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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89화 (48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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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삼선 블루의 팀원들에게서 우승컵을 넘겨 받은 올마스터가 단상 앞으로 나간다.

그 광경을 두 눈 똑똑히 보고 있는 한 사람, 서지훈 감독이 비릿하게 웃었다.

'저 녀석의 말이 끝나면 내 차례구나..!'

모든 것이 계획했던 흐름으로 흘러간다.

아니, 다소 틀어졌던 부분은 있다.

레드가 적어도 두 세트는 딸 줄 알았는데 허무하게 져버리다니.

블루놈들을 꺾어주길 내심 바랬건만 도움 되는 놈이 하나 없다.

'어쨌든 계획이 틀어지는 건 아니니 괜찮아.'

최선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최악도 아니다.

아니, 적어도 나쁜 쪽으로 빠질 일은 없으리라.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준비는 빠듯하게 마쳤다.

'이렇게나 세세하게 정리를 하다니, 이런 건 학생 시절에나 하던 건데.'

서지훈 감독은 반에 반으로 접은 A4용지에 조그만 글씨로 써놓았다.

혹시 말할 내용을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다.

말재간은 있는 편이라 자부하지만 이렇게 한 번 정리하고 말고는 천지차이다.

특히, 시간 내에 언변을 펼쳐야 하는 경우는 더더욱이다.

'어차피 관중으로 온 애들이라곤 까마득하게 어린 학생들이 태반이니 틀어질 일이 있다고는 눈곱만큼도 생각 안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게 낫다는 심정에 해놨다.

그렇게 A4용지에 정리해둔 글을 눈으로 쭈욱 훑어 보자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프로게임단 우승의 숨은 MVP.

한동안 이슈가 됨은 물론, 잉벤의 메인 화면에 기사로 정리되어 올라갈 게 뻔하다.

그도 그럴 게 대부분의 롤챔스 팬들은 감독이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자신이 이야기를 좀 풀어주면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적당한 감동을 섞어 자신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엮으면 제법 그럴 듯한 드라마가 탄생한다.

다소 과장이야 있겠지만 방송이라는 게 으레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저 녀석은 대체 무슨 말을 하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서지훈 감독이 이런저런 김칫국을 마시고 있던 사이.

정작 단상 위에 올라선 올마스터는 심호흡을 한 번 했을 뿐이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서 생각을 정리하나?

아니, 그냥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런 건가.

기다리려니 적잖이 짜증났다.

그 짜증은 곧 형용할 수 없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당황과 놀라움 그리고 초조.

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좀 잡을 수가 없다.

마이크를 통해 유창한 외국어가 세 마디 흘러나오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정적이 흐른다.

이윽고 5만 관중의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삼선 라이온즈 파크에 몰아닥친 예고 없는 지진.

5만 관중이 올마스터의 폭탄 발언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것은 서두에 불과했다.

올마스터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경기장은 흥분과 광기의 도가니다.

올마스터, 아니 이제는 Unknown Error라 불리우게 될 사람.

연설이 되어버린 그의 인터뷰를 넋 놓고 듣고 있던 서지훈 감독은 깜짝 놀랐다.

시계를 보니 벌써 20분이 지나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자, 자네. 여기 스태프지? 내가 삼선 감독인데.. 이제 슬슬 끝내야 하지 않겠나?"

서지훈 감독은 근처에 있는 현장 스태프 한 명을 대뜸 붙잡아 몰아세웠다.

올마스터의 폭탄 발언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어떻게든 단상 위에 올라가 한 마디 해야만 했다.

5분도 필요없다 단 1분이라도 괜찮다.

"죄송한데.. 지금 분위기 아시잖아요? 삼선 레드 차례 짧막하게 진행한 후 종료할 예정입니다. 아무리 반응이 좋다 해도 방송 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거든요?"

아니, 그럼 단상 위에서 20분째 떠들고 있는 올마스터는 왜 제지하지 않는 거야?

마음 같아서는 큰 소리를 지르고 싶은 서지훈 감독이었지만 알고는 있다.

경기가 완전히 끝났음에도 수많은 관중들 중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이가 없다.

어쩌면 신문에까지 나올지도 모를 대사건의 현장을 함께 하기 위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분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희도 스케줄이라는 게 있어서. 꼭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삼선 레드 차례 때 선수들을 통해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서지훈 감독은 멋대로 목례를 하고 벗어나려는 스태프를 잡아 세우려 했지만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스태프와 말을 하고 있느라 내용을 듣지 못했는데 관중석에서 갑자기 엄청난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그 내용은 주위의 스태프들과 선수들의 잡담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한국 프로 리그에 전념한다고? 와, 대단한 결정했네. 해외에서는 부르는 게 몸값일 텐데."

"애국심이라는 건가? 난 솔직히 모르겠다. 나였으면 그냥 한탕 벌어서 평생 놀고 먹고 할 거야. 진짜루다가."

자신도 굳이 따지면 평생 놀고 먹고 하고 싶은 주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정말로 단 1분조차 인터뷰를 할 수 없는 건가?

머리를 굴려 방법을 모색해봐도 생각나는 게 없다.

아니, 방법이 아예 없다는 표현이 맞다.

만에 하나 어떻게 인터뷰 기회를 잡은다 한들.. 과연 관중들이 듣기나 할까.

관중들은, 여론은 언제나 더 크고 뜨거운 감자를 쫓아다닌다.

상대적으로 작은 알감자들은 당연스레 묻히게 된다.

'생각해보면 하나 쯤은 방법이.. 분명….'

심각하게 표정이 굳은 채 중얼중얼 하던 서지훈 감독이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후였다.

이미 행사는 종료되었고 선수들은 단상을 떠나 각자 제 갈 길을 떠났다.

아직 나갈 채비를 못했던 몇몇 관중들이 남았을 뿐.

서지훈 감독의 주변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

.

.

* * *

결승전의 모든 경기가 끝났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했지만 사실 난관은 따로 있었다.

첫 번째 난관은 다행스럽게도 클리어했다.

"후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신하가 이런 기분이었겠지? 뭐라 말했는지는 기억도 안 나지만 속은 시원하다."

"에이, 말 잘하던데요? 무슨 정치인 보는 줄 알았다니까요."

어찌저찌 결승전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길.

조금 어깨에 힘이 들어가던 분위기를 명진이가 가라앉혀준다.

내가 보기엔 인터뷰 길게 할 사람은 이 녀석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내 이야기가 꽤나 길어졌고 결국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 차례는 생략되거나 지극히 짧아졌다.

"아뇨, 아뇨. 재밌기만 하고 좋았는데요 뭘. 어차피 딱히 할 이야기도 없었고요. 그것보다 형.. 내일부터 장난 아니게 바쁘겠는데요?"

"한국에 에러갓이 행차하셨는데 오죽하겠어?"

"막 기자들이 취재하러 오고 난리도 아닐 거야 아마."

너스레를 떨어오는 명진이의 말에 다른 팀원들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맞장구친다.

뭐,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나 싶지만 상당히 큰 일인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래 봬도 북미에서 많이, 유럽에서 조금 유명한 몸이니까.

곱씹어 생각해볼수록 엄청나게 커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후회할 일도 아니고, 애초에 후회할 거면 지르지도 않았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다.

'소란스러운 건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이만한 기회가 없긴 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활동을 하려면 당연히 까야 한다.

까야 하겠지만 인생사 타이밍이라는 게 있지 않겠는가.

내 생각엔 그 타이밍은 지금이 적기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소란은 소란으로 숨기는 게 정답이야.'

만약에 내가 복귀를 하고 바로 선언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에 온 목적은 무엇이니, 같은 단순한 의문은 집어치우고 실력에 대한 부분만 따져도 적지 않게 언짢다.

해외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실력이 증명되지 않았다, Unknown Error를 대비한 한국 프로게임단들의 대응 기타 등등.

쓰잘데기 없는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겪지 않아도 될 생고생을 해야 한다.

내가 뭣하러 그런 고생을 사서 해야 하는가?

'이렇게 우승하고 발표하면 얼마나 깔끔하고 좋아?'

당장 무어라 따질 부분이 없다.

물론 이슈가 되기는 하겠지만 부정적인 예측이 나올 건덕지가 없다.

만약 처음부터 밝혔으면 실력을 증명하는 데에 따른 부담감, 그리고 답답함!

이렇게 잘 풀린 덕분에 괜한 맘고생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너희들은 정말 팀 떠날 거야?"

선수 대기실에서 개인 물품을 챙겨 나오는 길에 넌지시 운을 띄웠다.

나는 맘고생을 덜었다지만 나와 함께 한 다섯 명의 팀원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설사 나의 잘못이 아니라 한들, 결과적으로나마 팀이 해체 위기에 몰렸다.

솔직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아니, 그게 형 탓도 아니고 다 감독 자식때문인데.. 애시당초 다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계약 기간 때문에 붙들려 있는 거지. 어휴, 난 미운 정조차 남아있지 않다."

감독과 삼선 블루의 선수들 간에 골이 깊어진 것은 하루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듣기로는 윈터 시즌 이전만 해도 2군 취급, 버리는 카드로 여겨졌다고 하니 대략적인 사정은 그려진다.

우승한 이후로 대우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쉬이 용서할 수가 없다.

그렇게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은 결국 터졌다.

내가 도화선에 불을 붙인 꼴이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팀원들은 전부 삼선을 떠날 생각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프로게이머 엄청 기대하고 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대박 터진 느낌이라.. 이제 다시 학업에 집중하려고."

가장 먼저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를 맡고 있는 키나키나가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번 술자리에서 한 번 듣기는 했지만 정말인가 보다.

프로게이머는 사실 조금 탈선이고 슬슬 복학을 준비해야 한다고.

기껏 고생해서 들어간 명문대가 아까운 것도 아까운 거지만 자신의 진짜 꿈은 프로게이머가 아니란다.

'참.. 남 일이 아니네.'

내 주위에도 한 명, 비슷한 사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 녀석이야 에고도 세고 자기 일은 알아서 하니 걱정할 건 아니지만 괜시리 찔리는 부분이다.

나쁜 친구 뒀다고 한 소리 들어도 변명할 말이 없다.

"저랑 명진이는 다른 프로게임단에서 이미 스카웃 제의가 왔어요. 사실 국내는 아니고…."

헬멧과 명진이의 이야기는 조금 길어졌다.

느긋하게 다 들어보니 걱정할 일은 하나 없었다.

하지만 씨지맥의 입장에서는 조금 아니었던 모양이다.

"중국..? 걔네들 세게 부르는 건 나도 알고는 있지만.. 너무 모험 아닌지 걱정되네.."

삼선 게임단 전원의 계약만기일이 가까워졌다는 소문은 업계에 이미 파다하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차기 계약을 자신들과 하자고 각자 몇 개는 선이 닿은 듯하다.

나만 해도 용병 계약이 해지되면 자신들 쪽으로 오라고, 밀어주겠다고 말이 상당수 게임단에서 언질이 있었다.

물론 갈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중에서도 하필 중국 쪽을 고르다니.

현재 시점에서는 확실히 모험이라 생각될 여지가 충분하다.

'차후에야 한국 게이머들이 중국 리그로 진출하는 게 다반사가 되긴 해도 지금이야 흔치 않은 일이지.'

전세계적으로 따졌을 때 위상이 높다고는 할 수 없는 한국이다.

우승팀쯤 되니 제의가 들어오는 거지 그 밑의 게임단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일이니만큼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괜찮은 선택이라 본다.

"혹시 모르니 계약 내용 잘 살펴보고. 특히 임금 지불에 대한 조항은 통역사 고용해서라도 살피는 게 좋아."

"한국 최초의 해외파 프로게이머 에러갓이 해주시는 조언이니 어련히 알아 들어야죠. 사실 저는 그냥 대기업이라길래 계약 생각하겠다고만 했는데 형들 말대로 중국이 좀.. 그렇긴 해요?"

계약을 하고 중국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것 자체는 괜찮은 일이 맞다.

그 계약에 이상이 없을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나도 중국 코치 생활을 염두에 둔 적이 있어서 잘 알지만 중국애들이 워낙 좀 그런 면이 있다.

그런 부분만 어떻게 문제 없이 들어가면 나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래가 특별히 틀어지지 않는 한 중국 리그는 계속해서 판이 커질 테니 먼저 발을 담가 두는 것은 의미가 깊다.

'나는 갈 생각이 없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수호.

본래 삼선 블루의 서포터였던 케이람은 아예 은퇴를 결정했다.

자신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도 떨어지는 거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이 맞지를 않다고.

적응해보기 위해 힘써봤지만 무리였단다.

어떻게 계약 기간만 무난히 버티고 싶었는데 그조차도 힘들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내가 와줘서 정말 살았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네왔다.

사실 내 입장에선 서포터 자리를 뺏은 셈이라 조금 많이 뻘쭘한 입장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나도 살았다.

"형 오늘도 설마 바로 갈 건 아니죠?"

"에이, 언제까지 붙잡혀만 살 겁니까? 남녀 사이에 주도권 한 번 뺏기면 결혼 후에 월급 통장까지 뺏겨요. 우승도 했겠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뻐팅겨 보죠?"

명진이 녀석이 말을 상당히 잘하는 게 혹할 뻔했다.

아니, 솔직히 지금 반쯤 넘어갔다.

그래도 완전히 쌩을 까는 건 후환이 두려우니 까톡이라도 하나 남겨 놓을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려던 찰나.

등 뒤에서 불현듯 검은 그림자가 덮쳐왔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드디어 결승전 파트가 일단락 됐습니다.

왜 이렇게 진행이 느렸나?

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독자님들을 위한 정리 시간입니다.

의문이 없으신 분들은 스킵하셔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이번 한국의 첫 대회는 북미때와 많이 달랐어요.

NA윈터 시즌, LCF처럼 주인공이 필사적이다, 그런 느낌은 없었죠.

의도했던 부분입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에 따르면 쇠퇴하던 해외 리그를 주인공이 일으켜 세웠습니다.

모 독자님이 댓글 달아주신 한국이 시즌3부터 득세 하지 않았나?

주인공이 역사를 개변했습니다..!

혹시라도 헷갈리지 않으시라고 소설 내에서 몇 번이나 서술이 됐던 내용입니다.

즉, 현재 한국과 해외가 많이 차이 나는데 여기서 주인공이 긴장되는 게임을 펼친다?

말도 안되죠.

그게 되면 설정 붕괴죠.

그럼에도 가능한 긴장감 있는 연출을 하기 위해서 많은 요소를 섞었습니다.

만약 주인공이 지지 않을까, 긴장감 있게 보셨다면 제 의도대로 글이 써진 것이기 때문에 다행인 것 같아요!

물론 차후에는 제대로 된 경기가 펼쳐집니다.

애초에 스프링 시즌 자체가 시즌3 초 선수들이 아직 새로운 메타에 확실하게 적응을 하지 못한, 흔히 말하는 물갈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점이죠.

그렇게 균열이 있었기 때문에 스프링 시즌에 신생팀들이 큰 활약을 할 수 있었다고 저는 해석을 합니다.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자면 이 정도겠고 작가로서 개입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도 넣었습니다.

만약 늘어진다고 느끼셨다면 아마 이 때문일 거에요.

그러면 진행이 느렸던 이유, 넣었다는 요소는 무엇인가?

제 딴에는 여러가지 복선을 넣었습니다.

그 중에서 조금 대놓고 넣은 부분만 짚어드리자면 한국 리그의 규모가 커진다, 주인공의 영향을 받은 몇몇 선수들이 성장한다.

차후 진행에서 개연성을 넣는 목적이 컸던 파트였습니다.

또, 주인공이 한국에서 자리 잡기 위함도, 예은과 살갑고 뜨거운 관계가 되기 위함도 있겠구요.

한국 리그의 규모가 커진다는 부분.

이게 길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경제라는 것은 대충 짚고 넘어가면 어설퍼집니다.

본 소설이 현대 배경인 만큼 어찌저찌 납득한 수준까지는 짚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냥 기업들이 미쳐가지고 투자를 엄청나게 해댔다, 그렇게 땜빵을 하기에는 조금 많이 그래요.

그리고 아마 이전 파트의 탓도 클 겁니다.

NA롤챔스랑 LCF가 워낙 치고 박기만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투의 밀도가 높지 않아서 느리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원래 2부에서도 천천히 갔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슬로우 스타트였어요.

현재 3부는 스타트 지점을 슬슬 벗어나서 가속을 하려는 참까지 도달했고요.

한두 화 진행된 작품이 이닌 만큼 이제 와서 전개 스피드를 늘리면.. 많이 이상해집니다.

또 이 자리를 빌어 반드시 말씀을 드리고 싶은 부분이..

본 작품은 기본적으로 그냥 보다 보면 납득되는 구조로 쓰여져 있습니다.

한 번에 썰을 확 풀고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계단 밟듯 하나하나 넘어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층에 도달하기 전에는 답답한 부분은 있을 수 있어요..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떡밥은 아닌데 그냥 왠지 걸리는 부분이 조금씩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층에 가면 반드시 해결이 되죠.

그런데 제가 그걸 다음 층에 도착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해명을 하는 건.. 많이 악순환이에요. 제가 150화 부근부터 꾸준하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이건 소설 전개의 방식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고 이 방식이 장편에 적합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택한 거라 바꾸기는 힘들어요.

일례로 하루 한 편씩 연재하는 글들은 대부분 한 화, 한 화를 단편처럼 씁니다.

근데 그렇게 쓰면 많이 못 써요.

연참에 적합하지 않아요.

결정적으로 본 작품이 여러가지 한 번에 진행해야 할 게 많잖아요.

전투씬만 해도 다른 작품들은 없는 건데 추가된 거고요.

다른 부분에서 가능한 살을 빼려고 해도 총합은 보다 뚱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한 화, 한 화를 단편처럼 쓰기가 힘듭니다.

물론 차기작에서는 노력을 해보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 완결 날때까지는 전개 방식을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에요.

독자님들이 이 부분을 부디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서 가능한 자세하게 사정을 설명해봤습니다.

예, 정리하자면 이쯤 될 것 같아요.

의아하셨던 부분에 대해 납득이 되셨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다른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말씀해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 보내겠습니다.

댓글의 경우 제가 답변하기 애매한 내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특히 차후의 스포를 풀지 않으면 안되는 내용이라거나) 가능하면 쪽지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부분 세 문단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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