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64화 (46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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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가 캐리한다

라인전에서 숨도 못 쉰다.

이는 비단 솔로랭크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수들의 기량 차이도 있겠지만 간혹 나오는 실수들.

아무리 프로게이머라 할 지라도 사람이다.

컨트롤 삐끗 나서 솔킬 따이거나 라인전 말리는 경우가 대회 게임에서도 왕왕 나온다.

그렇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선에서다.

<빅캡틴맨 선수.. 라인전이 너무 말렸습니다. 1레벨 딜교환 실패가 계속해서 발목을 붙잡고 있어요.>

불밤의 봇듀오는 가짜에어 독수리와 달랐다.

우리가 딜교환에서 밀릴 이유가 뭐 있겠는가?

패기롭게 배티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이 선택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일반적으로 봇라인의 딜교환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솔로랭크에서는 서로 호흡이 안 맞으면 한 쪽이 털리는 경우도 나오지만 이곳은 대회, 그것도 한국의 수준급 프로게이머들이 자웅을 겨루는 롤챔스다.

한 명이 대놓고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체력이 깎이는 선에서 끝난다.

미니언을 낀 데다 2대2인 만큼 한 쪽이 너무 과격하게 나오기 힘든 구도.

그것이 정설이지만.

<배티 서폿이 정말 강력합니다. 평타 견제도 어지간히 짜증나는데.. 4초마다 화염구를 툭툭 던져대니 원딜러가 정신을 못 차려요? 서포터가 잘못 도와주다간 광역 스턴에 일 납니다.>

<배인이 체력 관리가 너무 안돼요. 클린즈가 있긴 하다지만 이건 집 가야 합니다. 체력이 없을 때 배티한테 맞으면 죽거든요?>

체력이 없을 때 맞으면 당연히 죽기는 하겠지만 강빈 해설이 친절하게 강소리를 덧붙여줬다.

현재 봇라인전이 상황은 해설자들이 언급한 이상으로 심각하다.

1레벨부터 탈탈 털린 딜교환.

다른 챔피언이었다면 그나마 버텨겠지만 배인은 한 번 말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봇듀오가 그랬든 불밤도 어쩔 수 없이 라인을 버리고 귀환해야 한다.

그런데.. 그조차도 여의치가 않았다.

<물론 강빈 해설의 말씀도 지당합니다만.. 이게 진짜로 심각한 게 집에도 못 갑니다. 여기서 집 가면 라인 프리징되면서 미니언이 최소 두 웨이브, 심각하면 세 웨이브까지 먹힙니다. 한 마디로 귀환 하는 순간 게임 터집니다.>

8강의 세 번째 세트, 가짜에어 독수리 때는 그나마 나았다.

한 웨이브 정도야 쿨하게 버려도 아주 못해먹을 정도는 아니었니까.

하지만 그게 두 웨이브, 세 웨이브의 값어치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칫 잘못하면 레벨 차가 두 개까지 벌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삼선 블루에서는 딜교환에서 이득을 본 후에 세밀한 라인 관리로 소소한 이득을 챙겼다.

구체적으로는 1레벨의 딜교환 이득을 바탕으로 선 2레벨.

상대가 미니언 막타는 커녕 경험치도 못 먹게 해버린 다음 빅웨이브를 포탑에 꼴아박았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다음 웨이브부터는 삼선 블루 쪽으로 당겨진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빅캡틴맨은 포션을 빨아서 어떻게 체력을 정상 수준까지 회복했다.

마침 라인도 밀어지니 여기서 한 번 쭉 밀고 가서 포탑에 박고 귀환 타이밍 잡으면 되겠지.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게 치명적인 실수였죠. 배티의 견제가 더욱 거세졌거든요. 때마침 와드까지 사라지면서 배티가 부쉬 플레이를 마음 놓고 펼치게 되었습니다.>

배티가 평타 짤짤이를 하기 힘들도록 깔아 놓았던 와드.

인베 단계에서 과하게 소비한 탓에 불밤의 서포터, 랄라가 가지고 있던 와드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와드가 사라지자 배티는 물만난 고기처럼 거센 견제를 퍼붓는다.

4초마다 툭툭 튀어 나와 화염구를 던지는데 맞으면 억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랄라가 최대한 대신 맞아주기는 했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에 부닥쳤다.

<그래도 드디어 정글러가 한 번 라인 밀어주러 와주네요. 이게 불밤에서 둘 수 있는 최선의 수였는데 조금 느려진 감이 있죠. 탑에서 시간이 많이 끌린 탓입니다.>

<봇에서 이득을 볼 테니 탑을 들쑤셔라, 삼선 블루 내에서 분명 오더가 오갔을 겁니다. 위아래로 쥐고 흔들어 대니 불밤이 정신을 못 차려요!>

강빈 해설이 또 살짝 민망한 강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불밤의 정글러, 이블퀸이 뚜벅뚜벅 봇커버를 갔다.

여기서 라인을 한 번 쭉 밀어 프리징만 풀어준다면 봇라인에도 희망이 생긴다.

클린즈를 든 빅캡틴맨의 배인은 중간 정도의 성장만 한다면 한타에서 톡톡한 활약이 가능하다.

더욱이 생존기가 없는 삼선 블루의 봇듀오는 이블퀸의 맛있는 먹잇감이다.

지금이야 아군 봇듀오가 너무 체력이 없어 갱킹을 못한다지만 이 위기만 넘긴다면 불밤에게로 타이밍이 넘어온다.

.

.

.

* * *

내가 상대 봇듀오를 영혼까지 말려버렸다.

압승해낸 딜교환을 바탕으로 하드 디나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라인 프리징까지 일궈냈다.

적팀은 어떻게 라인이라도 밀고 귀환 타이밍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조차도 마땅치 않다.

부쉬 속에 숨어있다가 화염구를 퍽퍽 날려대니 잘못하면 킬각이 잡힐 기세다.

그렇다고 집에 가기엔 미니언 웨이브 손실이 어마하다.

정글러를 부른 것은 그들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우핫!

갱킹을 온 이블퀸을 향해 화염구가 날아간다.

정확히는 갱킹이 아니라 커버지만, 어차피 대응 방식은 정해져 있다.

'정글 오면 놀라서 뺄 줄 알았나 본데.'

나는 오히려 앞무빙을 밟았다.

이에 이미 기세가 등등 아군 원딜러 헬멧의 토이치도 같이 진격한다.

이블퀸의 공격에 체력이 조금 닳았다?

그런 사소함 따위 신경 쓰기엔 지금의 기회가 너무 아깝다.

화르륵!

좁은 부채꼴 범위에 화염을 즉발로 흩뿌리는 인페르노.

이블퀸은 물론, 갱호응을 위해 뒤따라오던 나머지 두 명의 적까지 모두 맞는다.

상황이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빅캡틴맨은 일찌감치 눈치채고 클린즈를 사용해 스턴을 풀어낸 후 뒷구르기로 도망갔지만.. 나머지 두 명은 피할 방도가 없다.

치지직..!

봇라인에는 이런 명언이 있다.

갱이 오면 정글러부터 노려라.

가장 선두에 있어 노리기 쉬우니까,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한 가지.

설마 자기가 죽으리란 생각은 잘 하질 않는다.

정글러는 기본적으로 체력관리를 하고 오는 데다 일단 따려고 온 입장이다.

커버를 하러 왔다고는 해도 기회가 되면 킬을 따버려야지.

호시탐탐 마음 속에서 노리고 있었을 터다.

그런 이블퀸을 향해 발화.

토이치 또한 부단히 평타를 쏘아대며 카이팅을 한다.

챠라락!

스턴이 풀린 이블퀸은 점멸을 사용하며 부리나케 내뺐다.

하지만 늦어도 한참은 늦었다.

도망갈 거면 내가 앞무빙을 밟은 시점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나는 맞점멸로 따라가며 또다시 쿨타임이 돌아온 화염구를 던졌다.

호~! 불면 꺼질 것 같은 한 톨의 불씨와 함께.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정확한 딜계산.

발화가 타들어 가며 이블퀸의 목숨을 빼앗는다.

물론 나도 위험하다.

뒷구르기로 도망갔던 배인이 방향을 튼다.

토이치에게 얻어 맞고 있던 랄라 또한 나를 집중 점사한다.

내 체력은 빠른 속도로 깎이고 있지만 상대도 무사치 못한다.

팅!

팅!

배티의 E스킬, 마그마 실드는 적의 공격을 흡수하며 반사한다.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의 증가 수치는 콩머스의 하위 호환.

그러나 반사 데미지는 그 이상이다.

배인의 체력바가 구멍 뚫린 항아리 마냥 줄줄 샌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쉽게도 랄라는 점멸로 살아갔지만 충분하고도 남는 이득이다.

1 대 2의 교환.

스노우볼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굴러간다.

터억!

씨지맥의 거미여왕이 제임스를 향해 점멸 고치를 성공시켰다.

포탑을 끼고 있다고 한들 속수무책.

연이어 들어가는 풀콤보에 제임스의 체력바가 반쯤 깎인다.

그리고 명진이가 던진 음파가 제대로 적중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제임스는 뒤늦게 반항하지만 거미여왕이 어떤 챔피언이던가?

탑, 정글 가리지 않고 다이브 하나는 기가 막히다.

포탑과 제임스에게 적당히 얻어맞다 거미줄을 사용해 올라간다.

리심이 마저 마무리하고 방로로 빠지자 깔끔한 다이브다.

"나이스! 봇이 버텨줬으면 우리도 한 건 해줘야지."

"야, 야. 버틴 게 아니라 역관광이야. 두 명 데려갔어."

명진이의 말에 헬멧이 자랑스러운 듯 우쭐댄다.

그럴 만도 하다.

말이 1 대 2의 교환이지 수적 열세였다.

게다가 적 정글러와 봇듀오의 스펠까지 모조리 빼버렸다.

어마어마한 초반 단계의 이득.

특히 이블퀸의 경우 한 번 말리면 리심을 상대로 주도권을 완전히 뺏긴다.

향후 게임이 흘러가는 방향은 답도 없어지리라.

여기에 무게추를 살짝 더 기울게 만들기 위해 나는 명진이를 향해 한 마디 했다.

"와드돌 빠르게 사서 적 정글 캠프에다가 하나씩 박아놔. 그러면 이블퀸 위치 특정하기 쉬워져."

"오! 올마형 쫌 천재인 듯? 잠깐, 그런데 형..... 와드돌 안 사려고 그런 말 한 건 아니죠?"

이거 참 대답하기 난감하게 시리.

안타깝게도 더블 킬로 벌어낸 골드는 기동력의 신발을 뽑는데 전부 사용했다.

부모님이 참고서 사라고 쥐어 준 돈을 들고 PC방을 갈 때의 쾌감!

변명같아지긴 하지만 정말로 필요해서 산 거다.

'슬슬 로밍 타이밍을 잡기에 적절한 시기야.'

서포터의 입장에서 기동력의 신발은 정말 한두 푼이 아니다.

내가 평타 짤짤이로 쏠쏠하게 돈을 긁어 모으는 편이긴 해도 부족하다.

킬이라도 먹지 않는 이상 이른 시간에 뽑을 수 없다.

그런데 그 킬이 들어와준다면?

─삼선 AllMaster님이 제임스를 지목.

원래 로밍이라는 게 아픈 곳을 찌르고, 후비고 소금까지 뿌려서 덧나게 만들어야 제맛이다.

물론 성공을 할 때의 이야기.

뚜벅뚜벅 걸어가는 배티의 로밍은 상대가 당해줄 확률이 다소 낮다.

점멸 이니시야 깔끔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뒤늦게 확인해도 도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동력의 신발이 있으면, 그리고 확정 CC기가 있다면 걸어가서 한 방 날려주면 끝이다.

우핫!

직선으로 걸어가 삼거리를 빙 둘러가는 로밍.

나를 와드로 확인한 제임스는 뒤로 쭉 빼려고 했지만 따라잡힌다.

아직 가죽 신발도 없는 제임스의 속도는 거북이 수준이다.

관문도 딜교환에 써버려서 쿨타임이다.

그러면 죽어야지 별 수 있나.

휘익!

콰흑!

거미줄을 접근기로 활용한 씨지맥이 하늘에서 내려와 제임스를 덮친다.

연이어 독어금니로 씹어 먹고 새끼 거미들과 함께 갈기갈기 찢어낸다.

제임스는 스턴이 풀리자마자 망치를 휘둘러 거미여왕을 밀쳐낸 후 줄행랑을 꿈꾸지만.

터억!

인간 상태로 변한 거미여왕이 실뭉치를 뿜어낸다.

현 시점에서는 판정이 상당히 좋은 실뭉치.

쏘아낸 각도 또한 더없이 예술이다.

나 또한 따라가서 화염구를 퍽퍽 던지자 제임스는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게 참 배티가 서포터치고 많이 세다 보니 의도치 않게 킬을 먹어버렸다.

그리고 솔직히 이블퀸이 언제 또 덮쳐올지 모르는데 빨리 마무리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미리미리 그럴 듯한 변명도 준비해뒀다.

'뭐, 이 근처에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봇라인에 갱승을 했다.

안 그래도 라인전을 무섭게 몰아 붙이던 배티가 더블 킬을 먹었다.

부활한 이블퀸이 다음 행선지가 어디일지.

너무나도 쉽게 예측이 간다.

내가 기동력의 신발을 빠르게 구입한 이유도 그래서다.

적의 허점을 제대로 노리기 위해서.

연달아 터진 두 번의 과감한 결단은 게임의 승기를 확실하게 가져왔다.

<삼선 AllMaster님이 와드를 구입했습니다!>

<삼선 AllMaster님이 와드를 구입했습니다!>

<삼선 AllMaster님이 핑크 와드를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걸리는 부분이 한 가지.

아니, 아무리 캐리형 서포터라도 적당히 해야지.

킬을 세 개나 먹은 마당이라 와드를 안 사기엔 눈치 보인다.

그러니까 일단 사기는 한다.

'핑크 와드만 남기고 되팔기, 이런 꼼수가 있지.'

서포터로 와드 사라 한 소리 들을 때 가장 적절한 대처법!

아군은 채팅창에 남은 기록을 보고 오, 제대로 하고 있네.

생각하지만 실상은 안 산 거나 다름이 없다.

물론 플라시보 효과라는 게 있어서 알아차리는 게 제법 늦어진다.

'그러니까 그 전에 한 번 더 게임을 터트려볼까.'

탑라인이 두 번 터진 상대팀은 동선이 제한되어 있다.

적팀의 정글러는 언제 또 당할지 모르는 탑 다이브를 신경 써야 한다.

내가 가든, 리심이 가든 세 번째 다이브를 당하면 제임스는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하기 힘들다.

발상의 전환.

탑이 아니라 봇로밍을 갔다.

서포터가 봇에 로밍을 간다니?

이야기가 조금 웃기게 되지만 의외로 잘 먹힌다.

혼자 남은 토이치를 부단히 괴롭히고 있던 적팀의 봇듀오를 향해 응징이 떨어진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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