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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도씨 삼형제
미드에서의 어이없는 솔킬.
도슈는 손발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일단 참았다.
어쩌다 한 번 뽀록이 터졌다고는 해도 거기까지다.
이미 탑, 봇, 정글이 모두 무너졌는데 지 혼자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에 이기는 사람이 이긴 거임. 아무튼 그럼.'
아무튼 그렇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어디선가 보았던 한 마디가 도슈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의 상황도 상당히 유리하다.
아니, 이 정도라면 이미 이긴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스코어 15 대 4이셈 키킥!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으셈!'
한 번 실수를 했다고 해도 자신의 아링은 상당히 잘 컸다.
제임스 따위 유혹만 어떻게 잘 맞히면 원콤이다.
아까처럼 운빨로 어떻게 피할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의 변수도 조냐가 나온다면 차단된다.
누가 뭐래도 로드 오브 로드는 한타.
한타에서 적 한 명을 순식간에 잘라내는 조냐 이니시에 도슈는 일가견이 있었다.
─아군이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아군이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탑과 봇의 포탑이 전부 무너졌다.
여기에 더해 용까지 챙겨버리면 게임의 승기는 확실하게 굳는다.
이변따위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다.
[이 판 이기면 도슈 좋아가지고 침 질질 흘림?]
[그냥 미드 박을까. 쟤 이겨주기 싫은데.]
[ㅋㅋㅋㅋ그러지 말자 나 도슈 두 번 만나서 꽁패 두 번했다..나를 봐서라도 참아줘.]
밉살맞게 떠들어대는 팀원들의 채팅을 보며 도슈는 이마를 찌푸렸다.
찌푸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메모장을 꺼내 아이디를 적었다.
기억해놨다가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미드를 박아주마.
부캐까지 동원해서 마스터까지 떨궈주겠다고 다짐했다.
절대로 잊기 않기 위해서 메모장의 파일 이름을 Death Note로 적어 저장하려던 순간.
파아앙!
괜시리 폼 좀 낸다고 익숙지 않은 영어로 적은 게 잘못이었을까.
그 잠깐의 시간을 봐주지 않고 날아온 제임스의 포킹에 체력이 1/3피나 까였다.
정말이지 치사빤스.
원래 변신 중에 때리는 거 아닌데 투덜거리면서 도슈는 용에게 스킬을 던져 체력을 회복했다.
포킹 한 번 맞는다 해도 치명적이지 않다.
패시브가 주문 흡혈인 아링은 체력이 금방금방 차오른다.
하지만 같이 용을 치고 있던 아군들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제임스 데미지 왜 이래; 나 반피 까였어.]
[도슈가 미드에서 솔킬 줌ㅋ]
[ㄹㅇ?ㅋㅋㅋ]
멍청하게 제임스 포킹에 얻어맞은 아군의 원딜러 이즈레알이 반피 가깝게 까였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 주는 고정 데미지까지 감안하면 정말로 반피다.
그런데 그걸 왜 맞아주냐?
비전 점프라는 사기 스킬이 있으면서 반응하지 못한 허섭스레기가 뭐 저리 말이 많은지.
도슈는 다시 한 번 메모장을 꺼내 이즈레알의 아이디에 느낌표를 하나 박았다.
파아앙!
또다시 안개 속에서 포킹이 날아온 포킹에 도슈는 이마를 찡그렸다.
정말 노리기라도 한 건지 메모장을 잠깐 꺼내는 순간에만 포킹이 날아온다.
앞서 체력을 회복했음에도 포킹을 두 번 맞은 도슈는 체력이 반피 이하까지 까졌다.
이대로 싸운다 한들 질 일은 없겠지만 순수하게 기분이 더러웠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용을 가져가는 건 아군이 되었다.
글로벌 골드의 격차는 멈추지 않고 벌어진다.
하지만 이대로 정비를 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게 찜찜하던 참에 도슈의 눈에 상대팀의 원딜러 파루스가 띄었다.
파루스를 본 도슈의 머릿속에는 킬을 따낸 후 도망갈 루트가 완벽하게 그려졌다.
'그러게 생존기 없는 원딜러를 왜 하는 거셈? 돌고래랑 IQ 경쟁하는 파루스는 죽은 목숨이셈!'
모름지기 솔랭에서 제일 만만한 상대는 원딜러.
특히 암살자에게 있어서 원딜러는 한 끼 식사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레벨도 낮고 방어 아이템도 없는 원딜을 풀콤도 아닌 반콤보에 쓱싹! 하는 쾌감이란!
마음을 먹은 도슈는 빠르게 행동으로 옮겼다.
샤락!
점멸에 연이어 황천질주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힌다.
관통 화살을 장전하고 있던 파루스는 깜짝 놀라 점멸로 내빼지만 다 예상했던 바.
죽불손에 마관신,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까지 나온 아링은 굳이 유혹을 맞힐 필요가 없다.
원딜러를 상대로 할 땐 더더욱이었지만.
슈웅!
맞히지 않아도 어차피 잡았다.
그런데 멍청한 파루스가 직선으로 던진 유혹을 맞아주었다.
이렇게 되면 발화를 아낄 수 있고 이는 다음 한타에서 스노우볼로 굴러간다.
신나버린 도슈는 평소 솔로랭크를 하듯이 채팅을 쳤다
아링[3/1/1][전체]-파루스
먼저 죽불손의 액티브를 묻혀두고 주 공격기인 미혹의 물방울을 던진다.
이것만으로도 파루스의 체력은 반피가 훌쩍 넘게 까였다.
그러면서 도깨비불을 몸에 두른다.
아링[3/1/1][전체]-멍청이가
한 발, 한 발 파루스를 향해 정확히 날아가는 도깨비불들.
이제 겨우 반콤보 쯔음 맞은 파루스의 체력바가 파삭 녹아났다.
정말로 멍청하게도 보호막을 사용해서 생명연장의 꿈을 노려보지만 어림없다.
돌아오는 물방울의 고정 데미지가 파루스의 생명을 완전히 끝장낸다.
아링[3/1/1][전체]-이걸 처맞..
스킬 콤보 사이사이에 채팅을 쳐서 상대를 도발한다.
이것만큼은 도씨 삼형제라 불렸던 도차도, 도진기도 따라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진수.
그것을 완벽하게 보여줌으로서 상대팀의 멘탈은 폭삭 주저앉아야 했다.
하지만 도슈의 마지막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콰라락!
보호막으로 잠깐을 버텨낸 파루스는 유혹 상태가 풀렸다.
그래봤자 찰나의 시간.
파루스의 목숨줄은 돌아오는 물방울에 의해 확실히 꺼졌다.
문제가 있다면 파루스가 벌어낸 잠깐의 시간을 활용해 궁극기를 던져온 것.
그리고 어디선가 쏘아진 번개포탄이 도슈의 체력바를 뜯어낸 것이었다.
파아앙!
황천질주는 최대 세 번까지 짧은 거리를 돌진할 수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1초쯤 되는 쿨타임이 존재한다.
그 쿨타임때문에 파루스의 궁극기, 촉수 올가미를 피할 수 없었다.
촉수 올가미의 효과는 2초 동안의 속박.
꼼짝없이 붙잡힌 도슈를 향해 올마스터가 다가와 평타를 뿅! 하고 쏴버렸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니, 이게 설마 설계가 되다니.
완전히 빡쳐버린 도슈는 키보드를 쿵! 내려쳤다.
일단 머릿속 이미지는 그랬는데 팔힘이 약해서 인지 현실에는 손만 아팠다.
일어난 짜증을 삼키며 저려오는 오른손을 호호 불어 식힌 도슈는 다시금 마우스를 잡았다.
[아니 ㅋㅋ 용먹고 빠지면 되는 걸 촉수물 찍고 앉았네.]
[올마스터 킬 그만 줘라 도슈야!]
[도슈 신날만 하지. 드디어 올마스터한테 1승 따내게 생겼는데ㅋㅋ]
이번 판에 한해서는 자신이 던지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놀려대는 팀원들.
어차피 데스 노트는 작성했고 복수는 행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빡치는 감정과 아직도 아픈 오른손 떄문에 이마를 잔뜩 찌푸린 도슈는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불합리하다.
'동접 134명 폭망겜 수준.. AD챔피언이 포킹을 하는 게 말이 되셈?'
저 제임스가 사기고 뭐고 간에 일단은 당장의 게임이 중요하다.
그리고 게임의 상황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방금 죽었다고 해도 명명백백한 1대1의 킬교환.
즉, 게임의 승패에는 영향이 가지 않는다.
적어도 도슈는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
.
* * *
흐르고 흐른 게임 시간은 장장 25분.
그간 일어난 변화는 별 거 없다.
용 한 번 내주고 내가 도슈를 한 번 더 따고.
하지만 망해가던 게임에 슬슬 돌파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정도 아이템이면 충분 캐리를 노려 볼만 하지.'
도마뱀 장군의 혼령과 마나바라기.
여기에 더불어 최후의 숨결과 아이우에오의 신발, 그리고 미개한 방망이까지 나왔다.
세 개의 코어템에 쿨감 40%가 완성된 제임스는 혼자서 다해먹는 게 가능하다.
'잘 큰 제임스는 한 마디로 탱크 같은 느낌이니까.'
멀리서 포탄을 펑펑 쏴재끼며 적의 보병 부대를 박살낸다.
그러다가 보병 부대가 접근해버린다면?
그냥 깔아 뭉갠다.
전장에서의 탱크의 위력은 알려진 바 이상으로 괴랄하다.
<넌 이제 끝났어!>
관문을 타고 쏘아진 번개포탄이 적팀의 진영 한가운데서 폭발했다.
미달리의 창과는 달리 스플래시 데미지.
적팀의 서포터 쏘냐와 거미여왕에게 동시에 명중시켰다.
[와 데미지 지린다.. 이거 제임스가 포킹 한두 대만 더 맞히면 이번 용한타 할만 하겠는데?]
[원래 할만 했는데 니들이 안 했잖아 개객기들아. 특히 정글 색히.]
[닥치고 좀 하자. 하루이틀 볼 것도 아닌데 한 판 못했다고 졸라 갈구네.]
게임 시간 15분대, 그러니까 내가 도슈의 아링을 솔킬 따버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팀내의 상황은 정말이지 암울했다.
하지만 그 암울한 상황에서 격차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팀원들은 전부 대강의 코어아이템은 갖추었다.
삐져 있던 정글러도 슬슬 정글만 도는 게 지루한지 한타에 합류해 제 역할을 하려 하고 있다.
파아앙!
두 번째 용한타를 하기 위해 모여 있는 적팀의 진영을 향해 다시 한 번 포탄이 쏘아진다.
이번에는 탱커인 콜라곰이 맞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아프다.
최후의 숨결이 가진 방어구 관통력에 더불어 고정 데미지.
도마뱀 장군의 혼령에 의해 콜라곰이 불타오른다.
'조금 더 체력을 깎아내고 싸우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여기까지다.
이제 곧 용이나타난다.
우리팀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
적이 용을 치고 있는 사이에 덮칠 것이냐.
아니면 용을 내주는 것을 전제로 조금 더 포킹을 쏘아대다 한타를 할 것이냐.
솔로랭크인 이상 내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간만에 음파를 맞힌 아군 정글러 리심이 음파를 들어가고야 말았다.
이~쿠우!
들어가서 무언가 한 놈 차냈다.
흔히 말하는 아웃섹킥.
그런데 찬 놈이 하필이면 탱커인 콜라곰이다.
이쯤 되면 작정하고 트롤하는 건 아닌지 따지고 싶을 지경이지만 두 가지가 다행이다.
하나는 파이어뱃이 라인전이 말렸을 뿐 사람이라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제임스라는 거다.
투두두두둑!
하늘에서 불바다 미사일이 떨어지며 콜라곰과 적팀의 진영 사이를 가른다.
물론 이 잠깐의 사이에 리심은 그냥 녹았다.
그 리심한테 배달된 아이템 잘 나온 콜라곰이 신나가지고 달려든다.
그렇게 신나 있는 콜라곰에게 말도 안되는 폭딜이 틀어박힌다.
탕! 탕! 탕!
탕! 탕! 탕!
마나바라기의 추가 데미지가 묻은 3연타가 두 번 연속으로 터진다.
한 치의 과장도 없는 6연타.
제임스가 W스킬을 마스터하는 15레벨부터 가능한 신기다.
현재 제임스는 궁극기를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도 안 찍는다.
대신에 일반 스킬을 먼저 마스터 하는데 그것이 15레벨.
W스킬을 미리 발동해 쿨타임을 돌려놓고 적을 때리면서 한 번 더 W스킬을 발동한다.
그러면 총 여섯 방의 평타가 최고 공격 속도로 쏘아진다.
치지직..!
순수하게 공격력 아이템만 올린 내 제임스의 공격력은 250을 상회한다.
그 막대한 공격력에 마나바라기의 추가 물리 피해가 묻은 6연타가 콜라곰의 가죽에 구멍을 숭숭 뚫는다.
나머지 세 명의 아군이 콜라곰에게 스킬을 퍼부으며 발화를 걸어 치유력을 감소시킨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버티는 콜라곰에 결정타를 박아넣는다.
콰득!
콰앙!
망치로 내려 찍으며 깔끔하게 번개 홈런.
최대 체력의 20%에 달하는 마법 피해는 체력템을 무진장 올려대는 콜라곰에게 효과적이다.
상당히 자신만만했을 적팀의 탱커 콜라곰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탱크에게 멋모르고 접근한 보병 부대의 최후다.
터억!
그렇게 서로 한 명씩을 교환함을 신호로 한타에는 더욱 더 불이 붙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차이가 벌어졌는데 지겠냐.
상대팀의 정글러 거미여왕이 과감히 앞점멸을 하며 실뭉치를 던졌다.
그것을 포착한 나는 점멸을 사용해 파이어뱃의 뒤로 이동했다.
퍼엉!
콰흑!
졸지에 실뭉치에 꽁꽁 묶인 파이어뱃에게 거미여왕의 풀콤보가 들이닥친다.
믿음직한 프랜드 실드 덕분에 거미여왕의 공격은 전부 막혔다.
그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나는 카이팅을 계속했다.
한타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가 죽는다면 승산은 없다.
샤락!
그리고 역시는 역시나.
거미여왕과 함께 진입한 도슈의 아링이 나를 노려온다.
일단 관문을 깔아 늘어난 이동속도로 무빙을 틀고 있지만 아무래도 힘들다.
빠듯하게 딜템만 뽑아낸 까닭에 나는 흔하디 흔한 스킬포식자 하나 들려있지 않다.
그런 나에게 아링의 풀콤보가 쏟아진다면 치명적.
하지만 나 하나를 지나치게 보고 있던 아링의 집중력은 오히려 해가 되었다.
콰라락!
파루스가 쏘아낸 촉수가 아링을 능욕하며 2초간 한 자리에 속박한다.
깜짝 놀란 아링은 조냐의 물시계를 사용해 시간을 번다.
그 위에 아군 서포터 광우스타가 땅을 내려칠 준비를 하며 기다린다.
한 마디로 샌드백.
입장이 역전되어버린 도슈의 아링에게 철저한 능욕, 아니 응징이 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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