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
천대받는 서포터
지루하고 루즈하고 재미없고 개때리고 싶고.
가짜에어 독수리의 경기는 언제나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실제로, 날고 기는 강팀들이 가짜에어 독수리의 철옹성 전략에 GG를 쳐버렸다.
얼마 전 조별 리그에서 가짜에어 독수리는 2번 패배하고 말았지만 그 과정.
어떻게든 장기전을 이끌고 가는 거지같은 운영만큼은 허용해야 만했다.
그 후에 한타에서 무너뜨리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그러했던 상식을 올마스터가 산뜻하게 즈려밟았다.
이에 대해 잉벤에서도 현재 극찬이 오가는 와중이다.
─올마스터 잘하고 있냐?
난 그냥 채널 돌렸는데ㅋㅋ
바보들아 원래 이런 게임은 보지 말라고 올마스터 본인이 말했잖아.
마스터급 판단력 ㅇㅈ?
그러게 왜 서포터를 했냐 ㅉㅉ
└응, 개흥하고 있어..
└녹방보고 후회나 해라ㅋㅋ 꿀잼 사이다 치킨각인데.
글쓴이-??? 그게 흥했다고? 김은준도 노답이라 한 경기가?
└응, 김은준 해설도 태세 전환함!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올마스터의 출전은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게 하고 많은 라인 중에서 하필 서포터를 골라버렸으니까.
서포터는 결단코 캐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올마스터 본인이 그렇게나 주장했던 내가 나가면 쟤네들보다 잘할 수 있다.
실현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분명히 그러했을 텐데..
기존의 상식을, 예상을 가볍게 비틀며 이루어냈다.
첫 번째 출전, 삼선 블루 대 가짜에어 독수리의 두 번째 세트에서 올마스터는 서포터로 하드캐리를 선보였다
이 정도면 '서포터로' 할만큼 했고 슬슬 서포터도 MVP 탈 때 되지 않았나?
같은 식으로 MVP를 주는 흔하디 흔한 서폿 캐리가 아니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인정.
누가 어떻게 봐도 올마스터의 쓰렉귀가 아니었다면 두 번째 세트의 승리는 있을 수 없었다.
─쓰렉귀 풀츠 하위호환 아니었어?
해이애나와 알칼리 같은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쓰렉귀는 쓰렉귀만이 가능한 플레이가 또 있더라.
특히 랜턴 활용해서 아군 살리는 거 예술이었어.
└봇에서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역관광 시켜 버림ㄷㄷ
└로밍가서는 랜턴으로 아군 당긴 다음 강제 킬각 잡아버리던데?
└진짜 농담이 아니라 사기 챔프 같아.. 꿀 빨 타이밍인가?
└응, 니가 하면 사기그릇 챔프^^
풀리츠크랭커의 하위 호환이 여겨졌던 쓰렉귀.
알고 보니 풀리츠크랭커가 오히려 쓰렉귀의 하위호환이더라.
그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쓰렉귀는 만능 서포터였다.
그랩도 그랩이지만 나머지 스킬들 하나하나가 효율성이 만땅이다.
결정적으로 평타가 원거리.
봇라인전에서 서포터가 근접이냐, 원거리냐는 어마어마한 차이점을 가진다.
─아, 근데 역시 밴되네..
그리고 원딜을 테러스티나로 가져가버리네..
가짜에어 독수리는 답도 없다.
니들 짱 먹어라.
욕 드럽게 많이 먹고 오래오래 쳐살아라.
└진심으로 빡침이 묻어나는 글이다ㅋㅋㅋ
└아니, 테러스티나를 골랐다는 건 설마 꼬그모보다 더 뻐팅기겠다는 소리야?
└한 마디로 풀템 싸움가겠다 이거지.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대회 규정으로 제재 안돼?
└민중의 심판.. 안돼냐? 가짜에어 독수리 자체를 롤챔스에서 아웃시킬 수는 없나?
└제 2의 가짜에어 독수리가 태어날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OTL
애초에 뭐 쫓아낼 방법도 없다.
성적이 모든 것을 증명하는 프로 리그.
어떤 전략을 쓰던 간에, 하다 못해 다섯 명이서 1렙부터 미드를 푸쉬를 한다고 해도 이기면 장땡이다.
그래도 특이한 전략은 재미라도 있다.
재미도 재미지만 오래 쓰면 파훼법이 나온다.
하지만 가짜에어 독수리는 답이 없다.
갤럭시 크래프트로 따지자면 우주 방어 플레이.
정석에서 파생된 하나의 전략과도 같기에, 그리고 중축을 이루는 스마일 선수가 있는 이상 철벽이다.
그라는 황제가 있는 이상, 진시황 메타는 계속된다.
영원토록 쭈욱.
─쓰렉귀도 밴됐는데 올마스터는 이번에 뭐 하려나.
최근에 나온 서폿이라고 해봤자 인어?
근데 걔는 쏘냐 하위 호환 같아서 그닥..
같은 그랩류인 풀리츠크랭커 하려나?
└어, 뭔가 많이 본 스토린데.. 쓰렉귀도 그런 논리로 꺼낸 거 아닌가?
└의외로 괜찮은 생각인 거 같기도..? 문제는 인어 Q스킬은 논타겟이라 맞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움.
└ㄹㅇ 물방울 판정 타이머싱거급임. 그래도 하려나? 또 상식 파괴해버려?
시청자들의 예상은 제법 그럴 듯하다.
풀리츠크랭커 하위 호환 취급받던 쓰렉귀가 나왔으니.
이번에는 쏘냐 하위 호환 취급받는 인어의 차례가 아니냐?
쓰렉귀와 비슷한 시기에나 나온 신규 챔피언, 인어는 마찬가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냥 2013년에 출시된 챔피언들이 다 그렇다.
그나마 올마스터에 의해 재조명이 될 거라 생각되는 쓰렉귀가 유별난 거다.
그러했던 예상.
올마스터는 또다시 철저하게 상식을, 가짜에어 독수리의 거지같은 운영을 파괴해냈다.
.
.
.
* * *
가짜에어 독수리와의 마지막 경기.
한 번의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는 해도 불충분하다.
이제야 다시 동등한 입장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이번 세 번째 세트를 끝으로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린다.
'딱히 긴장이 되는 건 아니지만.'
두 번째 세트의 일등공신, 쓰렉귀가 밴이 됐다.
팀원들은 당연 탄식을 내뱉었고 불안해 하는 듯한 눈치도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비슷한 거 엄청나게 당해왔다.
적 밴카드 세 개가 나에게 소비되던 게 일상이었는데 고작 밴 하나 정도야.
아무리 서포터라고는 하지만 쓸만한 카드 여럿 더 준비해왔음은 물론이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게임이 시작하면 언제나 유저들을 환영해주는 성우 아가씨.
그 귀여운 목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나는 스킬을 사용했다.
내가 선택한 챔피언, 꼬마 마법사 배티는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배티의 W스킬, 인페르노를 우물에서 화르륵! 뿜어냈다.
─삼선 AllMaster님이 레드 진형의 정글을 지목.
아이템을 구입한 후 곧바로 말을 맞춰 놨던 대로 적진영을 향해 달린다.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 초반에 이득을 보고 스타트하기에 가장 좋은 최상의 플레이.
바로 인베를 가기 위함이다.
"근데 아시겠지만 쟤네 진짜 무조건 사릴 텐데.."
"저희도 경기 분석해봤어요. 쟤네 인베에서 정말로 안 당해줍니다. 풀리츠크랭커라도 있으면 또 모르지만."
상당히 아쉬움이 남은 듯한 헬멧 선수의 목소리.
그럴 만도 하다.
헬멧 선수는 내가 쓰렉귀를 잘했으니 풀리츠크랭커를 해보는 건 어떠냐? 의견을 제시해왔다.
나는 헬멧 선수의 말을 싱긋 웃으며 무시.
말릴 사이도 없이 배티 서폿을 픽 박아버렸다.
당연 난리가 났지만 이제 눈치 볼 것 따위 없다.
두 번째 세트를 캐리한 사람이 누구인가.
실수로 박았다고 둘러대니 씨지맥의 보증과 더해 유야무야 넘어갔다.
'물론 이번 판에서 캐리를 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지.'
실수니 뭐니 해도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어줄만큼 바보일 리 있을까.
실력이 있으니 봐준 셈이다.
그런데 그 실력이 의심받는다면?
경기가 끝난 후 질책은 피해갈 수 없다.
'한 마디로 이기면 그만. 뭐, 그런 이야기 아니겠어.'
그렇기에 선택한 필승 카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쓰렉귀는 전형적인 서포터.
아군의 입을 두 손으로 쩌억 벌려서 킬을 강제로 쑤셔 넣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아군이 침 질질 흘리면서 '헤~ 영구는 킬 싫어한다. 으히히히히!' 발암을 유발하면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다행히도 삼선 블루는 그 정도의 기량도 안되는 팀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역시 나는 직접 뛰는 편이 성격에 맞아.'
가장 캐리력 있는 서포터.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배티라고 단언할 것이다.
그 정도로 배티 서폿의 파괴력은 어마무시하다.
그래봤자 서폿라는 소리가 안 나오도록 입도 벙끗 못하게 만들어준다.
"들켰네요. 적 저 쪽에 다 모여 있어서 어떻게 걸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리심을 플레이하는 명진이가 음파를 날려본 후 아쉬움을 삼킨다.
음파는 적중시킨 상대의 시야를 부분적으로 공유한다.
그 시야에 다른 몇 명의 상대팀 챔피언들이 보였다.
이말인 즉, 벌써부터 다섯 명이 모여있다는 소리.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야 그럴 거라 예상했지만,'
명진이는 나보다 두 살 아래인 삼선 블루의 정글러다.
씨지맥이랑 하도 친해서인지 나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왔다.
그 탓에 현재 씨지맥 다음으로 팀 내에서 가까운 이다.
그의 말마따나 혹시는 역시나.
고작 인베에 당해줄 만한 팀이 아니었다.
그렇게나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가짜에어 독수리가 이런 소소한 실수를 방관하겠는가?
본래라면 아쉬움을 뒤로 삼키고 물러나는 게 맞다.
하지만 나는 핑을 하나 찍고 지체없이 달려들었다.
"어, 어! 형 거기서 더 가면 죽어요!"
"됐으니까 오기나 해."
내가 뚜벅뚜벅 걸어오자 적팀은 이게 뭐지? 렉이라도 걸렸나?
혹시나 하면서 내가 던져주는 건 아닐까,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렇게 부쉬에 모여있는 다섯 명의 적을 향해 들어가는 화염 세례.
우물에서부터 차곡차곡 스택을 모은 인페르노가 광역 데미지를 선사한다.
화르륵!
마치 쏘냐의 궁극기, 파워센도를 때려 박은 듯한 광경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두 가지.
하나는 인페르노의 스킬 사거리가 길지 않은 탓에 점멸로 때려 박았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대비할 시간도 주지 않는 즉발 스킬이라는 부분이다.
한 마디로 이니시가 제대로 걸렸다.
콰라락!
유령화를 켠 씨지맥의 말카림이 언월도를 풍차처럼 돌리며 선두에 선다.
그러자 아주 잠깐 멍때려버린 나머지 세 명의 팀원들도 합류한다.
조금 바보 짓을 해도 괜찮다.
시간은 넉넉하니까.
'1.75초의 즉발 광역 스턴. 이것이 배티가 인베 단계에서 필승을 자랑할 수 있는 근원이지.'
배티가 있는 팀이 인베 단계에서 가질 수 있는 압도적인 우위.
본래라면 6레벨에나 배워야 하는 광역 스턴기를 1레벨부터 사용할 수 있다.
당해본 적이 있어도 까다롭지만, 없다면 농락으로 이어진다.
가장 선두에 서있던 상대팀의 서포터 랄라가 첫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대회에서 인베 킬을 따내다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을 성과지만 멈추지 않는다.
스턴이 풀린 적팀을 따라가 더욱 더 많은 이득을 추려낸다.
노리는 대상은 미드라이너인 럭키가 되었다.
"럭키 벽 못 넘었어. 키키킥"
"어차피 넘었어도 내가 따라갔겠지만 덕분에 점멸 아꼈네."
갱붐 선수가 플레이하는 럭키에게서 점멸 실수가 나왔다.
벽을 넘어 도망가려고 했는데 그만 벽플을 해버린 것.
덕분에 정글러의 점멸이 빠지지 않고 두 번째 킬까지 무사히 챙겨갈 수 있었다.
인베 단계에서 2킬을 먹고 시작했다.
'스펠 이득도 엄청 봤고.. 그런데 그걸 피하네.'
모여 있는 적 다섯 명에게 제대로 광역 스턴을 성공시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명 피해낸 이가 있었다.
적팀의 원딜러, 테러스티나가 맞점멸을 사용해 내뺐다.
피했다 한들 결과가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신경 써야겠다.
'라인전에서 내 움직임을 더욱 주시하게 될 테니.'
갑작스런 점멸 스턴으로 킬각을 잡는다던지.
적어도 테러스티나에 한해서는 포기하는 게 낫겠다.
방금처럼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반응해냈는데 라인전에서는 오죽할까.
"탑, 정글 킬먹고 시작한 데다 맥형이 말카림까지 잡았어. 이번 게임은 진짜 질래야 질 수가 없다."
명진이의 호들갑에 팀원들이 차례차례 웃으면서 수긍한다.
상대팀에서 내 쓰렉귀를 밴했다는 말.
그말인 즉, 밴카드를 하나 허투루 소비했다는 의미다.
그로 인해 씨지맥의 말카림이 살았고 심지어 퍼블까지 씨지맥이 먹었다.
정글 균형까지 무너진 상황이니 탑라인전은 사실상 터진 거나 다름없다.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팀원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 하지만 난 그렇지 아니다.
당하고 시작한만큼 더욱 더 인파이트.
상대는 정말이지 욕이 나올 수준으로 사리고 사릴 게 뻔하다.
조별리그부터 오늘의 두 번째 세트까지 보여준 수비적인 라인전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정도로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그러면서 아예 1시간이 넘는 게임을 노릴 것이다.
최종적인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봇에서 또다시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면 비슷한 결말을 맞이할 뿐이야.'
즉, 내가 캐리해야 한다.
웃고, 떠들고, 방심하는 사이에 적은 조금씩 몸집을 키운다.
재미없는 게임, 노잼스를 만드는 가짜에어 독수리를 방관해줄 생각이 없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