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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76화 (47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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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오늘, 결승전의 시간이 도래했다.

이제 곧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된다.

나는 선수석의 한 자리에서 다가올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옆에서는 명진이를 포함한 애들이 잡담을 하며 시간과 긴장을 죽이고 있다.

"훼방꾼이 없어서 좋네."

"우리 첫 세트부터 전력발휘 가보자.'

행선지까진 알 바가 아니지만 오늘 그 감독 자식이 보이지 않는다.

얼추 듣기론 아예 오지를 않았다고 하던데.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눈에 거슬리지 않아서 좋다.

경기 내용에도 참견하지 않고 말이다.

'경기에만 빠듯하게 집중할 수 있겠어.'

삼선 레드, 그리고 삼선 블루.

같은 게임단에 소속돼 있는 형제팀들끼리의 접전이다.

때문에 나의 활약에 승부의 분기점이 갈릴 공산이 크다.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오죽할까.'

프로팀들끼리의 스크림은 정보를 다른 곳과 공유하지 말자고 이야기가 오간다.

하지만 이는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 뒤바껴도 이상하지 않은 부분이다.

즉, 스크림은 자신들의 전략과 색이 유출될 가능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

주의를 한다고 해도 표본이 쌓이면 분석 당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프로팀들은 중요도가 높은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내부 스크림을 많이 가진다.

그것이 정보 차단을 위한 최선의 수는 맞지만, 그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형제팀들은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으아~! 역시 토이치 밴됐어. 이걸로 한동안 꿀 제대로 빨았는데.."

"뭐, 우리도 리심이라 자드 밴할 작정이었으니 또이또이하잖아."

상대가 어떤 걸 밴해야 곤란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순하게 어떤 선수의 주챔피언 하나를 죽이는 수준을 넘어 더욱 더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가능할 뿐 쓸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정말 악착같이 이기고 싶으면 상대 픽은 완전 꼬아버리는 것도 가능하고.'

예를 들어서 삼선 레드의 미드라이너 다대기.

다대기는 챔프폭이 적당히 넓다.

카지트, 나이즈, 마지막으로 자드 이 세 챔피언을 잘 다룬다.

그런데.. 저 세 챔피언을 제외한 챔피언들은 심각할 정도로 못 다룬다?

'적 한 명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던가, 아니면 조합 자체를 꼬아버린다던가.'

다대기가 구리가스 밖에 픽할 챔프가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도 가능하고.

돌진 조합이 팀의 특색인 삼선 레드에서 주요픽들을 밴, 혹은 빼앗는 방법도 썩 괜찮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진짜 잔인한 수도 둘 수 있다.

상대가 자신하는 조합들 중 대들보만 쑥쑥 뽑아버린다던가?

팀게임인 로드 오브 로드의 특성상 연습된 조합을 하고 말고는 차이가 엄청나다.

이렇듯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은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적당히 견제하고 게임 들어가자. 역시 순수하게 실력 승부로 가려야지."

"이 정도면 서로서로 적당하잖아? 근데 아웃섹은 리심 못해서 많이 아쉽긴 하겠다."

물론 그 잔인한 수를 실전에서 쓸 일은 없다.

자신이 쓴다는 소리는 상대도 쓸 수 있다는 거니까.

매일 얼굴 보는 사이에 할 짓이 있고 안 할 짓이 따로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뭐, 아예 견제를 하면 안된다는 건 또 아니다.

적당적당한 수준에서는 반드시 해야 한다.

안 하면 시청자들 반응이 떨떠름해진다.

왜 아웃섹 리심 살려줌? 이거 혹시 날아오르는 거 아님?

이런 소리가 필히 나오게 된다.

나오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형제팀 대결이라는 게 커뮤니티의 기대보다는 사실 무난무난한 느낌이긴 해.'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게임에는 유별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

이말인 즉, 본래 팀에 속하지 않은 내가 무게추를 기울여 게임을 가져오기 쉽다는 소리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사 그렇게 잘 풀리기만 할까.

항상 나를 끈덕지게 방해하던 한 사람.

감독 자식이 끝까지 방관을 해줄지 못 미덥다.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삼선 레드 대 삼선 블루의 결승전이다.

분명히 감독은 레드가 우승하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손을 써뒀을지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며 밴픽 싸움을 임했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너무 쓸데없이 생각이 깊었던 건가..'

이미 밴픽은 큰 소란없이 끝났고 로딩창에 접어들었다.

내가 고른 챔피언은 쓰렉귀.

삼선 레드에서는 조아라와 배티를 밴해왔다.

준결승전에서 그 둘이 보여준 임팩트를 생각한다면 지당한 반응이다.

그렇지만 쓰렉귀라고, 내가 와드돌을 구입한다고 캐리력이 부족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 변수를 만들기에 쓰렉귀는 적당한 픽이다.

안정적이다.

첫 세트를 무난한 흐름으로 가져다줄 일등공신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승전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혹시 몰라 로딩창에서 한 번 더 밴픽을 곱씹어봤지만 이상은 없다.

나 자신을 뽐낼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다.

결승전을 화려한 캐리로 장식해낸다.

'게임의 흐름을 어떻게 잡는 편이 좋을까.'

아군의 조합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기 위주다.

그에 비해 레드는 팀플레이에 비중을 높게 뒀다.

뭉쳤을 때 강한 것은 필히 상대팀.

조합으로 미루어봤을 때 아군은 라인전 단계에서 힘을 많이 줘야 한다.

'그것이 말마따나 쉽지가 않으니까 문제지.'

적 탑라이너 쇈은 수비적인 라인전에 정평이 나있는 챔피언이다.

플레이하는 호모 선수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까지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미드로 시야를 돌려야 하는데 이것도 만만치가 않다.

다대기가 가져간 나이즈는 갱킹에 약한 챔피언이지만 정글러가 문제다.

아웃섹이 미드를 봐주는 한 어지간한 갱킹은 무위로 돌아갈 게 분명하다.

소거법으로 따지자면 남은 것은 봇라인.

확실히 노려볼 만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라인 밀면서 그랩각 노려볼꺼죠? 연습했던 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헬멧이 잡은 챔피언은 헤이클린.

가장 기초적인 원딜러라 이야기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난이도가 지극히 높으며 한 번 무너졌을 때 복구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상대 정글이 미드 위주로 보는 한 필연적으로 갱킹의 위협은 낮아질 터.

노려볼 만하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라인 푸쉬가 좋다는 헤이클린의 장점을 백분 활용한다.

키잉-!

라인을 밀었다는 의미는 걸리적 거리는 미니언이 사라졌다는 소리기도 하다.

즉, 내가 그랩을 던질 타이밍을 잡기 수월해진다.

그렇게 잡아낸 찬스를 내가 놓칠 리 있을까.

사신의 선고가 상대 서포터 쏘냐의 목덜미를 낚아챈다.

챠캉!

사전 연습을 통해 호흡은 완벽히 맞춰 놨다.

내가 끌면 그 자리 조금 밑에 헤이클린의 쇠덫이 박힌다.

그랩이 1.5초, 쇠덫이 또다시 1,5초 상대를 옭아매며 쏘냐의 체력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린다.

잘하면 킬각이 나올 지경이다.

퀴리릭!

채찍쓸기로 한 번 더 끌어낸 자리에 헤이클린의 대탄환이 쏘아진다.

이것을 맞는다면 점멸을 써서라도 기어코 따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를 상대 팀이 아니었다.

"아 진짜 좋았는데.. 역시 풀피에서 킬각은 안 나오네요. 딜 좀 나오는 챔프 할 걸 그랬나.."

쏘냐는 점멸을 사용해 과감히 피하며 나에게 탈력까지 걸었다.

한 마디로 다 줄 테니 쫓을 생각 마라는 거다.

딸피의 쏘냐를 놓친 헬멧의 아쉬움은 백분 이해가 되긴 해도 명백히 틀린 소리다.

'애초에 헤이클린이 아니었으면 이런 상황이 나오지도 않았을 테니.'

부담없이 라인을 쭉쭉 밀며 상대를 수세에 몰아넣을 수 있는 원딜러는 현 시점에서 헤이클린이 유일하다.

문제는 폭딜이 나오지 않는 헤이클린의 특성상 그랩을 해도 킬각까지 보기는 힘들다.

이를 가능한 보충하기 위해서 완벽한 호흡을 연습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다.

'이대로 몰아붙인다면 언젠가 킬각이 한 번 나오기는 하겠지만..'

게임의 흐름이 영 만족스럽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적팀의 탑라이너는 쇈이다.

저 쇈이라는 챔피언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성가시다.

변수, 그리고 강제킬을 만들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챔피언이 없다.

봇라인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 한들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를 모래성이다.

갑자기 쏘냐의 점멸센도와 함께 쇈이 등 뒤에서 튀어나온다면?

차곡차곡 벌리고 있던 CS 격차가 한순간에 무색해진다.

'봇에서 무언가를 하는 건 정답이 아니야.'

모래성이 무너지지 않고 굳어준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 봇라인에 힘을 실어줄 게 뻔하다.

삼선 레드의 원딜러 코볼트 선수..

안타깝게도 헬멧보다 최소 두 단계는 위에 있는 원딜러다.

이대로 수 분만 지나면 쇈이 6레벨에 도달한다

상대가 원하는 흐름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물론 아군 미드라이너 트와이스 페이크도 맞궁극기로 넘어와 주겠지만.. 아마 한 발 느릴 거다.

다대기의 나이즈가 방해를 하고 말고를 떠나서, 쇈의 궁극기는 즉발인 데다 보호막도 달려있다.

섣부른 합류 싸움은 무리수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다.

중반 이후로는 필히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게임.

그렇다면 그 전에 움직인다.

─삼선 AllMaster님이 가고 있음을 알림.

로밍만이 최선의 승부수다.

다른 챔피언이라면 몰라도 쓰렉귀는 가능하다.

팀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떠먹인다.

3레벨에 도달한 쓰렉귀는 더욱 많은 걸 할 수 있다.

키잉-!

라인을 몰아넣고 로밍 타이밍을 잡았다.

불길한 촉이 있었는지 나이즈는 제법 사리고 있었지만 강제로 걸었다.

부쉬에서 난데없이 나온 쓰렉귀의 손에서 그랩이 즉발로 나간다.

지난 8강에서도 선보였던 선고-점멸 콤보가 킬각을 귀신같이 캐치해냈다.

티잉!

두 걸음 당겨지며 기절한 나이즈를 향해 트페의 점멸 황금 카드가 꽂힌다.

나이즈는 나와 트페의 딜링이 부족할 거라 여겼는지 점멸로 도망갔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명진이의 이블퀸이 내가 던진 랜턴을 타고 날아온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다구리에 장사 없는 법이다.

삶을 포기한 나이즈는 공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체력관리도 준수했고 포지션도 나름 안정적이었는데 유감이다.

다소 어거지로 따낸 셈이지만 선고를 맞은 시점에서 아웃이었다.

"나이스 그랩! 이러면 나도 봇 보기 편하지!"

아군 미드라이너 키나키나가 환호성을 외쳐온다.

트페는 6레벨 이전까지의 라인전이 관건이다.

정확히는 라인전이 약해서 라기 보다는 두 가지.

하나는 상대가 트페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마나 관리다.

귀환 타이밍을 잡지 못한 트페는 마나가 없어서 궁극기를 못 쓰는 아이러니를 겪게 된다.

궁을 써도 황금 카드와 세 갈래 카드를 던질 마나가 부족하다.

하지만 이렇게 라인전이 한 번 풀리면 트페가 마음껏 쏘다닐 수 있다.

'나는 그 전에 게임을 굳힐 생각이지만.'

트페가 6레벨을 찎는다는 소리는 쇈 또한 궁극기를 배운다는 뜻이다.

기력 코스트인 쇈은 여건만 받혀준다면 곧바로 궁극기 지원이 가능하다.

씨지맥이 끊어준다면 고맙겠지만 타워 안에서 대놓고 사용한다면 힘들다.

잘못하다간 쇈의 도발에 그인 후 포탑 공격에 역관광을 당해버린다.

'그러니까 내가 움직여야지.'

글로벌 궁극기를 가진 챔피언을 상대하는 방법.

바로 그 챔피언의 라인에 가는 거다.

쇈도, 트페도 자기 자신의 라인에서 싸울 때는 궁극기의 장점이 무색하다.

그것을 명진이라고 모를 리가 없겠지만 정글러 혼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실력이 위라도 힘든 일인데.. 삼선 레드의 정글러는 무려 아웃섹.

혼자서는 지나치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내가 도와준다.

─삼선 AllMaster님이 탑으로 가고 있음을 알림.

이번에는 탑이다.

가죽 신발을 사고 빠르게 탑라인을 향한다.

혼자 남은 원딜러가 다소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괜찮을 거다.

그저 라인전 세게 가려고 헤이클린을 고른 게 아니다.

헤이클린은 라인전도 강력하지만 혼자 버티는 능력도 탁월하다.

쇠덫을 깔아 적이 자신을 견제하지 못하도록 동선을 좁힌다.

이미 반쯤 가져가버린 라인전 승기를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쏘냐는 스펠도 체력도 빠진 상태.

적 봇듀오는 자신들의 머릿수가 하나 많다는 이점을 활용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나처럼 로밍을 가기에는 쏘냐라는 챔피언 선택이 발목을 잡는다.

나의 로밍이 게임에 활로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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