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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491화 (49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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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예은의 품에 안겨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내자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실 이성적으로는 딱히 울 이유가 없다는 건 안다.

그저 눈물이 나왔고 흘려냈을 뿐이다.

"..시원하냐?"

나조차도 영문을 모르겠는데 예은은 오죽할까.

어이없을 상황일 텐데도 내 등을 톡톡 두들겨줬다.

덕분에 조금은 빨리 감정을 추스린 나는 두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가슴..크네.'

좀 많이 상황에 어긋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장난이 아니다.

본래부터 크다는 건 알았지만 하도 가슴을 가리는 옷만 입어서 잘 입감이 안 갔다.

그런데 오늘 예은이 입은 옷은 가슴골이 파여있다.

눈으로 보이는데 직접 볼까지 데니 얼마나 한 파괴력을 가졌는지 깨닫고 만다.

그냥 이대로 쭈욱 기대고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맨가슴은 아닌 탓에 말랑말랑하진 않지만 제법 포근하다.

기분 좋은 향이 나서 잠도 솔솔 온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내가 눈물을 멈췄다는 사실을 예은이 알아채고 말았다.

"때리기 전에 후딱 일어나라?"

"..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예은을 바라보자 상당히 쑥쓰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이렇게 보면 얘도 여자는 여자인데.

나는 아래로 팔을 뻗어 예은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고 나서 신중하게 심호흡을 내쉬며 말을 시작했다.

"있잖아....."

밀실 안에서 남녀가 마주 본 채, 그것도 조금 전까지 격한 스킨십을 나눴던 남녀가 가질 수 있는 행동.

짧막하게 심호흡을 마치자 지금껏 없었던 용기가 불어나온다.

내가 해버렸다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우리 사귀지 않을..래?"

하기는 했지만 이 이상은 무리였다.

장대한 수식어를 덧붙여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언변이 딸린다.

이럴 거면 무슨 이벤트라도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변명이라는 건 알고 있다만 솔직히 시간이 없었다.

게임 이외의 부분에 신경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

차라리 마음을 접고 다음 기회를 노려보자.

그러한 차선책도 떠올려 봤지만 적어도 그건 아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또 어느새 올해가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지금 이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후회의 감정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진짜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예은이 추가적으로 확인까지 해오자 말 한 마디, 한 마디 떼는 게 곤욕스러울 지경이다.

"친구로서?"

"아니, 그.... 후, 연인으로서."

가슴은 두근두근 대고, 입김은 거칠어지고, 손에는 땀이 축축하고.

모르긴 몰라도 얼굴도 붉어져 있겠지.

그래도 저질렀다.

할 말은 전부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예은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나 못 들은 말 있는데."

확인을 넘어 확인사살.

낯 부끄러운 소리를 강요해온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냐.

하는 생각도 나지만 확실히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침을 꿀꺽 삼킨 나는 두 박자 쉬고 말을 이었다.

"그.. 좋아해. 앞으로 평생 아껴줄게."

내가 생각해도 정말 상투적이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리는 복잡하게 말을 만들 여력이 없다.

이마저도 필사적으로 짜냈다.

예은이 과연 여기에 만족을 해주련지.

얼척이 없게도 폭소를 터트려왔다.

"풋! 니가 고딩이냐? 평생이래, 평생! 키키키킥."

아주 웃음 못 참아서 죽을라고 하신다.

내 딴에는 필사적으로 짜내서 한 말인데.

웃겨?

웃기냐?

단 하나의 절제도 없이 실실 쪼개고 있다.

"그래서 말로만?"

예은이 나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쳐온다.

강요에 이어 도발까지 해오다니.

아주 제멋대로에 밉살맞은 기지배다.

이런 면이 또 예은답다면 예은답다.

꼬옥.

나는 나머지 한 쪽 손으로도 예은의 손을 움켜쥐었다.

이로써 양 손을 마주 잡고 있다.

딱히 반항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은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천천히.

앉은 자세 그대로 얼굴을 갖다댔다.

예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려 했지만.

요리.

조리.

다다르기 직전에 휙 고개를 돌려서 피해버린다.

정말로 싫어하는 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을 살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장난기가 가득한 평소의 얼굴이다.

하지만 기분 탓인지, 아니면 조명 탓인지 홍조가 짙다.

"확! 잡아먹기 전에 가만히 좀 있어봐."

"바보, 순순히 잡혀줄 것 같아?"

사람 안달나게 만드는데 뭐 있는 녀석이다.

자꾸 이러면 나도 초강수를 두는 수밖에.

나는 움켜쥐었던 손을 풀고 예은을 확 끌어안았다.

두 팔로 어깨를 감싸듯 조이자 움직임이 멈췄다.

이러면 절대 도망은 못 치겠지.

하나 깜빡한 게 있었다.

"변태, 나한테 대체 뭘 하려고?"

입이 살아서 쫑알쫑알 얄미운 소리를 해댄다.

마지막으로 그 입까지 마크하자 이윽고 완전히 멈춰 섰다.

사람 하나 지나지 않는 도로 한 켠.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정적이 흐른다.

"하아.. 하아.."

잠깐 입술을 맞대고 다시 떼었을 뿐인데 호흡이 벅차다.

예은도 마찬가지인 듯 뜨거운 숨결이 내 피부에 닿아 부서진다.

달콤하고 향긋한, 아마 오는 길에 씹었을 껌의 향기다.

"넌 고기랑 술냄새나."

"..시꺼."

저녁으로 훠궈를 먹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보글보글도 하고 껌도 씹었지만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옷에도 식당 냄새가 배여 있으니 그렇게 느껴져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예은도 마찬가지일 텐데 고혹스럽게만 느껴진다.

나는 한 번 더 입술을 포갰다.

이번에는 윗입술부터 간지럽혔다.

'이 녀석도 여유롭지는 않나 보네.'

윗입술, 그리고 아랫입술.

자극을 주지 않는 선에서 빨듯이 입 안에 넣자 예은이 흠칫 몸을 떤다.

살짝 눈을 떠서 살피자 예은의 속눈썹은 진중하게 닫혀 있었다.

지난 번과는 달리 장난칠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반격의 시간이다.

꽈악.

두 팔로 가볍게 끌어안고 있던 어깨를 조금 더 밑으로 내려 조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꼼짝 못할 정도로 꽈악 말이다.

딱히 로맨틱한 분위기의 조성, 혹은 흥분해서가 아니다.

나는 떨리고 있는 예은의 입술 사이로 혀를 비집어 넣었다.

벗어나고 싶은 건지 예은이 몸을 바둥거린다.

이러한 반응이 나올 걸 알았기에 먼저 선수를 쳤다.

조이고 있는 팔의 힘을 풀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고 예은의 입 안을 탐색했다.

잇몸을 훑는 것으로 서서히 벌어지는 이 안 쪽을 향해 혀를 넣었다.

구강을 한 번씩 뭉개듯 건드리고 나서야 예은의 혀와 얽는다.

나의 행동이 대담해짐에 따라 예은의 반항도 점점 거세진다.

처음에는 내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려대던 손이 이제는 꼬집기까지 한다.

이 팔을 풀기라도 하면 명치에 어퍼컷을 꽂아 넣겠지.

생존본능에 따라 나는 필사적으로 허그했다.

꽈아악..!

두 팔에 힘을 보태면서 혀 끝은 더욱 부지런히 움직인다.

한순간 반항이 더욱 거세졌지만 그것도 잠시.

차츰 수그러들더니 몸에 힘을 쭉 빼고 받아들인다.

나와 예은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서 처음으로 승전보를 울렸다.

'으아.. 이렇게나 오래했나.'

입술을 떼며 슬며시 차 안의 시계를 확인하자 30분은 지났다.

금방이라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시간의 흐름이 빨랐다.

차 안의 은은한 조명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예은의 눈시울이 붉다.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다.

"혹시 싫었어?"

저지르고 난 이후에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의상.

만약 싫었다고 답하면 어떻게 하지.

전율이 몸을 타고 흐른다.

"싫지는 않았는데 쪼금.."

침이 번들거리는 입술이 슬며시 벌어지며 매력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다행스럽게도 부정적인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언가 못마땅한지 볼을 부풀린 채 뚱한 표정이다.

"키스, 익숙한 것 같네?"

"......"

나를 지긋이 째려본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눈길을 피해버렸다.

익숙하다기 보단 해본 경험이 있는 정도지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야, 걸레. 가만히 있어. 나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거든?"

한 소리 듣지 않을까.

혹은 나 위험한 거 아닐까.

생각했지만 예은 누님은 쿨했다.

두 손으로 내 뺨을 꽉 틀어잡으며 입술을 갖다댔다.

그렇게 장장 30분 더.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리드하는 것도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지만 당하는 쪽도 나쁘진 않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어설프더니 점점 더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다시 서로의 입술을 떼었을 때는 나도 예은도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내 생에 이만한 행운이,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

용기를 내어 손을 뻗었다.

예은의 허벅지에 쓸듯이 손을 올렸다.

"..만지는 것은 NG."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생각했는데 곧바로 거부 반응이 떨어졌다.

예은이 내 손등을 손톱을 세워 꼬집으며 앙칼지게 떨쳐낸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나간 걸까?

손수건으로 자신의 입가를 누르듯 닦은 예은이 한 마디 더 말을 이어왔다.

"일단은.. 숙소 잡고 한 잔 하자."

"아..."

주위는 어두컴컴하고 밀실 안은 좁다.

조명까지 더해지자 내 시야에는 예은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는 어디까지나 차 안이다.

주위에 사람이 없다고는 해도 세상사 만에 하나라는 게 있다.

키스는 몰라도 다음 진도를 나가기엔 조금 많이 섣불렀다.

너무 내 마음만 생각한 감이 컸다.

"나 옷무새 좀 정리할 테니 뒤돌아 있어."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들리자 등 뒤에서 사르르륵.

무언가 벗기 시작한 듯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아니었다.

1시간 가까이 가졌던 뜨거운 불장난 탓인지 더웠던 모양이다.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나에게 건넨다.

가디건에는 달아오른 예은의 체온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차는 출발했다.

창문 넘어 보이는 가로등, 도시의 불빛, 마지막으로 밤하늘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이렇게나 아름다웠는지.. 처음 알았다.

'처음.. 받은 건가.'

아까 반응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처음인 듯했다.

예은과 하루이틀 알고 산 게 아니니 만큼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정말 기쁘다.

혼자 있었다면 환호성이라도 지를 뻔했다.

처녀성에 집착하는 남자라니.

엄청 찌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사자가 되고 나니 그렇게 만은 말할 수가 없어졌다.

예은의 첫 남자이자 마지막 남자가 되고 싶다.

평생 아껴주고 싶다는 말..

단순히 말에서 끝내고 싶지 않다.

'결혼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리 쉽게 갈 턱이 있겠냐만은.'

김칫국을 마셔대는 나쁜 습관이 나와버렸다.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대략 20분쯤 지났을까.

네비게이션에 찍힌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덜컹!

빠르게 수속을 마치고 방을 잡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길.

나는 팔을 뻗어 예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남사스럽다고 싫어하면 어떡하지.

다행히도 예은은 저항없이 포옥 안겨왔다.

천 너머로도 전해지는 부드러운 살의 감촉과 온기.

내 심장이 두근두근 터질 것 같아지는 건 필연이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지정된 객실을 찾은 후 문을 여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운터에서 받은 카드를 쭈욱 긁자 문은 간단히 열렸다.

하지만 이제부터 열어야 하는 문은 쉽지 만은 않을 것 같다.

방 안에 들어가 문을 채 닫기도 전에 나는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엄청 부드럽고.., 맛있다..'

서있는 채로 한 손으로는 어깨를, 다른 한 손으로는 예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입을 맞췄다.

차 안과 달리 장소가 협소하지 않은 탓일까.

현관에서 나누는 키스는 한층 더 격렬했다.

예은도 싫어하는 기색없이 받아주었다.

누가 보면 발정이라도 난 듯한 커플의 현장이다.

예은에게 이렇게나 깊은 정욕을 느끼다니.

나조차도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지금껏 참아왔던 감정이 폭팔하듯 터져 나왔다.

'혹시.. 괜찮은 건가..?'

예은이 두 팔로 나의 허리를 매만지듯 엉켜왔다.

도저히 참기가 힘들 정도로 흥분을 자극해온다.

또다시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저질러야 할 일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행동으로 옮겼다.

허리를 잡았던 손을 자연스럽게 다리까지 내렸다.

그러고서 예은을 번쩍 들어 올렸다.

흔히 공주님 안기라 이야기되는 자세다.

'와, 말도 안돼..'

사람이 이렇게나 가벼울 수 있다니.

평소에 많이 먹는 것도 많이 먹는 거지만, 몸매의 굴곡이 있는 편이라 솔직히 각오를 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의미의 각오가 무색하게도 침대까지 가는 길엔 무엇 하나 장애 요소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어제 새벽 2시 20분 경 독자님들의 의견을 반영해 인터뷰 부분 세 문단 추가했습니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다른 화를 통해 밝히도록 해보겠습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화를 그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왠지 한 소리 들을 거 같은데..

예은 파트는 하루종일 글만 쓰는 제 유일한 취미생활이니 봐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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