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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52화 (45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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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받는 서포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가짜에어 독수리를 상대로 스피드한 게임을 가는 건 불가능하다.

조별리그에서 가짜에어와 맞붙은 강팀들이 짜증을 머금고 증명해낸 사실이다.

어떻게 싸움을 걸려고 해도 안 싸워주니까.

용을 막 먹으려고 하면 보통은 막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가짜에어 독수리는 쿨하게 내주고 지 할 거 한다.

어떻게 압박을 하고 갱킹각도 잡아서 스노우볼을 굴리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완전 버티는 류의 챔피언들만 해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봇라인은 어떡해서든 철벽 가드.

그렇게 장장 3~40분을 버틴 후에 한타가 열린다?

하드 캐리형 원딜러를 잡은 스마일 선수가 쓸어 담는 그림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그전에 차이를 많이 벌려서 한타에서 무너뜨리는 경우도 나온 적이 있었죠?>

<예, 실제로 조별 리그 B조 1위로 진출했던 불밤이 가짜에어 독수리의 철옹성을 무너뜨린 전례가 있었어요. 야금야금 무너뜨리다 한타에서 묵직한 한 방을 제대로 먹여준! 이른바 대 가짜에어 독수리전의 공략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전범준 캐스터의 이야기를 빠르게 보충했다.

공성 무기의 일종인 파성추, 혹은 충차라고 불리는 물건.

굵직한 통나무의 끝부분을 뾰족하게 세워서 성문에 그대로 박아버린다.

물론 이 공성 무기는 실제 전쟁에서 효율이 엄청나게 좋지는 않았다.

왜? 성문이 새삥이라 윤기가 좔좔 흐르거나, 심한 경우 성문이 두 겹이라 하나를 부숴도 의미가 없다.

즉, 불밤은 라인전 단계에서 가짜에어 독수리의 철옹성을 쇠하게 만들었다.

융성하지 못한 철옹성은 불밤의 파성추, 돌진 조합을 막아내지 못했고 이는 한타의 패배로 이어졌다.

이것이 현 시점에서 가짜에어 독수리를 공략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제는 아니겠지만.

<정말 까무러치게 놀랐습니다. 현재 풀리츠크랭커의 하위 호환이라 이야기되는 쓰렉귀에게 그런 킬결정력이 있다니. 게임 시작 전에 해버린 섣부른 발언,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올마스터의 난데없는 서포터 선언, 이어서 쓰렉귀라는 의아함이 묻어나는 선택까지.

김은준 해설은 혹평을 쏟아냈지만 정작 게임에 들어가 보니 이게 웬걸?

두 번째 세트의 MVP는 올마스터 확정이다, 그런 소리가 나올 정도다.

쓰렉귀는 2레벨이 되자마자 칼같이 킬각을 노렸다.

그랩류 따위 절대 맞지 않을 거라 예상됐던 스마일 선수에게 목줄을 제대로!

점멸 그랩으로 멱살을 끌고 와서 라인전의 시작을 화끈하게 알렸다.

이마저도 다음에 일어난 사건에 비하면 약과다.

분명히 가능성이 높았던, 적어도 한 명은 무조건 딸 거라 생각되었던 다이브 갱킹을 역관광.

아니, 초토화를 내버렸다.

이것들이 전부 게임시간 고작 10분도 되기 전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만약 거기까지 었으면 가짜에어 독수리가 꾸역꾸역 버텨서 한타 가는 그림을 그렸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올마스터 선수에게 완전히 마크 당했죠. 현재 진행되는 두 번째 세트는 올마스터 선수의 쓰렉귀가 판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게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라인전을 터트렸다.

그 정도라면 가짜에어 독수리도 수가 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정글러가 다른 라인을 버리고 봇만 보면 된다.

30분 버텨서 안될 게임이라면 40분, 50분까지 시간을 질질 끌어버린다.

그것이 지금까지 가짜에어 독수리가 보여준 경기들의 양상.

극도로 불리한 상황일지라도 극후반에 가서 한타 한 번 이긴다면 역전이 가능하다.

원딜 캐리 조합이라는 특색과 스마일 선수의 피지컬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지다.

그런데 그것을 올마스터가 원천봉쇄,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찌저찌 버틸 수 있었을 다른 라인들.

쓰렉귀가 로밍을 가서 마지막 숨통을 끊어낸다.

앞에서는 정글러가, 뒤에서는 쓰렉귀가 포위한 후에 쌈 싸먹는다.

그러고선 2차까지 고속도로를 쭈욱 뚫는다.

버티고 나발이고 억제탑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성장을 목표한다?

배부른 소리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올마스터 선수가 정글러와 함께 미드와 탑을 도저히 복구가 안될 정도로 터트려버렸습니다? 이러면.. 힘들죠?>

<제아무리 가짜에어 독수리라고 해도 후반, 못 갑니다. 어떻게 땜빵을 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어요!>

가짜에어 독수리의 라인전을 비유하자면 금이 가버린 댐이다.

균열의 크기가 작다면 보수 공사로 버티는 게 가능하다.

여태껏 강팀들을 상대로도 어지간하면 무너지지 않았던 가짜에어 독수리.

그들의 댐에 손도 쓰지 못할 정도의 금이 쩍쩍 가버렸다.

보수 공사를 채 할 틈도 없이 다른 곳에 비슷한 크기의 균열이 계속해서 생겨버린다.

수리하는 속도보다 무너지는 속도가 빠르다.

외계 종족의 올인 러쉬를 벙커 하나를 수리해서 어떻게든 막아보려다 씁쓸한 최후를 맞이하는 인류 종족과도 같은 광경이다.

<그건 조금 다릅니다. 저도 그렇고 김은준 해설도 그렇고 갤럭시 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 아닙니까? 올인이 아니에요. 봇라인에서 헬멧 선수가 엄청 잘 버텨주고 있으니 말이죠!>

<저도 강빈 해설위원의 말에 동의합니다. 혼자 있다고 잘못 걸다가는 4킬 먹은 토이치의 궁극기에 더블 킬 나올 수도 있어요? 가짜에어 독수리는 생각 잘해야 합니다.>

솔로랭크에서도 정글탓 툴툴 거리면서 잘만 버티는 경우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회 경기에서 아예 작정하고 사리는 판단한다면 꽤나 끈덕지게 시간을 끌 수 있다.

하지만 서포터까지 와서 깽판을 쳐버리면….

답이고 나발이고 없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힘의 균형.

가짜에어 독수리의 봇듀오가 둘이 합쳐 1인분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이치가 4킬을 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요.. 스마일 선수가 절대로 혼자 다닐 수가 없습니다. 은신으로 싸악~ 들어가서 몰락 빨고 암살하면 그대로 죽는 거에요. 피지컬이 아무리 뛰어나도 평타는 못 피합니다.>

랄라가 쓰렉귀를 따라다니기라도 했으면 조금은 더 성장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안된다.

따라다니다가는 꼬그모가 암살당한다.

안 따라다니면 다른 라인이 개박살난다.

이도 저도 괜찮은 선택지가 단 하나도 주어있지 않다.

더 극심한 문제는 봇라인에 서성이는 것조차 악수였다는 사실이다.

<쓰렉귀가 가짜에어 독수리의 정글을 그냥.. 돌아가고 있죠? 포탑이 빠르게 밀리면 이런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도착할 때까지 눈치 못 챌 분위기입니다? 어? 이거 잘못하면 그대로 끌려서 죽어요? 게임 끝납니다?>

철옹성, 아니 성조차 아니다.

골판지를 기워서 어떻게 겉모양만을 유지하고 있던 가짜에어 독수리의 종이성.

바람만 휘이~! 불어도 날아갈 듯한 종이성이 드디어 형태조차 유지하기 못하게 되기까지 일보직전이다.

올마스터의 쓰렉귀가 아군이 나타나야 할 방향에서 불현듯 출현했다.

<숨을 곳은 없어!>

랄라에게 정확히 낫을 맞혀 날아간 쓰렉귀가 궁극기를 사용해 벽을 일으켜 세운다.

쓰렉귀의 궁극기, 영겁의 감옥은 탈리반의 흙벽과는 다르다.

지나갈 수는 있지만 스치는 순간 마법 피해와 함께 99%의 어처구니 없는 둔화.

그 안에 제대로 갇혀버린 랄라와 꼬그모는 단순한 과녁에 불과하다.

궁극기인 무차별 사격을 활성화한 토이치가 저 멀리서 관통탄을 사정없이 쏘아낸다.

─더블 킬!

삼선 HELMET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랄라가 스킬쿨을 어떻게든 돌려 꼬그모라도 살려보려 했지만 헛수고.

논타겟을 아무리 잘 피해도 이미 걸려버린 채찍 쓸기와 타겟팅으로 박히는 탈력에는 얄짤이 없다.

토이치가 점멸로 따라가 사격하며 누적된 맹독을 터트리자 300골드로 화한다.

아니, 이미 세 번이나 죽음을 경험한 꼬그모가 주는 돈은 고작해야 200골드 안팎이다.

<그래도 하나.. 희망을 볼 수 있다면 현상금! 토이치를 잡으면 어지간한 2~3킬에 준하는 골드를 한 번에 주거든요? 만약 스마일 선수가 따내는데 성공을 한다면 역전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전범준 캐스터의 말씀,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다른 팀이었다면 저도 그런 희망적인 관측을 했을 거에요. 하지만 가짜에어 독수리는 그게.. 안되는 팀입니다.>

팀의 색깔이 지나칠 정도로 치우쳐져 있다.

여태까지 수비만 일관하던 가짜에어 독수리가 이제 와서 변수를 노린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물론 전범준 캐스터도 딱히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한 말은 아니다.

그저 중계진으로서 어떻게 게임의 진행을 해야 하기에 관전 요소를 늘리고자 해봤다.

어지간하면 김은준 해설도 호응을 했겠지만 하필이면 가짜에어 독수리.

슈퍼 플레이와는 지극히 거리가 먼 팀이다.

<결국 서렌 나옵니다. 롤챔스에서는 서렌이 거의 안 나오긴 합니다만 이건 확실히 답이 없죠. 다음 세트 가는 게 멘탈 관리 측면에서도 나을 것이다. 그런 판단이 내려진 모양입니다.>

삼선 블루 대 가짜에어 독수리의 두 번째 세트는 단 한 번의 한타도 없이 끝이 났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저 가짜에어 독수리가 또 시간을 질질질 끌었다면 얼마나 짜증이 났을지.

하지만 이번 경기에 한해서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패배를 시인해왔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삼선 블루가 가짜에어 독수리와 동등한 스테이지에서 마주보게 되었다.

오히려 유리할지도 모른다.

쓰렉귀의 어마무시한 킬결정력이 다시금 전장을 지배한다면?

또다시 속수무책, 가짜에어 독수리는 무너져 내릴 거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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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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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충격적인 패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패배 가짜에어 독수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요구했다.

규정상 최대 15분까지 가질 수 있는 작전 타임.

전략의 검토라는 명목 하에 다음 세트의 준비 시간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

물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지.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 내가 보기에 쓰렉귀는.. 그냥 밴하는 게 답 아닐까?"

"나도 동감이야. 밴을 하고 조금 더 수비적으로 챔피언을 가져가자. 원딜러도 꼬그모 말고 테러스티나 어때? 극후반에 간다면 이만한 챔피언이 없잖아."

안 그래도 시간을 질질 끌기로 정평이 난 가짜에어 독수리가 작전 타임까지 가진다.

경기장에 온 관객들은 당장 부스로 쳐들어가 멱살을 끌어 내팽개치고 싶은 심정일 테지만 정작 선수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기는 것만이 정의다.

종국에는 이긴 선수들만이 프로판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가짜에어 독수리의 선수들이 짜낸 전략이라 함은 더욱 더 가관이었다.

겨우 쓰렉귀 하나를 밴하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30분의 왕귀를 목표로 게임을 해서 승산이 없다면 50분, 아니면 그 이상.

꼬그모는 분명 하드캐리 잘 하기로 손에 꼽는 원딜러지만 생존기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생존기도 있으며 하드캐리까지 보장되는 테러스티나를 하자.

테러스티나는 왕귀 타이밍이 조금 심하게 느려 대회 게임에서는 거의 안 쓰인다.

하지만 자신들 가짜에어 독수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해보겠습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테러스티나는 진짜로 4코어 뜨기 전까지 딜 없는 거 감안해야 돼요."

"승리할 수 있다면 뭐든 못하겠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파밍만 해. 한타에서 네가 다 쓸어담을 수 있게 해줄 테니까."

3코어 왕귀를 바라보고 게임을 하는 게 불안하다면  5코어의 풀템을 기다린다.

상황에 따라서는 신발까지 팔고 6코어.

그렇다면 테러스티나의 힘을 최대한을 끌어낼 수 있다.

극후반에서 아이템이 갖춰진 테러스티나의 위력은 그 어떠한 원딜러보다 위에 있다.

힘들어야 할 성장 과정을 나머지 팀원들이 뒷받침 해준다면 노려볼 만하다.

당연, 지금까지 해온 게임들보다 더욱 루즈하고 길어질 예정이지만 중요한 건 승리.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 아니겠는가?

매스컴과 역사는 승자만을 조명해주는 법이다.

삼선 블루 대 가짜에어 독수리의 세 번째 세트.

문제없이 시작되는 밴픽에 가짜에어 독수리의 선수들은 한숨 내려놓았다.

듣기로 준결승전부터는 해외 리그를 본받아 마지막 세트에서 블라인드 픽이라는 걸 한다고 하니까.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 그렇게 한다고는 하지만 자신들 가짜에어 독수리로서는 영 꺼려진다.

게임 스피드를 의도적으로 올리는 픽들은 봉쇄하고 감이 마땅하다.

다행스럽게도 8강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으니 쓰렉귀를 밴한 후 테러스티나까지 가져온다면 완벽.

자신들의 승리를 방해할 불안 요소는 존재하지 않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 마리의 곰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지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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