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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결
마진 수비대는 만만히 볼만한 팀이 아니다.
위치를 따지자면 LCF 당시 겨뤘던 팀 쿼스트 정도의 격에 있는 팀.
그러니까 이 팀 정도는 이겨야지 본선 무대를 꿈꿀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전투력 측정기다.
'이렇게 말하니 상당히 쩌리 같네..'
실제로 순수한 실력은 팀 쿼스트보다 안된다.
비슷한 위치라고는 해도 현재 시점에서 리그의 수준이 높은 유럽팀인 팀 쿼스트보다 조금은 아래일 수밖에.
하지만 김은준 해설의 말마따나 한층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나야 뭐 그들과 친분이 없으니 스크림 결과가 어쩌고 어쨌는지는 당연히 모르지만.
'그래도 SKY T1 K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팀은 아닐 텐데..'
본래에도, 내가 알고 있던 미래에서도 SKY T1 K팀은 데뷔를 꽤나 화려하게 한 축에 속한다.
신생팀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협화음이다 뭐니 해도 팀원들의 기본 스펙이 너무 출중했던 덕분.
한 마디로 돈의 힘이다.
그리고 스프링 시즌 이후로는 더욱 더 성세를 자랑하게 된다.
멤버 또한 바뀐 바가 하나 없으니 분명 이번 스프링 시즌부터 강팀으로 거론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거기서 끝나는 정도일까.
'엄청 신경 쓰여.'
북미에서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미역슨이 그러했고.
CLOCK9에서 팀 투르칸으로 옮긴 미터스 또한 그러했다.
원래의 역사에서 조금씩 어긋난다.
심지어 미역슨은 실력 자체가 말도 안되게 큰 폭으로 올랐다.
역사는 변한다.
그 기점은 언제나 내가 된다.
이말인 즉, 이번 스프링 시즌 또한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다.
시즌3에 들어 대기업들이 로드 오브 로드를 차세데 E-스프츠로서 주목하게 되는 일은 있었던 미래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최근의 한국 E-스포츠계는 상당히 과열됐다.
웬만한 차이라면 내가 알아챌 수 없겠지만 둔감한 나조차도 알아볼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이 삐까뻔쩍해졌다.
음식들을 명절날 휴게소 수준으로 팔 때부터 눈치챘지만 공을 무척이나 들였다.
솔직히 말해 조금 기이할 정도로 신기하다.
아무래도 E-스포츠는 약간 천대받는 느낌이 있으니까.
나이 지긋하게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디지털과 돼지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중년층 정도의 어른들도 E-스포츠와 그냥 게임 하는 것의 차이를 모른다.
게임이 스포츠라는 개념으로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별 의미없어 보이지만 업계 종사자.. 그리고 투자측에서는 엄청나게 의미가 깊으니까.'
자신이 하는 일이 고작해야 동네 문방구 오락기 두드리는 것과 동급 취급을 받는다면?
아무리 페이가 좋고 대우가 좋아도 영 걸리기 마련이다.
결정적으로, 투자하는 측에서 이벤트를 열 때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걸리고 만다.
어째서 롤챔스에는 과자 협찬, 맛밤 협찬, 음료수 협찬 이런 것들만 들어올까?
한 번쯤 반드시 진지하게 심사숙고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차피 애들이 하는 게임이다, 라는 이미지가 깔려있기 때문.
로드 오브 로드를 즐기는 유저들은 대부분이 20대 전후다.
20대 중반 이상도 많고 심심치 않게 30대 이상도 보인다.
그럴 텐데도 게임은 아이나 하는 것, 그런 시선이 사회 전역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후원하는 기업들로서는 반드시 감안을 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야.'
이야기가 조금 무거워지긴 하지만 꽤나 중요한 문제다.
과감하게 예를 들어 보자면 골프 브랜드에서 롤챔스를 후원한다고 해보자.
그 브랜드의 이미지에도 당연히 영향이 간다.
애들 하는 게임하고 연관 있는 회사니 파는 물품들도 장난감 수준의 것이겠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생각한다.
물론 로드 오브 로드에 익숙한 청소년, 청년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매층이라 할 수 있는 중년, 노년층들이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에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굳이 극단적으로 골프 브랜드 같은 게 아니더라도 대부분 돈을 쓰는 층은 최소한 장년층 이상이라는 점.
그런 나이든 사람들에게 밉보일 까닭이 있겠는가.
대부분의 기업들은 도박수를 둘 이유가 전혀 없다.
반대로 중년, 노년층은 잘 소비하지 않는 과자나 음료수 업계들은 눈치 볼 것 없이 롤챔스를 후원할 수 있다.
한국 롤판이 인기가 많음에도 규모가 커지지 않는 데에는 이러한 뒷사정이 존재한다.
롤챔스를 후원하는 기업들의 수와 격이 달라지지 않는 한 한계는 명확하다.
'이렇게 음식 후원은 엄청나게 잘 들어오지만 말이야.'
나는 콜라를 한 입 머금으며 바리바리 사온 음식들의 쓰레기들을 비닐 봉다리에 꾹꾹 눌러 넣었다.
음식 후원엔 제한이 없는 덕분에 경기장 내에서 파는 음식들은 질이 좋았다.
그 최대의 수혜자인 예은이 내 옆에서 예은도 포만감 만땅인 얼굴로 진행되는 경기를 보고 계신다.
부탁이니까 배를 통통 두들기는 건 멈춰줬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다 치고 통로를 지나가는 행인들의 여자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져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로 만에 하나….'
나이 드신 분들이 이미 박혀버린 선입견을 없에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에 준한 정도는 것은 노려볼 만하다.
개인은 바꿀 수 없지만 사회가 바뀐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 시도로서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국가에서 인정하는 건 어떻겠냐? 라는 방안이 검토되었다.
과거 E-스포츠는 그러한 발돋움할 기회가 있었다.
국가에서 갤럭시 크래프트를 눈독 들였다.
그도 그럴 게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 선전하고, 국위선양했으니까.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게임 잘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만든 게임이 바로 1세대 E-스포츠 갤럭시 크래프트였다.
그런 E-스포츠에 대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투자한다면 더욱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일련의 과정은 정말로 진행되었다.
그것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었다.
각종 관련 법안들이 제정되고, 정규 단체와 국가가 주도하는 대회가 개최되고.
결정적으로 단순한 게임에서 벗어나 공중파 TV에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도 익숙해지게 되면 선입견이 해소되는 것은 단순한 시간문제가 된다.
'결국 마주작 때문에 말아먹기는 했어도 기회가 다시 생길지도 몰라.'
그렇게 척척 진행되가던 참에 대규모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보그르르 물거품.
한 번 잃었던 신뢰는 어지간해선 되찾기 힘들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로드 오브 로드가 갤럭시 크래프트 못지 않게 흥행을 했음에도, 그리고 한국 선수들이 국위선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가능했다.
어쩌면 평생 E-스포츠가 인정받는 날은 오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 이상이라면..'
그저 혹시나 하는 생각이다.
이래 봬도 나는 한 번 역사를 바꿨으니까.
쇠퇴해야 할 북미와 유럽의 물꼬를 크게 트었다.
그러니까 안 그래도 박차를 가하게 될 한국에서는 그 이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해군 에이스같은 팀도 부활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나는 헛생각을 접어두고 눈앞의 게임을 바라봤다.
슬슬 클라이막스가 펼쳐진다.
"너는 이번 한타 누가 이길 것 같아?"
"아몰랑. 잘하는 놈이 이기겠지.."
배부르고 등따스워지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마음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조금은 말을 맞춰줬으면 한다.
나는 오는 길에 들렀던 식당에서 입가심으로 챙겨온 민트껌을 까서 에은의 입에 넣어줬다.
"...누가 누렁이 아니랄까봐 민트맛이네."
"이뇬아 네가 고른 맛집에서 선택한 맛이다."
어쨌든 간에 진지하다.
혼자서 생각해도 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 법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은준 해설의 말마따나 이번 경기는 마진 수비대가 이길 거라 생각한다.
"구래? 내 직감으로는 영어팀."
"영어도 잘하면서 SKY T1 K를 영어팀이라 부르냐.."
예은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대강 대답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여자의 감이란다.
저 말,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냥 찍는 거다.
남자에게 둘러대기에는 참 만능인 변명이다.
"흐응.. 딱히 이유랄 건 없지만 저기 미드? 그리고 정글러? 움직임이 날카로워. 한타에서 한 번 일낼 것 같아."
"그럼 상대팀은 별로야? 마진 수비대도 미드, 정글이 제법 하는 팀인데."
"그다지? 적어도 변수를 만드는 타입은 아니잖아."
아니냐고 물어도 그것 또한 예은의 직감이다.
하지만 여자의 감이라는 게 어쩌면 아주 생뚱맞은 소리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예은의 말마따나 SKY T1 K는 미드와 정글은 야생의 짐승같은 느낌이니까.
그리고 마진 수비대는 정규 훈련을 받은 군인.
미드&정글에 투자한 건 양 팀 모두 같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완전 상이하다.
나는 이 차이를 선수의 성향을 분석해서 알고 있다.
그에 반해 예은은 그냥 보고서 느낀 바를 늘여 놓았다.
이것이 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거다.
학교에서 보면 별로 공부 같은 거 안 해도 국어 잘하는 애들.
국어라는 과목의 특성상 재능빨을 조금 심각히 받는다.
'누군 플레이 하나하나 분석해서 고심 끝에 내려놓은 결론인데.. 재능 참 부럽네.'
민트껌으로 풍선을 요령껏 불면서 놀고 있는 예은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김은준 해설은 마진 수비대에게 편파적으로 보일 정도의 입장을 밝혔다.
나도 여기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완전히 동의하진 않았다.
가진 바 개인기를 살려서 초중반에 스노우볼을 굴렸다면 SKY T1 K가 유리하게 갈 수도 있었다.
이 가능성은 낮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살라지 못했고, 현재 게임의 양상은 비등비등하다.
양 팀의 스코어는 3 대 3.
서로가 동등한 상태에서 첫 번째 용한타가 열리려고 한다.
이러한 흐름이 되면 김은준 해설의 생각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양 팀이 이제 한타 페이스 제대로 맞붙을 것 같은데.. 두해설위원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전범준 캐스터가 강빈 해설과 김은준 해설을 쪼아댄다.
용한타가 열리려고 하고는 있지만 대치 상황이라는 게 참 어찌 흘러갈지는 신만이 알고 있다.
이대로 시간 질질 끌다가 서로 다시 미니언 먹으러 가는 경우가 대회에서는 빈도수가 높다.
관중들 지루하지 말라고 해설위원들 닦달해서 이야깃거리 만들어내는 게 전범준 캐스터의 일이었다.
<저는 SKY T1 K에 한 표 걸겠습니다!>
<그래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른데에..>
강빈 해설은 과감하게 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그것이 김은준 해설의 역린을 건드린 모양.
마진 수비대를 고평가할 때와 마찬가지로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 마디로 대회 적응을 채 하지 못했다.
김은준 해설위원의 지적은 지극히 정당하다.
SKY T1 K의 미드라이너 테이커 선수.
딜교환을 차곡차곡 이득을 거둬내며 시종일관 라인전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기존의 팀들은 정글 개입 킬 내지 소규모 교전으로 반드시 이득을 만들어 냈을 수준.
하지만 테이커 선수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적팀의 갱킹을 허용하고 말았다.
솔킬 욕심을 내려는지 조금 무리하게 압박을 하다가 한 틱 차이로 적을 살리고 자신은 갱킹을 당해 죽었다.
같은 팀의 정글러인 비행기 선수가 커버를 대기하고 있었지만 완벽하게 걸리고 시작한 탓에 타이밍이 안 나왔다.
<아직 신생팀이라 할 수 있는 SKY T1 K가 마진 수비대를 상대로 게임을 길게 본다. 여기서부터 많이 어긋났다고 봅니다. 만약에 SKY T1 K가 승기를 가져올 분기점이 있다면 저는 이번 용한타가 마지막이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습니다.>
김은준 해설은 SKY T1 K의 승리에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 또한 탄탄해서 어디 한 구석 따질 곳이 없다.
나조차 동의할 정도니 어지간해선 이견이 붙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감.. 그리고 강소리라….'
지난 윈터 시즌의 한국 롤챔스를 나는 봤다.
이 또한 나의 여파인지는 몰라도 강빈 해설의원의 횡설수설.
일명 강소리라 치부되는 생각 없는 헛소리가 역으로 들어맞았다.
그리고 방금 전 강빈 해설위원은 찍듯이 이야기를 던졌다.
이 또한 그저 몇 번 겹쳐버린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지.
나는 경기장의 중앙을 크게 한 면 차지하고 있는 대형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어쩌면 ...일지도 모른다.
SKY T1 K의 주도로 걸려버린 한타는 새로운 국면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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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예은 파트는 일전에 공지로도 말씀은 드렸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쓰고 싶은 거 쓴 거에요.
웹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계산적인 연애.
여주는 주인공을 무조건 좋아하고 편들어주고, 발암 행위 절대 안 하고 그런 웹소설 시장에 맞는 여주를 쓴 게 아니라.. 그냥 제가 쓰고 싶은 캐릭터를 쓴 거에요.
순수한 유료 연재였으면 저도 지양했겠지만.. 노블레스라는 곳이 으레 작가 취향이 많이 섞이잖아요.
이전에 공지로도 언급을 했었는데 분량 늘리기는 절대 아니에요.
그냥 순수하게 게임파트만 쓰는 편이 분량 뽑아내는 속도는 조금 더 빨라요.(실제로 제가 게임 파트만 썼을 때 1주일 동안 3연참을 쭈욱 했죠.)
말 나오는 파트인 건 저도 알고 있지만..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때문에 별 문제없이 쭈욱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종종 연참을 하는 이유는 죄송함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에요.
예은 파트가 마음에 안 드는 독자님들이 계시는 걸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 부분을 아예 안 쓰는 걸로는 해결을 할 수가 없거든요.
어느 정도 외전이 섞여있다 정도로 생각을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비축분 분량에서는 본선 리그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다려주신 만큼 재밌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가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