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29화 (429/803)

429====================

마지막 도씨 삼형제

첫 번째 판을 주챔피언인 아링으로 탈탈 털렸던 도슈.

그 후에 르풀랑과 자드로 재밌는 재롱을 선보이다가 결국 다시 아링으로 돌아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많이 사용한 챔피언인만큼 가장 자신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괜찮은 선택이기도 해.'

제임스 대 아링의 라인전은 어느 한 쪽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게 6렙 전에는 제임스가 유리하고, 6렙 후에는 아링이 유리하다.

정확히 반반.

포킹 쿨타임이 꽤나 우월한 현재 시점의 제임스지만 너프가 안된 건 아링도 마찬가지다.

즉, 나는 6렙 전에 아링을 빠듯이 견제해야 했다.

그런데 아군 정글러가 죽어줌으로서 아링이 퍼블에 더해 블루 버프까지 두르게 됐다.

하다 못해 퍼블은 어차피 귀환하기 전까지는 묵혀두는 골드고, 경험치야 내가 라인전을 잘하면 어찌저찌 커버가 가능하다.

하지만 블루는 어떻게 해결 방안이 없다.

'이게 참.., 아링한테 블루 주면 답도 없는데.'

초반 라인전에서 제임스가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이유.

평타와 스킬이 전부 강한 제임스에 반해, 스킬딜 위주인 아링은 마나라는 한계 때문에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깝죽대는 제임스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스킬은 유혹 뿐인데 이 유혹은 마나 소비가 장난 아니다.

때문에 Q스킬, 미혹의 물방울을 던지면 라인전을 최대한 버티는 게 아리로선 최선이었다.

나에게 있어 유리한 흐름이던 밸런스가 블루 버프로 인해 와르르르 무너졌다.

후웅!

도슈의 아링이 미혹의 물방울을 던져 미니언을 크게 긁는다.

던질 때 한 번, 돌아올 때 또 한 번.

여섯 마리의 미니언을 관통하자 아링의 체력이 크게 차오른다.

-아링 피흡 보소ㄷㄷ

-블루 마젠이랑 쿨감 덕분에 구슬 계속해서 던져대네.

-극혐이다. 기껏 체력 깎은 거 다 차버림.

-도슈 신났겠다 진짜ㅋㅋ

아링은 스킬을 몇 번 사용하다 보면 패시브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효과는 다음으로 던지는 스킬에 35%의 주문 흡혈을 부여한다.

주문 흡혈의 효과는 흔히 말하는 스킬 피흡.

라인 유지력에 상당한 도움을 줌은 물론이다.

'라인전에서 이득 볼 생각은 역시 접어야겠지.'

본래라면 아링은 마나때문에라도 스킬을 난사할 수 없다.

패시브가 활성화되는 주기도 기껏해야 가끔이다.

하지만 블루 버프를 두름으로서 아링의 라인유지력이 내 견제를 상회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라인전은 반반.

6레벨 이전조차 라인전을 이길 수 없다면 그 이후에 꽤나 곤란해진다.

'리심이 역갱을 봐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니까.'

대화를 들어 보니 리심을 하는 플레이어도 카정을 성공하기만 하면 캐리력이 어마어마한 모양.

딱히 놀랄 건 없는 게 그런 케이스의 정글러는 솔로랭크에서 의외로 흔하다.

아무래도 현재 메타에서 육식 정글러들이 활개를 치기 좋기도 하거니와 리스크를 짊어지는 만큼 당연히 리턴도 쏠쏠하다.

카정이 솔로랭크에 걸맞는 플레이 방식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다.

문제가 있다면 현재 진행되는 게임에서 리심은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다.

말려 버리니까 행동의 방향성을 잡지 못한다.

자기 정글도 제대로 못 도는 데다 갱각도 어설프다.

이번 판에서 정글러한테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이 판 지면 도슈 행복회로 겁나 돌릴 듯. 뎃데로게~

-3연승 떡발라줬는데 한 판쯤 지는 거야 뭐..

-ㄴㄴ도슈 정신 승리 오지게 할 듯ㅋㅋ

-진짜 이런 판을 쳐발라줘야 도슈놈이 주제파악을 할 텐데 아쉽네.

아쉬운 건 나도 마찬가지다.

솔랭이 진짜 팀운빨 오지게 받긴 해도, 나 때문에 지는 게 아니더라도.

일단 지면 기분이 썩 좋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이길 작정이다.

'이 정도 패널티야 냉면에 겨자를 좀 많이 친 격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동등한 게임에서 도슈를 쳐바른다.

인성 파탄난 애들이 으레 그렇듯 팀탓 오질나게 한다.

내 주변 지인이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서 아주 잘 안다.

그러니만큼 불리한 판에서 역전극을 보여준다.

강빈 해설의 명언따나 격차의 차이.

다른 챔피언은 몰라도 제임스라면 충분히 할 만하다.

아군 정글 멘탈 나가고, 적 미드 퍼블 먹고, 탑에 갱승한 상황에서도 역전의 계기를 마련해낼 수 있다.

<가속!>

7레벨에 도달함으로서 당장의 걱정은 한시름 놓았다.

번개포탄이 스킬 레벨 4에 도달하면 딱히 아이템이 잘 나오지 않아도 원거리 미니언이 포킹 한 방에 처리된다.

미드 라인전에서 이 차이는 엄청나다.

특히 적 정글의 갱킹을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아군이 역갱이 안되신다는데 내가 알아서 잘 사리는 수밖에.'

라인전에서의 견제 기준은 일반적으로 원거리 미니언이다.

근거리 미니언은 가까우니 그냥 먹게 놔두고 원거리 미니언을 때릴 때 스킬샷을 노려라.

그런데 그 원거리 미니언을 포킹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적팀의 정글러 거미여왕과 아링이 쌍으로 점멸 써서 미드를 노리지 않는 이상 나는 무사하다.

-도슈 퍼블 먹고도 미드 압박 못하네. 올마스터였으면 진작에 미드 1차 나갔다.

-어떻게든 따보려고 부들부들 하는데 킬각을 줄 올마스터가 아니지ㅋㅋ

-이제 뭐 더 변명거리 있나? 이건 게임 이겨도 도슈가 진짜 할 말 없는데ㅋㅋㅋ

확실히 라인전은 괜찮다.

하지만 도슈도 잠시 솔킬때문에 피가 머리에 쏠렸을 뿐,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이제 곧 있으면 행동을 개시할 터다.

─올마스터님이 미드 미아를 알림.

라인 주도권을 잡은 아링이 라인을 먼저 밀고 로밍을 갔다.

아링을 상대할 때 가장 골 때리는 부분이다.

갱킹이야 사려서 피할 수 있지만 로밍은 어떻게 따라갈 수가 없다.

'정글이 탈탈 털리고 계신데 어쩔 수가 있나.'

변명이라기 보다는 현실론이다.

내가 아링의 로밍을 막기 위해서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아링이 라인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압박을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아링이랑 똑같이 로밍을 따라가는 거다.

근데 따라가게 되면 두 가지를 감수해야 한다.

수풀 속에서 아링이 갑자기 튀어 나와 유혹을 날리다던가.

적 정글이 나를 덮쳐버린다던가.

전자는 내가 컨트롤을 어찌저찌 잘해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

현재 아군 정글이 탈탈 털리는 중이다.

이말인 즉, 시야가 완전히 먹혔다는 소리와도 일맥상통 한다.

실제로 미드 주변은 내가 깔은 와드 하나 이외에는 완전히 어두컴컴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링을 따라간다?

십중팔구 어떤 방식으로든 죽게 된다.

미아핑을 찍는 것 이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탑은 왜 핑을 찍어줘도 죽냐..

-아리 2킬 먹었네. 이러면 미드만 고생이지.

-팀 암 걸린다 진짜. 쭉 빼면 사는 건데 왜 안 빼가지고 죽어주지.

탑로밍을 간 아링에게 아군 탑솔러 파이어뱃이 당해줬다.

시청자들의 비방이 심하긴 하지만 사실 파이어뱃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정글러 자식이 갱승을 했으니까.

만약 갱승을 하지 않았으면 다이브는 쳐도 한 명은 데려갈 수 있었을 거라며 현재 채팅창을 통해 논쟁이 한창이다.

[정글색히 사람임? 양심있으면 탑 역갱 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응 차단.]

[정글 노답이네. 꽁승판을 한 색히때문에 날려야 하나..]

AOS게임의 명언 중 4캐리가 1구멍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로드 오브 로드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냥 탈주를 했으면 모르되 킬까지 줬다.

아군 정글러는 그 이후로 딱히 하는 게 없다.

정말이지 팀운 탓을 해도 될만한 상황이다.

'한타로 가면 승산이 조금 보일 것 같은데.'

멘탈이 나간 건지 버프 컨트롤도 제대로 못하는 리심을 대신해 나는 솔블루를 하며 생각했다.

번개포탄을 쏘아내고 망치 찍기로 벽을 넘어가 3타와 함께 번개홈런!

콰앙! 쳐버리면 블루가 깔끔하게 처리된다.

샌드백처럼 패버릴 수만 있으면 제임스의 풀콤보는 엄청난 데미지를 자랑한다.

물론 내가 구입한 아이템 덕분도 상당하다.

'아무래도 이 판은 길게 봐야 할 것 같으니까.'

여제의 눈물 방울에서 마나소드로 진화시키지 않고 도마뱀 장군의 혼령부터 올렸다.

현재 도마뱀 장군의 혼령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아이템이다.

카지트나 파랑 이즈 뿐만 아니라 제임스에게도 상당한 꿀템.

특히 정글몹에게 가하는 데미지가 2할 상승하는 효과 덕분에 더티 파밍이 빨라진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내가 파밍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스노우볼은 굴러가고 있다.

아군 정글러와 달리 적팀의 정글러는 휴가를 내고 있지 않다.

봇라인이 갱킹에 노출되면서 형국은 영 좋지 않게만 흘러간다.

[아니..정글님 탑이나 봇 둘 중 하나 보는 것도 힘듬? 아 진짜 어이가 없네.]

[하다못해 미드 와드라도 해주던가.. 언제까지 정글만 돌 거지? 그럴 거면 메이플이나 하러 가지 누구마냥.]

연이은 아군의 타박에 삐져버린 정글러는 올곧게 정글만 돌아댄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쌍둥이 골렘에서 늑대까지 정글몹만 잡는다.

이런 판은 사실 이길 생각을 접는 편이 낫다.

만약 내가 잡은 챔피언이 제임스가 아니었다면 나도 진작에 그리 했을 것이다.

찰칵!

나는 게임 내내 미드에서 파밍만을 몰두했다.

그 결과, 내 아이템이 나오는 속도와 레벨링은 놀라울 정도다.

기묘하게도 현재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열 명의 플레이어 중 0킬 0어시인 내 레벨이 가장 높다.

시간을 빠듯이 활용해 더티 파밍을 했기에 가능했던 결과.

다소 RPG인 감은 있어도 제임스는 성장에 몰두할 가치가 있는 챔피언이다.

'폭딜, 지속딜, 포킹 3박자를 두루 갖춘 챔피언이지. 그러고 보니 스프링 시즌부터 제임스가 떳었던가.'

그 유명한 포킹 메타의 시작을 제임스가 알렸다.

조합의 난이도가 높아 대회 무대에서는 다소 꺼려지던 포킹 조합의 승리 공식이 명확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포킹 챔피언을 내세운 조합의 승리 공식이라 함은 대략 이러하다.

포킹을 해서 체력을 깎고 이길 것 같으면 이니시를 건다.

일련의 운영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쉬워 보이지만 조금만 어설프게 하면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그런 데다 적팀이 단단하게 탱템을 두르면 포킹으로 유효타를 주기 힘들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잘 쓰이지 않았던 포킹 메타.

제임스와 미달리같은 상대의 두터운 갑옷을 꿰뚫어버리는 포킹 챔피언들이 나타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선수들의 기본적인 피지컬이 급격히 상승한 것도 한 부분이고.'

2012년에서 2013년으로, 그리고 세계적인 게임 강국이라는 칭호를 거저 얻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한국 선수들의 피지컬적인 능력이 해외를 압도하는 시발점.

현재는 조금 많이 다르게 흘러가긴 하지만 수준이 올라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실력이 무르익으면서 이전처럼 호락호락 물려주지 않는다.

포킹 조합은 구성원 전부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한 명이라도 멍 때리다 물리면 나머지 네 명이 도미노처럼 우르르르.

그 점을 확실히 파악해서 제대로 된 팀게임을 구사하게 된다.

2013년의 스프링 시즌은 정말이지 의미가 깊지만.

<넌 이제 끝났어!>

내가 보기에는 아직 한참은 멀었다.

목표했던 두 개의 코어 아이템.

도마뱀 장군의 혼령과 마나소드가 나온 이상 사릴 필요가 없다.

번개포탄을 쏘아 아링을 적중시킨 나는 그대로 돌진했다.

파란색의 선이 그어진 관문을 통과하자 유령화를 가볍게 뛰어넘는 순간 속도를 자랑한다.

이동속도 뿐만이 아니라 쏘아낸 번개포탄의 데미지와, 범위, 그리고 탄속 또한 늘어난다.

이 효과는 현재 시점에서는 거진 포킹 보조용.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내가 활용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탕!

탕! 탕! 탕!

빨라진 이동속도를 바탕으로 한 카이팅을 한다.

제임스는 기본적으로 공격 속도 아이템을 가지 않지만 W스킬, 3연타를 사용하면 공속이 최대치까지 증가한다.

AD챔피언인만큼 한 방, 한 방의 묵직한 평타.

그러면서 카이팅을 까다롭게 해대면 아링이 논타겟 스킬인 유혹을 날릴 타이밍을 잡기가 애매해진다.

후웅!

샤락!

여기서 한 가지.

아링이 킬을 먹고 성장을 상당히 잘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반격이 매서운 수준을 벗어나 내 숨통을 노려온다.

유틸기가 뛰어난 암살자 챔피언인 아링의 풀콤보는 데미지가 높지 않지만 그를 보조할 아이템이 나왔다.

굳이 유혹따위 안 맞혀도 킬각을 잡아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죽음의 불타는 손길.

AP암살자의 코어템이라 할 수 있는 죽불손은 아링과 찰떡궁합이다.

아무리 제임스가 기본 체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죽불손을 대동한 풀콤보에는 버틸 수 없다.

'내가 죽기 전에 녹이면 그만이지만!'

방금 전 아링에게 쏘아낸 네 번의 평타.

그 평타 한 방, 한 방은 어지간한 스킬 데미지에 준한다.

15분이 지난 시점에서 마나소드는 마나바라기로 진화했다.

액티브 사용시 평타와 1인칭 스킬에 묻어나는 추가 물리 피해는 괴랄하다.

콰앙!

망치찍기로 접근해봤자 상대에게 먹잇감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아싸리 초근접해서 붙어버린다.

점멸을 사용해 아링에게 이동한 나는 곧바로 망치를 휘둘렀다.

찍는 게 아니라 밀쳐낸다.

콰앙!

안 그래도 막대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번개홈런에 마나바라기의 추가 물리 피해까지 묻었다.

앞서 포킹까지 제대로 맞은 아링이 버텨낼 수 있는 화력이 아니다.

불리하게만 흘러가던 게임의 흐름에 서서히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