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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마스터
올마스터가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했다.
그 자체는 너무나 당연해서 화제가 될 거리도 아니다.
축하할 사람도 축하할 사람 나름이지.
올마스터는 2시즌의 솔로랭크를 2위로 마감한 전력이 있다.
밥 다섯 공기를 거뜬히 먹는 사람이 피자 한 판 쓱싹했다고 그게 대수겠는가.
그에게 있어서 그랜드 마스터는 통과해야 할 관문조차 되지 못한다.
올마스터라는 기인을 일반적인 잣대로 재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올마스터 요즘 기세 장난 아니더라.
역시 기본 실력이 있으니까 금방 고향으로 가네.
제대로 빡겜 하니까 아예 클라스가 다름.
하긴 지난 세기말에 고작 2주 걸려서 2위 찍었는데 그랜드 마스터가 대수겠냐만은.
└아니 근데 진짜로 더 잘해진 거 같아. 플레이가 절도가 있다고 해야 하나? 설명은 못하겠는데 아무튼 그럼.
└그보다 더 잘해졌다면 소름끼치네ㄷㄷ 그러고 보니 세기말에 올마스터 혼자 그랜드 마스터 무쌍 찍었었나.
└ㄴㄴ 그때도 타임끝이랑 듀오했을 걸? 듀오 마치고 나서도 혼자 엄청 잘했지만.
복귀하고 나서야 하도 양학이라 티가 나지 않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마스터 상위권 쯤부터는 슬슬 게임을 접었던 악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러한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마스터는 이전 이상의 실력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플레이 스타일도 바뀌었다.
철두철미, 계산적으로 치밀하게 행동의 방향을 정한다.
지난 2시즌의 올마스터에게 달렸던 평이다.
그랬던 올마스터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신감이 콱콱 차올랐다.
이전이었으면 쫄려서라도 한 번 고민하고 시행했을 플레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린다.
한 마디로 리미터가 풀렸다는 느낌이다.
너무 신나버리는 바람에 가끔 실수를 해버릴 때도 있지만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며 웃어 넘긴다.
그에 비례해서 실력도 점점 높아져만 간다.
안 그래도 막을 수 없는 폭주 기관차 같던 올마스터의 캐리력에 가속도가 제대로 붙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컨디션도 굉장히 좋아 보인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유쾌함이 스피커 너머로도 전해질 정도다.
─이 흐름이면 도슈는 식사 전 물수건행이네.
애초부터 상대가 안되긴 했지만 지금 올마스터 보면 일말의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음ㅈㅈ
도슈 양학 당하는 거 관전하다가 스프링 시즌 보면 딱이다.
요 며칠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아주 좋아.
└퇴근하고 와서 맥주 한 캔 딱 까놓고 마른 오징어 구워 먹으면서 방송 봐야지ㅋㅋ
└도슈는 코푼 티슈 예약인가.. 도슈찡 불땅….
└걔가 불쌍할 게 어딨냐ㅋㅋ
스프링 시즌이 시작하기까지 이제 나흘 남았다.
올마스터와 도슈와의 승부처는 예상되었던 데로 스프링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결판이 나리란 전망이다.
그러고 나면 스프링 시즌의 롤챔스가 시작된다.
다름아닌 올마스터가 삼선 게임단에 소속됨으로서 더욱 더 불이 붙어진 스프링 시즌이 막을 올린다.
─삼선이 이제 블루한테도 돈 좀 쓰나벼.
윈터 시즌에 2군 취급하며 찬밥 신세였는데 대우과 확 바뀌네.
올마스터 영입이면 돈 좀 썼겠지?
얼마나 받았는지 궁금하다.
└선수 연봉이야 보통 공개 안 하지..
└요즘 선수가 귀하긴 귀하니까 많이 받았겠지? 아마도.
└아니 올마스터는 영입된 게 아니고 용병이잖아 난독들만 모였나.
올마스터가 삼선 게임단에 들어갔다 카더라.
일련의 소문은 사실이 맞았다.
다 맞은 건 아니고 절반만 맞아서 문제지만.
그도 그럴 게 정식 입단이 아니라 용병 계약이다.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한 시즌만 잠깐 뛰고 계약이 끝난다.
그렇기에 일반 선수들 처럼 연봉 협상은 하지 않는다.
대신 경기에 나간 횟수로 급여를 따지는 게 업계의 상식.
하지만 여기에도 당연히 예외가 존재한다.
E-스포츠에서는 일단 용병이란 개념 자체가 흔하지 않다.
갤럭시 크래프트 때는 선수들이 워낙 통제 당했고.
로드 오브 로드는 역사가 그다지 깊지를 못하다.
그렇기에 모를 수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스포츠 업계에서는 용병이 널리고 널렸다.
각 종목 별 한국 리그, K-리그만 봐도 외국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런 외국 선수들이 계약을 과연 어떻게 맺을까.
일반적인 연봉 협상 방식을 취하되 옵션이 붙는다.
승리 수당이라던지 팀을 어디까지 올려놓는다던지.
그런 조건을 달아 놓고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인센티브, 추가 상여금은 그다지 환영받지 않는다.
해당 나라의 리그에 적응할지, 못할지도 모르는 용병들의 입장에선 글쎄올시다.
때문에 큰 의미가 있는 제도는 어디까지나 보너스의 개념이지만 간혹 있다.
어떻게든 이 팀을 우승까지 끌어올리겠다.
그런 젊은 혈기가 넘치는 선수들이 멋모르고 기본 연봉을 낮추는 대신 인센티브만을 끌어올려서 계약을 해버리곤 한다.
구단의 입장에서 손해볼 구석이 없다.
망하면 안 주면 되는 거고, 흥하면 흥한 데로 좋으니까.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승이라는 게 동네 멍멍이 이름이 아니다.
현실의 문턱에 가로막혀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아주 가끔 가다 가뭄에 콩 나듯 터지는 대박.
전설로 회자되며 선수의 몸값을 크게 올리는 계기가 됨은 두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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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삼선 게임단의 감독, 서지훈은 최근에 신바람이 났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여러 문제들이 한 번에 쑥!
풀린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앞길을 탄탄대로 닦아주었다.
'방구석에서 게임하는 놈들은 이래서 좋아.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니까?'
서지훈 감독은 얼마 전 성공적으로 마친 계약서 한 장을 들고서 히죽거렸다.
그 계약서의 대상은 다름아닌 올마스터.
서포터의 부실이 우려대던 삼선 블루에 그가 대리 멤버로 끼게 됐다.
'요즘 제법 날고 기고 기세가 좋다지? 그래봤자 애송이는 애송이야.'
기존의 서포터, 케이람과의 계약이 남아있어 급한 건 아니다.
본래라면 그래야 했다.
그러나 현재의 삼선 블루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넣는 거위.
이전처럼 방치하다간 안 그래도 구단주에게 찍힌 서지훈 감독은 모가지가 뎅겅할 수도 있다.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케이람을 대체할 수 있는 서포터를 어떻게든 모색 해야 했지만 이게 웬걸.
선수 시장은 물론이고 아마추어들 중에서조차 팀의 격에 어울리는 선수가 없다.
완전히 사면초가, 이대로 스프링 시즌이 시작해 광탈이라도 한다면 감독의 자리는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그렇게 골머리를 썩던 와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희소식.
현 삼선 블루의 에이스인 씨지맥이 지인이라며 선수를 한 명을 소개해줬다.
올마스터를 이번 시즌에 한해 용병으로 고용해보는 건 어떻겠냐.
원래 프로판이라는 게 인맥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지인 소개는 흔한 일이다.
심한 경우에는 낙하산도 있을 정도인데 괜찮은 선수를 추천하는 거야 양반.
실력 또한 출중하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서지훈 감독에게 있어 올마스터의 첫인상은 썩 좋지가 않았다.
'씨지맥도 그렇고 그 올마스터라는 애송이도 그렇고 헛물을 들이마신 거지 쯔쯧.'
확실히 씨지맥의 기량은 상정 외다.
그의 저력을 알아보지 못한 탓에 구단주에게 호된 꼴을 당한 서지훈 감독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
본래라면 감히 넘보지도 못할 태산이다.
서지훈 감독은 그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지난 시즌에 팀의 전력을 삼선 레드에 집중시켰다.
1군 2군이 아닌 1,2팀의 개념임에도 삼선 레드와 블루의 전력이 차이났던 데는 그러한 뒷사정이 존재했다.
그렇게 날고 기는 선수들은 한 팀에 모았음에도 힘겨웠다.
실제로 삼선 레드는 지난 시즌 8강에서 날개를 접어야 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삼선 블루가 우승을 함으로서 현재의 자신이 이 모양 이 꼴이 되긴 했지만.
'그래.. 운도 좋았고 내가 맥의 기량을 못 알아본 탓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다.'
올마스터는 계약 사항으로 터무니없는 조건을 꺼냈다.
기본 급여는 아예 받지를 않겠다.
대신에 완벽한 성과제.
우승을 했을 때 본래 받을 금액의 10배를 받겠다.
승리 수당 또한 짭짤하게 받아 가겠다.
처음 들었을 때는 제정신인가 했다.
하지만 씨지맥의 지인.
씨지맥이 한 번에 우승을 한 것 보고 물이 들었구나.
아직 머리에 피가 제대로 안 말랐구나.
마치 자신이 을의 입장에 있는 것 같아 속이 들끓었다.
그럼에도 서지훈 감독은 웃는 얼굴로 패기가 마음에 든다는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면서까지 제시한 계약 조건을 받아들였다.
'요즘 애들은 참 세상 쉽게 살려고 해.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지. 내 덕분에 인생 경험한 셈 치라고.'
일단은 자신의 권한을 사용해 독단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렇기에 내심 불안하긴 했지만 일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잘 풀렸다.
자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던 구단주가 치하해줬을 정도다.
막말로 우승만 안 하면 선수 한 명을 공짜로 쓴 셈이니 설명이 필요있을까.
'후후, 구단주의 입장에서 돈 굳은 셈이니 싫어할 수가 없지. 그 올마스터가 분전해줘서 한 준우승.. 아니 준결승전까지만 가도 내 감독자리 또한 적어도 3년은 굳을 거야.'
선수 시장에 선수가 없다.
이는 단순히 시기가 맞물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이나 현재 선수들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의미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선수 한 명 영입하는 거야 부담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낌새는 옛날같지가 않다.
선수들의 몸값도 크게 올랐을 뿐더러 애초에 고용할 선수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 이유라 함은 우후죽순 솟아난 신생 게임단들이 잉여 선수들을 싹쓸이 해버렸기 때문.
시즌3에 들어 한국 로드 오브 로드의 프로 리그는 더욱 더 발을 넓혀가는 추세다.
그래서인지 꿀냄새를 맡은 여러 대기업에서 후원을 자처한다.
움직이는 돈이 커진다는 건 당연히 긍정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두 가지 문제 또한 파생됐다.
게임단들은 많아졌지만 그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만한 선수들은 적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선수들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올랐다.
그렇게 비싸졌음에도 대기업들은 돈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듯 싸그리 긁어갔다.
그런 사정에서 삼선 게임단은 조금은 자유로웠다.
괜찮은 선수들을 물색할 수 있던 시즌2 말에 계약을 이미 마쳤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서포터를 물색해야 하게 되면서 없던 고민이 생겨버렸다.
정말로 씨지맥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자신의 공로가 아니었다면 서포터 영입에 피를 말렸을 것이다.
그야말로 한 건 제대로 해낸 셈.
그간의 무거웠던 부담도 크게 덜어져 여유로워진 서지훈 감독은 히죽 웃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게임단은 감독 위주로 돌아가야 해. 선수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게 다 나같은 명감독의 영향 아래 있으니까 클 수 있는 거지. 요즘 애들은 참 지 잘난 줄만 안다니까.'
씨지맥의 기량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우를 안 해줘 구단주에게 이리 치이고.
때늦은 서포터 영입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문제로 저리 치이고.
다가오는 스프링 시즌에 강팀들이 하도 북적여 성적을 내지 못하면 또 어쩌지 고민하면 또 치이고.
하루하루를 전전긍긍 하며 살아가던 자신은 이제 없다.
그 두 가지 골칫거리가 한 번에 해결됐으니 당연한 소리.
더불어 올마스터라는 호구가 한 명 오면서 자신의 앞길에는 순풍만이 불고 있다.
이대로 앉아서 구경만 해도 최소한 중박을 칠만큼 판이 제대로 짜였다.
'아니지, 아니야.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제대로 저어야지. 그러고 보면 승리 수당을 따로 받기로 했었지..'
어쩌면 올마스터는 현재 삼선 블루의 상승세를 믿고 이러한 도박을 걸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조별 리그에서의 승리 수당을 통해 최소한 본전은 뽑아가리란 생각.
자신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서지훈 감독은 기가 막힌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어차피 선수 출전 권한은 감독 재량이니까. 여차하면 둘러댈 거리도 있고.'
이렇다 할 근거없이 선수를 굴릴 정도로 현재 서지훈 감독의 입지는 좋지 못하다.
최근에 다시 구단주의 신임을 회복하는 추세이기에 더욱 밉보일 행동을 하면 안됐다.
하지만 근거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디까지나 비밀 병기.
조별 리그 이후의 본선을 위해 남겨 놓겠다.
삼선 블루가 그럴만한 기량이 없으면 모르되 있다.
윈터 시즌의 우승팀이니만큼 그 정도도 신뢰 못한다면 도리어 이상하다.
'본선부터는 출전시킨다면 불만 나올 일도 없겠지. 여차하면 뭐.. 부르면 그만이고.'
조별 리그는 현재 멤버로 진행하되 상황에 따라 올마스터를 출전시키면 된다.
그리고 본선부터는 마음데로 하게 해주면 딴 소리가 나올 구석이 없다.
자신이 생각했지만 완벽한 계획이라는 생각에 서지훈 감독은 의자에 기대 앉아 바보처럼 히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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