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56화 (45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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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받는 서포터

글로벌 골드의 격차는 답도 안 나오는 수준이다.

전 라인의 2차 포탑을 모조리 밀었다.

킬 스코어의 차이 또한 압도적.

게임의 승패는 8할 이상 가져온 셈이지만 문제가 생겼다.

"제가 이니시 걸 테니 이번에 미드 억제탑 밀어보죠."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닐까요? 천천히 오브젝트 쓸어담으면서 다음 바론 한 번 더 먹고 노려도 될 거 같은데….

기왕 잡은 승기.

안전하게 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팀원들의 말은 반만 맞았다.

확실히 이 상태라면 적을 완전히 포위하고 말려 죽일 수 있다.

바론도, 용도, 레드도, 블루도, 심지어 정글몹까지.

전부 우리가 싹 쓸어 먹을 수 있다.

솔로랭크였다면 여기서 헛짓하다가 잘려주는 사람 꼭 나오겠지만 여기는 대회다.

보이스 채팅을 통해 의견을 주고 받는 만큼 적어도 허무하게 잘리는 경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니시가 부족한 상대팀의 조합을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하지만 테러스티나가 생각 이상으로 성장하게 되겠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2차 포탑이 이렇게나 빨리 밀려버리면 게임이 어떻게 될까?

나는 실제로 비슷한 경우를 한 번 경험해본 적이 있다.

LCF 결승전에서 TSL을 상대로 한 마지막 세트였다.

완전히 말려버린 상대팀.

그리고 나와 아이템 격차가 꽤나 나던 미역슨의 자드.

억제탑으로 밀려오는 빅 웨이브를 모조리 받아 먹으며 나의 턱 끝까지 따라왔다.

'이번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아.'

원딜러 중에서 테러스티나는 라인 푸쉬가 빠른 편에 속한다.

미니언을 막타쳐서 터트리면 주위의 미니언들이 펑펑 죽어나간다.

게다가 생존기의 이동 거리도 화끈하다.

그런 테러스티나가 폴짝폴짝 뛰어 댕기며 3라인 파밍을 해버린다면?

'성장 속도는 라인에서 잠자코 파밍하는 것보다 최소 두 배.'

나머지 팀원들은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어야 하겠지만 그거야 말로 가짜에어 독수리가 원하는 대로다.

그렇게 성장하길 잠자코 기다려줄 이유가 하나 없다.

때문에 나는 완강히 주장했다.

이대로 억제탑을 하나, 가능하면 게임을 끝내버리자고.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적팀들은 전부 틀어박혀 있어 안정적으로 바론을 가져갈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팀원들도 우려하는 문제.

바론 버프를 먹은 만큼 과감해지는 게 현실적으로 조금 힘들다.

'현재의 바론 버프는 미니언 강화 효과가 없으니까.'

팀원들이 우려를 표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즌4 이후로 주류가 되어버리는 수성 메타.

프로팀들이 하도 집구석에 틀어박혀서 장기전만 가니까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바론 버프에 미니언 강화 효과를 더하겠다.

강화된 미니언은 쉽게 죽지 않는다.

즉, 라인 클리어가 아무리 좋아도 수성이 힘들어진단 소리.

그런데 지금의 바론 버프는 단순하게 챔피언만 강화시킨다.

상대의 수성을 뚫기 위해서는 회심의 한 수가 필요하다.

찰칵!

내가 첫 번째로 구입한 아이템인 카이지의 행운.

이 아이템의 가성비는 썩 괜찮다.

하지만 상위템인 불투명한 얼음 파편은 도무지 사용할 구석이 없다.

주문력도 아이템 가격에 비하면 낮은 데다 액티브도 변변치 않다.

'내가 이걸 구입하는 게 세레모니용이 아니냐..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네.'

단언컨대 필요해서 구입하는 거다.

쓸모 없다 이야기 되는 이 아이템, 의외로 상당히 좋으니까.

차후에는 이 아이템 자체가 없어서, 정말로 사라져서 구입하지 못하게 될 지경이다.

특히 배티에게는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액티브가 배티와 엄청나게 잘 맞지.'

나는 카이지의 행운 상위템인 불투명한 얼음 파편을 구입했다.

그리고 수성을 깨기에 필요한 핑크 와드 두 개와 신발 업그레이드.

절감을 붙여서 점멸의 쿨타임을 25% 감소시켰다.

"쟤네.. 나올 생각이 전혀 없네. 럭키가 궁으로 라인 클리어까지 해댄다. 신발도 쿨감신이야."

"탱커들 방템 갖춰지면 다이브 부담 내려가니까 역시 그때 하는 게.."

현재 시점에서 럭키의 궁극기는 쿨타임이 상당히 짧다.

아직 2렙 궁이지만 3렙 궁이 돼버리면 궁쿨이 무려 24초.

미니언 웨이브 리젠보다 럭키의 궁극기가 빨리 돌아와버린다.

그렇게 되기 전에 일 분이라도 빨리 몰아붙여야 한다.

'바로 지금.'

럭키의 궁극기가 아슬아슬 쿨타임이고, 대포 미니언까지 젠된 시점.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찬스다.

나는 럭키와 테러스티나에게 점멸 궁극기를 냅다 때려박았다.

<곰이다!>

스턴이 걸린 럭키에게 떨어지는 그림자.

말카림의 궁극기가 전장을 뒤덮는다.

리심과 코리아나, 토이치도 뒤를 따른다.

하지만 적팀의 수성은 생각 이상으로 만만찮았다.

퍼엉!

본래라면 럭키는 순삭되어야 했다.

그래야 했지만 테러스티나가 슈퍼 세이브를 해버렸다.

내 점멸 궁을 맞점멸로 피하고, 덮쳐오는 말카림은 궁극기인 미사일 탄환으로 밀어낸다.

개인 방송에서 AP테러스티나를 할 때 나는 딜링기로 사용했지만 미사일 탄환의 용도는 본디 저게 맞다.

브루저와 거리를 벌리고 카이팅을 통해 전장의 영웅이 되는 원딜러.

물론 그 활약할 기회를 내가 허락한 적은 없다.

슈루룽-!

배티의 궁극기는 단순한 광역 마법피해가 아니다.

패시브에 달린 스턴 또한 아이덴티티 중 하나지만 더 중요한 것.

소환한 곰돌이가 적을 계속해서 추적한다.

그 충직한 곰돌이에게 불투명한 얼음 파편의 액티브, 「눈보라」가 휩싸인다.

눈보라의 효과는 아군 한 명을 지정해 4초동안 주위의 적을 둔화시킨다.

랄라의 궁극기에서 피뻥만 뺀 셈이다.

정말로 딱히 쓸 데가 없고 아군에게 잘 연계할 때나 의미 있는 스킬이다.

하지만 씨지맥의 말카림은 미사일 탄환에 날아간 상황.

그렇기에 나는 곰돌이에게 눈보라를 걸었다.

'아군이라는 게 굳이 챔피언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니까.'

내가 소환한 곰돌이도 일단은 아군이다.

미니언조차 아군으로 분류되는데 소환물인 곰돌이는 오죽할까.

눈보라에 휩싸인 곰돌이가 럭키와 테러스티나를 따라다니며 성가시게 만들어버린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먼저 럭키가 따라잡혀 마무리 당한다.

안 그래도 체력이 없는 상황에서 느려지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이치.

테러스티나 또한 상당히 걸리적거리는 듯 곰돌이를 평타로 툭툭 쳐댄다.

그런데 이 곰돌이.

이래 봬도 어지간한 챔피언 뺨치는 체력을 자랑한다.

아이템이 덜 나와 딜링 능력도 딸리는 테러스티나가 내 귀여운 곰돌이를 괴롭힐 짬이 있을까?

명진이의 리심이 느려진 테러스티나를 덮친다.

이~쿠우!

와드 방로와 더불어 점멸 궁극기.

테러스티나는 일단 반응해냈다.

생존기인 폭발 점프로 튕겨져 나가는 방향을 조정했다.

살기는 했다지만 확실한 전장 이탈.

가장 잘 큰 테러스티나가 저 꼴이 나면 나머지 네 명, 아니 세 명의 적은 게임 셋이다.

콰드득!

코리아나의 보호 구슬이 말카림에게 옮겨가고 연이어 궁극기까지 터진다.

쇼크웨이브에 적팀 두 명, 랄라와 나무카이가 분해된다.

성장을 테러스티나에게 집중시킨 여파로 탱커일 나무카이가 판자때기 수준이다.

게임의 승기가 순식간에 굳혀져 간다.

.

.

.

* * *

롤챔스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른 한국.

반대로 북미와 유럽 지역은 다소 내려앉았다.

그도 그럴 게 공백의 시기다.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의 마음을 그토록 울렸던 LCF가 막을 내리진도 어언 두 달이 가깝다.

"세월 참 빠르네. 그렇지 않아?"

"..네 헛소리도 여전하고."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커피보다는 콜라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에 최소 다섯 잔은 마셔줘야 하는 커피.

그 커피잔을 손에 든 핫숏이 눈 앞에 있는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에게 깐죽거렸다.

"어허! 감히 구단주 앞에서 무슨 망발이야?"

"헛소리 뿐만 아니라 개소리도 느셨군. 그래서 용건은?"

지난 윈터 시즌 이후로 핫숏은 CLC의 구단주가 되었다.

아니, 구단주 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겸직했다.

몸이 정말 남아나지 않는다.

그것은 눈 앞에 있는 친구, 세인트조지아 또한 마찬가지.

친구라는 이유 하나로 그는 핫숏의 무거운 업무를 도와주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야. 이 빌어먹을 일처리를 같이 해주면서 말동무 해줄 친구가 필요하거든."

"그러니까 나 말고! ..트리플리프트에게도 시키라고 했잖아 이 멍청한 구단주 나으리야."

트리플리프트에게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거부하는 일은 없는 자신의 절친 세인트조지아를 보며 핫숏은 히죽 웃었다.

그 웃음이 세인트조지아의 성미를 더욱 자극했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야.'

핫숏은 Unknown Error가 사라진 두 달 전의 일을 회상했다.

팀의 중추이자 간판, 에이스, CLC의 모든 것이 돼버린 Unknown Error는 한국으로 떠났다.

더불어 그의 연인, 같아 보였던 무서운 누님 또한 이제는 없다.

이 자체는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시간 문제.

중요한 건 그들이 떠나고 남은 자신들 CLC다.

Unknown Error가 떠남으로서 CLC의 전력은 크게 약화됐다.

북미의 롤챔스 스프링 시즌이 코앞까지 다가온 지금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팀의 에이스가 사라진 이상 이전 같은 포스는 더 이상 무리 아니냐?

팀 내에서도 당연히 우려되던 문제인만큼 핫숏은 이미 손을 써두었다.

"알다시피 걔는 이런 쪽은 영 못 써먹겠어서. 정말로 네가 와줘서 다행이야."

"..쳇. 끝나고 술이나 사라. 오랜만에 그 아저씨 가게나 한 번 가지. 뭐, 그 녀석도 데려 와도 되고."

잠시간 독나타스에 머물렸던 세인트조지아는 다시금 CLC로 되돌아왔다.

당연히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특히 세인트조지아와 악연이 깊은 트리플리프트가 반대를 해왔지만 잘 풀렸다.

남자들 사이가 으레 그렇듯 술 마시고 회포 풀고 하면 없던 우정도 생기기 마련이다

본래 있었던 우정이라면 어련할까.

"돌아오고 나서 정말 뺀질나게 드나드는구만. CLC가 아니라 술집을 가려고 돌아온 거 아닌가?"

"기왕 마실 거 마시던 곳에서 마시자는 거지. 헛소리 개소리 그만하고 일이나 집중해. 누구 때문에 내가 불려온 건데."

쌓이고 쌓인 서류, 랄 것은 없다.

구단주는 딱히 사장이 아니니까.

대신 서류 작업은 조금 거지같이 많았다.

내용은 각종 인건비의 처리부터, 현재 팀이 굴러가는 상황에 대한 리포트까지.

CLC를 후원하는, 핫숏 자신을 구단주 자리에 앉게 만들어준 분들에게 가는 내용이니만큼 대충 처리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핫숏은 그 부분이 많이 미숙했다.

올라간 자리만큼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기 때문.

CLC의 새로운 정글러로 들어온 세인트조지아가 메꾸어주지 않았다면 힘들 뻔했다.

정말 특이하게도 세인트조지아는 이런 류의 일처리에 일가견이 있었다.

'툴툴대는 건 여전하지만 정말로 좋은 녀석이지.'

성격이 조금 불같을 뿐.

가끔 가다 화를 참지 못할 뿐.

다른 면에서는 딱히 단점을 찾기 힘들다.

굳이 찾자면 말투가 상당히 곡해되어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골똘히 생각해보면 그렇지만도 않았다.

트리플리프트, 세인트조지아, 그리고 자신이 신인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자주 가는 술집.

이전에 Unknown Error도 한 번 데려갔던 그곳.

맛이 유별나게 뛰어나진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데다 무엇보다 값이 싸다.

구단주가 됐다고는 하지만 페이가 엄청나게 올라간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러저러 쓸 구석은 많아지더라.

그렇다고 지갑에 여유가 없다, 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전번에 술자리에서 토로했더니 쭉 저런다.

자신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주는 이야기를 은근히 던져온다.

'사실 시현이 어째서 예은에 대해 그렇게나 참아주나 잘 이해가 안됐는데.. 이 녀석을 보면 알 것도 같아.'

핫숏은 Unknown Error와 MyumMyum과의 관계를 떠올렸다.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잘 챙겨주더라.

한 번은 틀어졌던 세인트조지아와의 재화합을 고려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들의 덕이었다.

조금 까놓고 말해서 저 무서운 누님처럼 성격 안 좋은 사람도 팀에 어찌저찌 잘 섞였는데 세인트조지아라고 불가능할까.

그렇다가 결국 시도했고 성공까지 해버렸다.

덕분에 팀의 에이스인 Unknown Error가 나간 이후로도 CLC의 전력은 쇠퇴하지 않았다.

물론 핫숏이 부단히 노력해 CLC의 선수들 전원 폼을 끌어올린 성과도 포함이다.

구체적으로는 메타 적응이 부진했던 빅풋이 드디어 녹아들었다.

하도 공격적인 라인전만 구하던 바이바이도 조금은 안정감이 생겼다.

그 외에도 CLC의 2군, 이제는 2군이 아니라 2팀이 되어버린 CLU도 어지간한 강팀들 못지 않다.

'U는.. Unknown Error를 기억하고자 어거지로 넣은 약자라 발음이 조금 세기는 하지만 뭐, 괜찮나.'

적어도 핫숏 자신이 다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게 될 걱정은 덜었다.

단순히 팀의 전력이 약해져서 복귀한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중으로 말이다.

조금 불안했던 구단주의 일도 세인트조지아가 도와주자 한숨 놓았다.

긴장이 풀린 핫숏은 몰래, 자신의 컴퓨터 화면 한 구석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롤챔스 경기를 띄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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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실수로 한 1분 가량 이번 화를 먼저 올렸습니다.

순서 수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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