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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35화 (4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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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결

예은과의 데이트.

아무리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남녀 사이에 영화 보고, 밥 먹고, 커피 마시면 데이트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기분을 내고 있었던 건 나 혼자였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현재 썩은 표정이 되어버린 예은과 카페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자기변호, 혹은 멍청해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못 알아차렸다.

그런 거라면 차라리 속이 편하겠다.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현재 예은은 정말로 별 이유없이 기분이 나쁜 상태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커플분들에게는 저희가 따로 추천해드리는 세트가 있어요. 할인도 많이 되고 그걸로 하시는 게.. 저어 고객님....?"

주문을 받으러 온 여성 종업원이 어찌할 바 몰라 사색이 됐을 정도로 테이블 주위의 공기가 무겁다.

나조차도 호흡을 간신히 하고 있는 처지다.

이제 갓 대학에 들어와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았을 걸로 보이는 여성 종업원에게는 참으로 유감이다.

이 분위기는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울고 싶은 건 나라고..'

분명히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예은은 참으로 행복해 했다.

단순한 내 추측이 아니라 표정이 진심으로 좋아 보였다.

그러더니 그 좋아하는 밥을 먹을 때 표정이 영 뚱해지고.

이곳 카페로 오는 길부터는 입도 벙끗 안 하게 됐다.

그 이후로는 이 모양.

진짜로 아무런 일 없었는데 왜 이러는 걸까.

묻고는 싶지만 그 전에 주문을 받는 것 부터가 먼저다.

아무런 죄도 없는 종업원을 찬바람 맞는 다람쥐처럼 바들바들 떨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팔짱을 낀 예은이 사나운 눈매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말을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야 할 상황이다.

커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질러버려야 할까.

빠르게 판단을 마친 나는 결정했다.

"아, 그걸로 주세요. 세트 메뉴. 여기 분위기도 풀 겸 달달하게 해주시고요? 하하하.."

커플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혹시 커플인지 아닌지 확인 작업을 들어오는 건 아닐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종업원도 이 무거운 자리에 오래 있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종종걸음으로 칼같이 자리에서 도망갔다.

"왜 마음대로 시켜? 난 지금 단 거 안 먹고 싶은데? 그리고 우리가 커플이야? 왜 그런 거 시켜?"

종업원이 널찍이 떨어진 후 둘만 남게 되자 예은이 나를 엄청나게 쪼아댔다.

집에서는 곱디 고왔던 목소리에 서려있는 한기.

마지막 말은 농담이자 아무래도 달콤한 걸 먹다 보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까 해서 한 말인데 예은은 그게 싫은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의 예은은 세상 모든 것이 그냥 못마땅한 것 같지만 일단은 맞춰줘야 할 성싶다.

"아니지.. 아닌데. 일단 할인은 받는 편이 좋겠고.. 또 기분 안 좋을 때 달달한 거 먹으면 풀리잖아? 먹으면서 화난 이유라도 말해주면 더 좋고..?"

인상까지 지어버린 예은이 나를 찌르듯 노려본다.

진짜로 내가 뭘 잘못했는지 그거라도 알고 싶다.

오늘 나가기 전만 해도 어떻게 한 번 진도를 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정말 큰 마음 먹고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억울해서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난 사람인가.

그런 자책까지 들 정도다.

"그럼 연기한 거야? 나랑 사귀는 사이로 보이는 게 쪽팔리시다. 그리고 나한테 헛돈 쓰는 건 싫다?"

국방부 퀘스트 도중 나를 그렇게나 갈궈대던 최병장 생각이 난다.

맞맞선임이었던 최병장은 내가 이등병일 때 엄청나게 갈궈댔다.

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까이는 건지.

어째서 내가 욕먹으면서 청춘을 죽여야 하는 건지.

그게 정말 한이 될 것만 같았는데 다행히도 짬 먹고 나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냥 갈구고 싶었는데 마땅히 깔 거리가 없어서 만들어서 깠단다.

지금의 상황은 딱히 회상하고 싶지 않은 그때 그 시절을 강제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예은아. 알겠지만 내가 너를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너한테 돈 쓰는 것도 당연히 아깝지 않고.. 돈이 있어도 조금 허투루 쓰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랬는데 네가 싫다면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

주저리주저리 자청해서 죄인이 됐다.

하나 다행인 점은 최병장에게 이미 당했던 과거가 있다는 사실.

아무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 잘못한 변명과 시인을 늘여놓는 방법이 있다는 것도 군대에서 배웠다.

사회에 나온 이후로 다시는 경험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차라리 최병장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나름대로 좋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은은 이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사귀는 척한 게 뭐 대수라고 변명을 하냐? 쪼다냐? 달려는 있냐?"

긴가민가 했는데 확실히 알 것 같다.

예은은 그냥 화풀이를 하고 싶은 거다.

한 마디로 나를 갈구고 싶나 보다.

그 이유야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금의 상황을 넘기고 진정을 했을 때 물어보기로 하자.

그렇게 마음먹었지만 예은의 성추행은 갈수록 심해졌다.

"너는 뭐가 아쉬워서 나한테 맨날 져주냐? 진짜 집에서 봤을 때는 잘만 달려 있더만. 그것도 꽤나.. 실하더만…."

분명히 심각했던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성추행만 심하지, 대화는 조금 이상하게 흘러간다.

혹시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닐까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아니다.

예은도 자신이 못 내뱉을 말을 한 건 아는지 고개를 숙이고 종업원이 가져다준 아이스 커피를 쪽쪽 빨고 있다.

빨다가 더 이상 못 먹겠는지 공기를 불어 보글보글 하면서도 빨대에서 결코 입을 떼지 않는다.

'하아.. 뭐가 뭔지...'

저 앙증맞은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말이 나온 것 같지만 어쨌든, 상황 파악을 다시 해야 할 듯하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얼음 마녀같던 예은의 얼굴.

지금은 살짝 붉어져 토라진 듯 보이는 것만 제외하면 평소와도 같다.

마음 같아서는 한 마디 화끈하게 하고 싶지만 어쩌다가 이러한 일을 벌이게 됐는지 전후사정부터 들어보고 싶다.

"야.. 장난친 거야?"

"..장난 아니거든. 바보 멍충아."

볼을 부풀린 예은이 눈을 피하며 중얼거린다.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 진심인지.

최근에 잘만 지내다가 갑자기 왜 히스테리를 부린 건지.

알쏭달쏭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미스테리는 의외로 빠르게 풀렸다.

아무래도 내 잘못도 다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왜 니 잘못이야. 그냥 남자들이 변태인 게 잘못이지.."

예은이 아이스 커피의 빨대를 깨작깨작 깨물며 그러면서도 끝끝내 입에서 놓지 않으며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오늘 데이트 비스무리한 것 내내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였단다.

나는 솔직히 눈치채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오늘 진도를 조금 뺄 수 있을까.

그것만 내내 생각하고 있어 정신이 그만 팔려버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랬다.

실제로 현재 카페 내에서도 남자들이 예은을 향해 쭈뼛쭈뼛 시선을 보내오고 있다.

개중에는 노골적인 놈들도 있을 정도.

내가 인상을 써서 노려보자 딴청을 피며 자기 테이블의 커피를 마신다.

"미안해. 내가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네."

"그러니까 니 잘못 아니라구. 너는 사과 좀 쉽게 하지 마."

그럼 어쩌라고!

사람 쫄리게시리 정색하고 화를 내질 말던가..

그래도 내가 신경을 썼어야 하는 부분이긴 했다.

처음이었으면 다음에 잘하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으니까.

번화가 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캐스팅도 당할 정도였는데 남자들의 시선이 쏠리지 않는다면 도리어 이상하다.

다만 오늘은 이전보다 많이 심하다.

어째서 유달리 심했는지 무엇인지 잠시 고민한 걸로 금새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나도 괜시리 스커트 아래 쪽으로 눈이 갔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은은 외출할 때 날씨가 쌀쌀해 긴 바지에 코트를 입었지만 오늘은 날씨가 풀렸다.

날씨가 풀린 김에 나간 것이기도 하기에 옷차림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평소 잘 입지도 않는 스커트와 몸매가 드러나는 얇은 차림.

가디건을 걸쳤다고는 해도 이목이 모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쳐다본 사람들이 변태라기 보다는 남자의 심리라는 게 으레 그렇다.

이쁜 여자 보이면 옆에 여친 있어도 눈 돌아가는 게 남자라는 생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행이긴 하지만.

'적어도 다른 여자한테 눈 돌아갈 일은 없을 테니.'

알고는 있었지만 예은과 돌아다닐 수록 더욱 더 깨닫게 된다.

예은과 비교할 건덕지가 있는 여자애들이 딱히 안 보인다.

상당한 미인이라고 생각해야 마땅할 여자들조차 영 아니올시다.

광대가 너무 튀어나왔다던지 종아리가 굵다던지 어깨가 너무 크다던지.

평소에는 신경쓰지도 않았을 사소한 단점들이 눈에 띄고 만다.

외모에 한해서 지나치게 완벽한 예은과 같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높아졌다.

"사실 나는 눈 마주치지 않는 한 잘 모르겠던데. 여자들이 시선에 민감하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가 봐?"

"그럼 넌 게임할 때 갱온 거 눈치 못 채냐? 비슷한 건데 그걸 왜 몰라."

그렇게 알기 쉽게 예를 들어주니 진성 롤유저로서 한 번에 납득이 된다.

시도 때도 없이 갱각을 노려온다면 확실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소환자의 전장처럼 정글러가 한 명인 것도 아니니 그 압박감은 사뭇 남다를 거다.

물론 나라는 골키퍼가 있는 이상 다이브까지 칠 일은 없겠지만.

"바보, 1절만 해?"

예은이 피식 웃으며 드디어 빨대에서 입술을 떼었다.

당장은 기분이 조금 나아진 모양이다.

하지만 얼굴에는 못내 떨떠름한 감정이 묻어있다.

내가 예은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게 미안했던 것처럼 예은도 나를 쏘아붙였던 사실이 마음에 걸리는 듯하다.

다른 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나한테 푼 셈이라고 생각해도 사실 이상하지 않으니까.

나야 하도 당하고 살다 보니 익숙해져 괜찮았지만 본인이 사과를 하고 싶다면 받아줄 요량 정도는 있다.

"집에 갈 거지?"

아직 커플 세트로 나온 메뉴를 전부 먹지는 못했지만 딱히 내키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해 집에서 예은이 해준 간식만 못하다.

그렇게 말을 하며 손을 뻗자 예은이 방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아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당겨온다.

"야, 닿는다 닿아."

"고자냐? 이럴 땐 즐겨도 돼."

아까부터 정말 은근하게 성추행을 해오는데 나도 참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조금 봐줘도 될 성싶다.

나는 예은과 바싹 팔짱을 끼고 카페 밖을 나섰다.

예은이 말했었던 시선들.

다소의 원망과 부러움이 섞이긴 했지만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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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 12월에 열린 윈터 시즌 때만 해도 한국 롤챔스의 본선 참가 팀은 열두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 시즌은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참가한 팀의 수도, 리그의 방식도 개변되었다.

─롤챔스 조별 리그 어떻게 바뀐 거야?

듣기로는 뭔가 바꼈다 하던데.

SKY T1 낀 거 빼고는 잘 모르겠음.

누구 난입할 설명충 없냐?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스피드잉벤! 이번 조별 리그는 총 열네 팀으로 진행될 예정이야!

글쓴이-그게 끝임? 근데 열네 팀이면 어떻게 나누는 거야?

└반반으로 나누지! 마치 북미쪽 리그처럼 말이야! 듣기로는 북미와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해!

글쓴이-근데 왜 자꾸 말끝마다 느낌표 붙여? 컨셉은 이상하지만 어쨌든 고맙다 스피드잉벤!

유럽보다는 규모가 다소 작다고 할 수 있는 북미의 롤챔스.

그런 북미조차도 한국에 비하면 큰 리그였다.

롤챔스의 참가 팀부터가 두 팀이 더 많을 뿐더러 그 외에 수많은 중소 대회까지 따진다면 비교할 수준도 안됐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해외에서 로드 오브 로드가 크게 흥행하게 되자 후원을 자처하는 스폰서들이 늘어났다.

한국 롤챔스는 올해 스프링 시즌부터는 두 팀이 늘어 총 열네 팀이 자웅을 겨루게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간신히 구색만 갖추고 있던 2군 리그도 활성화가 되리란 전망이다.

그렇기에 이번 스프링 시즌은 중요하다.

해외만큼이나 한국의 로드 오브 로드 프로판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보여주지 못한다면 스폰서들의 후원 금액이 낮춰지거나 최악의 경우 발을 뺄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부정적인 관측.

당연하게도 희망적인 관측도 빼먹어서는 안된다.

만약에 이번 롤챔스가 역대급으로 흥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스폰서들의 지갑이 활짝 열리게 됨은 물론 프로판은 더더욱 커진다.

어쩌면 갤럭시 크래프트 이상의 대어로 성장할 지 모른다.

이름있는 대기업들이 너도 나도 로드 오브 로드에 눈길을 향하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그러니만큼 기대될 수밖에 없다.

내로라하는 강팀들이 칼을 갈고 있는 이번 스프링 시즌의 우승은 어느 팀이 차지하게 될 것인가.

흥한다면, 우승을 한다면 그 팀은 정말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순간적이게나마 가지게 된다.

버블 경제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니까.

실질적인 가치 이상으로 평가 가치가 올라가버린다.

한 마디로 이보다 더 꿀을 빨만한 시즌은 없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여러 프로팀들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다가오는 시대가 자신을 택해주길 바라며.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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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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