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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88화 (48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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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적절하게 걸린 이니시와 순발력 있는 대처.

일련의 상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상대가 방심을 해줬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한 마디로 설계지.'

자드의 스플릿을 방관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다.

적팀의 블루 지역을 장악해냈다.

이로써 얻은 효과는 둘.

하나는 자드의 스플릿이 소극적이게 됐다는 거다.

혹시 자신에게 오는 건 아닐까?

심장이 두근두근 쫄깃했을 거다.

시간이 흘러 블루 지역의 시야가 사라지니 자드는 제 알아서 스플릿을 끊었다.

그 결과, 5:5의 미드 대치 구도가 원하는 타이밍에 이루어졌다.

미드 1차를 밀었고 적블루 지역의 시야는 완전히 장악했다.

즉, 끠들스톡으로 궁 쓸 자리가 널리고 널렸다.

깜짝 절묘한 타이밍에 떨어진 궁극기는 필연이었다.

결정적으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자드는 3초 동안 신나게 두들겨 맞다 전사했다.

고르키를 노리려다 역으로 공포에 걸린 후 순삭.

자드의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겠지만 나는 애초에 자드만 보고 있었다.

진입하는 타이밍을 맞춰서 점멸 공포를 선사해줬다.

'끠들 서폿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거거든.'

끠들 서폿이 흥행했던 당시의 메타가 그러했다.

암살자 챔피언들이 날뛰던 시기.

도무지 끝날 생각을 하지 않는 하염없이 긴 공포는 암살자의 천적이었다.

내가 마지막 경기에서 자드 한 번 해보라고 풀어준 이유기도 하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한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딜러진이다.

그것도 중반 한타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미드라이너를 자르고 시작했다.

나와 같이 진입했던 씨지맥의 말카림이 랄라를 도륙내고 나왔다.

나머지 세 명의 적은 건재하다만 하등 의미가 없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수적으로 우세일 때만큼 끠들 서폿이 까다로운 경우가 또 없다.

머릿수가 많으면 유리하다.

너무나도 타당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끠들 서폿은 조금 심하다.

3초 동안 한 명을 바보로 만드는 타겟팅 CC기.

적 세 명은 근처에 얼씬도 못하고 순순히 억제탑을 내줘야 만했다.

찰칵!

20분도 안되어 미드 억제탑을 파괴했다.

다소 탈선되었던 게임의 흐름이 다시금 정상 궤도에 오른다.

그것도 더욱 가속도가 붙어서.

'2코어로는 역시 심홍의 완드. 나름대로 서포터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지!'

코리아나도, 고르키도 그냥 선택한 조합이 아니다.

현재 끠들스톡은 패시브가 맛깔난다.

주위 적들의 마법 저항력을 10 깎는다.

여기에 심홍의 완드가 더해지면 무려 30의 디버프.

사실 정글러로서는 애매한 패시브지만 서포터로서는 훌륭하다.

대체 무슨 차이냐?

바로 이니시에이터로서의 부담감이다.

"다음 한타는 제가 시원하게 열어보겠습니다. 믿어만 주세요."

"오냐, 한 번 열어봐라."

나도 리심 좀 한다며 명진이가 자신감을 표출해온다.

이니시에이터의 숫자가 차이난다.

끠들스톡 하나만 대비하자면 적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 말카림이 뛰어들어 올지, 언제 리심이 뒤통수를 후려 찰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명 더.

그것도 조냐가 있는 끠들스톡의 이니시는 그야말로 공포다.

언제 어느 때 엄습해 올지 모를 진짜 두려움 말이다.

.

.

.

* * *

대망의 결승전 네 번째 세트.

어쩌면 마지막 세트일지도 모른다.

그러했던 예상은 전범준 캐스터에 의해 한 번 엎어졌다.

푸르렀던 하늘이 붉게 물든다.

마치 삼선 레드의 승리를 예고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일련의 예언은 너무나도 쉽사리 뒤엎어졌다.

깜빡 속았다며 각종 커뮤니티와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들이 들고 일어났다.

-전범준 캐스터 문과냐! 문과지, 문과 맞지 이놈아!

-대신 문송합니다..

-일출,일몰은 지구과학이잖아? 이과놈들이나 어서 사과해라.

전범준 캐스터의 분위기 띄우는 능력은 가히 천재적이다.

3 대 0으로 압도적으로 지던 삼선 레드가 삼선 블루를 이기는 듯한 그림!

관중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모조리 현혹되었다.

하지만 역시 꿈은 꿈.

그것도 개꿈이었다.

<노을이 드리워지는 것도 자연의 순리겠지만.. 해가 완전히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는 것 또한 대자연의 법칙 아니겠습니까? 자, 보시죠? 하늘이 다시금 푸르러집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점범준 캐스터의 말마따나 하늘이 재차 푸르러진다.

정확히는 해가 지평선 너머로 지기 시작하자 어둠이 찾아온다.

빛과 어둠이 섞이면서 그 중간 사이의 색을 재현한다.

완전히 푸르다고 보기는 애매하고 굳이 따지자면 짙은 남색.

그래도 전범준 캐스터의 예상이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로 삼선 레드가 이번 세트 가져갈 뻔하긴 했어요? 탑라인에서 조금만 더 버텨줬더라면 어떻게 될지 몰랐습니다.>

<사실 호모 선수를 탓할 것 만은 아니긴 해요. 이거는 진짜 누가 와도 당합니다. 더 당하고 덜 당하고의 차이겠죠. 호모 선수도 진짜로 억울했을 겁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서포터가 땅굴을 파고 있는 바람에 죽어버렸다.

그것만으로도 미치고 팔딱 뛸 일인데 라인 복귀하니 한 번 더.

이번 경기 지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멘탈 잡고 오니까 또 한 번!

이건 올마스터가 잘못했다.

그냥 올마스터가 개객기다.

각 커뮤니티들의 반응들은 대동소이했다.

<그렇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다대기 선수의 자드는 미드에서 솔킬을 두 번이나 따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마스터 선수의 설계에 농락 당하긴 했지만요.>

김은준 해설위원의 경기의 내용을 짧막하게 짚어준다.

딱히 할 말이고 뭐고 없는 게 게임은 이미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재 게임 시간 40분.

시간만 보면 장기전으로 가는 흐름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저 먹을 수 있는 오브젝트 다 먹고 확실하게 끝내기 위한 일방적인 휴전 선언이다.

이제 곧 다시 불이 지펴진다.

마지막 넥서스까지 모든 것을 태워낼 거대한 불길이.

<이대로 미드 진격하면 삼선 레드는 절대 못 막죠. 글로벌 골드의 격차도 크겠지만 수에서 차이가 납니다. 서포터가, 서포터가 아니에요!>

<보통 이 타이밍에 서포터는 속된 말로 CC기 셔틀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서포터 유저분들의 엄청난 분노를 한 몸에 받아야하긴 하겠습니다만.. 사실은 사실이에요. 서포터는 주요 딜러진의 성장을 도움으로서 제 할 일 진작에 다 한 셈입니다.>

다른 이가 아닌 김은준 해설의 말인 만큼 곱씹어서 들어볼 만한 내용이다.

그의 말마따나 후반의 서포터는 존재감이 떨어진다.

애초에 서포터라는 말 자체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니 그것이 본래의 역할이자 한계점이 맞다.

하지만 삼선 블루에 한해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아이템창만 봤을 때 삼선 블루는 누가 서포턴지 모르겠지 않나요? 정확히는 계산은 못하겠지만 확실한 건 리심보다 끠들스톡이 부유합니다.>

<참 재밌어요. 오직 삼선 블루의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인데 서포터의 평균 킬이 정글, 심지어 미드보다도 많습니다. 실제로 통계가 그렇게 나와요.>

게임시간 40분에 4코어가 나와버린 끠들스톡.

라둔의 죽음투구 같은 값비싼 아이템을 맞춘 건 아니라지만 놀랍다.

서포터가 어떻게 이만한 성장을 했을까?

바로 팀의 정글러인 리심의 희생덕분이다.

본래라면 서포터가 사야 할 와드돌과 핑크와드를 대신 사줬다.

물론 끠들스톡이 그 이상으로 해주기야 했다지만 솔직히 불쌍..

커뮤니티들에서는 정글러 명예 MVP 한 번 줘야 한다고 난리다.

<정글템이 좀 싸잖아요? 그 저렴한 정글템 포함해서 4코어가 안 떴어요. 세보진 않았지만 핑크와드 10개는 넘게 샀을 겁니다.>

<초반에 4연킬 당했던 전기쥐는 이제 3코어에요. 허리띠 졸라 맸는데도 상황이 참 안타깝습니다.>

삼선 블루는 라이너만 다섯 명 있는 꼴이다.

그런 삼선 블루가 바론과 용을 먹고 버프까지 챙겨서 미드라인을 향해 진격한다.

탑 억제탑은 이전의 한타로 깨진 상황.

여기서 삼억제탑을 까든, 넥서스까지 고속도로를 내든 삼선 블루의 선택에 달렸다.

<그대로 진격을 하네요. 한타의 전망.. 솔직히 어둡죠. 자드가 갈수록 할 게 없어집니다.>

<가장 강력했던 타이밍에 끠들스톡에게 저지를 당했던 게 뼈아팠죠. 뒤늦게 금은 장식 머리띠 갖춰봅니다만.. 지금 딜로는 고르키도 못 죽어요. 애초에 물릴 각도 안 줄 테고요.>

고르키는 멀리서 궁극기만 뻥뻥 쏴재끼다 프리딜각이 나올 때만 진입한다.

말카림도, 끠들스톡도 앞라인의 딜링 능력이 워낙 출중하니 괜히 무리 안 해도 된다.

마관신에 끠들스톡의 마법 저항력 디버프가 합해지니 포킹딜이 되려 짭짤할 지경이다.

<깃창 빠지자마자 끠들스톡이 궁극기 쓰거든요! 그리고 조냐! 이러면 삼선 레드는 쭉 빼는 수밖에 없죠. 쌍둥이 포탑 빠르게 철거됩니다.>

<다대기 선수가 어떻게 한 명이라도 따보려고 진입했는데.. 점멸만 빠지네요. 이거는 에러갓이 와도 못 뒤집습니다.>

강빈 해설의 말마따나 자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코리아나도, 끠들스톡도 조냐가 있고 탱커인 말카림은 탱탱하다.

가장 만만한 고르키는 물릴 각을 주지도 않으며 리심은 애초에 노려볼 대상도 아니다.

끠들스톡의 궁극기가 쌍둥이 포탑 안을 점거하는 것으로 경기는 마무리 지어진다.

그래도 마지막 불씨는 태워보려는 걸까.

삼선 레드가 총공세를 취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아니,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말카림 들어가면 크레이브즈는 그냥 점멸로 빼야되죠. 카이팅 해보지만 딜 안 박합니다. 이 타이밍에 무극의 대검이 안 뜬 크레이브즈는 탱커 절대 못 잡습니다.>

<말카림이 시간 버는 사이에 쌍둥이 포탑 다 철거 됐고 이제 남은 것은 넥서스 점사! 삼선 블루가 4 대 0으로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단순한 우연일까?

전범준 캐스터의 고함 소리와 함께 해가 완전히 저문다.

미약하게 남아있는 햇빛이 대구의 밤하늘과 어울러져 고급스런 군청색으로 장식된다.

마치 하늘이 삼선 블루의 우승을 축하해주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구와아아아아아-!!

이제 곧 저녁을 지나 밤에 가까워지는 시간대임에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관중.

그들이 한 번에 목청껏 외치자 지금껏 미동도 안 하던 거대한 구장, 삼선 라이온즈 파크가 진동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지도 모를 진풍경이다.

수용 인원이 3만이 안되는 구장에 5만 명이 있다.

입석을 마다하지 않는 2만에 가까운 관중들이 추가로 함께 할 일이 또 있을까?

함께 한다고 하더라도 이만한 호응을 이끌어내는 게 어디 과연 쉬운 일일까?

굳건하게 세워진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격한 호응이 우러나올 정도로, 오늘의 경기는 한 세트 한 세트가 흥분을 자아냈다.

단 한 경기도 지루하지 않고, 단 한 경기도 컨셉이 겹치지 않았다.

새로운 전설의 탄생.

윈터 시즌에 연이은 삼선 블루의 우승을 5만 명의 관중들이 하나 되어 환호한다.

<결과적으로! 우승팀과 준우승팀이 갈리게 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 명, 아니 열한 명의 선수들이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가 뜻 깊을 수 있었습니다. 삼선 게임단의 선수들이 무대 중앙으로 등장합니다!>

박수로 맞아 주라는 둥, 애써 호응을 끌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관중들의 흥분은 최고조다.

하지만 어째선지 목소리는 의기투합되지 않았다.

각자가 다른 말을 해대며 시끄러운 관중들.

정리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씨지맥!! 씨지맥!!

올마스터!! 올마스터!!

두 가지 외침만이 확연하게 들려온다.

과연 어느 쪽이 이기게 될까?

본인들로서는 상당히 쑥스러운 상황이겠지만 이윽고 결론이 났다.

수많은 관중들이 올마스터를 부르짖는다.

<올마스터! 열한 명의 선수들이 모두 수고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경기에서 가장 활약했던 선수, 그리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선수! 첫 번째 세트와 네 번째 세트의 MVP를 차지한 올마스터를 수만 관중들이 부르고 있습니다. 응답~~~~! 하시겠습니까~!!>

안 갈 수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구태여 물어본다.

심술맞기는 하지만 웃으며 받아줄 수 있는 짓궂음이다.

열한 명의 선수 중 오직 하나, 올마스터가 뚜벅뚜벅 무대 앞 편으로 걸어온다.

스태프 하나가 눈치 빠르게 뛰어와 마이크를 건네준다.

<후우….>

그 마이크를 통해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호흡.

긴장한 것인지 바로 이야기를 잇지 못한다.

하지만 경기장의 누구도 그 잠깐을 못 기다려줄 정도로 인색하진 않다.

그는 오늘의 삼선 블루 우승의 일등공신이자 매 롤챔스를 손꼽아 기다리게 만든 장본인이니까.

그렇게 잠시 기다리는 것으로 올마스터의 입이 열렸다.

이를 경기장의 5만 관중의, 롤챔스를 위해 부단히 고생했을 스태프들이,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이 지켜본다.

어쩌면 반갑지 않을 코치와 감독까지 함께 말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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