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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결
바야흐로 금일 개막전의 마지막 경기.
KTX 롤러코스터 B팀과 삼선 레드가 서로의 머리채를 흔들며 격하게 싸우고 있다.
이 흐름대로 라면 언제 어느 때 어떻게 판가름이 지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막상막하입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치고 박는데도 승패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두 팀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KTX 롤러코스터 B팀은 A팀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요. 손에 땀을 쥐는 신경전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앞서 가짜에어 독수리 대 KTX 롤러코스터 A팀의 경기는 정말이지 루즈했다.
대놓고 극후반까지 질질 끌었으니 당연한 노릇.
하지만 이번 마지막 경기는 양 팀의 플레이 스타일이 지극히 전투적이다.
다대기와 아웃섹으로 대표되는 삼선 레드는 엄청나게 공격적.
미드라이너인 듀로 대표되는 KTX 롤러코스터 B팀 또한 못지 않게 공격적.
게임의 향방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오늘 세 경기가 모두 흐름이 달라서 흥미 깊었습니다. 물론 두 번째 세트도 재미.. 있었어요. 코가 늘어날 것만 같네요.>
<하하, 조금 늘어지긴 했죠. 그래도 마지막 한타에서 원딜러인 스마일 선수의 카이팅이 굉장히….>
앞으로 10분 내외면 어느 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지지 않을까.
나는 그 전에 경기장을 뜨려고 한다.
경기가 재미없는 건 아니지만 보려고 했던 건 다 봤기 때문이다.
오늘 직관을 온 이유는 SKY T1 K와 가짜에어 독수리가 신경 쓰여서다.
양 팀의 선수진은 내가 알고 있던 바와 다소 바뀌었다.
SKY T1 K같은 경우 물에 물 탄 듯 했던 탑라이너가 메딕 선수로 교체됐다.
본래부터 교체 예정은 있었지만 미래가 앞당겨진 모양.
그리고 오늘 테이커가 꺼냈던 미드 리픈 또한 특이점 중 하나다.
현재 미드 메타가 워낙 질풍노도의 시기인지라 미드 리픈이라는 픽의 효율은 썩 뛰어나지 않다.
그럼에도 사용했다는 의미는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의미.
그 숙련도는 지난 번에 나와 겨루었을 때보다 출중했다.
테이커라는 이름에 걸맞게 리픈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가짜에어 독수리도 상당했어.'
마치 컴퓨터가 직접 조종이라도 하는 듯한 말도 안되는 피지컬.
알파고급 피지컬이라는 평판은 허명이 아니었다.
부족하다고 평받던 운영도 팀원들의 명령을 기계처럼 따르며 극복해냈다.
이번 스프링 시즌의 수준은 본래 내가 알던 이상으로 높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볼 일은 다 봤지. 데이트.. 비스무리 한것도 괜찮았고.'
전체적으로 만족이다.
직관을 온 보람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서 끝.
개막전도 슬슬 마무리돼가는 와중이고 나도 예은도 인터뷰에는 딱히 관심 없으니 패스하겠다.
나는 쿨쿨 자고 있는 예은의 군모를 벗겨 잠을 깨웠다.
여기가 무슨 영화관도 아니고 시끄러운 와중에 참 잘도 잔다.
프랑스 파리에서 직관을 갔을 때도 그랬지만 신경이 두꺼운 녀석이다.
"..저녁 사주면 일어나 줄 수도 있는데..?"
눈을 가늘게 뜬 예은이 개구진 표정으로 나를 지긋이 쳐다본다.
이대로 확 놔두고 가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최근에 워낙 잘해주고 있는지라 밥 정도야 기분 좋게 사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녀석 머리 진짜 작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소두다.
예은의 머리에서 벗겨 놓은 군모를 대충 훑어보자 죽었다 깨어나도 내 머리엔 안 들어갈 사이즈다.
군용 모자로 따지자면 52..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보면 움직이는 인형같기도 하다.
"너는 나보다 머리도 크고, 머리도 나쁘고~! 소프트웨어 가성비 너무 안 좋은 거 아니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반품이 안되는 인형이라는 거다.
나는 벗겼던 모자를 예은에게 다시 씌우며 서비스로 꾹 눌러줬다.
밉살 맞은 소리 잘하는덴 쓸데없이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뭐 먹을 건데?"
"이거! 알아?"
먹고 싶은 것이 무척 많은 덕에 메뉴 고민 안 해도 된다는 점은 또 좋다.
그런데 예은이 나에게 내밀어온 스마트폰 화면.
그 화면에 보이는 음식점의 이름이 조금 희한하다.
"족발상가영이 뭐야?"
"으이구! 오늘 경기 해설한 강빈 해설위원도 극찬했다는 족발 맛집이잖아."
인터넷 급식체중 하나인 ~~아닌가영? 같은 느낌의 음식점 이름.
최근의 시대가 하도 어그로가 중요하다 보니 컨셉이 특이하게 잡혔나 보다.
어쨌든 맛집이라는데, 그리고 나도 족발 좋아하는데 가릴 이유가 있을까.
더군다나 오늘 강소리로 활약한 강빈 해설위원의 추천이라니 가봐야지.
나는 예은과 함께 족발상가영으로 향했다.
소문난 맛집답게 굉장히 안정적인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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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난생 처음 치른 대회 무대에서의 경기가 끝난 후.
SKY T1 K의 선수들은 코치와 감독을 졸졸 따라 회식 자리에 모였다.
코치와 감독 모두 제법 나이대가 있는지라 싼티나는 곳은 조금 그렇고.
비싼 곳은 비싼 곳 나름대로 쪼오금 더 그렇고.
나름대로 가격대가 합리적이면서 회식 분위기가 나는 돼지갈비집을 회식 자리로 선택했다.
"자, 많이들 먹고 다음 번에는 메뉴가 소갈비로 바뀔 수 있도록 힘내보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로 활동했던 김다균 코치가 돼지갈비를 썩썩 자르며 회식 자리의 시작을 알렸다.
조별 리그를 각팀 당 여섯 번씩 치르는데 그때마다 회식을 해대면 운영비가 남아나겠냐만은.
아무래도 SKY T1 K이 출범한 첫 번째 경기, 즉 신고식이다.
그런 신고식을 훌륭하게 승리로 마무리지었으니 축하를 겸해서 고기 파티를 할 만도 했다.
"그래, 한창 먹을 때지. 내가 니들 나이때만 해도 고깃집에 가면 기본이 3인분에 공기밥 하나, 그리고 냉면까지 싹싹 긁어먹었어.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먹어! 아, 우환씨도 맛있게 드시고요."
조금 의아하게도 SKY T1 K의 최연장자는 20대 후반인 김다균 코치도, 30대 초반인 감독도 아니다.
무려 선수 중에 있다.
탑라이너인 장우환 선수.
프로게이머로서 메딕이란 아이디를 쓰는 그는 30대 중반의 꽤 늦은 나이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장우환 선수는 타 AOS게임에서 30대가 넘도록 활동하다가 로드 오브 로드로 전향했다.
팀내에서도 이 선수를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은 했지만 차선책이 없었다.
포기를 하기에는 선수의 실력이 너무나도 뛰어났다.
오래도록 게임을 해왔다는 것 자체가 보증 수표.
SKY T1 K에서 장우환 선수를 받아들이는 결정의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나이대가 나이대라 불안했는데 오늘의 경기에서 그는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다.
"저보단 역시 테이커.. 상욱이가 한 건 제대로 했죠. 장병기.. 너도 잘했고. 탑갱은 두 번 밖에 안 왔지만."
뒷말이 은근히 강조된다.
장우환 선수는 조금 심각한 수준의 탑신병자 스타일.
팀에서 가능한 탑을 포커싱 해주길 원한다.
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유치하기까지 할 정도다.
그러한 옹고집은 프로게이머로서 버려야 하긴 하겠지만 채 비워내지 못한 듯.
오늘 게임에서 탑갱을 와주지 않은 장병기 선수에게 눈치를 주었다.
타박을 받은 장병기 선수 또한 억울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말이다.
"우환이 형, 적정글은 탑 한 번도 안 간 걸로 아는데요.."
"이 자식이 말대답..! 해도 되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란다."
장난이었다는 듯 장우환 선수는 해맑게 웃으며 손수 쌈을 싸주었다.
상추에 깻잎을 올리고 고기 두 점, 마늘 세 쪽, 양파 많이 꾹꾹 우겨 넣는다.
그 쌈을 직접 먹여주기까지 한다.
언뜻 보기엔 훈훈한 광경이지만 생마늘과 생양파라는 부분이 그의 본심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상욱이는 어쩌다가 미드 리픈을 하게 된 거야? 내가 반대를 했음에도 이렇게 캐리해냈으니미안하지만 정말로 아닌 픽같거든? 현 메타에서는 조금 그렇잖아 솔직히."
장병기 선수가 울상 어린 표정으로 생마늘이 담긴 쌈을 오독오독 씹어대자 김다균 코치가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리고 솔직히 이 점은 나머지 팀원들도 신경쓰였다.
조금 직설적으로 따지자면 상식적인 선에서는 생각할만한 픽이 아니라는 소리다.
본인이 완강하게 주장하기에 일단 허락은 했지만, 팀내에서도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평소에는 닦달하기 힘든 문제다.
회식 자리의 들뜬 분위기에 힘입어 이야기를 꺼낸 것.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그냥 많이 하니 손에 익었달까.. 다들 하나씩은 있잖아요? 애정때문에 하는 챔피언."
"물론 그렇긴 한데 일반적으로 리픈이 미드로 쓰는 챔피언은 아니잖아? 난 그 부분을 이야기하는 거지. 솔직히 팀 조합을 헤치는 부분도 조금은 있고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는 단어 솔직히!
특히 술자리에서는 골백번도 넘게 반복된다.
함축된 의미는 내 본심이지만 본심이 아니다.
그러니까 뭔 말을 해도 탓하지 마라.
그런 의미가 은연 중에 밑바탕되어 있다.
"그게.. 솔로랭크에서 만났던 상대가 미드 리픈을 엄청 잘하더라고요. 저도 따라했죠. 따라하니까 괜찮더라구요."
"호오.. 우리 고지식하고 자존심 드센 상욱이가 따라하는 사람이 있다니 누구? 아, 설마 그 올마스터? 최근에 복귀했다는?"
미드 리픈으로 유명한 아마추어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은 김다균 코치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하며 겸사겸사 하고 싶은 말도 다 해버린다!
남자들이 친해지는 과정이 으레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이상욱은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받아넘겼다.
"예, 그 선수 엄청 잘하죠. 저보다.. 음…. 이건 프로로서 조금 가지면 안되는 마인드인가."
"어, 그렇게 생각할 정도야? 아니, 진짜로? 그 선수.. 뭐 용병 계약이다 뭐다 이야기는 들었고 실력도 좀 보긴 봤는데 그건 조금 과한데.."
올마스터의 실력에 대해서는 프로판에서도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게 한 번 주목을 받았으니까.
더욱이 복귀하면서 이런저런 파란을 몰고온 탓에 정보가 안 들어올래야 안 들어올 수가 없는 법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잘한다 정도지, 아마추어와 현역 프로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테이커, 이상욱 선수 또한 솔랭에서 날고 기었을 뿐이고 프로로서는 아직 초짜다.
초짜지만 지난 해 아마추어 대회인 LCL 서머 시즌 이후로 팀합숙소에서 고된 합숙 훈련을 마쳤다.
세간에서의 평가야 아직 새내기 신인이라고는 해도 김다균 코치는 어지간한 현역 미드라이너보다 테이커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올마스터는 고작해야 용병.
심지어 데뷔 경기조차 치르지 않았다.
농담삼아 꺼낸 이야기가 진중하게 흘러가자 김다균 코치는 난색을 표했다.
아마추어 티를 벗어내지 못한 건 둘째 치고 자존감이 떨어지면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평소에 워낙 에고가 강했던 이상욱 이었기에 김다균 코치로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올마스터 북미에서 엄청 잘했잖아요? 지난 번 LCF도 활약이 무지막지 하던데.. 혹시 저만 해외 리그 신경 쓰나요?"
"상욱아 술챘어? 아직 소주컵으로 두어 잔 밖에 안 마셨잖아. 상욱이가 술 이렇게 약한지 내가 몰랐네."
김다균 코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스럽게도 해외 선수랑 아이디를 헷갈린 모양.
아무래도 현재 해외 리그는 한국에 비해 다소 수준이 높다.
더더욱이 얼마 전 LCF는 과장 조금 포함하자면 같은 북미와 유럽이 득세하던 시즌1로 회귀한 것만 같았다.
코치로서 한국 리그 뿐만 아니라 해외 리그의 메타 분석 또한 부여되는 일 중 하나다.
현재 수준이 상당히 높은 해외팀의 선수와 아이디를 착각한 듯하니 별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는 이쯤에서 끊고 회식 자리를 이어나가자.
그렇게 생각했던 김다균 코치의 귀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테이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술 센 편인데.. 정신도 또렷해요. 저는 올마스터가 LCF에서 엄청 잘했다고.. 잠깐, 저만 연관지어 생각했나요?"
"상욱아.. 손가락 보여? 이거 몇 개인지 알겠니?"
정신이 나간 듯한 이상욱의 헛소리에 김다균 코치는 손가락을 들이밀어 술 취한 정도를 확인했지만 다 맞췄다.
단순히 찍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상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혀 비틀거리지 않고 걷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더욱 의아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 자리에 모인 전원 이상욱, 테이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상욱이 네 말은.. 올마스터가 해외에서 프로게이머를 했을 것 같다, 뭐 그런 거야?"
"네? 그렇지.. 않았나? 그랬던 거 같은데.. 뭐지? 정말로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에요?"
당연히 이 자리에 모인 전원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며 다들 갈비살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한 가운데 김다균 코치만이 조금 더 깊이 생각에 잠겼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농담도 아니고, 애초에 테이커는 평소 진지한 편이다.
한 번쯤 고심해볼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재미삼아 긁은 로또를 노파심에 확인하는 선에서 김다균 코치는 머릿속 한 구석에 기억을 저장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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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팀명이라던가 시기는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팀이 해체되고 이 팀으로 변경하고 이 팀이 어느 시기에 나왔고, 그런 부분을 전부 쓰면 라이트 독자님들이 힘들어해요.
큰 흐름은 타지만 중요도가 떨어지는 요소는 섞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선수들이 바뀌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미래가 변경된 경우(EX아웃섹)
다른 하나는 그 선수가 나오면 노잼인 경우.(예를 들어 그 팀을 많이 묘사해야 하는데 특정 선수의 색이 맹맹 하다거나.)
또 2시즌 때와 달리 3시즌부터는 미래가 이곳저곳 바뀌었습니다.(열두 팀이 아니라 열네 팀이 참가했고, 어째서 열네 팀으로 됐는지 이유까지 붙어있죠.)
설정을 대충한 게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에 의해 어떠한 여파가 일어나는지 이미 나왔고 앞으로도 차차 나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