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23화 (42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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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마스터

헤이클린과 한나는 라인전 안전성만 봤을 때 정말이지 최고다.

프로 무대에서라면 가용 가능성이 꽤나 높은 픽이다.

하지만 솔로랭크에서 개판 싸움이 됐을 때.

이도 저도 안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염두해두지 않으면 안됐다.

휘리리링~!

타임끝의 애씨가 상대가 가진 유일한 하드 CC기, 회오리를 앞점멸을 사용해 뛰어넘었다.

그러고서 레드가 묻은 화살을 헤이클린을 향해 계속해서 쏘아댄다.

헤이클린은 투망을 뿌리며 도망가지만 역부족.

1초간 적의 이동속도를 둔화시키며 거리를 벌리는 투망은 상당히 거치적 거리지만 이 쪽은 그 이상이다.

피슉!

피슉!

냉기를 머금은 화살촉에 레드 버프라는 독까지 발라져있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포탄들이 쉴 새 없이 떨어진다.

중첩되고 중첩된 둔화의 지옥에서 헤이클린은 벗어나지 못한다.

다시 한 번 흩뿌려지는 분무기가 결정타를 선사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긴 사거리와 썩 괜찮은 생존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라인전을 지향하는 헤이클린.

그리고 서포터인 한나는 이를 뒷받침 해주기에 알맞다.

문제가 있다면 두 챔프 모두 딜링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헤이클린이 Q스킬, 대탄환을 견제에 사용한 순간 남은 것은 오직 평타 뿐이었다.

그렇게 서로 평타를 주고 받는다면 누가 더 세겠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평타 사이사이마다 분무기를 찍찍 뿌려대는 애씨가 조금은 더 강력하다.

안 그래도 밀리는데 레드 버프와 엄호 포격까지 떨어졌으니 1대1에서 아예 상대가 안된다.

-오! 타임끝 앞무빙 판단 쩔었다.

-이거 더블 킬? 더블 킬 각인데?

-이래서 듀오하는구나. 보이스채팅으로 오더 전달하니까 호흡이 딱딱 맞네.

-레드 때문에.. 힘이 빠진다….

타임끝이 들어가기 직전에 내가 언질을 했다.

궁 뿌릴 테니 믿고 들어가라.

타임끝 또한 각을 보고 있던 참인 듯 말이 나오자마자 지체없이 실행했다.

이전부터 듀오를 해왔던 나와 타임끝은 호흡이 정말 척척 들어맞는다.

헤이클린이 죽고 나자 혼자 남은 한나도 레드가 발린 냉기 화살에 천천히 마무리되어 간다.

─더블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나와 헤이클린은 라인전의 안정성이 높은 대신에 딜링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그런데 그 안정성을 버리고 킬각을 노린 시점에서 이미 실수.

조급했던 마음은 결국 더블 킬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어졌다.

-이걸 올마스터가 설계하네ㅋㅋㅋㅋㅋ

-와.. 뭔가 올마스터가 서폿할 때는 뽀록이 참 잘 터진단 말이야.

-게임 잘하면 인간적으로 팀운이라도 없어야지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냐?

서폿할 때마다 너무 장난스럽게 얘기해서 그런지 시청자들이 내 말을 도무지 믿어주질 않는다.

진짜 뽀록이 아니라 설계라고.

탈리반 3세에게 갱각을 살살 내줬을 때부터 모든 것이 기획돼 있었다.

먹음직스런 먹잇감을 연기하자 탈리반 3세는 올타쿠나 갱킹을 왔다.

결과적으로 나를 가둘 수는 있었지만 과정에서 딜링기로 사용해야 할 깃창이 낭비됐다.

판정이 너무 좋아 에어본이 됐을 뿐 실질적인 데미지는 없었다.

특히 탈리반의 창찌르기에 있는 방어력 감소 효과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크다.

룬과 아이템을 단단하게 간 나는 갇힌 상태에서 꽤나 오래 버텼다.

그리고 이는 탈리반을 데려갈 수 있던 밑바탕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적팀의 원딜러가 배인이나 미스터 포텐처럼 딜링이 나오는 챔피언이었다면 시행하지 않았을 도박이다.

'6레벨은 사실 운 좋게 걸린 셈이지만 그걸 이용하는 것도 실력이지.'

탈리반 3세를 잡아낸 경험치 덕에 나는 6레벨을 찍을 수 있었다.

아슬아슬했던 지라 계산까진 불가능했는데 마침 잘 걸렸다.

덕분에 부활하자마자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는 더블 킬이라는 성과까지 이어졌다.

다소 운적인 요소가 있기는 했어도 설계라는 사실은 솔직히 인정해 줘야 하는 부분이다.

"귤선장 꿀챔각 인정? 인정 안 하면 에바터는 각?"

<확실히.. 괜찮긴 하네요. 근데 형이랑 나랑 말투가 바뀐 느낌이;;>

원래 방송하는 BJ는 상황에 걸맞는 애드립이 필요하다.

아무리 내가 평소에 시크하고 분위기 있고 좀 그래도 재미나게 할 때는 재미나게 해야 한다.

초딩끝이랑 듀오를 하는데 진지를 먹으면 방송 분위기를 해치지 않겠는가.

그런 나의 세심한 배려를 못 알아주더니 참으로 아쉽다.

-여친 앞에서 저러면 한 대 맞지 않을까?

-ㄴㄴ 올마스터 여친 엄청 천사라 이해심 쩔 듯.

-역시 여자들은 유머러스한 남자를 좋아하는 건가.. 솔직히 올마스터 안 생겼잖아.

-의문의 팩트폭행ㅋㅋㅋㅋ 스플래시 데미지 여기까지 튄다ㅋㅋㅋㅋㅋㅋ

예전에야 바빠가지고, 정신없어서 좀 후줄근하게 다닌 감이 있지만 요즘은 솔직히 꽤 생겼다.

예은......과 어울리는 한 쌍이냐고 묻는다면 양심의 문제상 대답이 곤란하지만 적어도 평균 이상은 된다.

살짝 훈남 느낌도 날 정도다.

요즘은 쪼오금 쪄서 선이 무뎌지긴 했지만 오히려 여친...

아니, 방송을 하다 보면 종종 착각하게 되지만 장본인인 예은이 좋다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런데 저 여친 천사라는 소리는 대체 언제쯤 해명을 해야 적절하려나.'

천사로 따지자면 아마 북유럽 신화의 발키리쯤 될 거다.

한 대는 커녕 수십, 수백 대는 맞았다.

이것을 밝힌다면 올마스터가 맞을 짓 했나 보네.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게 뻔하다.

어쩌면 설계의 장인은 내가 아니라 예은일지도 모르겠다.

.

.

.

* * *

올마스터의 방송은 참으로 신기하다.

하는 챔피언들을 보면 정말이지 트롤이 따로 없는데 이상하게도 주류 챔피언들 못지 않다.

심지어 어떤 챔피언들은 사기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이러한 이점은 파프리카 방송 초창기부터 그를 주목받게 만든 원천이었다.

한술 더 떠 LCL이라는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준우승이라는 쾌거까지 거뒀다.

문제가 있다면 그 이후로 반년씩이나 잠수를 탔다는 사실.

그대로 프로를 지향했다면 환영할 게임단들이 차고 넘칠 텐데 대체 왜?

아무리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의 팬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올마스터가 다시 방송을 복귀했다.

실력은 이전에 비해 큰 손색이 없었지만 그를 띄워준 원동력.

여러가지 챔피언들을 해내는 꿀잼 컨텐츠는 앞으로 힘들어지지 않을까.

팬들로 하여금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가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올마스터.

걱정할 핑요가 없었다.

특이한 챔피언으로 잘한다는 컨셉은 죽지 않았다.

예전 이상으로 입담도 재밌어져 방송의 시청자는 날로 늘어나가는 추세다.

─올마스터는 귤선장을 서폿으로도 쓰더라.

귤선장이 탑으로 쓰면 진짜 애매하기 짝이 없는 챔피언인데 서폿으로는 의의로 괜찮은 걸까?

그러고 보면 풀리츠크랭커도 옛날에는 탑챔프였잖아.

이런 거 발굴하는 것 보면 참 대단해.

5픽으로 서폿 걸리게 되면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제발 이런 것 좀 따라하지마.. 님 손은 올마스터가 아니라고..

└올마스터 약 파는 거에 당하는 게 한두 번이야? 이제 슬슬 입감하자.

글쓴이-귤빨면서 탱킹해주면 되는 거 아니야?

└제발.. 올마스터급 손이 돼야 어그로 핑퐁이 가능하다고. 서폿 못하면 쏘냐로 궁셔틀이나 하자..

보기 좋은 떡이 꼭 맛까지 좋으리란 법은 없다.

올마스터의 방송을 보면 정말이지 따라하고 싶어진다.

따라하면 나도 될 거 같다.

그런데 안된다.

안되는 이유 또한 상당히 현실적이다.

귤선장의 경우만 봐도 올마스터는 결코 대충하지 않는다.

자신이 얼마만큼 맞을 수 있는지 한계치를 확실하게 파악해 이용한다.

봇라인에서 탈리반 3세에게 갱킹을 당했을 때.

킬각을 주는 척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갱승을 유도해냈다.

믿거나 말거나 올마스터의 말로는 전부 계산한 거라고.

그것이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규모 교전과 한타에서도 상당한 선전을 해냈다.

무리라고 여겨지는 상황까지 맞다가 생존기를 적절히 활용해 살아나갔다.

그렇게 되면 적팀은 졸지에 닭 쫓던 개 꼴.

스킬이 다 빠진 적들은 역으로 타겟이 된다.

그리고 올마스터는 귤얌얌으로 체력을 회복해 또다시 전장에 합류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어그로 핑퐁이라 부른다.

아군의 합류와 자신의 생존기 등을 고려해 탱킹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

당연하게도 쉽지가 않다.

플레이어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똑같은 방어 아이템을 걸쳐도 누가 하면 오래 맞고, 누가 하면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죽더라.

탱커라는 포지션이 난이도가 낮은 것 같아도 생각 이상으로 쉽지가 않은 법이다.

올마스터는 서포터를 할 때조차 자신의 기량을 백분 활용해 게임을 캐리해낸다.

즉, 챔피언 빨이라기 보다는 그걸 다루는 올마스터가 잘했다.

─올마스터도 가끔 실패할 때 있어.

오늘 한 브란도 서폿은.. 좀 아니더라.

라인전 견제는 엄청 세던데 108갱에 털렸음ㅋㅋ

역시 서포터는 유틸성 좋은 걸 해야지.

└근데 그거 올마스터가 못했다기 보단 적이 너무하지 않았나ㅋㅋ

└6렙 전까지 봇만 한 네 번 찔렀을 걸? 적이 생각 잘했음. 올마스터를 말리는 게 맞지.

└진짜 이상한 챔프하지 말라고ㅋㅋ 이러다 또 대회라도 나오면 솔랭 터지겠네.

물론 가끔 가다 실패작도 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다.

그 이상으로 재밌는 챔피언들을 많이 보여주는 올마스터이기에 용납이 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슬슬 미드 좀 했으면 좋겠다.

설마 도슈랑 할 때도 서폿하진 않겠지?

설마가 사람잡는다곤 하지만 시청자 생각해서라도 미드해줬으면.

하다 못해 탑이나 정글도 괜찮은데..

└ㅇㅇㄱㅊ 서폿은 감잡았다고 빈도수 줄인다고 했음.

글쓴이-방송에서? 아니면 뇌피셜?

└방송에서. 아무래도 슬슬 구간 올라가니까 장난질은 접어 두는 듯.

└드디어 올마스터 미드를 볼 수 있는 건가. AP마이나 다시했으면 좋겠다.

└AP마이 꿀잼이었지. 펜타킬 제조기 올마스터.. 추억이다 진짜.

그리고 슬슬 올마스터의 점수는 높아져가 최고의 티어, 그랜드 마스터가 그야말로 코앞이다.

이대로라면 도슈와의 데스매치도 문제없이 성사된다.

과정적인 의미이든, 결과론적인 의미이든 꿀잼이 예상되기에 기대가 된다.

그 이후에 치러질 스프링 시즌은 더더욱이다.

하나 엄청나게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올마스터 복귀한 김에 그냥 프로하면 안되나?

켠김에 왕까지도 가던데 복귀한 김에 프로까지 좀 가면 괜찮을 거 같은데..

다시 시작한 지 얼마 안됐으니 이번 스프링 시즌은 건너뛴다 하더라도 서머 시즌에는 함 해줘야지?

└응 여친이랑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살거래.

글쓴이-여친이 딱히 반대하는 눈치도 아니던데 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글쎄, 실제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게임 접었던 거고.

└확실히 현실적인 문제라면 고민되긴 하겠다. 자기 혼자만의 인생이 아니니까 진짜로.

날고 기는 아마추어들이 모이는 LCL에서조차 보기 드문 픽을 선보이며 활약했던 올마스터.

그런 그가 프로 무대에 나오게 된다면 얼마나 재밌어질까.

늘 하는 챔피언에 이기기 위한 전략만 고수하는 기존의 프로판에 제대로 된 일갈을 날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기대하는 팬들은 정말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팬들의 기대는 이미 실현되었다.

올마스터의 지인이라 익히 알려진 씨지맥.

그가 속해 있는 삼선 게임단에서 올마스터를 영입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어디까지나 카더라 통신에 지나지 않지만 꽤나 그럴 듯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와중에 속보가 들려왔다.

삼선 게임단에서 입질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던 듯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박! 삼선에서 올마스터 진짜로 영입했데!

근데 정식 계약은 아니고 용병이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한 번 간 좀 보려는 거겠지?

해보고 흥하면 더 하고 그런 느낌으로.

이번 시즌 잘되면 여친느님이 프로되는 거 허락해줄 수도 있겠다 ㅇㄱㄹㅇ.

└뭐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냐ㅋㅋ 그냥 씨지맥 한 번 도와주는 걸 수도 있지. 뭐, 진짜 그런 거라면 좋겠지만.

└오, 근데 어느 라인으로 가려나? 삼선 블루 꽉 차있는데 누구 대신으로 가는건지 기대 되네.

└ㅋㅋ근데 올마스터 여친한테 꽉 잡혀 사나? 방송으로 봤을 땐 여친 엄청 착하고 참하던데.

글쓴이-원래 여자들이 겉모습만 봐선 모른다 ㄹㅇ루다가.

올마스터의 방송을 보다가.

올마스터가 만든 컨텐츠, 도슈와의 데스매치를 보다가.

올마스터가 참전하게 된 스프링 시즌을 주목한다.

어느 순간이라고 눈치챌 사이도 없이 자연스럽게 잉벤은 올마스터 없이는 안 돌아갈 지경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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