 뚜벅이 챔피언의 카운터라 불리울 정도.

그 때문에 차후 깃창의 판정마저 칼질을 당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정말 눈 뜨고 코 베일 지경이다.

휘리리링~!

한나가 회오리 바람을 날리며 탈리반을 보조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력 딜러라고 할 수 있는 헤이클린이 총알을 쏘아댄다.

이 모든 것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내 귤선장.

의외로 버틸 만하다.

얌얌쩝쩝!

현재 시점에서 대부분의 서포터들이 룬과 템을 그렇게 효율적으로 들진 않는다.

자동으로 얻는 초당 골드를 극대화시켜 주는 돈룬, 그리고 돈템을 많이 올린다.

그것은 마스터 구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가난한 서포터로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나는 근접 서포터로서 덜 아프게 맞기 위해 룬을 단단하게 들었다.

그리고 시작 아이템 또한 방어력 아이템인 천옷.

대신에 총쏘기로 앵벌이를 해서 차곡차곡 골드를 모아 체력 수정을 구입했다.

그 결과, 돈도 그렇게 부족하지 않을 뿐더러 탱킹 능력도 준수하다.

귤까지 얌얌쩝쩝 먹어댄다면 생각 이상의 시간을 버텨낸다.

약간의 아쉬움은 아군 원딜러 애씨가 달래준다.

쩌저정!

크리스탈 얼음화살이 탈리반에게 적중해 1초간 기절시킨다.

먼 거리에서 쏘아내지 않아 스턴 시간은 짧지만 데미지만큼은 유효하다.

내가 조금 더 버티게 됐다는 사실은 상당히 중요.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간다.

물론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치지직..!

발화를 걸고 애씨와 함께 탈리반을 점사한다.

귤선장이라는 챔피언이 성장 기대치가 더럽게 낮은 건 사실이지만 초반 패시브 데미지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레드의 열화판이라 할 수 있는 귤선장의 패시브, 녹슨 무기의 효과는 최대 세 번까지 중첩된다.

여기에 더해 애씨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냉기 화살.

발목이 잡힌 탈리반 3세는 울며 겨자먹기로 나와 운명을 함께 한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단순한 킬교환이라 생각할 만도 하지만 명백한 이득이다.

일단 적 정글의 갱킹 자체를 무효로 돌린 데다 점멸과 탈력 등의 스펠도 교환했다.

심지어 탈리반이 가지고 있던 레드 버프까지 애씨의 손에 들려졌다.

결정적으로 안 그래도 우세하던 탑라인에는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다이브.

본래라면 이를 봐줘야 하는 탈리반 3세가 봇에서 죽어버렸으니 당연한 인과응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운영 스노우볼이라는 것은 일관성 있다.

낮은 구간에서라면 몰라도 마스터 구간부터는 나름 짜임새 있게 행동하니까.

라인전을 이기고 탑타워를 부순 아군 탑솔러가 뭘 하겠는가?

당연히 용을 챙긴다.

그렇게 되면 적팀은 손가락 쪽쪽 빨면서 구경해야 한다.

적팀이 가진 유일한 장점인 미드 우세가 효력을 잃게 되는 꼴이다.

그렇게 전에 어떻게든 한 건 올리려는 것일까.

한나의 궁극기로 체력을 회복한 적팀의 봇듀오가 애씨에게 시비를 걸어댄다.

체력을 깎다가 궁극기인 <아직 한 발 남았다>로 마무리하려는 헤이클린의 속셈이 나에게는 빤히 보인다.

그리고 이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나의 절친한 동생 타임끝은 바보가 아니다.

피슉!

피슉!

오히려 앞무빙을 밟아서 헤이클린을 노린다.

헤이클린은 확실히 압도적인 사거리를 자랑하지만 애씨도 그에 준할 정도는 된다.

게다가 탈리반에게 뺏은 레드 버프가 추격을 용이하게 만들어줬다.

마지막으로 박히는 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포격은 승패를 확실하게 구분짓는다.

콰광! 쾅! 쾅!

탈리반을 따냄으로서 나 또한 6레벨에 도달했다.

부활하자마자 바로 엄호 포격을 투하해 타임끝의 애씨를 지원했다.

졸지에 배수의 진을 치게 된 헤이클린과 한나는 어쩔 수 없이 분전하지만 말로는 이미 정해져 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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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히로인 한 명 더 생기는 건 어떤가요?

정식 히로인이라기 보다는 그냥 여동생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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