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73화 (47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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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한국 리그

준결승전 B조의 삼선 레드 대 SKY T1 K는 사실 관심이 엄청나게 모이진 않았다.

라인업을 보자면 둘 다 신생팀이니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들의 실력과 성장 기대치는 로드 오브 로드 마니아층에게 흥미를 유발시켰지만 그 반대.

대다수의 라이트 팬들로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쩌리팀 매치를 꼭 봐야 하나?

어느 팀이 이겨도 자신이 아는 팀이 아니니 딱히 알 바가 아니다.

마니아층로서는 어처구니 없겠지만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해설자들이 잘한다고 하면 잘하는 거고.. 못한다고 하면 못하는 거다.

원래 스포츠도, 술자리도 그 자체가 매력적이라기 보단 분위기가 좋아서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

대중적인 스포츠도 그러한데 룰도 복잡하고 경기의 포인트도 잡기 힘든 E-스포츠는 오죽할까.

그래서 어느 한 팀을 응원하며 감정 이입하는 맛으로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 식으로 즐기면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도 흥겹다.

더욱이 강팀이라면,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있는 흐름이라면 더욱 더 신이 난다.

이는 잘 나가는 팀이 빠르게 인기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금일 B조의 경기는 어느 팀에 감정 이입을 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무명 팀들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영 뚱할 수밖에 없었지만 설명이 하나 빠진 부분이 있다.

게임을 즐기는 요소를 잘 모른다 해도..

서로 치고 박고 머리털 잡고 난리 나기 시작하면 재미지다?

파프리카TV를 포함한 여러 플랫폼들의 시청자 수는 꾸준하게 상승했다.

-무슨 솔랭 마냥 치고 박네ㅋㅋ 킬 엄청 터져 나온다 꿀잼!

-ㄹㅇ 이렇게 치고 박고 싸워야 제맛이지. 프로들은 너무 사려.

-가끔은 쩌리팀들 매치도 즐길 만하네. 특히 테이커인가 쟤 공격적이라 마음에 든다.

-원래 난 맛밤 경기만 보는 주읜데 심심해서 켰더니 괜찮군ㅋㅋㅋ

삼선 레드가 두 세트, SKY T1 K가 한 세트 가져갔다.

한 세트, 한 세트 모두가 박빙으로 난전이었다.

중계진들이 이렇게나 정신없는 경기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

물론 몇몇 시청자들의 말마따나 질적으로 떨어지는 쩌리대전이 결코 아니었다.

<삼선 레드에서 첫 번째 세트, 두 번째 세트 연이어 가져가며 이대로 승기를 점할 뻔.. 했습니다만! 이번에 테이커 선수가 제대로 한 건 했죠?>

<예, 세 번째 세트는 정말로 테이커 선수의 솔로캐리가 빛났습니다. 특히 바론 앞 한타에서 원딜러인 코볼트 선수를 순삭 시켰던 게 게임을 가져갈 수 있던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애당초 양 팀의 수준이 떨어졌다면 준결승전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으리라.

삼선 레드도, SKY T1 K도 멋드러지게 공격적이라 충돌이 잦았을 뿐이다.

아마추어 티를 못 벗어서 솔랭마냥 치고 박은 것도 아니다.

두 팀 모두 싸움 하기 좋아하는 공격적인 선수들이 너무 많다.

테이커는 주도적으로 라인전을 이끌며 허구헌날 미드&정글 싸움을 유도하고.

아웃섹의 리심은 챔피언의 특색을 살려 이곳저곳 들쑤시고 돌아다닌다.

이러했던 라인전도 한타 페이스에 비하면 무난하다고 말할 수준이다.

한타 페이스에 들어가자 그나마 조용했던 나머지 선수들.

각자의 피지컬을 뽐내며 옵저버가 어느 화면에 맞춰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특히 삼선 레드의 코볼트 선수가 도저히 원딜러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포지셔닝을 선보이며 팀의 승리에 크게 이바지했다.

<테이커 선수의 리픈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사실 라인전이 상당히 불안했는데.. 역으로 다대기 선수의 자드를 따내면서 팀의 첫 승전보를 울렸어요.>

<3세트의 MVP는 테이커 선수! 이견이 달릴 수 없죠. 코볼트 선수가 포지셔닝을 앞으로 잡다 보니 리픈의 즉발 스턴에 무력했던 감이 있었습니다.>

5전 3선승제의 준결승전이 이대로 막을 내리지 않을까.

박빙이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1,2 세트 모두 삼선 레드가 가져갔다.

그렇게 마지막 경기일지 모를 3세트에서 테이커 선수가 리픈을 꺼내들었다.

테이커 선수가 리픈을 선택한 거야 이번이 처음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의아했던 부분이 한 가지.

다대기 선수의 자드를 풀어줘버렸다?

3세트는 삼선 레드가 블루팀이었기에 밴픽 단계에서의 실수라고 중계진들이 짚었다.

그도 그럴 게 다대기 선수의 자드는 조별 리그, 그리고 8강을 통해 악명이 자자하게 알려졌다.

그런데 경기를 보고 있자니 풀어준 이유가 보이더라.

리픈으로 자드를 제대로 두들겨 패며 게임을 상큼하게 시작했다.

종종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리픈의 한타력도 테이커에게 있어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익히 증명한 바가 있다.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

3세트의 숨은 조연, 비행기 선수가 판을 짜고 테이커가 캐리해냈다.

훌륭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곧 네 번째 세트 시작합니다. SKY T1 K는 삼선 레드를 한 번 더 잡아야 대망의 5세트까지 갈 수 있겠습니다.>

<이번 스프링 시즌부터 준결승전 마지막 세트는 블라인드 픽으로 치러집니다. 아쉽게도 지난 A조 때는 가지 못했습니다만.. 오늘은 기대할 만도 해요? 바로 경기 들어가보겠습니다.>

같은 수가 두 번 통할 리는 없다.

이번에는 다른 카드를 보여야 한다.

순수한 팀의 전력은 삼선 레드가 조금은 우세.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이는 오직 테이커 뿐이다.

저조했던 관심으로 시작했지만 선수들의 순수한 경기력으로 불을 붙인 준결승전 B조의 경기.

이번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에 진출할 팀은 어느 쪽이 될지.

삼선 레드 대 SKY T1 K의 네 번째 세트가 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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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는 먹었던 치킨의 뼈다귀를 한 곳에 몰아 치우며 생각했다.

확실히 다전제에서 첫 번째 세트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맞는 말이지만 조금 비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점 따고 시작했으니 당연히 결과적인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도 큰 거지.'

심리전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당연한 이치다.

3전 2선승제의 첫 판 이기면 앞으로 한 판만 이기면 되고, 5전 3선승제는 두 판만 더 이기면 되니 최종 승리자가 될 가능성도 당연히 높다.

하지만 여기에 지나친 투자를 해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섣부르게 공개한 카드가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경력이 있는 팀들은 다전제 첫 번째 세트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나 B조의 경우 삼선 레드도 SKY T1 K 모두 신생팀이다.

아무리 준비 기간을 많이 가졌다고 한들 멘탈적인 측면에서 흔들리기 쉽다.

그렇기에 과투자를 했지만 결과적인 패배.

수세에 몰린 SKY T1 K는 조급했고 이는 결국 실수로 이어졌다.

네 번째 세트가 딱 그러한 양상을 띄었다.

'어쩔 수 없긴 했지만 말이야.'

기세가 꺾인 이상 게임은 끝.

세 번째 세트에서 테이커가 리픈으로 한 번 흐름을 바꿀 뻔 했지만 역부족이다.

네 번째 세트에서는 캐리 욕심을 내다가 역으로 갱킹에 한 번 말리고 급속도로 패배를 점찍었다.

테이커가 잘못했다기 보다는 상황이 어쩔 수가 없다.

미드 정글 싸움이 팽팽한 이상 승패는 다른 라인으로 갈라지게 된다.

첫 번째, 두 번째 세트가 그렇게 승패가 나뉘었다.

난전의 상황에서 빛을 보는 원딜러, 코볼트의 슈퍼 플레이가 게임을 좌지우지했다.

테이커 자신이 캐리 안 하면 무난하게 져버릴 상황.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다면 도박수를 두는 게 타당하다.

당장 나라도 그리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결승전에서 맞붙게 될 팀은 그렇게 정해졌다.

"어때, 니가 보기엔 할 만해 보여?"

내가 뼈다귀를 치우는 사이, 설거지를 마치고 온 예은이 손을 탁탁 털며 이야기한다.

그러고서 옷의 앞춤에 대충 문질러 닦는 게 이 녀석도 귀차니즘이 나 못지 않다.

뭐, 예은 외모에 깔끔까지 떨었다면 내가 못 버텼겠지만.

"진지하게 대답하자면 어렵겠네.. 어느 하나 마크한다고 끝나는 팀이 아니라."

"하긴 미드도 원딜도 정글도 다 잘하더라. 봇라인도 꽤 하는 것 같고."

예은의 말이 지당하다.

삼선 레드는 전체적인 팀의 수준이 확실히 높다.

그도 그럴게 멤버진 하나하나가 화려하니까.

지금에서야 주목 받는 신인들이겠지만 차후 롤판을 주름 잡는 거성이 된다.

현재의 전력은 SKY T1 K보다 우위에 설 정도.

경력이라는 측면에서 한 시즌의 차이가 나니 오늘 경기에서 승패가 갈린 것도 그럴 만했다.

"그래서, 자신이 없으시다?"

"누가 없데?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애초부터 이길 작정이었지만 이유가 두 가지나 더 붙었다.

하나는 능글맞는은 서지훈 감독.

지금쯤 히히덕 술잔이나 기울이고 있을 게 뻔하다.

일신의 안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다 못해 내 출전을 방해하는 짓만 안 했어도 참아주려 했다.

감독 자리에서 내쫓기면 마땅히 할 것도 없어 보이던데 내가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하지만 대놓고 심기를 건드렸으니 응징 받아도 후회는 없으리라.

'그리고 다른 한 가지가 조금.. 많이 필요하달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예은이 옆에서 히죽 웃어온다.

결승전 끝나고 혼 좀 내줘야 할 성싶다.

항상 끌려다니기만 하는 관계도 조금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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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준결승전 B조의 경기가 끝나고.

사실은 당연해야 할 한 가지 행사가 치러진다.

감독의 주도 하에 삼선 레드의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늘 하루 마음껏 먹고 마시라고! 물어도 볼 것도 없지만 당연히 팀 내에서 너희들의 수고를 치하하기 위해 쏘는 거니까 말이야, 크하하하!"

감독이 호쾌하게 웃으며 뼈가 있는 등심 갈비를 쭈욱 물어뜯는다.

이에 삼선 레드의 팀원들이 쓴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홀짝인다.

회식 자리를 한다고 하니 일단 오기는 왔지만.. 영 불편했기 때문이다.

"야, 2차 갈 거냐?"

"아니, 안 가. 근데 뭐라고 둘러대지?"

삼선 레드의 미드와 정글러.

아마추어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다대기와 아웃섹이 소근소근 말을 섞는다.

감독이 싫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기 마련임이 맞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감독은 자신들 삼선 레드를 아껴줬다.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어야 하는 사람이지만 선수들도 바보가 아니다.

아무리 자신들을 좋게 봐준다고 한들 도를 넘어섰다.

처음에는 선수들을 진정으로 아끼는 감독님이구나.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삼선 블루의 취급을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같이 사는 이상 당연히 눈치채게 된다.

명백히 보는 시선이 다르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엔 부끄럽게도 자신들에겐 자격이 없었다.

'우리도 말려들어 우쭐했었으니..'

다대기는 후회하고 있다.

친구인 아웃섹과 LCL 우승이라는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었던 지난 날.

당연히 롤챔스에서의 데뷔도 성공적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는 둘이서 우리 데뷔하자마자 바로 우승하는 거 아니야?

그러한 망상까지 품었을 정도였다.

'현실의 벽은 높디 높았지만..'

되려 자신들보다 낮은 연봉, 못한 취급을 받던 삼선 블루가 우승해버렸다.

사실 자신조차 못내 그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잘 나갈 게 예정돼 있으니 이만한 대우를 받는 거겠지.

팀 내에서의 대우가 다르니 자신들을 특별한 사람이라 착각도 하였다.

부끄럽게도 이는 친구인 아웃섹을 포함한 나머지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속으로 내뱉지 않았다고는 해도 그러한 감정을 품었던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애써 합리화하며 잊으려 해서야 똑같은 인간이 될 뿐이다.

"이 감독이 말이야. 아~~주 좋은 집 하나 알아. 여기서 차를 타고 30분 가면 되는데…."

가장 치졸하고 같잖은 예가 눈앞에 있다.

저 감독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 만은 사양이었다.

감독이 자신의 잣대로 사람을 재며 말로만 떠들어대는 동안 삼선 블루는 성적으로 그들의 옳음을 증명해냈다.

같은 게임단 소속이지만.. 참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이들이다.

그 삼선 블루를 지휘한 씨지맥은 더할 나위 없는 롤모델이다.

그들을 본받았기에 지금의 자신들도 있다.

해이해졌던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연습에 몰두할 수 있었다.

"아, 감독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저랑 아웃섹은 조금 볼 일이 있어서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숙소에서 뵙시다. 바이바이~!"

다대기와 아웃섹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신호가 됐다.

눈치를 보던 나머지 팀원들도 급한 일이 생각났다며, 감기 기운이 있다며 하나둘 빠져 나갔다.

마침내 코치와 둘만 남은 감독은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뒤늦게 알아채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이미 늦었다.

진실로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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