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61화 (46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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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받는 서포터

지난 주 일요일을 끝으로 8강의 경기는 모두 끝맺어졌다.

마지막을 장식한 삼선 레드 대 KTX 롤러코스터 B팀의 승부.

일면에서는 접전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싱겁게 끝이 났다.

삼선 레드가 KTX 롤러코스터를 2대 0으로 압살했다.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경기의 내용 또한 시종일관 몰아붙였다.

─확실히 삼선 레드가 팀원들 기량이 출중하긴 해.

호흡이 다소 아쉬웠는데 깔끔해졌어.

그러면서 다대기랑 아웃섹의 미드&정글 캐리력은 여전하고.

삼선 레드가 마진 수비대보다 한 단계 위의 팀이 맞다.

└팀 색깔은 비슷한데 상위호환 느낌.

└솔직히 아웃섹은 리심할 때 한정하면 원탑급 정글이야.

└다대기도 자드 엄청 잘하던데? 한국의 에러갓급임ㄷㄷ

└ㄹㅇ 한국의 에러갓 다대기다!

잉벤에서는 현재 왈가왈부 많은 이야깃거리가 오가는 와중이다.

정말로 이번 스프링 시즌은 볼 거리가 차고 넘친다.

팀 간의 대결 구도도 재미지지만 빼먹어서는 안될 한 가지.

각 라인 별로 떠오르는 기라성같은 신인들이 최소 한 명씩은 있다.

미드에는 삼선 레드의 다대기, SKY T1 K의 테이커, KTX 롤러코스터 B팀의 듀.

정글에는 삼선 레드의 아웃섹, SKY T1 K의 비행기.

원딜에는 가짜에어 독수리의 스마일, 삼선 레드의 코볼트.

마지막으로 서폿에는 올마스터.

안타깝게도 떨어진 팀의 선수들도 있지만 개개인의 기량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화젯거리가 활성화된 큰 이유는 아무래도 씨지맥 때문이다.

지난 윈터 시즌은 그를 위해 존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지 않은가?

그러니만큼 이번 스프링 시즌도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눈여겨보는 이들이 많다.

씨지맥만한 신성이 또 하나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현재 잉벤에서는 우승팀의 예측과 더해 신인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탑은 씨지맥만한 선수가 없어서 묻힌 건가?

뭐.. 신인 선수들 중에 씨지맥만한 애가 없기는 해.

요즘은 밴도 당하고 분석도 당해서인지 살짝 하향세긴 하지만 윈터 시즌에는 엄청났지.

그만한 포스를 다시 보여줄 탑라이너가.. 다시 나올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500판 탑솔러로서 탑캐리로 게임 터질 때만큼 롤챔스가 재밌을 때가 없는데.

└ㄴㄴ탑이 원래 캐리력이 낮아.. 대회에서는 특히 더 하고. 씨지맥이 특이한 거였어.

└탑에서 솔킬 세 번 따도 아랫 라인 터지면 답없음. 어찌저찌 캐리해도 묻히기 십상임ㅅㅂ

└동접 134명 팀운 좆망겜이 다 그렇셈~

└이번 시즌에 씨지맥에 준하는 선수들이 둘만 나와도.. 한국 로드 오브 로드 판의 미래가 밝아진다!

새로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인 선수들.

과연 그들 중에서 이번 스프링 시즌의 주인공이 될 이유는 누구일까?

선별은 이미 시작되었고 좁혀져 가는 와중이다.

8강에서도 한 차례 있었지만 다가오는 준결승전을 주목해야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대부분의 주목받는 신인들이 준결승전 B조에 몰려 있다.

SKY T1 K와 삼선 레드의 경기.

준결승전의 엔트리에 이름을 둔 두 팀의 경기를 학수고대 기다리는 팬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번 준결승전 구도 진짜 꿀잼이야.

불밤 대 삼선 블루도 그렇고.

SKY T1 K 대 삼선 레드도 그렇고.

구도가 진짜 흥미진진함.

A조야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맞붙은 전력이 있는 강팀이고 B조도 장난 없지.

미드&정글 싸움 엄청 치열할 걸?

└그러게. 테이커,비행기 듀오 대 다대기, 아웃섹 듀오 싸움인가? 쩌리들 치고는 제법임.

└윗놈 최소 SKY T1 K한테 털려서 부들부들 대는 얼밤충.

└신인이라고 다 쩌리인 줄 아는 애들 있네ㅋㅋ 아마추어때부터 잘 나간 데다 특히 다대기랑 아웃섹은 LCL 우승 출신이다.

└B조도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역시 난 A조. 완전 리벤지 매치잖아? 조추첨식에서 빠따성님 포스 쩔었던 거 생각하면 크.. 기대된당!

B조의 경기도 물론 기대되지만 사실 메인 이벤트는 A조다.

아무리 신인들 간의 혈전이 불꽃 튀긴다 한들, 기존의 강자들 만하지는 못하다.

A조에 속한 두 팀은 무려 지난 윈터 시즌의 결승전에서 자웅을 겨뤘던 삼선 블루와 불밤.

결과적으로  삼선 블루가 우승을 거머쥐긴 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의미가 깊다.

조추첨식에서 예고했지 않은가?

불밤의 주장 빅빠따맨은 야구 방망이를 크게 휘두르며 8강에서 만날 상대를 개박살내겠다, 선언했고 실제로 8강 첫 번째 경기에서 마진 공격대는 곤죽이 됐다.

당연하게도 이는 준결승전에서 만나게 될 삼선 블루에 대한 선전포고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 삼선 블루는 씨지맥에 대한 철저한 마크 때문에 다소 약진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위기였을지도 모를 상황에 찾아온 한 명의 구원투수.

새로운 서포터 올마스터에 의해 다소 아쉬웠던 팀의 완성도가 보충되었다.

더 이상 씨지맥 원맨팀이라 불릴 건덕지가 없다.

─A조도 B조도 거의 결승전급 매치업임.

팀 명성 보고 말하는 게 아니라 실력이 그래.

롤챔스 자체가 완전.. 수준이 업됐다고 해야 하나?

8강만 해도 전시즌으로 따지면 준결승전 급의 경기들 많이 나왔어.

└명경기 많이 나왔지. 얼밤 대 SKY도 그렇고 가짜에어 대 삼선 블루도 그렇고.

└선수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서인가? 가짜에어 독수리처럼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긴 해.

└한국 리그 정말 해외 못지 않아진 것 같아.

└그건 오바고ㅋㅋ 아직 1년은 더 커야 한다ㅇㄱㄹㅇ

피자의 토핑에 아무리 맛있는 거 잔뜩 올려도 맛은 구워봐야 아는 법이다.

하지만 토핑의 재료가 꽤나 실하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바야흐로 준결승전 첫 번째 매치업 그 시작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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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준결승전 A조의 경기가 치러지는 그날.

한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남자는 원한다면 관계자석에 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선지를 구태여 알리고 싶지 않았다.

딱히 꿇리는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

오늘의 경기를 통해 하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기에 일부러 관객석을 자처했다.

'여기가 선수석을 바라보기에는 더 좋기도 하고.'

남자는 혹시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형 망원경까지 챙겨왔다.

당연하게도 관계자석에서 이런 짓을 하다간 그냥은 넘어가지 않을 거다.

어떻게 될지도 감이 안 잡히는 만큼 오늘 일은 가능한 조용히.

그리고 결과물 또한 내심 안 나오길 바랬다.

'술이 깨고 나서 물어보니 테이커도 긴가민가 했었지.'

SKY T1이라는 신생 게임단의 코치를 맡고 있는 남자, 김다균은 술자리에서 테이커가 했던 헛소리를 떠올렸다.

사실 잊고 있었던 이야기다.

헛소리도 정도껏 이여야지.

올마스터가 그 이름 높은 프로게이머, CLC소속의 Error선수라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렇게 한참이나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던 건 8강 두 번째 경기가 치러진 직후였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갤럭시 크래프트부터 로드 오브 로드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온 김다균은 자신의 감이 날카로운 편이라 자부했다.

대기업 산하의 게임단, SKY T1의 코치로 발탁될 수 있었던 이유도 게이머로서의 기량이라기보다는 감 덕분이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자신의 감이 100% 맞는 건 아니여도 가끔 찌르듯 이야기를 해올 때가 있었다.

현재 SKY T1 K에서 가장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는 두 사람, 테이커와 비행기를 스카웃할 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데려와야 한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어.'

SKY T1 K가 창단하던 당시.

아니, 밑바탕조차 제대로 없던 당시에 어떻게 팀을 구성할 것이냐?

스카웃이 가능한 프로, 그리고 아마추어들을 기반으로 몇몇 예시가 구성됐다.

팀의 예산과, 스카웃 가능성을 고려하자 방향성은 네다섯 개 정도.

개중에는 당시 2012년 4분기를 기준으로 더욱 더 가능성있어 보이는 구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이 테이커를 어떻게든 데려오고 싶었다.

실력이 보증된 미드라이너가 있었음에도 당시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테이커가 눈에 꽂혔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유를 붙여 뽑으니 이게 웬걸?

얼마 지나지 않아 솔로랭크 1위를 가볍게 먹어버렸다.

한 번 터져버린 대박.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시즌3 초에 혜성처럼 등장한 비행기, 무기마스터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팀 내에서는 정글은 비교적 선수층이 많은데, 차라리 원딜러인 스마일 선수를 데려오지 않겠는가?

두 선수가 같은 시기에 떠버린 탓에 모두 데려오는 건 불가능했다.

그들을 노리는 팀은 자신들 SKY T1만이 아니었으니까.

희귀한 원딜 인재를 썩혀둘 수는 없다.

그러한 이야기가 나오며 스마일 선수를 데려오는 것으로 굳혀질 뻔했지만 김다균은 여기서 한 번 더 밀어 붙였다.

테이커를 데려온 공로로 우겨 무기마스터를 데려오는 걸로 결정지었다.

그 결과.

'나는 이미 대박이 났다고 생각해.'

물론 고작 코치에 불과한 자신이 팀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했던 것도 있었다.

SKY T1 K의 형제팀, SKY T1 S의 구성에는 일절 관여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코치로서 신념과 뚝심이 있는 건 좋은데.. 그렇게나 자신이 있으면 어디 한 번 책임도 져봐라.

이곳까지 오는 길은 조금, 아니 상당히 도박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잘 풀렸다.

자신의 입김이 확실하게 와 닿은 SKY T1 K는 신생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으리만큼 강렬하다.

이미 준결승전에 진출한 데다 내심 우승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그에 비해 SKY T1 S는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데뷔를 끝마쳤다.

결과적으로 SKY T1에서 김다균 코치의 입지는 견고하게 다져졌다.

어떤 이들은 운이 좋았네.

그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다 자신의 감이 노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감이 오늘은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자기 자신조차 감을 믿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여기서 감이라도 하나 까먹으면 감 잡을 수 있을까?

자신이 생각해도 재밌는 농담을 만들어냈다며 히죽대던 김다균 코치는 무대를 바라봤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지난 윈터 시즌의 살아있는 신화! 첫 번째 출전에서 우승을 거머쥔 삼선 블루가 무대 위로 올라~~~ 옵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호들갑스런 마이크 소리와 함께 삼선 블루의 팀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다균 코치는 침을 삼키며 핸드폰을 꺼내 미리 저장해두었던 사진들을 훑어봤다.

그리고 주머니 속 망원경을 꺼내 당겨 보았다.

'이렇게 보니..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너무 흔한 얼굴이라 판별이 좀..'

테이커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떠올리지도 못했으리라.

이 업계에 오랫동안 발을 담근 자신이 말하기는 뭣하긴 해도 사실 롤판 프로게이머들은 조금 많이.. 자기 관리가 부족하다.

이야기가 조금 새지만 갤럭시 크래프트때는 그래도 게임단과 방송측에서 선수들의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당시에는 프로게이머는 정말 흔치 않은 직업이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직업이라고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

그런 프로게이머들이 방송에 찌질한 모습으로 나온다면?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하는 폐인으로 오해받기 딱 좋았다.

그래서 더욱 프로게이머의 이미지메이킹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부터는 프로게이머들이 하도 많아서인지.

이미 할만큼 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관리를 하고 다니는 선수들이 적다.

없는 건 아니지만.. 정말 학교 다니던 모습 그대로 나오는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올마스터는 그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메이크업은 딱히 안 한 듯 보였다.

동네 돌아다니다 보면 흔하게 있는 청년A의 느낌!

솔직히 비슷하긴 한데.. 확증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김다균 코치는 사진과 실물의 비교를 포기하고 다가오는 경기를 보고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

'Error선수 본인이라면 이번 준결승전에서 무언가 임팩트를 보여줄 테지.'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다름아닌 실력.

Unknown Error는 주포지션인 미드 뿐만 아니라 탑과 정글까지 소화해내기로 유명한 선수다.

듣기로는 원딜러까지 수준급이라고 하니 라인과 챔피언폭 넓기로는 전 세계 프로게이머 중 첫 손가락에 뽑힌다.

'한국 롤챔스에서 서포터로 캐리하는 것 정도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야.'

한국 프로게임단에 몸 담은 이로서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프로 리그는 해외보다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

물론 어중이떠중이들이 넘볼 수준은 결코 아니지만 그 Unknown Error라면.

북미와 유럽 리그의 모두가 입을 모아 원탑이라고 칭송하는 그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에이, 그래도 설마 하지만..'

가능성으로 따진다면 1%조차 안된다.

테이커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거나, 자신의 감이 울리지 않았다면 구태여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으리라.

김다균 코치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쿵쾅되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곧 첫 번째 세트가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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