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81화 (48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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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결승전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다소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학창 시절 급식으로 햄버그가 나왔을 때!

맛있긴 한데.. 몇 입 먹으니 사라져있더라….

현재 진행되는 롤챔스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하지만 이번 판은 상당히 길어질 거란 전망이이에요?>

<예, 레드 쪽에서 초반 이득을 상당히 봤네요. 향후 스노우볼의 향방에 따라 게임 주도권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겠습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물음에 김은준 해설위원이 또박또박 대답한다

삼선 레드가 초반에 본 이득을 기반으로 블루를 몰아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첫 번째 세트도, 두 번째 세트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블루가 어쩌다가?

흔히 말하는 뽀록이 터지고 시작했다.

<삼선 레드 측에서 키나키나 선수가 부쉬 체크를 반드시 할 거라 예상을 했던 움직이었죠?>

<아마 습관같은 걸 겁니다. 실제로 몇 번 나왔습니다. 한국 롤챔스에서는 거의 없는 경우긴 합니다만.. 해외에서는 심심찮게 나옵니다.>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 키나키나의 코리아나는 인베 막바지에 이르러 한 번 더 부쉬를 체크했다.

이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게 없는 행위다.

설사 적팀의 미드라이너 나이즈와 마주친다 해도 코리아나가 이긴다.

코리아나의 평타에 달려 있는 짭짤한 추가 데미지는 1대1 상황에서 가히 위협적이다.

결정적으로 공을 굴려 시야를 확인할 수 있으니 먼저 맞을 위험도 없다.

그렇기에 별 생각없이 조금 앞으로 들어가 부쉬를 체크했는데.

<적들이 대기하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운이 안 좋았어요.>

<운이라기보다는 예측이 맞습니다. 평소 플레이 성향에서 드러난 거죠. 대표적으로 지난 북미 윈터 시즌의 준결승전에서 TSK가 보여준 일례가 있었습니다.>

잘 모르는 듯한 강빈 해설 때문에 답답해진 김은준 해설이 조사해온 예까지 들어 설명을 시작했다.

북미는 한국보다 두 배 더 로드 오브 로드 프로판의 역사가 길고, 세 배 이상 프로리그 활성화돼 있다.

그렇다고 실력이 넘사벽 급으로 높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무대 경험에서 비롯된 차이는 명명백백.

그 어떤 사람이라도 습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좋은 습관도 있고, 나쁜 버릇도 있지만 중요한 건 옳고 그르고가 아니다.

누구라도 있기는 하다는 거다.

이는 로드 오브 로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부분이고 지금까지 실수를 유발한 적도 없었을 수도 있다.

당연하다.

인베가 끝난 타이밍에 적들이 모여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하겠는가?

라인이 도착하기까지 조금, 버프몹이 젠되기까지 수 초다.

리스크에 비해 리턴이 돌아올 확률은 한없이 낮다.

하지만 삼선 레드에서는 키나키나 선수의 부쉬 체크 습관을 이용해서 선취점을 따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키나키나 선수가 멘탈이 많이 흔들렸던 모양입니다.>

<인베에서 점멸이 빠진 라인을 노릴 수 있다는 건 염두를 해뒀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물론 삼선 레드도 미드&정글의 점멸이 빠졌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이득이라고 만은 볼 수 없겠지만.. 나이즈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 위험하긴 해요?>

정글러가 3레벨을 찍자마자 노리는 탑, 혹은 미드 갱킹.

이 자체는 너무나 뻔하다.

역갱을 치는 입장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다.

삼선 블루에서도 역갱을 어느 정도 생각해두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해내지 못했다.

선수들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하나 분분명명한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속도감이다.

역갱도 칼같이 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유별나게 호흡이 좋은 두 선수가 순간적인 폭딜로 한 명을 따고 시작한다면?

한 마디로 속전속결이다.

호흡이라는 점에서 삼선 레드의 다대기 선수와 아웃섹 선수는 흠 잡을 구석이 없이 날카로웠다.

<삼선 블루가 탑&서폿 캐리 중심적이라면 레드는 미드&정글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원래 변신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 만화에서는 변신 중에도 잘 때려요? 그래서인지 두 세트를 내주고 시작한 감이 있습니다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계진이 삼선 레드의 응원을 자처한다.

편파 해설이라기 보단 관중들을 생각해서 하는 발언이다.

유료 티켓을 끊고 경기장까지 오는 팬들 내심 바라기 마련이다.

제발 허무하게만 끝나지 마라.

그런데 현재까지 진행된 경기에선 삼선 블루가 레드를 압살했다.

뭐, 경기의 내용이 부실한 건 아니니 허무함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2%부족하다.

중간중간 장기전이 섞인다면 그 2%의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딱 좋다.

<이대로 파밍만 해도 대장군 예약이에요! 다대기 선수가 나이즈만 잡았다 싶으면 원딜러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카이팅을 보여주거든요? >

<딜 넣을 거 다 넣으면서 무빙으로 논타겟 스킬 피하는 능력이 예술이죠. 삼선 블루가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말 그림같은 한타가 필요합니다.>

코리아나가 막 3인궁, 4인궁 꽂아 넣으며 그 위에 CC기와 폭딜이 연계된다.

애초에 코리아나를 하는 이유 자체가 이를 기대하고 하는 것이니만큼 되면 엄청 좋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하기 힘들다.

삼선 블루는 탑과 서폿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은 빼어나지 않다.

그나마 괜찮다고 부를 수 있는 이가 원딜러 정도.

미드라이너인 키나키나 선수가 무언가를 해줄 확률은 한없이 낮다.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 당연히 크진 않다.

<사실 가장 기대해봄직한 선수는 매 경기마다 이변을 만들어내는 올마스터 선수인데.. 이번 세트에서는 유별난 픽을 하지 않았죠?>

<픽 자체는 독특합니다. 엄밀히는 독특하다기 보단 처음 나온 챔피언이죠. 나오기는 꽤 됐는데 소외된 감이 있습니다. 아마 팬 서비스 차원에서, 그리고 이곳 대구가 조금 후끈.. 하지 않나요? 시원한 물세례! 이번 경기에서 느낄 수 있을 거라 사료됩니다.>

내가 언제까지 팀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야겠냐?

세 번째 세트에서 올마스터가 꺼낸 챔피언은 보기 드물다.

대회는 커녕 솔로랭크에서조차 픽률이 저조한 서포터다.

쓰렉귀와 비슷하게도 출시 이후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올마스터가 쓰렉귀를 꺼냈을 때와 비슷한 흐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무언가 보여주지 않을지 기대하는 팬들의 관심은 엄청나다.

하지만 신챔프를 꺼냈다고 꼭 결과가 좋으리란 법은 없다.

이에 김은준 해설위원이 설명을 보충했다.

<팬 서비스 차원이다, 말씀을 드린 게 단순한 드립은 아니에요. 실제로 올마스터 선수는 지금껏 지극히 공격적인 챔피언 위주로 플레이를 해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와드를 사지 않는 서포터! 세미 미드라이너의 개념을 처음으로 보여주었죠. 하지만 이번 세트에서 플레이하는 인어의 경우 단언컨데, AP로 가지 않을 겁니다.>

새로이 꺼낸 챔피언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다.

2012년 말쯤에 나온 인어라는 챔피언.

챔피언 스킬 구성이 너무 애매하기 짝이 없어 묻혔다.

쓰렉귀처럼 스킬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숙련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스킬이 너무 안 좋다.

Q스킬, 물방울을 상대가 안 맞아준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주문력 계수가 낮은 것도 낮은 거지만 안 맞는 게 더 큰 문제죠. 주력 스킬을 적이 손쉽게 피해버리면 딜템을 올린 보람이 없으니까요. 더 볼 것도 없이 시작 아이템부터 일반적으로 갔습니다. 이 선수에 한해서는 굉장히 보기 드문 경우에요.>

<예, 저도 이번 판에서는 올마스터 선수가 제대로 된 서포팅을 보여주려는 게 아닌지 그 쪽으로 의견이 쏠립니다. 올마스터 선수가 원딜러를 지극정성 서포팅 하는 모습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긴 합니다.>

주문력템을 올린 인어가 물대포를 펑펑! 쏴재낀다면 흥미롭긴 하겠다만 현실적으로 효율이 떨어진다.

해설자들은 이를 조금 과할 정도로 짚었다.

만약 진짜로 딜템을 올리면 의외성이 터지니 재밌으리라.

안 터진다 하더라도 올마스터 선수가 정반대 성향의 플레이를 한 셈이니 그건 그거대로 재밌다.

결과론적인 의미로 경기의 흐름은 중계진들이 원하는 대로 가고 있다.

게임이 길어지면서도 관전 포인트가 많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물리지를 않는다.

지금껏 로드 오브 로드에 관심 없던 이라도 즐길 수 있을만큼 오늘의 결승전은 흥겹다.

현재 경기는 초반을 살짝 넘은 상태.

미드 라인전이 위태위태 한 것 빼놓고는 탑도 봇도 팽팽한 흐름이다.

그 올마스터도 발광하지 않고 무난하게 라인전을 진행 중이다.

챔피언을 수비적으로 택했으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걸까.

혹시 모를 변수 차단을 위해 블루 측에서 한나를 가져간 것도 한몫했다.

이번 세트는 성장 후 대격돌이 예상된다.

중계진도, 관중도, 시청자들도 모두가 그렇게 입을 모으는 가운데.

올마스터가 느긋한 이변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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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세 번째 세트에서 인어를 픽한 이유.

굳이 따지자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상대가 한나를 선픽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뭔 이유가 필요해.'

해당 챔피언을 대회 무대에서 가장 먼저 사용한 선수.

까놓고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서포터를 잡아보겠는가.

경기도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참이니 별 고려 없이 했다.

하지만 섣부른 선택은 예상 외의 결과를 불러 일으켰다.

'이거 참..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네.'

준결승전 네 번째 세트에서 불밤이 한나를 들고 왔을 때는 꽤나 답답했다.

한나는 로드 오브 로드의 서포터들 중에서 가장 수비적인 성향을 띈 챔피언이다.

막말로 서포터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한나 들고 뒤에서 실드만 줘도 꾸지람은 듣지 않는다.

이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하나는 라인전 버티는 능력이 탁월하다.

못하는 사람이 해도 그 정도인데 잘하는 사람, 그것도 프로게이머가 한다면 어떨까?

불밤이 그러했듯 라인전을 충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예상은 타당하지만.

"우리도 슬슬 킬각 잡아볼까?"

"킬각은 오바 아니에요? 그냥 무난하게 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언제나처럼 헬멧의 의견은 무시된다.

봇라인전이 원래 서포터가 하고 싶은 데로 하는 거다.

원딜러는 하기 싫어도 말려 들어야 한다.

물론 확신이 있으니까 거는 딜교환이다.

토옥!

내 평타가 적팀의 원딜러 크레이브즈를 두들긴다.

그냥 평타가 아니다.

인어의 E스킬, 비누 방울이 묻어있다.

평타 가격시 약간의 마법 피해와 둔화를 묻히는 버프 효과.

크레이브즈도 당연히 반격하지만 여의치 않다.

철써덕~!

인어는 킬각을 잡는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지속적인 딜교환에 능하다.

이는 W스킬, 넘실거리는 물결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대를 때리며 자신의 체력은 회복한다.

심지어 한 번 튕기는 게 아니라 두 번.

넘실거리는 물결이 크레이브즈를 가격한 후 되돌아와 내 체력을 회복시켜 준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더 한나에게 튕기며 데미지를 준다.

적 두 명에게 피해를 입힘과 동시에 나 자신은 체력이 찼다.

딜교환에 있어 압도적인 강점을 가진다.

'마나소모가 조금 심해서 4레벨까지 기다려야 했긴 해도.'

이제부터라도 거세게 몰아붙인다.

한나의 수비 능력을 아득히 상회하는 견제력.

이만치 견제력이 센 챔피언은 여럿 있지만 보통은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배티가 있다.

배티의 견제력은 확실히 강력하지만 한나가 그 견제를 보호막으로 흡수한다면?

흡수하면서 반격까지 한다면?

자체적으로 체력을 회복할 수 없는 배티로서는 한계에 부딪힌다.

하지만 인어는 견제와 회복을 함께 해낸다.

한나의 약한 맞견제 따위 회복에 의해 상쇄된다.

현 시점에서 한나를 상대로 라인전을 농락할 수 있는 유일한 서포터 챔피언이다.

'뭐, 신의 한 수가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지만.'

단순히 라인전 좀 풀리는 것 가지고 설레발 치기에는 리스크가 적지 않다.

쓰렉귀, 한나, 조아라처럼 화끈한 한 방이 있는 챔피언을 하다가 진짜 서포팅만이 가능한 챔피언을 한 셈이니까.

리스크라고 하긴 뭣하지만 답답하다는 점에선 매한가지다.

"오, 물결 대박이네요. 물방울 한 번만 맞히면 킬각 나올 듯?"

"그게 어디 쉽냐.. 물론 맞히긴 할 거지만."

인어의 Q스킬, 물방울은 진짜 드럽게 맞히기 힘들다.

어떻게 센스로 맞힐 수 있는 부류의 스킬이 아니다.

예를 들어 쓰렉귀의 그랩은 선딜이 있는 대신 탄속은 빠르다.

흔히 말하는 예측샷이 가능한 부류다.

그에 반해 인어의 물방울은 탄속도 느리고 떨어지는 지점이 적에게 대놓고 보여서 피하기가 너무도 쉽다.

'그러니까 오는 상대한테 맞혀야지.'

물론 적 봇듀오가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당연히 알고 있지만 나도 하나 묵혀두고 있는 노림수가 있다.

적이 걸려 들어줄 날만을 학수고대 기다리는 중이다.

'그것만 성공시킨다면 이 흐름을 역전 시킬 수 있다. 그리고.. 따내야만 해.'

아직 확언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경기는 상당히 꺼림칙하다.

무언가가 끈적하게 묻어나온다.

특히 두 번째 세트 직후 대기시간 때 나는 보았다.

건너편 부스에 감독이 들어온 모습을.

물론 그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애초에 감독이란 자식이 결승전에 얼굴도 안 비추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하지만 타이밍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절대 안 내준다.'

이런 경기를 패배하면 뒤끝이 찜찜해진다.

내 기분 문제 때문에라도 반드시 이겨준다.

이윽고 한 번 뿐일 기회가 찾아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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