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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결
근 2주에 걸쳐 치러지는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의 조별 리그.
지난 윈터 시즌만 해도 A조부터 D조까지 나흘이면 뚝딱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나 오래?
사정을 알고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참가팀도 두 팀이나 추가됐을 뿐더러 방식도 바뀌었다.
일곱 팀씩 두 조로 나뉘어 각 조의 상위 네 팀만이 본선에 진출한다.
물론 하루에 여섯 팀씩 빠듯이 돌리면 1주면 된다.
되겠지만 중계진의 등골이 빠진다.
먹고 살기 너무 팍팍해진다.
그러니까 2주에 걸쳐 천천히.
그렇게 진행되는 데에는 이번 스프링 시즌이 상당히 주목 받고 있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다.
가시적으로 따지자면 잉벤등의 커뮤니티 이용자가 요 근래 부쩍 늘었다.
─요즘 진짜 주위에 롤 안 하는 애들이 없네.
1년 전만 해도 반에서 나만 롤 했는데 안 하면 왕따 당할 기세야.
나만 하던 게임 다들 하니까 조금 기분이 이상하긴 한데..
친구들이 나 플레티넘이라서 가끔 떡볶이 사주고 롤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건 기분 좋음.
ㄹㅇ 내 친구들 다 노재능이라 브론즈 실버임.
반 대항전 같은 거 열리면 쓸어 먹을 듯ㅋㅋ
└네 다음 급식이.
└1년 먼저 하고 플레티넘 자랑 아닌 거 같은데..
└추월 당하면 꿀잼일 듯ㅋㅋ
└근데 요즘 정말 롤 인기가 하늘을 찌르긴 해.
1세대 E-스포츠, 갤럭시 크래프트가 유행했을 때와는 배경이 조금 다르다.
당시만 해도 갤럭시 크래프트 말고 할 게임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까마득한 20세기에 출시된 게임이니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
기껏해야 대전 격투게임이 주를 이뤘던 당시에는 정말 혁명적인 게임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당시의 이야기다.
2010년을 전후해서 희번쩍 개안할만한 수준 높은 게임들이 다수 출시됐다.
그런 게임들을 재치고 다시금 E-스포츠의 시대를 연다?
단순하게 바톤을 이어받았다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로드 오브 로드가 한국인의 성향에 잘 맞는 게임이라는 의미다.
게임의 구도가 괜시리 경쟁 심리에 불을 붙이는 것도 그렇고.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 개성이 두드러지는 것도 그렇고.
특히나 게임의 속도가 빨라서 좋다.
기존의 AOS게임들은 킬도 잘 안 나오고 평균 게임 시간도 너무 길었다.
게다가 스킬 속도도 느려 게임에 속도감이 덜했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는 어떠한가?
어떻게 흘러가냐에 따라 가속도가 붙기까지 한다.
심한 경우에는 10분 전후해서 미드가 오픈되기도 한다.
한국인이 원했던 게임의 이상이다.
이러저러 필연도 있었고, 운도 있었다.
어쨌든 간에 로드 오브 로드가 차세대 E-스포츠의 바톤을 완전히 넘겨받았다.
그 사실은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가 없다.
현재 스프링 시즌의 열기는 정말로 갤럭시 크래프트의 그때 그 시절이 회상될 정도였다.
─직관 갔었는데 현장 열기 장난 아니더라..
좌석이 유료였고, 첫 날에 딱히 기대받는 팀도 없어서 그저 그럴 줄 알았거든?
만석이야.
관중 반응도 엄청 뜨거웠음.
그리고 내 옆옆옆 자리에서 희희덕거리는 커플들 염장도 ㅅㅂ..
남자가 여친 입에 어묵바 먹여주고, 핫도그 먹여주고, 나는 부러워 죽겠고..!
└어.. 일단 히토미 끄시고요.
└현장 분위기 뜨거웠던 건 인정하겠는데 그건 좀 허구를 많이 섞으신 듯;;
글쓴이-진짜라고 ㅅㅂ.. 곁눈질로 찔끔찔끔 봤는데 여친도 겁나 이쁘더라. 연예인급임.
└아니 일단 끄고 얘기하시죠. 님 너무 흥분하셨어요.
첫날부터 뜨겁게 불타올랐던 스프링 시즌 조별 리그의 개막전.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더욱 더 불길이 거세졌다.
앞으로도 이목과 관심은 깊어지리란 전망이다.
그렇게 되어버린 까닭.
여러가지 있겠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주위에서 하면 너도 나도 하는 기질이 있다.
한국인들에게 AOS게임이 다소 낯설었던 탓에 망설였지만 경기를 보니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더라.
결정적으로 게임이 재미가 찰지더라.
사실 1세대 E-스포츠인 갤럭시 크래프트는 플레이하는 재미가 떨어졌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프로 경기만 보거나,한다고 해도 무한맵, 유즈맵 정도만 해댔다.
진짜 래더를 하는 유저는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는 하는 재미 또한 만땅이다.
팀게임이라 친구들끼리 즐기기도 좋다.
PC방에서 게임하다 꼬우면 팀원 한 놈 리폿으로 조질 수도 있다.
이 얼마나 한국인의 정서에 알맞는 게임인가?
로드 오브 로드가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는 것은 정말이지 시간문제였다.
─너희들 롤챔스 어디서 보냐?
롤챔스.. 재밌긴 한데 그냥 보면 무언가 항상 2% 부족했어.
뭐가 아쉬운 건지 몰랐는데 해설이 아쉬운 거더라.
최근에 올마스터 해설 방송 보는데 간지러운 부분 탁탁 긁어줌.
게임 구도를 진짜 넓게 본다고 해야 하나?
정말 겜잘알이야 겜잘알.
└뭐야, 올마스터 중계 방송도 해? 설마 프로가 아니라 해설 데뷔 노리나..
글쓴이-ㄴㄴ 그냥 취미 차원인 듯. 근데 해설 수준이 높아. BJ라 그런지 드립도 빵빵 터지고ㅋㅋ
└어, 나도 올마스터 해설 보는데 살짝 약빤 듯한 느낌이라 꿀잼임!
└ㄹㅇ방송이었으면 절대 못 치는 드립 터져 나옴. 간간히 도발 하는 것도 잼더라.
└자기가 나가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대ㅋㅋ 자뻑 컨셉 쩔어ㅋㅋㅋ
일련의 도슈 사건이 결착 지어진지도 1주일이 넘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슈는 잠수를 탄 채 그대로지만 그렇다고 올마스터의 방송이 영향을 받은 건 아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진행한다.
방송 컨텐츠까지 하나 늘었다.
그것이 바로 롤챔스 해설 방송.
당연하게도 롤챔스는 원래 해설이 있다.
롤드컵을 제외하면 해외리그야 한국 해설이 안 붙는다지만, 한국 롤챔스는 당연하게 공식 해설이 존재한다.
그럴 텐데도 대체 왜?
사람들의 의문증을 절로 자아내는 컨텐츠였다.
그런데 들어보니 납득이 가더라.
이게 또 정규 해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더라.
올마스터의 방송은 성황리에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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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현재 시점의 롤챔스 해설 수준은 조금 애매하다.
완성도가 살짝 부족하다.
중계진들의 악담을 하려는 건 아니고, 그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을 이야기 하려는 거다.
한 마디로 선수 출신 해설자의 부재.
로드 오브 로드에 대해 세부적으로 아는 해설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차후에 클끼리가 영입되는 이유기도 하지.'
그렇다고 내가 해설자를 목표로 한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차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스프링 시즌에 들어 대부분의 팀이 리빌딩을 마쳤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실력과 챔프폭 등에서 변화가 생기면서 팀의 특색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사전조사는 당연 철저하게 행해져야 한다.
삼선 블루에는 용병으로 들어가는 셈이지만 그들의 플레이에 맞춰줄 생각은 전혀다.
내가 괜히 서폿으로 들어갔겠는가.
조금 더 알아 본다면 미드, 혹은 정글이나 탑.
하다 못해 원딜러라도 어떻게든 들어갈 건덕지가 있었을 것이다.
삼선 블루가 아니라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본다면 더더욱이다.
그럼에도 굳이 서포터를 선택한 까닭.
한 마디로 혼자 날뛰기에, 깽판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라인이 없다.
'흔히 오해되는 부분이긴 해.'
서포터는 원딜 부하같은 개념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유저들이 의외로 상당하다.
구체적으론 원딜러들 중에 '서폿님, 딴 거 하지 말고 제 옆에만 딱 붙어 있어요. 아, 로밍 왜 감.' 같은 유저들이 꽤나 많다.
뭐, 못하는 서포터가 답답해서 일벌리고 다니지 말라는 그런 마음.
당연히 이해해 줄만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서포터는 소환자의 전장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사실이다.
차후 로드 오브 로드에 서폿의 로밍이란 개념이 고착화된 이후, 하나 챔피언이 출시된다.
방랑하는 음유시인, 로머라는 챔피언은 로드 오브 로드에서 서포터에게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게임사가 정확하게 그려낸 신규 챔피언이다.
한 마디로 서폿은 굳이 팀에게 얽매일 필요가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마진 공격대가 이번 게임을 잡으려면 봇에서 변수가 만들어져야 할 텐데.. 그걸 해야 할 서포터가 도무지 움직이질 않아. 안타깝네 안타까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마진 공격대와 불밤의 경기.
나는 방송 마이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정말 답답하다는 듯 말을 늘여놓았다.
마진 공격대는 탑에서 퍼블을 내준 후 미드와 정글까지 여파에 휩쓸리고 있다.
오직 봇라인만이 성세를 유지하며 라인전에서 딜교환 이득을 거뒀다.
귀신같은 솔킬각을 한 번 캐치하기까지 했다.
"근데 그러면 뭐하냐고. 거기서 더 안 굴러 가는데. 조금 까놓고 말해볼까? 어차피 게임의 중심은 미드, 정글이야. 적어도 원딜 3코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래야 해. 과연 불밤이 그때까지 기다려 줄까? 마진 공격대는 생각 잘해야 돼. 진짜로."
하지만 솔킬을 한 번 따냈을 뿐, 봇라인의 파급력이 거기서 멈췄다.
불밤의 봇듀오 빅캡틴맨과 빅욕망맨이 작정하고 사리자 그 이상의 이득은 거두지 못한다.
갈군 입장에서 말하긴 뭣하지만 사실 이는 현재 시점의 운영과 서포터라는 포지션의 한계이기도 하다.
"어차피 용은 못 가져가. 빅캡틴맨 듀오도 허수아비가 아니니까. 후반 가면 마진 공격대도 승산있지 않냐고? 전혀. 위쪽에서 킬 한 번만 더 터지잖아? 봇에 바로 4인 다이브 가는 거야. 그럼 못 막아. 그리고 거기서 게임 터지겠지. 아, 이미 터졌네."
나는 잠시 말을 끊으며 시청자들에게 미니맵을 짚어주었다.
불밤에서 탑갱을 기획하고 있다.
말린 상황에서 호기로운 딜교환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마진 공격대의 탑솔러 마크눔에게 결정타를 먹이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는 십중팔구 성공할 걸로 예상된다.
'그러고 보니 슬슬 마크눔의 폼이 떨어지는 시기였던가.'
마크눔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던 시즌2의 강팀 중 하나.
마진 공격대에게는 정말 안타깝게 굴러가는 형국이다.
팀의 에이스 격인 마크눔의 폼이 점점 더 깎이고 깎여간다.
물론 그 하나 없다고 마진 공격대가 쉽사리 무너질 팀은 아니다.
문제는 상대팀은 지난 윈터 시즌의 준우승에 빛나는 불밤이라는 사실.
서로의 형세가 비슷할 때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한 쪽 팀에 균열이 가버린 상태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균열을 기점으로 게임은 급속도로 스노우볼이 굴러가 버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점멸도 빠지고 죽었네.. 이러면 빅웨이브 먹히고, 타워도 깨지고. 빅불꽃맨의 동선도 자유로워지고. 이건 그냥 게임 끝났어. 여기서 더 안 봐도 돼. 나도 밥 먹으러 간다."
아직 경기 시간은 15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킬스코어 또한 고작해야 5:2.
이 정도의 차이라면 보통의 해설진은 한타를 가봐야 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단언한다.
경기는 이미 끝났고 게임의 승패는 결론지어졌다고.
시청자 수를 고려해서라도 중계진들은 절대 할 수 없는 발언을 나는 그냥 해버린다.
조금 막나가자면 어차피 난 월급 받고 해설하는 입장이 아니니까.
-이걸 팩트로 패버리네ㅋㅋ 마진 공격대에서 올마스터 방송 보면 부들부들 하겠다.
-진짜로 게임 끝난 거야? 여기서 게임 기울어?
-올마스터가 끝났다고 한 경기 중에 뒤집힌 게임이 없더라 ㄹㅇ루다가. 완전 도사임 도사.
-루즈해지는 부분에서 딱 끊어주니까 좋다ㅋㅋ.
초중반의 상황을 보고 게임의 승패를 예측해낸다.
바둑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이 극명하다.
아직 몇 수 두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고수들은 게임이 끝났다고 하더라.
아직 바둑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이들이 생각하기에는 알쏭달쏭 하지만 그게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수읽기를 굳이 세세하게 하지 않아도 게임의 판도가 대충 다 읽힌다.
진짜로 한 집, 반 집 이런 거야 정밀 계산을 들어가야겠지만 대강 정도는 눈대중으로도 가능하다.
나는 비슷한 판독을 로드 오브 로드에서 마찬가지로 해낼 수 있다.
'솔직히 100%는 아니지만.. 양 팀의 성향과 변수를 고려해보면 대강 사이즈가 나오지.'
솔로랭크는 10 대 0으로 차이나는 게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대회게임에서는 대부분 정석적인 흐름을 가게 된다.
입롤 한타라던가, 한 쪽이 말도 안되는 실수를 했다던가.
그런 경우들도 어느 정도 밑바탕이 있을 때나 가능한 거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나는 자신있게 승패를 예측했고 지금까지 다 맞췄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아예 삭제시켰다.
그렇게 시원스런 해설 진행과 더불어 몇 가지 요인.
평소 솔로랭크 방송을 할 때 2, 3천명 내외로 모였던 내 방송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수는 1만 명.
성장은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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