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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결
정식으로 훈련받은 군인과 오합지졸의 차이점.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바로 진영이다.
이 진영이라는 게 대체 뭐가 중요한 건지.
언뜻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개인이 아닌 단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열 명은 한 명보다 열 배 강할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이 모일수록 불협화음, 서로의 움직임을 의도치 않게 방해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열 명이 한 명보다 못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체계화된 훈련이 있고 진영이 존재한다.
진영이 세워지는 목적은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짜임새.
좋은 진영은 각자가 가진 장점을 백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역으로 단점은 보완해주기 까지 한다.
'마치 지금의 마진 수비대처럼 말이야.'
현재 포킹 조합을 갖춘 마진 수비대가 짜임새 있는 진영을 갖춰 SKY T1 K를 압박하고 있다.
단순히 진영이 좋을 뿐만이 아니다.
그야말로 근대사의 상징과도 같은 머스킷병 같은 움직임이다.
머스킷, 흔히 조총이라 불리우는 이 무기는 장전 시간이 오래 걸려 실전 효율이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갤럭시 크래프트의 탱크가 아무리 세도 초글링이 파고 들면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잘 훈련된 군인들은 이를 순차사격술이라는 형태로 극복해낸다.
장전조, 조준조, 사격조, 세 개의 조로 나뉘어서 화력을 분산 시키는 대신 장전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낸다.
실제로 이는 머스킷병이 전장에서 주목게 된 계기로 작용한 전술이다.
'인간끼리의 전쟁에서는 확실히.. 엄청나게 유용하지.'
개인이 가지는 가치가 비슷하다면 조금 더 좋은 진영을, 호흡을 완성시킨 쪽이 이기기 마련이다.
로드 오브 로드 라는 게임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아 반드시는 아니여도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된다.
들쑥날쑥한 솔로랭크와 달리 상향 평준화가 되는 프로 무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마진 수비대의 포킹이 빗발칩니다! 저 사이를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라 보이는데요?>
<접근하면 호되게 맞아야 하고, 안 들어가면 용 먹힙니다. 용 먹히면 마진 수비대의 운영에 계속해서 휘두르게 될 거란 말이죠? SKY T1 K은 결단이 필요합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게임은 마진 수비대에게 웃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
첫 단추, 용한타가 잘못 꿰이면 그 이후의 흐름도 농락 당하다 끝난다.
그러나 여기서 섣부른 판단을 했다간 그나마 있을지도 모를 승산을, 미래를 전부 빼앗기고 만다.
SKY T1 K의 입장에서는 정말.. 입안이 바싹바싹 타들어 갈 것이다.
<포킹은 잘 피하면 됩니다. 피하면서 SKY T1 K는 진입 타이밍을 봐야 해요.>
급박한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강소리.
강빈 해설의 뜬금포는 정말이지 의아하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잘 피하고 다가가서 상대방의 가슴에 칼을 푹! 찌르면 물론 멋있겠지만!
그게 쉽다면 누가 총을 쏘겠는가..
지금 진행되는 게임의 상황이 딱 그 꼴이다.
한 마디로 SKY T1 K는 이도 저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친 듯이 쏟아지는 포킹의 세례를 뚫고 이니시를 건다?
백전노장의 프로게이머들도 힘든 일이다.
신인 선수들로서는 총대를, 패배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한다.
솔로랭크처럼 과감한 움직임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자.
타고난 영웅의 자질을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SKY T1 K 측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행동에 나선 이는 한 명도 아닌 두 사람이었다.
<비행기 선수의 탈리반! 이거 무리수 같은데..! 아니! 점멸로 기가 막히게 띄웠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리픈! 칼 꺼내들었어요! 여기서 승부수 띄웁니다!>
포킹은 잘 피하면 된다.
강빈 해설의 말마따나 피하지는 못했지만 그 이상을 해냈다.
SKY T1 K의 비행기 선수가 플레이하는 탈리반 3세가 진입 타이밍을 날카롭게 잡았다.
아니, 잡았을 뿐이라면 중계진이 난리가 나지도 않았다.
'깃창점멸의 활용도가 장난 아닌데..?'
깃창 돌격으로 마주치는 적을 모조리 띄워버리는 탈리반 3세.
돌격하는 사이에 점멸을 적절히 활용하면 실질적인 에어본 범위를 늘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거리를 늘리는 용도로 밖에 쓰이지 않지만 이론적으론 응용이 가능하다.
방금 전 탈리반 3세는 돌진 도중 점멸을 사용해 수직으로 틀었다.
고작 해야 찰나밖에 안되는 돌진 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올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하고 카이팅을 하고 있던 이즈레알은 연계에 그대로 당해버렸다.
어느새 지척까지 당동한 테이커의 리픈이 땅바닥에 큼지막한 칼을 내려쳤다.
콰항!
콰라랑!
돌진함과 동시에 점멸, 미리 장전해둔 3타를 내려꽂는다.
엷게 파동이 울리며 이즈레알을 잠시 띄워냈다.
하지만 여기에 이즈레알을 보호해야 할 쏘냐마저 같이 떠버렸다는 게 중요.
연이어 스턴과 함께 궁극기와 평타, 발화까지 순식간에 틀어박혔다.
이즈레알의 몸이 걸레짝처럼 찢어졌다.
<리픈! 리픈! 삭제! 됐어요! 이즈레알 점멸도 있고, 비전도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터졌어요!>
<억울해서 죽을 노릇일 거에요. 거기에 쏘냐까지! 쏘냐의 약점은 약하다는 거죠!>
탈리반에 의해 띄워졌던 이즈레알은 바톤을 넘겨 받은 리픈에 의해 산산이 공중분해.
스플래시 데미지에 같이 얻어맞아 넝마가 된 쏘냐는 탈리반이 궁극기로 마무리했다.
스킬은 다 빠졋다지만 머릿수가 5 대 3이다.
용을 치다 은근히 체력이 빠졌던 마진 수비대는 대위기를 맞이했다.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용 챙기고 점멸로 도망가면 됐는데.. 그 용을 뺏겼습니다? 비행기 선수가 제대로 일냈어요!>
<테이커 선수가 연계를 못했다면 용스틸도 이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야말로 미드&정글이 하나가 된 이니시. 야생 멧돼지와도 같은 저돌성입니다.>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지만 김은준 해설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열이 다듬어진 군대는 훈련받지 않은 오합지졸들이 뚫어낼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 대 인간의 싸움.
로드 오브 로드의 프로게이머들을 단순한 군대로 비유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규격 외의 괴물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프로판이다.
마진 수비대에게는 불행하게도 개개인의 힘은 동등하지가 않다.
인간의 군대라면 뚫을 시도도 못했겠지만 말도 안되는 돌진력과 맷집을 가진 괴물들이라면 가능하다.
비행기와 테이커, 두 마리의 괴수가 마진 수비대의 진영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전열이 무너진 탓에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어진 마진 수비대를 SKY T1 K가 잡아먹는다.
"봐바, 내가 이겼지? 참고로 찍는 것도 실력이다? 가는 길에 저녁 알지?"
"내기라고는 입도 벙끗 안 했어 이 사람아! 나한테 또 뭘 뜯어가려고?"
한 번 기세를 잡자 SKY T1 K는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특히 잘 커버린 테이커의 리픈이 스플릿을 해댄다.
이를 막을 만한 개인기가 되는 자.
안타깝게도 마진 수비대에는 동등한 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엄청 놀랄만한 수준의 이변은 아니지만.. 신경 쓰이네.'
시작해버린 2013 스프링 시즌, 그 조별 리그 A조의 첫 번째 경기.
쏘아져버린 신호탄은 파란을 예고한다.
어쩌면 이변이 이변이 아니게 될지 모른다.
오늘의 경기는 아직 두 번 더 남았다.
내가 줬던 껌을 아직까지 질겅질겅 씹고 있는 예은과 함께 차분히 개막전을 관람했다.
다음 경기는 B조의 첫 번째 경기다.
가짜에어 독수리 대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승부 또한 관심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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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프링 시즌의 개막전.
이목과 관심이 모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조금 김이 빠진다.
정말 안타깝게도 대진표에는 기존의 강팀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전 시즌의 중견팀들과 신생팀들이 혈전을 벌이게 됐다.
기대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고만고만한 수준이겠지.
예상은 빠르게 뒤엎어졌고 첫 경기부터 보지 않은 이들로 하여금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어줬다.
SKY T1 K 대 마진 수비대의 개막전 첫 경기는 정말이지 화끈했다.
승자는 예상을 뒤엎고 SKY T1 K가 되었다.
점멸 쿨이 돌아올 때마다 호기를 놓치지 않는 날카로움.
설마 이 타이밍에?
자신의 목숨을 불살라 더욱 더 큰 불길을 키워낸다.
SKY T1 K의 정글러를 맡고 있는 비행기 선수의 희생정신.
그리고 테이커 선수의 압도적인 피지컬 앞에서 마진 수비대는 버티지 못했다.
팀이름이 무색하게도 방패에 금이 쩍쩍! 갈라지며 속수무책 무너져내렸다.
지루할 틈 하나 없었다고 현재 잉벤에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진 수비대도 안정적으로 잘했는데 테이커가 너무 쩔었어.
리픈 평캔이 무슨 믹서기야.
그냥 주위에 접근만 하면 챔피언들이 갈려 나감ㄷㄷ
리픈이 한타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음.
└리픈으로 한타 잘하기는 올마스터가 최초였는데 요즘은 주전파를 더 알아주는 듯.
└ㄴㄴ주전파가 아니라 테이커지. 이제 프로게이머니까.
└크~! 테이커 왠지 크게 될 선수 같아. 이제부터 팬해볼까?
└호들갑은ㅋㅋ 그래도 게임 루즈하게 안 가서 정말 좋았다. 두 번째 세트는.. 지옥이었어!
파괴력 있는 돌진 조합이 야금야금 얌체같은 포킹 조합을 무너뜨리는 광경.
등을 박박 긁어주는 듯한 그 시원함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는 롤챔스에서 그다지 나오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도 그럴 게 프로팀들은 포킹 조합을 잘 선호하지 않았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포킹 조합이라는 것 자체가 저평가를 받았다.
돌진 조합에게 한 번 제대로 잘못 걸리면 공든 탑 무너지는 한타 안정성.
승리를 지향해야 하는 프로팀들로서는 기피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러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사라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해설진도 당연히 짚고 넘어갔지만, 현재 솔로랭크에서는 포킹 챔피언이 각광받는다.
탑, 미드를 겸할 수 있는 제임스를 필두로 미달리라던지, 카지트라던지 여러 포킹 챔피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당연히 그를 중심으로 조합이 짜여진다.
여기에 더해 선수들의 피지컬.
첫 번째 세트에서야 비행기 선수와 테이커 선수가 워낙 날카로워 이니시를 허용해야 했다지만 반대 쪽 예도 나왔다.
솔로랭크나 스크림에서의 예가 아니라 두 번째 세트, 가짜에어 독수리 대 KTX 롤러코스터 A팀의 경기의 양상이 정확히 그러했다.
─가짜에어 독수리는 지난 시즌보다 심해진 거 같다..
겁나 사리면서 후반만 보네..
짜증나는 건.. 결국 이겼더라?
보다 보니 졸려서 잤는데 일어나니까 이겨 있어.
다른 팀들도 저렇게 경기하면 롤챔스 볼 일 사라지겠다.
└가짜에어 독수리가 조금 심하긴 하지.. 그래도 한타는 좋았어.
└첫 한타 언제 했더라? 30분 넘지 않음?
└35분 경? 한타 두 번하고 게임 끝남ㅎㅎ 그래도 원딜러가 잘해서 볼만 했어.
글쓴이-현기증 난다 진짜..
안정적이고 변수없이 성장해서 후반 한타를 바라본다.
이짓거리로 가짜에어 독수리는 정말로 정확히 중간 정도 하는 팀이었다.
약한 팀을 상대로는 그럭저럭 먹히는 전략이었지만, 반대로 강한 팀들은 그 전에 몰아붙이거나 한타에서 더 잘해서 이겨버린다.
그렇기에 중간이 한계였던 가짜에어 독수리에 한 명의 선수가 영입되자 완벽해졌다.
SKY T1 K의 정글러인 비행기 선수와 함께 시즌 3의 시작을 알린 자.
동시기에 주목 받은 또 하나의 아마추어가 존재한다.
포지션은 원딜러.
잠시간 파프리카TV에서 BJ웃음이라는 아이디로 방송을 했던 그는 프로로 전향했음을 밝혔다.
기존의 팀 중 하나인 가짜에어 독수리에 정식으로 영입되었다.
후반 한타에서 중요한 포지션은 누가 뭐래도 원딜러다.
그리고 가짜에어 독수리는 게임을 질질 끄는데 일가견이 있다.
정말이지 찰떡궁합.
잉벤 내에서도 이야기가 상당히 오가고 있었다.
─BJ웃음.. 아니 스마일 선수 컨트롤 미쳤다.
말화이트 궁극기를 어떻게 코앞에서 점멸로 피하지?
원래부터 운영이 브론즈급이지 실력은 뛰어난 거 알고는 있었는데 와..
앞으로 성장이 진짜 기대된다.
└그 턱없이 부족한 운영을 팀원들이 메꿔주는 듯?
└게임하는 기계네 기계.
└ㄹㅇ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카이팅 정밀도가 미쳤어.
사람이 한 분야에 너무 뛰어나면 도리어 반대 분야를 못해버린다.
BJ웃음, 이제는 스마일 선수라 불리우는 그는 유달리 뛰어난 피지컬에 반비례해 운영이 부족했다.
모르긴 몰라도 컨트롤에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맵리딩이라던지 여러 생각을 아예 접어버린 모양.
그런데 그 부족한 운영을 가짜에어 독수리의 나머지 팀원들이 뒷받침해준다.
개막전부터 흥미진진 흘러가는 경기의 흐름은 이번 스프링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더 높여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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