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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68화 (46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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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가 캐리한다

장판 조합은 돌진 조합의 카운터다.

이 자체는 굳이 로드 오브 로드를 잘하지 않더라도 한 번씩은 들어보는 상식이다.

그냥 롤챔스 켜고 적당히 잠만 청해도 중계진이 귀따갑게 알려준다.

'그렇다고 설마 서포터 한 명에게 저지될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겠지.'

아군의 조합은 각자의 개인기에 치중됐다.

거미여왕도, 리심도, 럭키도, 토이치도 합쳐 놓고 봤을 때 특색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2딜러 2탱커의 무난한 솔랭형 조합.

그만큼 딜러를 지키는 능력이 부실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불밤의 돌진 조합 선택은 썩 훌륭했다.

거미여왕도, 리심도 순수 탱커는 아닌만큼 철벽 수비와는 거리가 멀다.

이를 뛰어넘어 딜러진만 쳐낼 수 있다면 적팀에게 있어 이상적인 한타 그림.

상대는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을 만한 완성도 높은 조합이었다.

하지만 내 조아라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가라앉았다.

콰득!

용한타를 대승한 후에 미드 라인을 몰아붙이고 있다.

가시지옥으로 탈리반 3세를 잡아 뜯으며 두 개의 씨앗을 심는다.

그러자 씨앗에서 식인식물이 피어나며 탈리반 3세를 두 번씩 가격한다.

스킬 공격보다 식물의 공격의 배 이상은 위협적.

이는 조아라 본래의 특색이기도 하지만 내가 구입한 아이템 덕이 크다.

"사령관의 깃발.. 그거 올리는 사람 처음 보는데. 설마 롤챔스에서, 그것도 아군이 올릴 줄은 몰랐네."

"그거 막 미니언 키우기잼 아닌가? 키키킥."

내가 구입한 아이템을 본 팀원들이 히히덕댄다.

긴장이 풀렸다기 보단 게임의 진행이 그만큼 순항이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로 재미삼아 이 사령관의 깃발을 구입한 건 아니다.

사령관의 깃발은 현재 시점에서 상당히 소외된 아이템이다.

우선 효율면에서 애매해도 너무 애매하다.

방어력과 주문력, 쿨감이 정말 룰렛이라도 돌린 듯 계륵처럼 달려있다.

게다가 아이템 효과라고 준 건 대체 뭔지.

하나는 체젠과 주변 미니언의 공격력을 15% 올려주는 버프고.

다른 하나는 명진이의 말마따나 미니언을 강화시켜 준다.

효과 자체는 후자가 메인지만 나는 전자, 미니언 공격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구입했다.

'설명이 너무 두루뭉실 돼있는데.. 미니언 뿐만 아니라 소환물도 포함이라 쏠쏠해.'

로드 오브 로드에서 소환물 위주인 챔피언이 흔하지 않은 탓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사령관의 깃발은 조아라처럼 소환물 데미지에 의존도가 높은 챔피언에겐 효율이 좋다.

몇몇 타이머싱거의 장인 같은 경우 이 아이템을 코어템을 갈 정도.

특히 서폿 조아라의 경우 주문력보단 마법관통력 위주로 올리기 때문에 흥하면 반드시 간다.

촥!

촥!

다시금 소환한 식인식물들이 앞라인의 탱커를 물어뜯는다.

서포터의 데미지가 아프면 뭐, 얼마나 아플까.

아무 생각없이 맞다가 두터운 갑옷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조아라의 식물은 마법관통력을 올렸을 때 데미지 체감률이 상당하다.

사령관의 깃발로 강화하기 까지 했으니 적팀은 여간 난처할 거다.

체력도 적지가 않아 파괴하기 전에 최소한 두 대는 얻어맞는다.

여기에 나 뿐만 아니라 럭키와 거미여왕도 제나름껏 포킹을 해대니 성장이 충분치 못한 적팀은 버티지 못한다.

내가 사령관의 깃발로 강화시킨 대포 미니언에 의해 적팀은 결국 2차 타워를 내주게 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강화된 대포 미니언은 억제탑이 깨진 후에 나오는 거대 미니언에 준한다.

적팀의 미드 2차 포탑은 손쉽게 함락됐다.

이제 남은 건 시야를 지우며 슬금슬금 바론 백작을 향하는 일.

스노우볼이 놀라우리만큼 빠르게 굴러간다.

촥!

촥!

식인식물로 바론을 리쉬하며 몸빵까지 도맡는다.

용과 마찬가지로 바론의 공격을 2회 버텨내며 팀원들의 체력을 온존케 해준다.

그러고서 본체인 나는 따로 부쉬에 숨어들어 적의 갑작스런 이니시를 대비한다.

휘리릭!

덩쿨지옥은 다가오는 적들에게는 정말로 효과적이다.

우리가 바론을 치고 있는지, 안 치고 있는지 시야가 없어 모르는 적들을 견제하는데 최적화돼 있다.

그렇게 한 번 시간을 끌고 난 후 궁극기.

뿌리식물의 지옥이 널따랗게 펼쳐지며 오지마 역장을 친다.

앞선 한타에서 이미 증명됐지만 조아라의 궁극기는 공격측에서 여간 까다로울 수가 없다.

지나치게 넓은 범위도 범위지만 즉발이 아니다.

그 때문에 이니시 용도로는 저평가 받긴 해도 저지선을 펴기엔 더없이 제격이다.

2초 후에 띄워진다는 점이, 그리고 에어본에 기절까지 시킨다는 점이 시간을 제대로 끌어낸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먹히고 나서 후회한다 한들 엎질러진 물이다.

애초에 미드 2차 농성을 하다 체력을 많이 깎인 시점에서 정해져 버린 미래다.

빨리 왔다면 깜짝 이니시를 당해 전멸이고, 늦게 왔다면 바론을 먹힌다.

그래도 지금은 제법 불밤의 명성이 아깝지 않게 적당한 타이밍에 왔지만 내가 가로막았다.

수비에 한해서는 과연 일당백이라 불려도 부족하지 않을 조아라다.

"한 번 귀환해서 정비하고, 조아라 궁극기 돌아왔을 때 한타 걸어보자."

"조아라 궁쿨이 1분쯤 남았나..? 어, 벌써 거의 다 찼네?"

씨지맥의 말에 명진이가 내 모니터 화면을 잠깐 쳐다보더니 깜짝 놀라한다.

조아라의 W스킬, 식인식물의 씨앗을 두 번째로 선마스터한 덕분이다.

이러면 씨앗의 쿨타임이 엄청 빠르게 찰 뿐더러 패시브가 짭짤하다.

스킬 레벨 다섯 개 기준 쿨타임 20% 감소.

내가 괜히 사령관의 깃발을 올리면서까지 식물딜에 치중한 게 아니다.

찰칵!

귀환해서 맞히는 아이템은 라알드리의 호통.

리심을 플레이 하는 명진이가 와드를 대신 박아주는 덕분에 나는 미드라이너로 전직했다.

그 이후로 아주 자연스럽게 라이너 마냥 미니언을 먹으며 더티 파밍까지 해댔다.

그 결과, 서포터 주제에 코어 아이템이 무려 두 개나 떴다.

참고로 라인전에서 불쌍하리만큼 고통을 받은 빅캡틴맨도 이제 2코어다.

─삼선 AllMaster님이 적팀의 억제 포탑을 지목.

바론 버프가 나온 이상 수성을 뚫는 건 간단해진다.

돌진 조합은 밀어 붙일 땐 굉장히 위협적이지만 한 번 수세에 몰리면 밑도 끝도 없다.

다섯 자루의 창이 하나하나 각개 격파돼 이쑤시개 마냥 으스러질 뿐이다.

콰득!

원거리에서 가시지옥으로 견제하며 식물로 탱커진을 툭툭 두들긴다.

아까 이상으로 강렬하고 짜증나는 데미지.

식인식물의 공격에 라알드리의 호통 효과가 묻어나간다.

현재 체력을 %로 깎아내는 도트 피해가 탱커의 체력을 효율적으로 깎아낸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식물은 포탑의 공격 또한 한 대 막아준다.

덕분에 아군 원딜러 토이치가 포탑을 부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순식간에 억제탑 하나를 철거하고 다음으로.

슬슬 바론 버프가 끝나가는 시기지만 괜찮다.

"어, 미니언 키우는 거 은근히 쏠쏠하네?"

"몸빵이 거의 탱커 수준이다. 명진아, 너랑 체력 또이또이해."

현재 사령관의 깃발은 시즌4 패치 이후와는 조금 다르다.

단순한게 체력과 공격 속도를 많이 올려줄 뿐.

사거리를 증폭시켜서 미니언을 탱크로 만들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탱크보단 장갑차랄까, 화끈하게 몰아붙일 때 정말 좋다.

'내가 명진이의 성장을 많이 뺏긴 했어.'

와드 부담도 부담이지만 성장 위주로 플레이를 하다 보니 정글러가 먹어야 하는 미니언, 정글몹까지 다소 뺏어 먹게 됐다.

그래도.. 그만큼 내 할 일 반듯하게 잘해주고 있으니 문제될 건 없겠지.

문제가 되는 건 이걸 보고 따라하게 될 솔로랭크의 서포터 유저들과 그 팀원들이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두 번째 억제탑을 파괴함으로서 세 번째 승리에는 변수가 사라졌다.

이번 게임은 이겼다 치고 다음 세트에서 상대는 과연 어떤 수를 꺼내올까?

단순히 밴으로 막기엔 턱도 없다는 것, 슬슬 깨달았을 시기라고 생각한다.

.

.

.

* * *

세 번째 세트가 끝난 후 불밤의 부스 안.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은 예정된 사태지만 생각보다 조금 심각하다.

행복을 나누면 배가 되고 아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더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끄덕끄덕 긍정할 명언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불밤의 팀원들은 아픔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맞는다고 아픔이 절반으로 줄진 않을 것 같은데..?"

팀의 막내, 빅욕망맨이 눈치 없게 한 마디 내뱉었다.

이에 빅캡틴맨이 옆구리를 찌르며 말렸지만 막무가내다.

기어코 한 마디 더 떠들어댄다.

"맞더라도 경기 다 끝나고 맞으면 안될까..? 솔직히 올마스터가 너무 잘해요 형..."

투덜대는 듯한 빅욕망맨의 말을 들은 빅빠따맨은 야구 방망이를 거세게 움켜쥐었다.

순간 나머지 팀원들, 심지어 코치까지 쫄아서 한 걸음 내뺐지만 휘두르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분했다.

빅빠따맨은 평소와는 다르게 흉폭성이 묻어있지 않은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내가 케케묵은 명언을 꺼낸 이유는 고작 니들 겁줄라고 한 말이 아니다."

팀원들이 라인전을 탈탈 털렸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단순히 군기가 빠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상대 팀의 새로운 서포터, 올마스터가 잘해도 너무 잘했다.

미드에서 낱낱이 관조한 결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기적절한 챔프의 운용법에 과감한 라인전 진행능력까지.

그의 실력이 알려진 바 이상이었다.

아군이 못 사렸다기 보다는 적의 견제가 날카로웠다.

"적이 우리보다 잘해서 졌다. 그 뿐인 일인데 너희들에게 탓할 게 뭐가 있겠어?"

예상치 못한 빅빠따맨의 온화한 말에 팀원들은 혹시 다른 의중이 있는 건 아닐까.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눈치를 살폈지만 정말로 진심이었다.

최근 등등한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신진팀들을 보며 빅빠따맨은 절감했다.

더 이상 우리는 최고가 아니구나.

형제팀인 얼밤은 이미 하향세, 사실 불밤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빅빠따맨은 더욱 팀원들을 단합해 강제로 이어 붙이려 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막강한 서포터 한 명에 기껏 땜빵한 균열이 와르르 갈라졌다.

두 번째 세트도, 세 번째 세트도 이길 기회가 분명히 있었건만 잡아내지 못했다.

팀원들 모두가 이전만한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비단 팀원들을 탓할 것도 없다.

빅빠따맨도 자기 자신이 최선의 플레이를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 모두가 나눴으면 좋겠다."

행복을 나누면 배가 되고 아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나눠도 아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설사 아프더라도 행복한 상태에서 아픈 게 조금은 덜 아프지 않겠는가.

빅빠따맨은 팀의 주장으로서 이번 준결승전을.. 지난 결승전의 한을 반드시 풀고 싶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팀원들의 진심어린 협조가 반드시 필요했다.

"나, 나도 주장의 말에 동감이야. 또 해괴한 전략에만 당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상당히 캥기는 바가 있는 빅캡틴맨이 빠르게 라인을 탔다.

지금 라인을 탄다면 나중에 받을 형량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모른다!

그리고 솔직히.. 빅빠따맨의 말은 감동적이었다.

항상 자신들을 따갑게 쪼아대던 주장이 인간스런 면모를 보이다니.

정말로 흔치 않긴 커녕 처음 있는 일이었다.

풍기는 분위기에서 유추하건데 절대 연기도 뭣도 아니었다.

애초에 팀을 완전히 틀어잡은 빅빠따맨이 연기를 할 이유가 무엇 있을까.

"그래, 주장 말대로 여기서 기적의 역전극.. 일구어 내보자."

"이번에는 한나같은 거 해서 수비적으로 가볼게. 먼젓번처럼 당황하지만 않으면 적어도 지지는 않을 거야."

불밤의 주장, 빅빠따맨은 공포와 억압만으로 팀을 지배하고 있지 않았다.

팀원들 하나하나가 이미 신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상.. 원한다면 언제든 팀을 떠날 수 있다.

정말로 치를 떨었다면 진작 그리 했으리라.

그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빅빠따맨의 지휘력과 인망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얘들아..? 우리 이제 네 번째 경기 치러야지?"

다행스럽게도 어찌저찌 잘 화합이 된 모양.

빅빠따맨에게 밀려 팀 내의 영향력이 영 크지 못한 코치가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두 번째 세트에서 작전 타임을 모두 써버린 지라 이 이상은 어떻게 시간을 끌 수가 없다.

불밤의 팀원들은 다시 각자 자리에 앉아 게임을 준비했다.

현재 게임의 스코어는 1승 2패.

이 정도면 충분 할 만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의 내용을 따져야 한다.

올마스터가 상대팀의 서포터로 나온 앞선 두 세트는 아예 속수무책 털려버렸다.

마땅한 해결책은 아직 찾지 못했고 그저 각오만 남달라진 상태로 경기에 임하게 됐다.

어쩌면 단순한 발버둥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진정으로 하나가 된 불밤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서 그들은 삼선 블루의 앞을 막아섰다.

지난 시즌의 패자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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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461화에서 언급됐던 삼선 레드의 시프트 선수가 코볼트 선수로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와우라는 게임에서 임프라는 생명체의 설정은 요정이지만 생김새는 흡사 고블린에 가깝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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