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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라인전이 끝났는데 용이 없다.
바론을 칠 수 있는 타이밍이라면 시야 장악을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는 간단명료.
스플릿 위주의 운영 싸움이 돼버린다.
'잘 큰 자드의 스플릿이라.'
미드에서 솔킬을 두 번이나 딴 자드가 스플릿을 돈다.
아이템트리까지 술술 풀려 영락한 기사검을 스트레이트로 뽑았다.
말카림 혼자서 이를 막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
확실히 까다로운 상황이다.
'목적이 목적이니 도박수는 두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모름지기 스플릿의 방향성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브젝트를 취하기 위한 스플릿.
두 번째는 시간을 끄는 스플릿.
현재의 상황은 후자다.
자드를 제외하고는 성장이 지지부진하다.
크레이브즈나 전기쥐의 특성상 바론을 잘 잡지 못한다.
용은 이미 나갔으니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즉, 긴박하지는 않다는 말.
'하지만 시간이 질질 끌리는 건 적이 원하는 흐름대로야.'
고민하는 것도 잠시.
이윽고 결정을 내린 내는 입을 열었다.
"레드 지역 더 빡세게 장악하면서 바론 트라이 가자."
"어, 이제 겨우 15분인데요?"
자드가 얼마나 까탈스러운 챔프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한 번 끌려 다니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
만에 하나, 가능성은 낮지만 말카림이 솔킬이라도 당해버린다면 최악이다.
아군 중에 자드의 스플릿을 막을 만한 이는 말카림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코리아나는 라인전을 탈탈 털렸으니 길가다 의문사나 안 하면 다행.
만약 말카림까지 말리게 되면 정말로 게임이 비벼진다.
실제로 씨지맥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저 방어템이 없어서 오래는 못 버팁니다."
자드가 공격적으로 견제를 퍼붓지 않았기에 망정이다.
혹시 모를 백업을 염두해두고 있는지 그림자를 아끼고 있다.
백업은 나도 살짝 고민해봤던 방향일 정도니 자드의 선택은 지극히 옳다.
'정답은 역시 낚시인가.'
자드를 제외하자면 힘의 균형은 다소 무너졌다.
4대4로 꽝 맞붙는 경우 아군이 높은 확률로 이긴다.
적 탑라이너가 완전히 서포터 수준으로 망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
여기에 끠들스톡의 깜짝 이니시까지 더해진다면?
막대한 광역딜로 시작하는 한타는 적에게 남은 그나마의 승산조차 제로로 만든다.
뿐만 아니라 3초 공포때문에 최소한 한 명은 죽는다.
"그런데 쟤네 우리가 대기 타고 있는 거 눈치 깐 것 같은데?"
"갤럭시 크래프트 3만년 조이기 마냥 느릿하게 오네.."
적팀이 정글러 탈리반 3세가 깃창을 뿌리며 아주 조금씩 전진한다.
언제라도 점멸로 도망갈 수 있도록 지극정성 조심스럽다.
10초가 넘어가는 깃창의 쿨타임을 기다리고 기다려 한 걸음씩.
상대가 쫄보라기 보단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반응이다.
끠들스톡이 비주류 챔피언인 건 맞지만 원래 솔로랭크에는 희한한 변태들이 많다.
아무도 안 쓰는 챔피언을 수백 수천 판씩 하는 화성인들.
낮은 구간만이 아니라 마스터에도 정글 끠들 유저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궁극기로 시작하는 끠들스톡의 깜짝 이니시가 얼마나 무서운지 상대가 모를 리 없다.
'그러니까 화끈하게 가야지.'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자칫 마지막 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일까.
상대는 엄청나게 소극적으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부쉬체크도 부쉬체크지만 레드 지역에 독버섯처럼 자라난 수많은 와드들.
가지고 있던 것을 전부 쏟아 부은 탓에 지우는 데만 한참은 걸린다.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그 근처 코너길에 한두 개씩 더 자라있으니 얼마나 성가시겠는가.
시간이 상당히 허비된다.
─삼선 AllMaster님이 바론을 지목.
기적의 바론 오더, 통칭 기바오를 찍는다.
아무리 햇바론이라 한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가능하다.
다른 챔피언이면 몰라도 아군 조합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까악! 까악! 까아악!
바론 옆 벽을 궁극기로 과감히 뛰어넘는다.
동시에, 리심과 고르키도 각자의 생존기를 활용해 넘어온다.
유일하게 이동 스킬이 없는 코리아나는 그냥 점멸로.
타이밍이 생명인 만큼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
쭈우욱~!
바론에게 빨때를 꽂고 있는 한 내 체력은 유지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맞는 건 무리.
빨대의 쿨타임도 쿨타임이지만 적을 때릴수록 강력해지는 바론의 공격과 에어본은 까다롭다.
그러니까 명진이와 교대로 얻어 맞는다.
이쿠, 이쿠!
리심과 코리아나의 실드가 중첩되며 수 초 버텨낸다.
적당히 체력이 깎이면 나와 다시 교대.
이렇게 부단히 맞아주는 사이에 코리아나와 고르키가 프리딜을 넣는다.
궁극기까지 포함해 전부 쏟아붓는 것으로 아슬아슬 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일보일보 느릿하게 도착한 적 탈리반 3세기 바론 벽 안 쪽으로 깃창을 꽂아넣었을 땐 이미 상황이 종료됐다.
곧바로 들어왔다면 스틸 기회라도 있었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판단이겠는가.
깃창의 시야를 통해 바론이 먹히는 모습이 생중계된다.
가까스로 바론을 챙기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튄다
"그냥 쭈욱 빼서 2차 포탑에서 귀환하자."
"이거 살기만 하면 개이득이야."
바론을 잡는데 모든 것을 투자했다.
지금 이 시기에 한타가 걸린다면 바론으로 얻은 이득이 싹 다 날아간다.
그렇기에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지만 상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어떻게든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려 한다.
챠앙!
탈리반 3세가 깃창을 타고 벽을 넘어왔다.
연이어 흙벽을 일으켜 세우는 궁극기까지 사용한다면?
맹공을 퍼부어 탈리반은 잡을 수 있을지 언정 한타는 불가피하다.
그러니까 그 전에 공포.
까꿍-!
스킬 레벨이 맥스에 이른 공포는 적을 3초 동안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의지를 상실한 탈리반이 멍 때리는 사이 유유히 도망.
기적의 바론 오더는 시원스럽게 성공했다.
'20분도 안된 시점에서 바론 버프, 그리고 아이템의 완성.'
오는 길에 늑대를 처리하자 돈이 200골드 부족한다.
아쉬움을 삼키고 두란링을 팔자 조냐의 물시계가 완성된다.
이 아이템이 나와버린 끠들스톡은 전혀 다른 챔피언이 돼버린다.
'눈치 볼 필요 없는 화끈한 이니시가 가능하지.'
포탑을 끼고 사린다 한들 안식처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외통수다.
이제부터 이루어질 다이브는 강제적.
막을 수단이 없는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아군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삼선 DADAEGI님이 학살 중입니다!
삼선 CGVMAXIM님이 제압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지점에서 악보가 들려온다.
바론을 내준 대가라고 할까.
성난 적팀이 탑라인의 1차 포탑을 철거했다.
이것은 상정 내고 딱히 손해라고 볼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반대편.
봇 지역에서 1대1의 혈전이 벌어졌다.
"일단.. 따냈다."
짧막한 두 마디가 보이스 채팅을 통해 들려온다.
그리고 정확히 1초 후.
반가운 소식이 울려퍼진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삼선 DADAEGI님의 학살이 종결되었습니다..!
씨지맥도 다대기도 팀 내에서 캐리를 하던 중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따냄으로서 현상금을 교환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아군이 근소하게 이득.
먼저 죽은 후에 발화로 적을 마무리했다.
본디 2킬이었던 다대기가 3킬이 되었고 더 나은 현상금을 뱉게 됐다.
.
.
.
* * *
이루 표현할 길이 없는 최상의 컨디션.
다대기는 상대가 바론 낚시를 시도한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거세게 딜교환을 걸었다.
씨지맥의 말카림은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성장 면에서 자신이 우위였다.
슬금슬금 기회는 찾아왔다.
자신이 정말 잘한다는 전제 하에 킬각이 나왔다.
직감에 불과하다지만 지체없이 실행했다.
'그런데 거기서 하필 바론을 먹히다니..'
엄밀히는 바론 버프가 문제였다.
공격력과 주문력, 그리고 체젠을 대폭 상승시켜 주는 바론 버프.
후반에야 많이 쳐줘도 반코어 차이라며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중반 시점의 반코어는 어마어마한 격차다.
자신만 해도 이제 겨우 1코어 완성한 참인데 여기서 반코어라니?
한참 싸움이 걸린 도중이라 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바론 버프를 먹었다고 방어력이나 체력이 올라가진 않는다.
한 박자도 틀리지 않고 빠듯하게 콤보를 우겨 넣은 결과 말카림을 따낼 수 있었다.
문제는 자신도 발화에 의해 러브샷이 뜨고 말았다는 사실.
부디 살아달라고 빌었지만 막틱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그래도 이득은 이득이야.'
스플릿을 도는 한 말카림과 마주칠 가능성은 한없이 높다.
이때 말카림이 바론 버프가 들려있다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견제를 해도 높은 체젠 때문에 금방금방 차고 만다.
러브샷이라고는 해도 바론 버프를 빼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미드 막을라면 라인 클리어 필요한데.. 다대기가 와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봇라인 밀다가 갈게. 쟤네도 바로는 못 걸잖아. 궁극기도 쿨타임인데."
바론을 먹은 상대가 취할 행동은 뻔하다.
정비 후에 미드를 압박한다.
다분 위협적이지만 바론 트라이에 과투자를 한 이상 당장은 힘들 거다.
그 사이에 자신이 시간을 끈다.
'여기서 한 번 어그로 끌고 귀환하면 완벽하다.'
봇라인에서 다시금 말카림과 마주쳤지만 이번에는 턱도 없다.
약간 방템을 둘러 까다로워지긴 했어도 궁극기 차이는 결정적.
자드의 궁극기는 말카림보다 훨씬 쿨타임이 빨리 돈다.
꽁꽁 언 심장 같은 제대로 된 방템이 나오지 않은 말카림은 혹시 또 솔킬을 당할까봐 그대로 뺐다.
그렇게 봇라인을 한 번 시원하게 밀어버림으로서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유령의 영혼검까지 완성되면 한 명은 무조건 죽인다.'
시간 뿐만 아니라 2코어를 뽑을 골드도 마련되었다.
영락한 기사검과 영혼검의 액티브를 동시에 사용해 한 명을 쓱삭!
본디 자드 유저들은 새까만 양날도끼를 선호했지만 한 선수에 의해 바뀌었다.
더욱이 한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그 선수 덕분에 깨달았다.
'그 선수가 저 선수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찌 됐건 완벽한 계획이다.
다대기의 머릿속에 정리되었던 흐름대로 게임이 흘러간다.
이미 절반 이상 그렇게 됐다.
아니, 사실상 성공한 거나 다름이 없다.
무사히 귀환에 성공한 다대기는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클리어.
만에 하나 백업이 와서 귀환이 끊겼다면 최악이었다.
이후의 계획까지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성공했지. 나를 가만둔 거 보면 올마스터는 별것 아니야. 절대 에러갓일 리가 없어.'
올마스터가 Unknown Error니 뭐니 하는 헛소문.
지난 해의 LCL 서머 결승전에서 올마스터와 겨루었던 전적이 있던 다대기는 확신했다.
그는 절대 Unknown Error가 아니라고.
당시의 그는 분명히 위협적이었지만 결단코 Unknown Error정도는 되지 못했다.
그저 휴식기간 동안 서포터 연습을 해서 포지션을 전환한 거겠지.
각성한 자신을 만족스레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근거다.
상대가 자신을 전혀 방해하지 않은 덕에 가장 위험했던 타이밍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만큼 미드 압박이 거세지긴 했지만 충분히 버텨낼만 했다.
궁극기가 없는 적팀은 예상했던 대로 결정타를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펑!
퍼엉!
하지만 자잘한 견제는 상당히 거슬린다.
적팀의 고르키와 코리아나가 무언가를 계속해서 던져댔다.
삼선 레드는 다대기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포킹 스킬이 없었기에 갉아먹히는 수밖에 없었다.
누적된 피해는 필연적인 결과를 하나 만들어냈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 우물 가서 체력 채우고 올 테니 무리하지 말고 내줘."
"아아, 곧 바론도 끝나니까 1차 정도는 내줘도 돼."
판단이 떨어지자 그 이후는 신속하게.
앞라인에서 포킹을 받아내던 아웃섹의 탈리반 3세가 본진으로 귀환했다.
한 명의 공백은 적지 않게 크다.
눈치챈 적들이 공세를 펼쳐오고 있지만 괜찮다.
다대기와 나머지 팀원들은 말을 맞췄던 대로 천천히 미드 2차 포탑으로 후퇴했다.
'변변찮은 이득도 내지 못하고 끝이라.. 진짜로 별거 아니잖아? 내가 이런 애들한테 진 건가?'
결과적으로 상대팀은 바론을 먹고도 이렇다 할 이득을 챙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이쪽의 차례.
이후에 이뤄질 스플릿 구도는 압도적이다.
2코어가 완성된 이상 말카림을 만나면 질 자신이 없었다.
'지금 컨디션이라면 말카림의 궁극기가 코앞에서 떨어져도 피할 수 있다.'
입롤과도 같지만 가능하다.
맞궁극기로 피하든 점멸로 피하든 방법은 차고 넘친다.
1대1에서 말카림을 압살해낼 수십 가지 방법이 다대기의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재생되었다.
앞으로 한두 웨이브만 막아내면 상대의 바론 버프가 끝난다.
이후의 게임 주도권은 자신에 의해 흘러가리라.
다대기의 입에서 비릿한 미소가 지어지던 즈음.
드디어 결단을 내렸는지 상대가 다이브를 쳤다.
까악! 까악! 까아악!
올마스터의 끠들스톡이 궁극기로 뛰어들었다.
주위의 적을 믹서기처럼 갈아버리는 장판이 아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하지만 들어갈 수 있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
서포터가 낼 수 있는 데미지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진짜 봐야 하는 건 끠들스톡이 아니지. 올마스터, 너와 나의 차이는 바로 판단력이다.'
동네 축구 마냥 우르르 몰려 다니는 게 프로의 한타가 아니다.
모름지기 한타의 승패는 딜러진의 유무로 가려진다.
자신을 포함한 아군의 두 딜러, 전기쥐와 크레이브즈가 건재하다.
그리고 곧 자신이 상대의 주요 딜러인 고르키를 잘라낼 예정이다.
구오오..!
영혼검의 액티브로 가속한 다대기의 자드가 고르키의 코앞까지 한순간에 접근했다.
영락한 기사검으로 이동속도를 훔쳐낸 이상 고르키는 죽은 목숨.
그리고 자신은 궁극기 그림자를 재사용해 살아나간다.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진 한타의 흐름은 흠잡을 때 없었다.
이미 한타는 이긴 거나 다름없다고 다대기는 확신까지 했지만..
까꿍-!
분명히 궁극기로 이니시를 걸었을 끠들스톡이 대체 어떻게 여기에?
항거할 수 없는 공포가 다대기를 옭아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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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이번 스프링 시즌 파트는 주인공이 우승을 한다에 목적을 두고 진행된 파트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조금 느린 감은 있습니다. 차후 이야기 진행을 통해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내일 작품 후기에 자세한 사정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