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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47화 (44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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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받는 서포터

오늘이 내가 삼선 블루로서 경기를 뛰는 첫 날이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용병.

딱히 합숙이라던지는 하지 않았다.

물론 삼선 블루의 팀원들과 게임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소린 당연히 아니다.

'온라인 상으로 어느 정도 발을 맞췄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대회 경기를 나갈 리 있겠는가.

정규 멤버처럼 완벽한 준비를 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할만큼은 했다.

기본적인 호흡은 어긋나지 않는다.

'그것이 과연 의미를 가질지는 두고 알 일이겠지만.'

삼선 쪽에서 절박했다면 어떻게든 더 요구를 했을 터다.

그리고 나도 어지간한 거라면 협조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흐름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강 알고 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이제 곧 40대가 될 아저씨 때문이다.

"오늘 아주 지루해질 것 같아서 불렀어. 긴 영화라도 한 편.. 아니, 두 편 보고 가라고 크하하!"

"아, 예에.."

나는 지금 삼선 블루의 부스에 안에 있다.

이미 경기장에 도착했음은 물론.

양 팀이 세팅을 마치고 다가오는 경기 시간의 카운트 다운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되는 상황에서 삼선 블루 팀의 감독, 서지훈이 시덥잖은 농담을 던져왔다.

'자기 딴에는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말이라고 던진 것 같지?'

아마도지만 영화라는 말은 하나의 경기일 거다.

즉, 오늘의 경기가 아주 길어질 거라는 비유.

알고는 있지만 상대팀인 가짜에어 독수리는 모든 게임을 반드시 장기전으로 이끌고 나간다.

이 때문에 잉벤에서도 말이 많은데 내가 경기를 모두 챙겨본 내가 모를 수가 있을까.

굳이 두 편을 보고 가라는 이유 또한 쉽게 알아챘다.

연승을 할 거니 내가 나설 자리는 없다는 이야기.

순수한 자신감은 아니고 삼선 블루에 나는 필요 없다고 비꼬는 듯한 늬앙스다.

'듣기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하네.'

현 삼선 블루의 에이스, 씨지맥 본인에게 전후사정을 자세하게 들었다.

감독은 블루 쪽에 미운 털을 단단히 박아두었다고.

구단주 때문에라도 일단은 신경 써주는 듯한 모양새지만 마음속에 품은 감정은 정반대다.

애초에 삼선 레드 쪽에 팀의 주전력이 밀집되었던 이유도 감독이 그렇게 주장을 해서라고 하니 아마 맞을 거야.'

그런데 정작 삼선 레드는 지난 시즌에서 8강, 그리고 블루는 무려 우승을 해버렸다.

그로 인해 팀 내에서 감독의 입지는 좁아졌다.

그런데 만약 이번 시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안 그래도 위태로웠던 감독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는 쉽게 상상이 간다.

'감독으로서의 역량 자체를 의심 받게 되는 꼴이니까.'

프로게임단의 감독은 대체 무엇을 할까?

감독이란 위치 자체는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별로 하는 건 없다.

요약하자면 팀 내의 운영, 개중에서도 선수 관리를 중점적으로 맡는데 이게 뭐가 어렵겠는가?

어차피 선수를 영입한 후에는 걔네들이 다 알아서 하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는 게 별로 없을 뿐이지 쉽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모순이 되긴 하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원래 윗자리라는 게 일이 어려운 게 아니라 책임감이 무거운 거다.

즉,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선수를 보는 눈이다.

어떤 이에게는 말도 안되게 어렵지만, 어떤 이에게는 물 흐르듯 가능한 것.

그렇기에 대부분의 감독직은 이쪽 업계에 오랫동안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맡게 된다.

의외로 로드 오브 로드에 대해 잘 아는 감독이 드문 경우가 바로 이래서다.

물론 기본적인 게임 지식은 있어야 하겠지만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요하지 않는다.

어차피 게임은 코치가, 선수가 알아서 잘하니까.

감독은 선수를 뽑고, 관리하는 것만 분업해서 확실하게 하면 된다.

'그런데 그 선수를 보는 눈이 의심 받는다라..'

이미 현재 진행형인 일이다.

그러한 와중에 쐐기까지 박힌다면 과연 누가 그 감독을 신뢰하려 할까.

삼선게임단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단에서조차 우승팀의 기량을 못 알아본 감독에게 보낼 시선은 뻔하다.

서지훈 감독의 입장에서도 물러날 구석이 없다는 소리다.

'이렇다 할 증거는 없고 심증을 바탕으로 한 추측이긴 해도 씨지맥이 말이 아마 맞을 거야.'

안되면 되게 한다.

지금 삼선 게임단의 감독 서지훈이 하려는 행위는 그런 거다.

어쩔 수 없는 마당이니 일단 분산 투자는 했다.

다만, 절대로 블루 쪽에 밀어주지는 않겠다.

내가 말하기는 뭣하지만 처세술이 굉장히 능숙하다.

모르긴 몰라도 이 바닥에서 꽤나 오래갈 팔자 같다.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확실히 그러했겠네.'

아무래도 모든 게임단의 감독님들 이름을 외워두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전생에서 그가 어떠한 인생을 보내는지까진 알 도리가 없다.

실제로 대면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프로게이머의 입장에서 감독은 정말 까마득한 존재다.

그도 그럴 게 구단주의 바로 밑단계, 신뢰를 한 몸에 받는 게임단의 중추다.

'신뢰라.. 신뢰란 말이지.'

조금 외람된 말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감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비단 서지훈 감독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조금 까놓고 말하자면 디스 좋아하는 그 감독님.

내가 씨불얼 게임단에 있었을 때 나와 5년간 동거동락 했던 강지호씨 때문이 상당히 있다.

이제 와서 탓하지는 않겠지만 선입견은.. 상당히 있을 수밖에 없다.

'진짜로 1년 내에 나를 코치로 꽂아줄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감독이란 사람들은 참 마음속이 시커매.'

모든 감독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신의 안위만을 바라면서 아주 길게 길게 가려는 족속들.

그 중 하나가 내 옆에 있으니 상당히 불쾌하고 언짢다.

나중에라도 잘해볼 생각 없이 정치질이나 하는 꼬라지라니.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현씨. 감독님이 첫 판은 본래 멤버로 가라니.. 어쩔 수가 없네요. 일단은 저희 하는 거 봐주시고 이따가 간략하게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이제 곧 삼선 블루 대 가짜에어 독수리의 첫 번째 세트가 시작한다.

나는 경기 시작 전 씨지맥이 나에게 남긴 말을 되새겨 봤다.

아무리 씨지맥이 현재 삼선게임단에서 대우를 받고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하극상은 불가하다.

근거가 없으면 모르되 있다면 씨지맥으로서도 따르는 게 최선이다.

'내 어깨가 조금 무거워지겠구만..'

첫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사실 예측이 가능하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삼선 블루가 십중팔구는 아니여도 육칠은 지게 될 거다.

팀의 색깔이 상당히 안 좋게 맞물린다.

삼선 블루가 안 좋은 쪽이다.

씨지맥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말 또한 당연히 나눴고 알고 있기에 해온 말이기도 하다.

백이면 백 지루하게 흘러갈 첫 번째 세트.

나는 따분함을 달리기 위해서 진하게 탄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

.

.

* * *

삼선 블루 대 가짜에어 독수리의 첫 번째 세트.

준결승전 이상에서 맞붙어도 이상하지 않은 두 팀이 벌써부터 자웅을 가리게 되었다.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어차피 재미는 매한가지인데 상관이 있을까.

그리고 삼선 블루가 저 노잼스 메이커를 떨어뜨려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래야 했지만….

<양 팀의 파밍 구도가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 같죠? 한타 조합이라던가 운영이라던가 여러가지를 봤을 때 김은준 해설위원은 게임의 향방,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하하하..... 전범준 캐스터의 토스는 언제 받아도 받아치기 참 힘들어요. 이게 참, 동문서답이 되긴 하는데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최근에 모 개인 방송 스트리머가 경기의 승패를 높은 확률로 예측을 한다. 그래서 그 부분을 조금 신경 써서 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죠.>

어쩔래야 어쩔 수가 없는 동문서답이다.

경기의 흐름은 그야말로 예상대로.

가짜에어 독수리가 주구장창 사리며 극후반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게임 시간 20분.

제대로 된 한타가 열리려면 최소한 10분은 더 지나야 하지 않을지.

이전까지 가짜에어 독수리가 진행한 게임들을 생각한다면 필히 그러한 결론이 나온다.

라인전 위주로 포커싱을 하며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것도 슬슬 한계에 직면했다.

전범준 캐스터는 언제나처럼 해설자들을 닦달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에 김은준 해설위원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준비해온 이야기를 읊었다.

<사실 승패 예측은 원래부터 있었습니다. 스포츠도 그렇지만 친구들끼리 가볍게 술내기하면서 불 붙으면 재미가 끝장 나거든요. 다만, 정확도와 밀도 높은 근거라는 측면에서 차별화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분의 방송을 한 번 봤지만 상당했어요. 조금 과장을 섞어 말씀드리자면 이 자리에 저 대신 오셔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에요.>

해설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찬.

고작 개인 방송의 스트리머를 정규 해설자인 자신과 동급으로 생각을 한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그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로 수준높았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김은준 해설 본인의 생각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김은준 해설의 발언에 파프리카TV의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뭐야, 올마스터 이번 시즌 용병 뛰고 해설자로 전직하냐?

-큰 그림 그린 거였어? ㄹㅇ루다가?

-본인하고 이야기가 간 거야, 아니면 그냥 띄워주는 거야?

-호들갑들 ㄴㄴ해. 공식 입장 나온 것도 아니고 드립일 텐데ㅋㅋ

아무래도 파프리카TV다.

현재 올마스터가 방송을 하고 있지 않아 본래 그의 시청자들은 정규 방송을 보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BJ의 이야기가 나왔다.

반응이 뜨거워지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더군다나 그 올마스터가 오늘 방송을 괜히 안 한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분이 자기가 뛰면 더 잘하겠다, 하는 말을 제가 직접 들었거든요? 공교롭게도 오늘 그 올마스터가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첫 경기는 출전 안 했지만, 그리고 앞으로 안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지금 말해두는 거기도 한데 참 기대가 돼요.>

<오호! 김은준 해설이 그렇게나 관심이 가질 정도면 상당한 선수인가 보네요. 사실 저도 월드컵 보면서 안방 축구 좀 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그만한 기량이 있는 선수라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꼰다기보다는 기대, 그리고 아쉬움이다.

기대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선수가 가짜에어 독수리의 컨셉을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가 힘들다.

안방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축구 경기를 보면서 '아! 내가 찼으면 저거 무조건 들어갔는데.' 말은 하지만 실제로 차면 당연히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

그럼에도 마음이 기울기 마련이다.

지금 진행되는 경기는 솔직히 해설자들도 깝깝하다.

그나마 가짜에어 독수리 하나만 저래서 다행이지 만약 모든 팀들이 저 짓거리를 한다면?

롤챔스의 시청자는 정말로 반에 반토막이 나버릴지 모른다.

그러한 경기의 흐름에 누군가 한 소리를 해주고, 실제로 보여주겠다 장담을 한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속이 조금은 풀린다.

<게임의 구도로 보건데 선수들이 만족할 만한 힘의 축적은 적어도 5분은 더 소요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까의 질문에 마저 답을 하자면, 저는 가짜에어 독수리가 조금은 더 유리하지 않을까, 현재까지 진행된 게임만 놓고 보자면 감히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게임의 흐름은 상당히 무난하다.

삼선 블루는 용을 두 번 챙기기는 했지만 가짜에어 독수리는 안정적인 성장을 마쳤다.

용을 챙길 시간 동안 파밍을 더 한 셈이기에 실질적인 글로벌 골드의 격차는 엄청나게 나지 않았다.

서로 맞붙으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다소의 차이다.

즉, 가짜에어 독수리로서는 자신들이 지향하던 바대로 경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삼선 블루의 입장에서 보자면 중반까지의 스노우볼이 미적지근 했던 셈.

이렇게 되면 한타 조합을 봐야 한다.

그런데 순수한 한타 조합은 아무래도 원딜 중심인 가짜에어 독수리가 조금은 더 낫다.

미드나 탑의 중요도가 높은 중반에 싸웠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바야흐로 후반은 원딜의 세상.

시즌2에 로드 오브 로드가 괜히 원딜 오브 로드라 불렸던 게 아니다.

그만큼 후반 한타에서 원딜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원딜이 살면 한타를 이기고, 원딜이 죽으면 한타가 진다고 이야기될 정도이니 설명이 굳이 필요할까.

스마일 선수라는 고피지컬의 원딜 선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가짜에어 독수리의 후반 한타는 정말이지 끈덕지다.

어떻게든 스마일 선수를, 원딜러를 살려내고야 만다.

지금까지 흘러간 게임의 흐름은 가짜에어 독수리의 의도대로.

그로부터 25분이 지난 50분 경에서야 첫 번째 세트의 승패가 결착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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