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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38화 (43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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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결

SKY T1 K를 상징하는 간판스타가 누구냐?

묻는다면 사람들은 입을 모아 테이커라 말한다.

그도 그럴 게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

로드 오브 로드의 모든 라인 중 캐리력과 화려함이 가장 빼어난 라인이 미드라는 사실에는 이견을 붙이기 힘들다.

하지만 SKY T1 K이 날고 기는 한국 프로팀들 사이에서 어째서 최강으로 군림할 수 있었는지.

그러한 물음을 던진다면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SKY T1 비행기.. 장병기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모든 것을 기획하고 설계한다.

비록 주목받고 빛나게 되는 이들은 정면에 나서는 테이커, 혹은 꿀꿀이같은 딜러진 일지라도.

자진해서 불쏘시개가 되어준 장병기 선수가 없었더라면 애초에 타오르지도 않았을 빛이다.

그라는 정글러가 있었기에 SKY T1 K의 신화는 유지될 수 있었다.

'절대로 실력이 부족해서 그러한 포지션을 맡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는 이라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어째서 그가 비행기라는 아이디를 쓰게 됐을까?

공교롭게도 그가 한창 솔로랭크를 돌릴 당시에 나는 미국에 있어서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경험담이 전해진다.

장병기 선수가 아마추어였던 시절.

솔로랭크에서 캐리를, 버스를 엄청나게 태웠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별명은 버스로 굳어졌는데 이게 좀 애매하다.

캐리하는 사람에게 버스 잘 탔다고, 인사를 건네오는 일은 솔로랭크에서 흔하디 흔하지만 그의 캐리력은 버스 수준이 아니었다.

버스가 아닌 비행기다.

잠깐 자뻑을 하고 넘어가자면 내 캐리력은 전투기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의 캐리력은 버스보다 한 단 계 위, 비행기라고 일컬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별명은 버스에서 비행기로 랭크업.

그랜드 마스터의 솔로랭크에서 비행기라고 하면 장병기 선수로 의미가 좁혀졌다.

사람들이 하도 자신을 비행기, 뱅기라 부르다 보니 그 또한 받아들였다.

결국 그는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후 자신의 아이디를 SKY T1 비행기라 짓게 됐다.

설사 솔로랭크 닉네임인 무기마스터를 모른다 하더라도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셈이다.

'확실히.. 겁나 중2병이긴 해.'

유래를 생각해본다면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평소 행실 자체가 조금 그렇다 보니.

상당히 중2병적 마인드로 닉네임을 지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기운다.

뭐, 어찌 됐건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애매하게 아니고 단순히 취향이.. 그런 것 뿐이다.

실력적으로는 출중하다 못해 독보적인 만큼 기대가 된다.

그의 데뷔전이라 할 수 있는 오늘의 첫 경기.

마진 수비대와 SKY T1 K의 경기가 어떻게 될지.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댄다.

결코 내 옆에서 껄떡대고 있는 예은 탓이 아니다.

"그거 집어줘 그거, 그거!"

"사람들 다 보는데 남사스럽게시리. 안 부끄럽냐?"

슬슬 첫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다.

사람들도 제법 모여 주위는 시끄러울 지경이다.

경기장의 좌석이 차는 속도로 예상하건데 만석.

뒤편 가장자리에 있는 나와 예은이 앉은 좌석 좌측에 있는 통로에서 행인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당연하게도 우리 둘의 행태를 한 번씩은 눈을 흘기고 간다.

연인끼리 먹여주기 라니, 누가 어떻게 봐도 솔로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행위!

방향상 얼굴이 보이는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낯이 뜨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쯔쯧, 부러울 건 있어도 부끄러울 건 없지. 헛소리 말고 주기나 해. 나 한 번에 두 개 먹고 싶단 말야."

나에 반해 예은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

확실히 경기장에서 음식 한 보따리 싸들고 올 정도면 주위의 시선 따위 신경 안 쓸 만도 하다.

한 손에는 닭다리를, 다른 한쪽 손에는 마약옥수수를 들고 아구아구 먹어대고 계시다.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나한테는 버터감자를 집어달란다.

"아니, 그건 됐고 어묵바 줘."

"..정말로?"

알감자를 먹여주는 것까지는 행인들의 눈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어묵바라니.

그것도 남자가 여자에게 먹여주는 모양새라니.

정말로 야구 동영상에 나올 법한 구도 아닌가.

부끄러운 수준을 넘어서 폭발할 것만 같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예은의 입에 어묵바를 쑤셔 박았다.

"..맛있냐?"

"마시쪄. 단단함이 부족하긴 하지만.. 크고, 짭조름해서 좋아."

어묵바를 입에 넣은 채 예은이 웅얼거리며 대답한다.

길쭉하고 굵기도 두터운 혜자스러운 어묵바를 혀로 핥고 빨고 난리가 났다.

그 진동이 나무 막대를 통해 전해지자 알게 모르게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빨라진다.

주위를 지나치는 행인들 중에서는 잠깐 멈춰서 구경하는 이들까지 생겼을 정도.

물론 눈에 힘을 줘서 다 쫓아냈다.

"그래도 역시 씹어먹는 게 더 맛있네. 그치?"

"그.. 그렇기는 하겠지만.. 뭔가 괴롭다."

어묵바를 아그작아그작 앞 부분부터 씹어 조금씩 올라간다.

예은의 입이 전진할 때마다 보는 내가 아플 지경이다.

괜시리 감정이입을 해버린다.

상당히 큰 크기를 자랑했던 어묵바는 금새 예은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만족하냐?"

"히히. 만족은 니가 해야지. 장난 아니게 부끄럽지?"

알고 저지른다는 점에서 이 녀석을 정말로 질이 나쁘다.

사람 놀려 먹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

거울이 없어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내 얼굴은 현재 시뻘개졌을 거다.

그 정도로 방금의 상황은 정말이지 버티기 힘들었다.

"자, 이번엔 튀김 핫도그도 줘. 머스타드 소스 듬뿍 묻혀서."

"야.. 1절만 하자."

그리고 슬슬 잡담은 그만둬야 할 시기다.

시작한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한국의 봄을 알리는 첫 번째 경기가 막을 올린다.

.

.

.

* * *

SKY T1 K 대 마진 수비대의 경기.

잉벤 등 커뮤니티를 통해 예측되는 승패는 거진 5 대 5였다.

자칫 의아할 수 있다.

그렇게 촉망을 받던 SKY T1 K의 기대치가 고작 이 정도라니?

여기에는 당연히 사정이 붙는다.

정글러인 무기마스터도.

미드라이너인 테이커도.

그리고 원딜러인 최강진도.

솔로랭크에서 날고 기던 유망한 아마추어들이다.

즉,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반반이 된 까닭.

솔로랭크와 대회 게임 상이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로 데뷔하는 선수들의 절대 다수.

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꽤 상당한 비율이 원래 아마추어에서 한가락 하던 이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삼선 레드팀의 정글러인 아웃셋과 미드라이너인 다대기가 있다.

그 둘은 지난 해 스프링 시즌의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했을 만큼 기대받았다.

돌아온 것은 본선 진출 후 광탈.

팬들은 슬슬 깨닫게 된다.

솔로랭크와 프로의 세계는 정말이지 다르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마진 수비대가 안정적이기도 하고, 지난 윈터시즌 경험도 있고.

특히 정글러인 모카차가 롤 엄청 오래 했잖아.

스프링 시즌에서는 조금 활약하지 않을까?

슬슬 한 건 할 때 되긴 했지?

└ㄹㅇ 모카차 갱킹이 진짜 쩔지.. 특히 현실갱.

└꼬찢갱이 또.. 모카차 진짜 무섭게 생기긴 했어.

└모카차 나이도 있는데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 선전 좀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마진 수비대 또한 삼선 레드 못지 않게 솔로랭크에서 한가락 하던 이들이 모인 팀이다.

사실 지난 해에 출범된 팀들은 대부분이 아마추어에서 호흡 맞추던 이들이 스폰을 받고 정식 프로게이머가 된 경우다.

다소 조정은 있어도 큰 틀에서는 거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규합된 팀들.

성공 케이스도 물론 있지만 오히려 대부분이 실패했다.

그렇다면 성공 케이스와 실패 케이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반론이 생겼다.

<단순히 각 라인이 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서로 호흡을 많이 맞춰봐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얼밤이다.

그들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수없이 서로에게 등을 맡겼다.

그러다 보니 프로게이머가 되어서도 호흡이 척척.

중간 과정에서 원딜러인 로크도그가 방출이 되긴 했어도 나머지 팀원들은 올곧게 따라오고 있다.

이러한 호흡이 부족했다는 게 결정적.

특히 게임단에서 어떻게든 최고의 팀을 만들고자 조정을 많이 한 팀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최고의 미드 정글과 최고의 미드 원딜을 섞을라고 했는데 물과 기름같더라.

삼선 레드와 마진 수비대의 경우가 살짝 그러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지.

그러니까 나는 마진 수비대가 이길 거라고 본다.

SKY T1 K는.. 애들이 너무 잘해!

각자가 안 잘하는 애들이 없어.

서포터도 그렇고 탑솔러는.. 연세가 조금 많이 많으셔서 그런지 노련미도 있으시고.

각자의 개성이 너무 독특하달까?

아마 분명히 불협화음이 생길 거야.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는 한계가 명확해.

└로드 오브 로드로 논문 쓸 기세ㄷㄷ

└와, 글쓴이님 티어 어디에요? 겜잘알이시네.

글쓴이-ㅎㅎ 실버요!

└와, 저두 실버인데 듀오 콜?

└실버는 실버를 알아본다ㄷㄷ

그러한 팀들의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러니까 서로가 안 맞아서 해체를 하거나.

다른 하나는 시간을 들여 팀의 불협화음을 조정하거나.

마진 수비대의 경우 후자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도 그럴 게 대회 리그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 스크림.

프로팀들간의 수준 높은 연습 경기에서 마진 수비대가 상당히 준수했다.

이번 시즌에 분명 상위팀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방금 전, 김은준 해설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진 수비대가 솔직히 윈터 시즌 잘하지도, 못하지 않던 팀이었다는 사실에는 솔직하게 긍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툭 터놓고 말해볼까요? 모카차 선수와 훈 선수의 미드&정글 듀오. 솔로랭크에서 상당한 악명을 떨쳤다는 사실은 유명하죠. 그런데 이를 상대하는 다른 팀들의 선수들도 그에 뒤지지 않아요. 즉, 커버가 된다는 소리입니다. 본래라면 미드&정글 위주로 이득을 보면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그림을 그렸는데 롤챔스에서는 그게 정확히 안됐어요. 마음 먹은만큼 안되니까 게임 꼬이고, 어? 어? 하다가 시간 끌리고, 본래 그렸던 밑그림은 완전히 망쳐지고, 그러다 보니까 두 선수는 잘했는데도 결과적으로 게임은 지는 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미숙했음에도 마진 수비대는 지난 시즌에 8강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었죠. 높이 평가할 부분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꽤나 많았는지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분명히 침 튀겼겠지.

바로 옆에 붙어있던 강빈 해설의 떨떠름한 표정이 이를 증명한다.

카메라로는 잡히지 않는 김은준 해설의 미세한 타액들을 안타깝게도 뒤집어 쓰게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말의 골짜.

부족한 경험 때문에 목표 했던 그림을, 팀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는 분명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스크림에서도 경기력 향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김은준 해설을 떠벌떠벌 떠들었다.

팀의 불협화음 및 마찰은 게임단 초기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이를 테면 과도기다.

이 과도기를 마진 수비대는 안정적으로, 훌륭하게 넘어섰다.

그러니만큼 아직 이음새가 헐거운 SKY T1 K를 상대로 프로 매듭이 벽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김은준 해설은 자료 조사를 상당히 꼼꼼하게 해왔다.

─와 로드 오브 로드로 논문이 아니라 박사 학위 받을 기세네..

올해의 노벨 로드 오브 로드 상이 주어진다면 김은준 해설위원이 받겠구만.

아무래도 게임이 직업이다보니까 진지한 거겠지?

나도 저렇게 게임 분석하면서 돈 벌고 싶다ㅋㅋ

└응, 니가 하면 실버의 입롤.

└지식도 지식이지만 애정이 없으면 못할 것 같음.

└어느 직업이든 먹고 사는 건 힘든 갑다.. 그래도 김은준 해설같은 분들이 있으니 우리가 롤챔스 재미나게 보지.

└ㄹㅇ 난 롤 그냥 성장하다 한타하는 게임인 줄 알았는데 요즘 보며 진짜 갤럭시 크래프트 못지 않게 전략성이 높더라.

경기 시작 전 밋밋한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각 팀의 분석 시간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다.

방금은 조금 정도가 심하다면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 스프링 시즌의 주목도는 남다르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후원을 하게 될 대기업들에서 상당히 주목해서 보고 있다.

과연 로드 오브 로드가 갤럭시 크래프트 이상 가는 E-스포츠가 될 것인가?

여기에 더해 솔직히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알고 싶다.

경기를 즐기는 법은 단순히 보는 것만 있지 않다.

중계진들의 예상을 듣고, 그 예상과 어떻게 다른지.

안 좋은 예상을 들은 팀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기타등등.

침 질질 흘리며 치킨 뜯는 롤챔스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물 한 잔 마시면서, 난 치킨을 못.. 아니, 안 시켰지만 기품있게 즐기는 방식도 상당히 재미지다.

언뜻 과도하다고 보이는 김은준 해설의 밑조사는 시청자들의 흥분감을 고조시켜 나갔다.

->오늘 한 편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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