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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26화 (42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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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도씨 삼형제

한동안 스케줄이 조금 빌 것 같다.

씨지맥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이전에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

승리 수당을 요구했던 이상 쉬운 경기에는 못 들어간다.

'그러기 위해서 말을 꺼낸 거기도 하니까 그 감독도 생각이 있으면 어련히 조절하겠지.'

소 잡는 칼을 닭 잡는데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이 내가 조별 리그서부터 선전을 할 이유가 없다.

조별 리그 정도야 현재 삼선 블루의 전력으로도 충분 하니까.

본선까지야 무난하게 진출할 수 있으리란 사실엔 나도 동의한다.

'삼선 블루.. 그리고 씨지맥이 그 정도의 기량도 안될 리가 있나.'

조별 리그라는 것 자체가 사실 강팀들을 위한 제도다.

기대가 되는 팀들이 어이없이 탈락해버리면 시청률이 어떻게 되겠는가.

한두 팀 떨어지는 거야 이변이다 하며 포장이 가능하지만 만에 하나 대거 탈락해버리기라도 한다면?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자 입장에서도 해당 시즌 리그는 그냥 공친 거다.

그러니까 조금 안정적으로 가자.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조별 리그다.

토너먼트 리그처럼 한 번 졌다고 그대로 칼탈락, 같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최소한 인기 있는 팀들을 대부분 본선에 진출 시킬 수 있다.

물론 로드 오브 로드에서 파생된 방식이 아니라 스포츠계에서도 두루 쓰이는 일반적인 리그 제도다.

'문제는 그 다음이지만.'

그렇게 무난하게 본선에 진출했으니 본선부터는 역으로 피말린다.

비교적 만만했던 팀들은 전부 탈락하고 강팀들만 남게 됐으니 당연한 노릇.

본선부터는 한 판, 한 판 이기는 것이 정말이지 지옥이다.

강팀이라 할 지라도 방심따위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나 이번 시즌은 기구할 정도다.

-오! 올마스터님 그랜드 마스터ㅊㅊ

-진짜 서폿 빈도수 줄이니까 쭉쭉 올라오네.

-그러게ㅋㅋ 올마스터는 미드, 정글을 더 잘한다니까.

-이제 슬슬 도슈랑 큐 좀 잡히려나?ㅋㅋ

요약하자면 삼선 블루가 본선 리그에 진출하는 일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하나 없다.

내가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하는 것이 유난 떨만한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

행복은 함께 하면 배가 된다고, 무언가 뽐낼만한 것이 있을 때 리액션을 크게 해주면 콩고물이 떨어진다.

최대한 난리법석을 펴줘야 BJ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아이고오오오! 회장님! 요새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별풍선 1만개..!! 그리고 저번에 등킨도나쓰도 잘 먹었습니다!"

역시나 입질이 있었다.

오랜 시간 얼굴을 비추지 못했음에도 언제나처럼 반겨 주시는 회장님.

내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던 팬클럽 회장님께서 별풍선 1만개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쏴주신다.

당연히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회장님의 믿음과 기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한 번 찾아뵈었다.

북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예은과 함께 부산에 갔던 적이 있다.

-등킨도나쓰? 설마 그 광안리에 있는 유명한 맛집? 나 TV에서 본 적 있어.

-회장님 부산 사시나 보네. 저도 부산 사는데 반가워요ㅎㅎ

-서울 촌놈들! 광안리 등킨도나쓰 무반나? 디진다 아이가!

-와, 그렇게 맛있어? 기억해놨다가 부산 가면 사먹어야지.

미국에서 생활할 적에 몇 번 연락을 했다고 해도 방송을 쉰 건 사실이다.

그렇게나 많은 도움을 받았었는데 참으로 염치없는 일.

부산으로 가는 길 내내 죄지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회장님은 상경했던 아들내미의 귀향이라도 보듯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부산 맛집이라는 맛집엔 전부 데려다 주겠다며 하루 내내 나와 예은을 이끌고 순회했다.

그 중 하나가 부산의 명물 광안리 등킨도나쓰.

내가 기억하기로는 2014년에 가게 사정으로 문을 닫게 됐다고 하던데 이렇게 인연이 닿아 그 맛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명불허전, 살살 녹은 등킨도나쓰의 참맛은 내 혀끝에 평생토록 기억될 예정이다.

"회장님 그 일도 그렇고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저한텐 정말 회장 형님밖에 없어요!"

마음 같아서는 막 다른 BJ들처럼 호들갑을 떨고 싶지만 이게 참 체통이 있다.

곧 프로게이머로 데뷔하는 입장에서 너무 가벼운 이미지를 가지는 건 좋지 않다.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

그리고 앞으로 있을 회장님과의 인연에서 내가 열심히 하면 된다.

'참.. 부자들만의 세계라는 게 정말로 있기는 하나 봐.'

얼마 전 있었던 예은과의 이야기.

예은의 아버님이 나를 정식으로 후원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지만 후원을 하는 거지 구단주를 맡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 구단주 대리로 서게 된 건 다름아닌 내 방송의 회장님이었다.

회장님에게 듣기로 예은의 아버님은 사업 상의 파트너.

그리고 어느 정도 혈연 관계도 있는 듯해보였다.

후자는 회장님이 아닌 예은에게 들은 내용이다.

나는 당연히 잘 모르는 일이지만 드라마를 많이 봐서인지 대략 상상은 간다.

유서 깊은 종갓집이라는 게 으레 그렇지 않은가.

서로 혈연 관계가 얽히고 얽혀 몇 단계 건너면 다 이어지는 듯하다.

부끄럽게도 난 예은을 데리고 회장님과 만나뵈었을 때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를 읽지 못했다.

나중에 회장님이 털어놓은 사실이지만 예은이 나와 있다는 사실을 아버님께 알린 사람도 회장님이었다고.

확실히 지인의 딸이라면 걱정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잘된 일이야.'

모르긴 몰라도 회장님이 분명 좋게 이야기를 해주셨을 것이다.

아마 예은의 아버님이 나를 색안경 끼고 보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그리고 프로게이머라는 특수한 직업을 이해해준 것도 회장님의 덕이 크지 않을까.

정작 회장님은 웃어 넘기지만 분명 그렇다고 생각한다.

로드 오브 로드를 당연히 잘하지는 못해도 좋아하시는 만큼 구단주 역할에도 어울리신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신뢰가 깊다.

그 신뢰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해야지.

더더욱이 예은의 아버님이 얽힌 일인데 두말할 필요 있겠는가.

'아버님이라고 하면 그..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누가 네 아버님이야!' 로 이어지려나.'

예은의 이야기에서 유추하건데 아버님은 단순한 건물주로 한가하게 여생을 보내신다는 이미지와는 멀었다.

내가 느낀 예은의 아버님은 능력 있는 사업가.

사실 더 알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예은이 현재 가출 상태다.

부모님과의 사이가 나쁜 건 아니더라도 딱히 부모님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나를 신경 써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최근의 예은에게는 정말이지 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언제 한 번 꼭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조금은 미뤄둬야겠지.'

어떠한 흐름으로 될지는 몰라도 아버님과 인사를 하기 위해서 일단 하나의 관문을 뛰어넘어야 한다.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예은의 옆에 설 면목이 설 없다.

하지만 오늘은 그 전의 준비 운동.

잉벤식 표현으로 식사 전에 물수건으로 도슈 묻은 것 좀 닦아야 할 듯싶다.

-ㅋㅋㅋㅋ도슈 방송 탐방하고 있는데 저격 중이다ㅋㅋ

-오, 드디어냐. 근데 실패하는 거 아님? 아직 차이 좀 나잖아.

-성공하면 하는 거고 ㅋㅋ 난 방송 두 개 켜놓고 보는 중ㅋ

방금 전 그랜드 마스터에 막 승격하게 된 나는 점수로 따지자면 300점대다.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 그랜드 마스터 컷이 400점까지 올라가지만 아직은 시즌 초라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뭐, 어렵지 않았다는 게 내 기준이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아마 만나지 않을까.

나를 저격하려고 한다는 도슈의 점수대는 현재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인 700점 정도.

당연하게도 승격컷이 낮은만큼 상위권 점수도 지난 세기말에 비하면 낮다.

가시적인 점수 차이는 있어도 상위권은 상위권 대로, 최상위권은 최상위권 대로 실력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게 도슈는 최상위권까지 섭렵했던 나름대로 실력있는 아마추어다.

현재는 방송때문인지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 실력이 퇴색하진 않았다.

내 주관적인 평가는 아니고 대충 둘러 보니 그렇다 카더라.

그의 실력이 어떤지는 직접 보고 판가름하면 그만이다.

'상위권이든 최상위권이든 딱히 차등을 두지 않는 평등주의자라고 나는.'

공평하게 쳐발라주마.

그리고 내심 기대를 하고 있기도 하다.

딱히 콕 짚어서 예은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그 외에도 있지 않은가.

도진기라던지, 도차라던지.

개과천선은 아니여도 나름대로 건설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리를 하고 인터넷에서 욕이나 뱉고 다니고 그런 양아치짓보다야 백배, 천배 낫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르고 결국 결과론이지만.. 이 정도쯤 되면 단순히 우연이라 치부하긴 힘들지 않나..?'

걔네들처럼 도슈도 혹시 잃어버린 개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기대까지는 아니고, ABCD초콜릿 먹을 때 간혹 두 개가 쌍으로 붙어있는 당첨을 찾을 때의 설마 정도다.

비슷한 느낌으로 혹시하며 기대를 하고 있긴 하다.

-오! 도슈랑 큐 동시에 잡힘ㄷㄷ

-밴픽 보면 같은 큐인지 알 수 있겠지?

-ㄴㄴ극천상계에서 동시에 잡히면 십중팔구 맞아.

-도슈 올마스터 방송 도방한다ㅋㅋㅋ

그리고 여기서 하나 중요한 게 있는데 무시를 해야 한다.

넷상에 흔히 있는 관심종자들.

그들의 최종적인 목적은 하나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받는 것.

그러면 상대법은 간단하다.

무시를 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다그치고 관심을 줄수록 기고만장.

전형적인 관종인 도슈는 여기에 정확히 해당한다.

"들어가도 되지?"

그 대표적인 관종상의 하나였던 예은이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얼마 전처럼 고개만 빼꼼 내밀고 물어본다 던지는 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의 예은으로 돌아갔다기 보단 한 단계의 진보.

나와 예은의 사이에 드리워있던 넓다란 장벽이 조금 더 허물어졌다.

매일매일 가져다 주는 커피와 간식의 풍미도 한층 깊어졌다.

"뜨거워?"

"괜찮긴 한데 무서우니까 적당히 해줘…."

더불어 예은의 장난기도 늘었다.

예은이 커피잔을 내 책상이 아닌 머리 위에 내려 놓았다.

아마 손잡이를 잡고 있기는 할 테지만 정말이지 살떨린다.

이런 위험천만한 장난을 올 때마다 쳐대고 있다.

이 탓에 가끔 예전으로 돌아간 건지 긴가민가 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가까워 졌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동글동글 바뀌었다곤 하지만 예은은 예은.

아무래도 관심이 고파서 이러한 행동을 벌이는 듯하다.

"착하지 착해."

"정말 머리 헝클어져."

예은의 머리를 조금 격하게 어루만져 줬다.

방금 전 장난의 인과응보다.

일자로 반듯하게 내려 묶었던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지자 예은이 인상을 가볍게 찌푸린다.

내가 방송 중인 걸 감안했는지, 아니면 그것으로 만족을 한 건지.

예은이 쟁반으로 내 머리를 콩! 내려치더니 피식 웃고 내 방을 나갔다.

-아 방장 캠 좀 켜라고! 최소한 보고 부러워하자.

-ㄴㄴㄴㄴㄴ 캠 켰는데 여친 이쁘기까지 하면 진짜루 못 버틸 것 같아.

-솔로 마음에 염장 그만 지르고 도슈 전적에 불이나 질러요 방장님..

게임이 시작하기 전 한가한 픽창이다 보니 조금 많이 놀아줬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슬슬 시간이 지나서 내가 챔피언을 고를 차례다.

도슈가 상대로 걸렸다는 의미는 하이큐.

이제 막 그랜드 마스터에 입성한 탓에 나는 픽 차례가 5픽이다.

그 탓에 여유가 있긴 했지만 그게 또 팀원들 입장에선 아니었던 모양이다.

[올마스터님! 미드 맞죠? 맞죠? 님이 대답 안 해서 미드 남겼음^^ 잘했죠?]

[저 진짜 서폿 아니면 1인분도 못해요. 무조건 서폿 가야 함. 이제 와서 달라고 하기ㄴㄴ]

[ㅎㅎ 올마스터님이 미드 가주시기를 진실로 믿습니다…. 아멘!]

예은과 노닥거리는 사이에 팀원들이 픽을 빠르게 끝마쳤다.

그러고서 강제로 미드를 남겨버렸다.

이미 픽을 마쳤으니 물러달라고 하기도 뭣하다.

'내가 서폿을 못하는 게 아닌데 참.. 오해가 슬프구만.'

현재 내 서폿 승률은 대략 6할 정도.

대부분의 승패를 팀운으로 결정해야 하는 서폿이 6할이라는 건 그만큼이나 내 라인전 실력이 출중하다는 반증이다.

이런 서폿 만나기 여간 힘든 게 아니겠지만 문제는 내 미드의 승률이 8할이라는 거다.

패배해버린 2할은 극천상계에 종종 있는 불협화음.

팀원들끼리 싸우는 것도 싸우는 거지만 포지션이 꼬이는 경우가 있다.

한 팀에 서폿 유저만 세 명씩 걸린다던지.

탑 주포지션 두 명에 원딜 유저 세 명이라던지.

그렇게 질 수밖에 없는 경우를 포함해서 승률이 8할.

나를 어떻게든 미드에 보내고 싶은 팀원들의 마음은 백분 이해한다.

그러니까 쿨하게 가준다.

모르긴 몰라도 도슈도 미드로 올 테니까.

도슈를 참교육하기 위해서라도 간만에 미드 좀 하려던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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