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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도씨 삼형제
그 깝죽대는 올마스터를 향한 첫 번째 저격.
하지만 게임은 영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다.
제대로 노리고 들어간 유혹-점멸을 상대가 운좋게 피해버렸다.
그리고 멍청한 정글 놈이 호응도 마무리도 제대로 못한 탓에 라인전은 폭삭 망했다.
"대박! 뽀록 완전 어이없으셈."
궁시렁 거리는 혼잣말은 방 안에서만 울려퍼진다.
도슈는 현재 방송을 하고 있지만 마이크를 연결해놓지는 않았다.
일단 없기도 하거니와 있어도 안 할 거다.
자신이 특기로 삼는 건 타이핑이지 입담이 아니니까.
그랬기에 시작했던 방송이고 최근에는 나름대로 재미를 붙였지만 또 올마스터가 문제다.
언제나 피지컬 쩐다고만 해주는 시청자들이 뜬금없이 시비를 걸어온다.
이 모든 게 다 올마스터 때문이라 도슈는 생각했다.
-ㅋㅋ도슈 거품 쏙 빠지네. 올마스터한테 탈탈 털린 거 ㅇㅈ? 앙 인정띠!
-도슈야 CS 안 먹냐? 먹으면 죽을까봐 쫄음?ㅋㅋㅋㅋ
-미드 클라스 차이 오지게 나네요^^
-빈 깡통이 요란하다더니 딱 그 꼴이네 ㅋㅋㅋ
전후사정도 안 따지고 헛소리를 해대는 겜알못들.
도슈는 채팅창을 보며 이마를 찡그렸다.
이런 경우의 대처법은 간단하지만 게임 중이라는 것이 상당히 걸린다.
그럼에도 어떻게 처리하지 않으면 도저히 게임을 진행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BJ가 채팅창을 얼렸습니다!
-**님이 강제퇴장 당했습니다!
-**님이 강제퇴장 당했습니다!
-**님이 강제퇴장 당했습니다!
.
.
.
미니언 파밍을 하면서 채팅창에서 욕한 놈들을 하나하나 골라내 강퇴한다.
자신을 욕하는 시청자들 치고 티어 높은 사람 한 명도 없다.
주변에서 로드 오브 로드 한다는 남자들 치고 말 통하는 놈이 없을 만도 했다.
'마스터도 못 찍은 놈들이 입만 살았셈.'
티어를 물어보니 고작해야 실버, 골드.
잘해봤자 다이아 거렁뱅이다.
자신이 친구가 없는 이유는 걸맞는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투덜투덜하며 진행하던 게임은 결국 틀어져 버렸다.
파아앙!
치지직..!
가장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던졌던 시청자를 강퇴하고 블랙리스트 처리를 하려던 순간.
올마스터가 치사하게 포킹을 맞히고 점멸 평타에 발화까지 연계했다.
곧바로 유혹을 던지며 맞점멸로 응수했지만 이미 바닥나 버린 체력.
타겟팅으로 박혀버린 평타와 발화는 자랑하는 생존기로 도망간다고 해도 떨쳐낼 방법이 없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정말로 강퇴만 안 했으면 제대로 반응해서 역관광을 노릴 수 있었다.
저 시청자놈들이 헛소리만 안 했으면 진짜로 가능했다.
그러니까 이건 무효.
게다가 정글러까지 트롤이니 완전 무효.
신통치 않게 흘러가는 흐름에 도슈는 이마를 더욱 크게 찡그렸다.
"동접 134명 폭망겜 수준.. 팀운빨로 이기는 게 말이 되셈?"
궁시렁궁시렁, 중얼거리는 도슈에게도 나름대의로 변명거리정도는 존재했다.
과거 시즌1 때만 해도 로드 오브 로드는 비주류 게임.
한국 서버를 통틀어서 접속자 수가 세 자리를 간신히 넘었다.
지금이야 만 명 단위가 우스운 흥겜이라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때와 다를 게 하나 없었다.
명불허전 팀운 폭망겜.
저런 깝죽대는 올마스터도 팀운만 좋으면 이긴다.
정글러가 바뀌었으면 자신이 무조건 이겼을 텐데.
이블퀸이 괜히 미드핑 찍어서 호응하다 죽고.
그마저도 더블 킬까지 내주고.
팀운으로 이긴 주제에 히히덕 거리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더욱 더 열이 받는다.
한 마디 하지라도 않으면 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
[정글 뭐함? 뇌없셈? 미드 안 봄? 던져줌? 던져줌? 던져줌?]
[아니.., 님이 저 도착하기 전에 멋대로 점멸이랑 유혹 낭비하고 왜 제 탓을 함;]
[ㅇㅋ던져줌. 너 나 만나면 이길 생각하지 마라?]
이블퀸이 말도 안되는 변명에 떠넘기기까지 해온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도슈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아이템을 전부 팔았다.
그리고 여제의 눈물 방울을 돈이 되는 데로 구입했다.
당연하게도 제임스처럼 코어템으로 올리는 게 아니다.
그냥 게임 안 할 거니까.
저런 팀원은 이겨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지 때문에 미드가 완전히 말려버렸는데 다른 라인 갱킹만 가댄다.
아링이 궁극기로 호응 하면 킬각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겜알못.
그랜드 마스터 하위권 버러지들하고는 게임을 못해먹겠다.
"요즘 롤 수준 왜 이럼? 그랜드 마스터 개나 소나 담?"
혼잣말이 절로 쏟아져 나올 정도로 도슈는 한탄스러웠다.
단순하게 이 게임의 승패를 떠나서 그냥 전체적으로 전부 마음에 안 든다.
정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가 않았다.
특히 도씨 삼형제라 불릴 때만 해도 그랜드 마스터에서 자신을 무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진짜 올마스터.. 저 색히만 아니었어도..!'
도슈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왔다.
잘만 지내던 도차와 도진기가 뜬금없이 프로를 지망하게 된 것도.
그로 인해 짭짤한 용돈이었던 대리 매물을 구하기가 힘들게 된 것도.
지금 당장 자신이 빡쳐버리게 된 것도.
전부 저 올마스터 때문이다.
어떻게든 올마스터를 자근자근 밟아버리고 싶었다.
'이번 판은 무효니까 다음 판 이기면 되는 거셈. 정글만 사람이면 내가 질 리가 없으셈.'
도슈의 나이는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
하도 컴퓨터만 하다 보니 익어버린 채팅체는 생각은 물론 입으로까지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세계에도 자신의 자리가 있고 친구도 있다.
그랬었는데 그것을 모두 저 올마스터 한 놈이 망쳐버렸다.
저 자식한테는 어떻게든 쓴 맛을 보여주겠다.
지금까지는 사정을 봐줬지만 앞으로는 수단을 가리지 않을 작정이니 가능하고도 남았다.
'걍 내가 이길 때까지 하면 되는 거아님? 키킥! 진짜 멍청하다니까!'
올마스터는 분명히 '언제까지라고 기한도 안 정할 테니 계속해서 주구장창 도전해봐라.' 라고 했었다.
이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어차피 내가 이길 텐데 뭔 상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상대의 멍청함을 이용해주는 것 또한 실력 증명의 한 방식이다.
이번 판처럼 팀운으로 진 건 제외하고 순수한 실력으로 붙은 것만 세면 된다.
그래도 되는 게 자신은 팀운이 나쁜 편이다.
그러니까 팀운으로 진 판은 무효로 돌리는 게 당연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이템을 다 팔아버린 도슈는 미련없이 봇에 달려가서 죽어줬다.
본래라면 미드에 달리는 건 정석이지만 아무리 지는 판이라 한들 올마스터한테 죽는 건 내키지가 않았다.
자신이 아이템을 진짜로 다 팔아버리자 팀원들도 게임을 포기한 기색이고 이제 곧 오픈이다.
이 망한 판을 끝내고 제대로 된 판에서 정식으로 붙어야지.
도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떻게든 이번 판을 진 변명거리를 물색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고 보니 저 제임스가 아링한테 좋은 거 같아. 상성빨로 이기는 꿀빨러 자식. 같은 수는 안 통하는 거셈.'
지난 해에 올마스터가 LCL에 참가했을 때.
자신도 얼핏 그의 경기를 보았다.
완전 꿀빨러.
상성빨로 이기는 반푼이다.
그런 반푼이가 팀운과 상성빨로 자신을 한 판 이겼을 뿐이라 생각하니 코웃음이 나온다.
이제부터는 그럴 일이 없을 테니까.
도슈는 다음 판에는 반드시 후픽을 하겠다 다짐하며 방송을 껐다.
방송을 켜놓고서는 도저히 집중을 못하겠다.
그리고 올마스터 때문에 대리 매물이 끊겨서 새로 컴퓨터를 사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진짜 전부 올마스터 탓이다.
기필코 강냉이 펀치를 먹여주겠다.
이미 오픈을 해서 고속도로가 뚫어지고 있는 미드를 보며 도슈는 경박하게 웃었다.
.
.
.
* * *
로드 오브 로드는 팀운 게임이다.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프로게이머 통 틀어도 이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도 그럴 게 롤 유저 중에 과연 팀운 타령 안 해본 인간이 있을까?
신성 모독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으로서.
예수님, 부처님이 해도 키보드를 집어던진다는 말이 있는 게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다.
욕설이 가장 심했던 게임이 메이플정도였던 한국에서는 가히 충격을 몰고 왔다.
선비 코스프레를 하며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간간히 있기는 하지만 나중 가면 다 들통난다.
양학을 할 때야 어느 정도 표정 관리가 돼도 자신의 실력대에서 게임을 할 때.
이유없이 죽어주는 아군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탄을 내뱉게 된다.
그런데 그 이유없이 죽어주는 아군들.
대체 왜 죽어주는 걸까?
이것은 의외로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솔로랭크라는 게 원래 그래.'
랭크 게임에서 캐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신 뿐만이 아니다.
일단 솔랭 유저면 기본적으로 다 캐리를 하고 싶어 한다.
아, 나는 버스를 받겠다.
그런 사람들도 간간히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 한 켠에 캐리를 꿈꾼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 캐리하는 사람은 돋보이니까.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주인공 격인 존재다.
이것은 충들이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배인도, 마스터 오브 이도, 뭐 티몽은 예외이긴 하지만 어쨌든 한 번 킬을 먹으면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다.
짜릿한 캐리라는 마약의 맛을 봐버린 이상 그 캐리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돼버린다.
배인충, 마이충이 그러하듯 그 캐리를 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마구마구 둔다.
그러다 뽀록 터지면 캐리하는 거고, 못하면 벌레 소리 듣는 거고.
이렇게 극단적이진 않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이 캐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역으로 따여버리고 게임이 크게 말린다.
자신이 킬을 따려 한다는 말은 킬을 따일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니까.
소환자의 전장에서 게임을 하는 열 명의 플레이어가 전부 캐리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러한 현상이 벌어진다.
'당연히 예외도 있지만.....'
가끔 가다 캐리의 꿈을 접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때도 있다.
우리팀에 XX있으니까 캐리받아야지~!
그렇게 팀원들간에 말이 오가도 꼭 나서서 튀어버리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
그것도 방금의 논리로 명쾌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솔직히 이거 팀운빨 인정? 인정 안 하면 에바터는 부분이지."
이번 판으로 도슈와 만나는 것도 벌써 네 번째다.
앞선 세 판은 내 압승.
그랜드 마스터 상위권 점수를 쪽쪽 빨아먹은 덕분에 내 점수도 크게 올랐다.
역으로 도슈는 한 판만 더지면 중상위권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지긋지긋 밟혀놓고도 아직까지 자존심이 살아있는지 또 도전해왔다.
그런데 이번 판은 조금 상황이 안 좋게 굴러간다.
-올마스터 드디어 한 판 지겠네ㅋㅋㅋ
-킬먹고 신나 있을 도슈의 행복한 얼굴을 상상하면 미소가 방긋이야요!!
-아니ㅋㅋㅋ 가만히 있다가 캐리 좀 받지 왜 굳이 카정 가서 죽어 주냐ㅋㅋ
솔로랭크에서 정말로 흔히 있는 마이 웨이 플레이어.
그것은 마스터, 아니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가 않다.
특히 일부 플레이만 잘해서 올라온 이들은 더욱 그렇다.
원챔충과 비슷하게 정글에는 카정충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극심한 부류가 있다.
킬 따면 캐리하고, 못 따면 지고.
플레이의 전제를 아예 카정으로 깔고 들어간다.
그만큼이나 카정을 성공했을 때 캐리력이 높으니 그랜드 마스터까지 온 거겠지만, 적어도 이번 판은 실패를 한 모양이다.
[아니.. 그냥 가만히 있다가 버스 좀 타지. 만날 때마다 카정만 가시네.]
[저 퍼블 따면 캐리력 알잖아요; 전에 버스도 몇 번 타놓고서 양심없음?]
[그건 그때고ㅋㅋ 올마스터가 미드 서주는데 왜 꼴아박고 적 미드한테 블루를 배달해주지?ㅋㅋ]
[제발 얌전히 버스 좀 탑시다..]
사람이 한 면이 특출나면 다른 방향을 도리어 못하게 된다.
원챔충이 그러하듯 카정충들은 말렸을 때 푸는 법을 모른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는 게임의 아군 정글러 리심은 카정을 실패한 후 갱승까지 했다.
낮은 레벨과 안되는 아이템으로 무리하게 들어가다 역갱을 맞고 탑에서 또 터져버렸다.
팀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나 또한 피해자니 정말로 이해가 간다.
'이제 와서 어쩔 수야 없는 일이지만.. 어지간하면 적당히 빼지 그랬냐.'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뻔히 알 수 있었다.
도슈의 아링은 정글 쪽으로 커버를 가기 위해 무빙을 밟았다.
그러니까 더 가지 말라고 핑을 찍었음에도 묵묵부답.
리심은 딸피라는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상대 정글을 따라갔다.
나도 일단 커버를 가기는 했지만 적 정글인 이상 반드시 한 발 늦고 맞다.
하다 못해 맞점멸로 유혹을 피했으면 또 모른다.
리심은 반응이 느렸고 아링의 유혹-점멸에 제대로 당했다.
그렇게 퍼블과 블루 버프까지 내준 최악의 상황에서 라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도슈가 또 아링을 하게 된 이유는 내일 화에 나옵니다. 끊겨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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