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33화 (43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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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도씨 삼형제

도슈가 롤갤에 올려놓은 글은 잠자리에서 핸드폰을 끄적이며 확인했다.

물론 코웃음 쳤다.

그동안 네 판을 내리 이겼는데 이제 와서 뭘?

불리한 싸움을 받아줘서 손해를 감수할 이유가 나에게 있을까.

'단판이라길래 뭘 생각하나 했는데 이거면 받아줘도 괜찮지.'

정작 까보니 승부의 내용은 1대1이었다.

과연 도슈가 아니라면 꺼내지도 못할 프리한 발상.

그도 그럴 게 1대1이 실력이 잣대가 안된다는 사실은 정말 어지간하면 안다.

본래라면 열 명의 플레이어가 자웅을 겨뤄야 할 소환자의 전장에서의 1대1을 한다.

이는 축구와 승부차기의 차이만큼이나 극명하다.

기껏해야 학교 친구들끼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내기.

그렇기에 오히려 내 흥미를 자극했다.

'승패가 눈에 딱 보이는 게 아주 느낌이 좋아.'

누가 이겼는지 가시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도슈 본인이 하자고 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수락할 이유가 되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었지만.

'미안하지만 1대1이면 내가 질 수가 없는데..'

도슈의 입장에선 1대1이면 피지컬 빨로 어떻게 비벼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걸어본 모양이다.

하지만 이 1대1이라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정글 개입이 없는 간략화된 라인전.

그 한 줄로 정리를 하기엔 지나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게임이 간략화된만큼 플레이어 간의 심리 싸움이 깊어진다.

더욱이 1대1의 승리 조건이 단순한 솔킬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승리 조건은 크게 세 가지가 존재한다.

1. 먼저 미니언을 100개 챙긴다.

2. 먼저 상대방의 1차 타워를 부순다.

3. 마지막으로 솔킬을 딴다.

서로 간에 틈이 많은 하수 간의 대결이라면 대부분 3번으로 결론지어진다.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도슈도 그렇게까지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1,2번으로 매듭이 지어질 확률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AP챔피언인 아링으로 겨루는 거니 2번은 제외해도 되겠지만, 1번 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파.'

정리하자면 CS가 앞서는 쪽은 딜교환에서 우선권을 가진다.

막말로 CS 100개만 먹으면 이기는데 싸움을 걸 이유가 없다.

역으로 CS가 하나라도 적은 쪽은 조급해진다.

그리고 조급함은 실수로 연결지어질 공산이 크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있지만 어쨌든.'

슬슬 게임이 시작한다.

로딩창이 끝나고 나와 도슈가 소환자의 전장에 발을 디뎠다.

승부를 겨루는 장소는 미드.

스펠의 선택은 공통되게 점멸과 발화를 고르도록 합의가 이루어졌다.

당연히 승리 조건 또한 헷갈리지 않게 사전에 이야기가 오갔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원래라면 열 명의 플레이가 들어야 하는 여자 성우의 목소리.

하지만 현재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플레이어는 나와 도슈 뿐이다.

조금은 텅텅 빈 공허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다.

나와 도슈의 데스 매치를 5천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관람하고 있으니까.

'역시 컨텐츠가 자극적이여야 시청자들이 많이 온다니까.'

시간을 두고 천천히 홍보를 했다면 1만명은 훌쩍 넘기지 않았을까.

그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고작 20분 만에 시청자들이 급증했다.

BJ로서 시청자가 많이 유입됐다는 사실은 기분이 나쁠 수가 없다.

'이겨야 할 동기도 되고 말이야.'

출발하는 미니언 웨이브를 타고서 라인에 도착한다.

그러자 이미 아군 미드 1차 포탑을 앞에서 깝죽대고 있던 도슈의 아링과 마주친다.

상당히 허무한 노릇이지만 이 순간을 기점으로 게임의 승패는 정해졌다.

-도슈 깝치고 난리났네ㅋㅋ

-근데 진짜 미러전이면 한 끝 차이인데. 도슈도 할만 하겠다.

-유혹 맞은 쪽이 지는 거 아니야? 올마스터 괜히 여유부리다 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ㄹㅇ 승부 받아줄 이유가 없긴 했어.

여기서 한 가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이 있다.

내가 이래 봬도 정정당당이랑 딱히 친한 사람은 아니다.

승패를 확신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

이미 확인해두었지만 룬부터가 다르다.

'단세포를 요리하는 일이야 정말.. 쉽고 아니고를 떠나서 불쌍하네.'

내가 든 룬은 아링이 일반적으로 드는 마관룬이 아닌 AD룬.

여기에 더해 시작 아이템이 두란검이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마법사를 가장한 원딜러란 느낌이다.

-헐 뭐야. AD아링이야?

-왜 AD템을 올린 거지? 설마 룬도 AD로 들었나? 공격력이 엄청 높아.

-스킬이 아니라 평타로 딜교환을 하려 하나.? 신기하게 게임하네.

내가 공격력을 올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평타 딜교환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서.

아링의 주력 스킬인 미혹의 물방울은 맞히기 상당히 껄끄로운 논타겟 스킬이다.

섣불리 던졌다간 마나 낭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아링 간의 딜교환은 오히려 스킬보다 평타가 주를 이룬다.

공격력이 더 높은 쪽이 초반 라인전에서 우세를 점할 수밖에.

두란검의 피흡까지 생각한다면 완벽한 선택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지만.'

이외에 특성 쪽에도 꽤나 공을 들였다.

초반 딜교환의 주도권은 내가 확실히 잡아온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이유가 더해지면서 라인전의 주도권까지 완전히 틀어잡게 된다.

-벌써부터 CS차이 나기 시작하네ㅋㅋ

-AD룬 들어서 막타치기가 편한가 봐.

-에이, 그래도 그렇지 그랜드 마스터가 막타도 제대로 못 치겠냐. 그냥 도슈가 실수한 거 같은데.

절대로 도슈가 막타 계산을 하지 못해서 CS를 흘린 게 아니다

먹을 수 있는 CS를 견제 때문에 먹지 못한 것이다.

이것 또한 일반적인 라인전과 1대1의 차이 중 하나.

'도슈가 실수를 했다기 보단 내가 흘리게 만든 거지.'

평타 딜교환으로 거두고 있는 미묘한 이득.

이것은 따지고 보면 미래를 팔아 현재를 얻은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마관룬의 효율이 당연히 좋아지니까.

상대의 입장에선 마관룬의 효율이 AD룬을 넘어서는 시점까지 사리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다.

토옥!

내가 평타를 한 대 두들기러 가자 도슈의 아링은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뒤로 뺀다.

평타 딜교환을 한다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

본래라면 먹을 수 있는 미니언 한 마리를 놓치고 만다.

'유리한 쪽이 밑도 끝도 없이 유리해진다. 이게 1대1의 골 때리는 점 중 하나야.'

솔로랭크였다면 정글 때문이라도 이렇게 도를 넘은 압박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1대1에서는 정말로 너무한 수준의 견제가 가능하다.

상대가 사린다 하더라도 반드시 CS손실로 이어질 수준의 압박견제.

이렇게 CS 차이가 나버리게 되면 게임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올 수 있다.

-어, 이대로 CS 100개 먹으면 올마스터가 이기는 거야?

-그냥 시간만 흘러도 도슈가 지겠네.

-ㅉㅉ 그러니까 CS를 잘 먹어야지. 1대1이라고 꼭 CS 안 먹는 놈들 있더라.

-게다가 딜교환도 털림ㅋㅋ

한 쪽이 CS를 100개를 챙기는 타이밍은 일반적으로 11분 전후.

그리고 현재 게임 시간은 7분 남짓이다.

서로가 궁극기를 배웠으니 킬각을 노려볼 만도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승부수를 내고 싶어도 스킬을 쓸 마나가 동났다.

'집 가셔야지 뭐, 별 수 있나.'

내 견제 때문에 CS를 흘리게 된 도슈는 어쩔 수 없이 스킬을 던져 미니언을 먹었다.

1대1에서는 정말로 지양해야 할 선택.

스킬로 CS를 챙기다 보면 안 그래도 없던 딜교환 주도권이 아예 사라진다.

마나도 점점 떨어질 뿐더러 스킬 쿨타임동안 할 게 없어진다.

이는 또다시 격차를 벌리는 계기가 됐다.

'1대1이라는 게 솔킬 싸움 같아도. 파고 들면 파고 들수록 그렇지가 않아.'

차후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1대1 또한 나름대로 연구가 되었다.

프로게이머들로 하여금 이벤트전을 열어 1대1을 하게 만들었는데 오죽할까.

어떻게 조금이라도 승률을 올리기 위해서 연구를 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게임.

솔킬 승부라고 생각했던 1대1은 어처구니 없게도 CS의 싸움이었다.

CS차이가 나게 되면 서서히 주도권을 잃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도슈는 미니언 한 웨이브를 포기하고 집을 갈 수밖에 없었다.

찰칵!

당연하게도 귀환 타이밍을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진다.

서로가 먹은 CS의 숫자가 다르다는 말은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준도 달라진다는 말이니까.

-와 서로 작정하고 두란링만 사네ㅋㅋ

-확실히 두란이 초반 효율이 좋긴 하지. 미래따위 없다!

-어차피 곧 게임 끝날 텐데 뭔 미래ㅋㅋㅋ

-근데 방장이 두란검 하나 더 많음ㅋ

벌어놓은 골드를 모조리 두란링으로 치환한다.

그리고 당연히 영약도 구입한다.

힘의 영약과 마력의 영약.

지속 시간은 3분에 불과하지만 어차피 3분 안에 결판이 난다.

어떤 식으로든 승부가 결착 지어진다.

'서로가 영약, 그리고 두란검 하나 차이라.'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두란검과 두란링 세 개, 그리고 영약 세트.

도슈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두란링 세 개, 그리고 영약 세트.

하지만 이 정도라면 도슈도 제법 할만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후웅!

아링의 Q스킬, 미혹의 물방을 던져 미니언 웨이브를 긁자 원거리 미니언 세 마리가 골드로 화한다.

남은 근거리 미니언들을 평타로 툭툭 쳐서 먹자 상당히 깔끔한 라인 클리어.

내가 마관룬을 들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미니언은 어차피 마법 저항력이 없다.

땡주문력만 있어도 라인클리어는 부족하지 않다.

'두란링 세 개에 영약까지 먹었는데 당연히 한 방이 뜨지.'

도슈 또한 마찬가지로 깔끔하게 미니언을 먹는다.

평화롭게 흘러가는 라인전 구도.

그런데 서로 미니언만 먹게 되면 유리한 건 과연 어느 쪽일까?

앞으로 2분이면 CS 100개에 도달하게 될 나라는 사실은 두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심지어 도슈는 귀환 타이밍을 잡느라 미니언 한 웨이브를 놓쳐 경험치까지 부족하다.

도슈의 입장에서는 그나마의 선택지도 좁아진 꼴이다.

결국 도슈는 예상대로 9레벨을 찍자마자 승부수를 걸어왔다.

샤락!

황천 질주로 돌진하며 도깨비불을 몸에 두른다.

유혹-점멸같은 도박수를 두기 보다는 맞힐 수 있는 스킬부터 맞히겠다는 선택.

제법 칭찬해줄 만한 선택이지만 서로에게 변수가 없어질수록 유리한 건 당연히 나다.

샤락!

타랑탕!

똑같이 황천질주와 도깨비불, 그리고 평타까지 섞어 때려댄다.

서로의 몸을 불타게 만들고 있는 발화는 증거다.

여기서 죽는 쪽이 게임을 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체력이 깎이는 속도는 도슈 쪽이 빠르다.

평타 딜링이야 마관룬에 의해 어느 정도 따라잡혔지만 미니언이 깡패.

무리하게 들어온 도슈는 미니언들에게 자잘한 공격을 받고 있다.

동일 챔프인 이상 한 끗 차이가 될 수밖에 없는 승부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

울며 겨자 먹기로 도슈는 결단을 내렸다.

슈웅~!

점멸을 사용해 내 코앞까지 접근하며 유혹을 날린다.

일반적인 라인전 상황에서도 피해냈던 유혹-점멸이다.

이렇게 긴장되는 승부의 순간에서 눈뜬장님마냥 맞아줄 턱이 있을까.

톡!

톡!

점멸로 피하며 평타를 톡톡 두들긴다.

내 체력은 반피 가량 남은데 비해 도슈의 체력은 1/3피.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도슈는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도주를 택하지만.

슈웅~!

황천질주로 도망가는 도슈의 아링에게 내 유혹이 정확하게 적중한다.

맞히기 까다로운 논타겟 스킬인 유혹은 아무리 나라도 원할 때 맞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꽁무니를 빼고 도망가는 적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주는 일이야 여반장이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막타는 절도있게 평타로 토옥!

게임 시간이 장장 10분 가까이 흐른 끝에 승패가 정해진다.

시간이야 오래 걸린 편이지만 시종일관 압도했다.

승부의 결과에 이견이 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은 채팅창의 반응을 통해 증명됐지만.

[이거 무효셈! AD룬 드는 거 반칙이셈!]

도슈가 전체 채팅을 통해 억지를 부려왔다.

룰에 불만이 있었으면 진작 말을 꺼낼 것이지.

승패가 결정된 이후에나 투정을 해대는 건 참 염치가 없다.

'당연히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

애초에 억지를 부릴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제의 솔로랭크로 결판이 지어졌다.

우기지 않았다면 오히려 섭섭했을 뻔했다.

나는 이벤트전을 빙자해 한 판 더 손속을 가려줬고, 두 번째의 게임 또한 당연히 압승.

흥분해서 씩씩거리는 도슈의 움직임은 빤히 읽혔다.

그렇게 깝죽대다 6레벨이 되기도 전에 꼴사나운 솔킬각을 내줬다.

도슈와의 데스 매치는 예상대로 허무하리만큼 깔끔히 종결지어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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