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78화 (47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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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첫 세트의 격차가 워낙 컸기 때문일까.

삼선 레드는 대회 측에 작전 타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작전 타임을 요구해야 했던 진짜 속사정은 사뭇 달랐다.

주가 되는 요인이 완전 딴판이었다.

"그러니까 저보고 선수들을 설득하라.. 이 말씀이십니까?"

삼선 레드를 전임하는 이청호 코치는 내부 회선을 통해 서지훈 감독에게 연락을 받았다.

할 말이 있으니 밖으로 나와보라고.

안 그래도 바쁜 상황에서 이래라 저래라.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윗사람이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갔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건지.

다행히도 경기장 내부 복도에 감독이 마중나와 있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부른 거냐고 물어보자, 서지훈 감독은 쉽게 반응하기 힘든 이야기를 꺼내왔다.

"우리는 한 배를 탄 거야. 너도 고작 코치에서 끝내고 싶진 않잖아?"

"그렇기는 하지만요.."

감독이 이야기 하는 바는 지나치게 명료했다.

우회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삼선 레드를 우승 시키자고, 책임은 자신이 다 지겠다고.

그리고 가능하면 선수들에게 자신의 대한 이야기도 좋게 해보라고.

원래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쓰레기같은 제안이다.

하지만 이청호 코치의 입장이 문제되었다.

자신은 서지훈 감독의 라인을 타고 삼선 게임단에 들어왔다.

딱히 그 정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감독의 제안은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다.

'우승을 한다면 감독은 몰라도 나는 확실히 삼선에 잔류할 수 있다..!'

오늘 경기장을 통째로 빌려준 것도 그렇고 삼선은 투자에 아끼지 않기로 유명하다.

대기업으로서 가지는 배포의 격이 다르다.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베푼다.

실제로, 삼선 블루를 전임하는 자신의 후임 코치 녀석은 연봉의 배가 되는 액수를 받았다고 술자리에서 들었다.

배알이 꼴리는 일이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그런데 첫 세트를 보니 영 가망성이 없더라.

물론 그 뿐이었다면 감독의 이야기를 단박에 쳐냈을 것이다.

'지게 된다면.. 나도 감독과 함께 쳐내질 가능성이 크단 말이지.'

서지훈 감독은 현재 상당히 위태위태한 상태다.

구단주에게 밉보이는 것도 밉보이는 거지만 선수들사이에서도 소문이 안 좋다.

자신은 딱히 선수들과 딱히 트러블이 없지만, 그렇다 해도 이번 결승전이 끝난 후 감독과 함께 세트로 잘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감독의 라인을 타고 삼선에 들어온 이상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였다.

"최대한 해보기는 하겠습니다만. 거부 반응이 크지 않도록 간단한 것부터 진행하겠습니다."

"그래, 노력해봐. 내가 자네를 엄청 아끼는 거 알잖나? 오늘만 무난히 넘기면 앞으로 엄청 챙겨줄게."

그 감독이 자신의 어깨를 두들기며 경기 힘내라고 덕담까지 던져왔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 절대 아닌데 어지간히 필사적이긴 한 모양.

적당히 목례를 하며 뒤를 돌은 이청호 코치는 피식 웃었다.

안타깝게도 자신은 감독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생각이 없었다.

'이건 외통수가 될 가능성이 크단 말이지. 그렇다고 뱉기에는 너무 달콤해. 여기서는.. 분산투자를 해볼까.'

리스크가 크다고 쌩을 까기에는 돌아오는 떡고물이 아깝다.

솔직히 감독이 아니더라도 자신은 잘릴 가능성이 높았다.

삼선이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배포는 유명하지만 그 반대.

그렇게 큰 배포와 반비례해 능력 떨어지는 직원들을 향한 냉정한 대응으로도 말이 많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자신은 탑급 아마추어들을 모아 놓고 블루보다 못한 결과물을 내버렸다.

그러한 자신에게 삼선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쉽게 상상이 가능했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승이라는 성적은 반드시 내야 했다.

설사 진다고 해도 접전은 펼쳐야 한다.

또다시 첫 번째 세트처럼 와장창 깨져버린다면 변명할 거리조차 생기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다른 게임단으로의 이적마저 힘들 수 있다.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덤터기 씌운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는데.. 그 능구렁이 같은 감독이 다른 수를 준비해두지 않았을 리가 없어.'

이청호 코치는 서지훈 감독과 상당히 오래 알고 지냈다.

그와 알고 지낼수록 느끼는 건 웬만큼 음흉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였다.

저 감독이 쉽게 내쳐질 거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방금 전 자신에게 이야기는 계획을 위한 초석, 아니 보험일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감독이 꾸민 바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성공한다면..

사태가 끝나고 감독은 자신에게 무언가 해코지를 할 게 분명하다.

하는 짓거리는 정말 쓰레기가 따로 없지만 꼴에 능력있는 쓰레기다.

적으로 돌리는 흐름만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감독의 말대로 전부 할 수는 없다.

'일단은 픽부터 천천히 가보자.'

이청호 코치는 삼선 레드 뿐만 아니라 블루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히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저 멤버로 우승을 할 수 있었는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세세하게 말이다.

감독의 말마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필승의 방법을 짜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해버리면 일이 너무 커지고 만다.

애초에 선수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청호 코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천천히 일을 풀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

.

.

* * *

첫 번째 세트가 끝나고.

레드쪽에서 작전 타임을 요구한 탓에 두 번째 경기의 시작은 다소 지체됐다.

첫 세트가 무참했던 만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 가지가 생선가시 마냥 걸린다.

명확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감이라는 종류의 것일까.

부디 착각이길 바랬는데 우연이 아니었던 듯 기어코 일이 터져버렸다.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의중이 뭘까?'

삼선 레드에서 밴픽 전략을 크게 선회했다.

적당히 상대가 잘하는 챔피언을들 밴하자, 에서 집중 견제를 하자로.

밴된 챔피언 하나하나에서 의도가 노골적으로 배어나온다.

씨지맥이 주챔피언으로 다루는 말카림.

이것 하나가 밴된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다음이 가관이다.

주챔피언도 아닌 싱나드까지 잘랐다.

심지어 블루팀이라는 이점을 살려 거미여왕을 뺏어갔다.

거미여왕은 말카림과 싱나드가 밴된 씨지맥이 할 수 있던 마지막 챔피언이었다.

이럴 거면 그냥 세 번째 카드로 거미여왕을 자를 것이지.

마지막으로 밴한 챔피언이 조금 뜬금없어 갸우뚱 하던 와중 보이스 채팅을 통해 대화가 불거졌다.

"쟤네 첫 세트 지고 많이 화났나?. 밴 진짜 얄궂게 하네."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밴은.. 조금 많이 아닌데. 이거 따지면 안돼?"

"다들 흥분 가라앉히고 한 판만 참아 보자. 우연...은 아마 아니겠지만 어쨌든."

당사자가 된 씨지맥이 팀원들을 타이르는 것으로 당장의 흥분은 종식되었다.

씨지맥 본인도 사태가 요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눈치 챘지만 일단은 두고 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확실히 아슬아슬 납득이 가능한 수준인 것도 맞다.

프로팀들 간의 대결에서 적 선수 한 명을 바보 만드는 일은 실제로 왕왕 있다.

팬들이 안 좋게 생각하는 탓에 자주 나오진 않지만 그래도 드문 경우는 아니다.

이전 판에서의 일도 있었으니 한 판 정도야 괘념치 않고 눈 감아 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우리도 다음 세트부터는 밴픽 싸움에 물불 안 가리겠지만.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나?'

씨지맥의 얼굴이 지나치게 진중한 것이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 보였다.

대체 무엇을?

내가 씨지맥을 짐짓 훑어보자 이윽고 무겁게 닫혀 있던 입이 열렸다.

"사실.. 콩머스는 제가 이전부터 준비해두고 있던 카드입니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시현씨가 더욱 잘 아시겠죠.."

내 눈치가 보이는 듯 떨떠름한 어투.

씨지맥이 내가 LCF에서 꺼냈던 탑콩머스를 연습해두고 있었나 보다.

정작 나는 개의치 않지만 따라하는 셈이라 설명하기 껄끄러웠던 듯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씨지맥의 말이 맞다면 상대는 확실하게 도를 넘었다.

'하, 그래서 콩머스를 밴했구나.'

말카림, 싱나드, 마지막으로 콩머스.

명진이는 육식 정글 위주로 챔피언을 꺼내는데 어째서 상대는 콩머스를 밴했을까?

그 선택이 너무 뜬금없어 의아했는데 이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된다.

팀원들이 흥분해서 화를 낸 이유도 당연하다.

대회 무대에서 꺼낸 적도 없는 카드를 밴해버렸다?

콩머스가 만약 대중적인 카드였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삼선 블루 내에서 콩머스를 쓰는 이는 없다.

명백히 씨지맥의 탑콩머스를 저격해서 밴했다는 소리.

스크림은 암묵적으로 비밀을 지키는 게 관례인 만큼 상당히 실례된다.

그것도 같은 게임단 내에서 치러지는 내부 스크림이라면 경우가 더하다.

삼선 레드는 나중에 얼굴 보기 부끄러워진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기리라 작정한 모양이다.

'씨지맥을 집중 견제한다. 정말로 효과적인 전략이긴 해.'

마찬가지로 나를 견제하는 방법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준결승전에서 불밤이 그래왔다.

배티를 밴하고 쓰렉귀를 가져갔다.

물론 실패했다.

조아라를 꺼내 카운터를 제대로 쳐줬으니까.

상대는 아마 준결승전을 감안해 결론을 내린 듯하다.

'완전히 예상을 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확실히 쓰렉귀, 조아라, 배티를 제외하고도 서포터 챔피언은 많으니까.'

당장 내가 솔로랭크에서 활용했던 서포터들의 수만 해도 적지 않다.

나를 집중 견제 했을 때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 훌륭한 도달점이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

누가 작전을 짰는지는 몰라도 제법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위에는 위가 있는 법.

상대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봐주지 않는다.

"그런데 맥형, 할 수 있는 챔피언 남았어?"

"그러게. 저 네 개 빼고 형이 하는 거.. 없지 않나?"

씨지맥의 픽에 큰 문제가 생긴 거 아니냐고 팀원들이 빠르게 확인했다.

밴픽이 현재 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픽차례를 미룬다고 해도 앞으로 불과 2분도 남지 않았다.

팀원들의 조급한 마음은 이해 가지만 내 기억에 따르면 분명히 있다.

콜라곰만 해도 준수하게 잘했던 걸로 기억한다.

"콜라곰은 워울프의 심장 너프된 이후로 안 하는데.. 애꾸사자도 칼질이 너무 심하게 됐고."

씨지맥은 정말로 떠오르는 게 없다는 듯 고민스런 표정이다.

그의 말도 과장이 아닌 게 워울프의 심장은 가격과 옵션이 너프되면서 구입률이 크게 떨어졌다.

애꾸사자 또한 워울프의 심장 덕분에 떴던 챔피언이니만큼 사용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렇게 잠깐 생각에 잠긴 씨지맥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밝게 외쳤다.

"맞다, 나 티몽 잘하는데! 진짜 콜라곰보단 괜찮아."

"형…. 대회에서 그건 아니지.."

정색한 팀원들이 전력으로 말린다.

씨지맥은 솔로랭크에서 티몽을 즐겨한다.

티몽 가장 잘하는 유저로 손 꼽힐 정도.

하지만.. 대회에서 꺼낼 픽은 결단코 아니다.

"그나마 할 만한 게 콜라곰인데 쟤네가 전기쥐 가져갔잖아. 전기쥐 상대로 콜라곰 꺼내면.. 어떻게 되는지 다들 알지?"

돌진기가 부족한 콜라곰은 라인전에서 전기쥐한테 생으로 뚜까 맞는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라인전이 진행되는지 당해본 사람은 안다.

실력 차가 나도 어떻게 버틸 수가 없을 지경이다.

망자의 두건이라는 아이템이 생긴 이후에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지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공격적인 씨지맥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라인전에서 맞기만 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이견 없으면 한다? 티몽 진짜 자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듯 티몽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리는 씨지맥.

이제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씨지맥은 자신이 있고 없고를 떠나 대회에서 티몽 한 번 꺼내보고 싶은 욕망이 앞선 것 같지만 안될 일이다.

티몽은 갱킹에 약하다는 단점 이외에도 쓰일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라인 스왑에 쥐약이다.

우리가 맞라인 스왑으로 받아친다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농락 당하게 된다.

거미여왕을 필두로 시도 때도 없이 다이브를 해댈 게 분명하다.

플레이하는 이가 아웃섹이니 굳이 예상이 필요없다.

하지만 씨지맥의 말마따나 마땅히 해결책이 없는 것도 사실은 사실.

어떻게 다른 수가 없을까?

나는 하나 기억하고 있다.

얼마 전 씨지맥과 길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정도다.

"그거, 해보는 건 어때요? 탱템만 둘러도 티몽보다는 날 텐데."

"아, 그거요? 그거 괜찮긴 한데 아직 검증이 안돼서.. 저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신챔프를 결승전에서 해도 될런지 모르겠네."

이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10초.

두 챔피언 사이를 왔다갔다 고민하던 씨지맥은 결단을 내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나를 믿어보겠다며 마우스 커서를 클릭했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잭팟18은 제가 신청을 안 했습니다.

당연히 이유는 있습니다.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는 솔직히 노블레스 취향의 작품은 아니에요.

구태여 풀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님들이 더 잘 아실 만한 우리 예은이와 답답주인공 등.

야시시한 씬이 당연히 나와야 하는 노블에서 애를 태워도 열댓 번은 태운 셈이죠.

이외에도 흔하지 않은 장르의 소설이라는 점 등 초반 연재 당시 댓글이 정말 폭발적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또 겪는다면 저는 멘탈 붙잡을 자신이 없어요.

작가에게 손해가 되냐 이득DL 되냐 따진다면 무료로 푸는 편이 속된 말로 돈이 되겠습니다만..(독자 유입 측면에서.)

저는 지금 독자님들과 꾸준히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모험을 지양했습니다.

혹시 기대하셨을 독자님들을 위해 오늘 한 편 더 올렸습니다.(내일도 아마 연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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