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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L
현재 잉벤의 분위기는 엄청나게 고조돼 있다.
아니, 잉벤 뿐만 아니라 롤갤을 비롯한 모든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뜨겁게 달궈졌다.
경기의 구도가 엄청나게 박빙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올마갓 드디어 시동거네ㄷㄷㄷ
드디어 미드 좀 서나?
양학 좀 해?
페닉스 겁나 불쌍하다.
갤럭시 크래프트 영웅꼴 날 듯.
└두 번의 죽음을 맞이한 갓닉스니뮤..
└올마스터가 미드 서면 게임 혼자 다 해먹을 걸? ㅇㄱㄹㅇ
└뮴뮴 누님도 빼놓으면 섭하지!
└드디어 뮴뮴 누님 실력 논란도 끝이 나나ㅋㅋ
LML에서 아무리 날고 기는 매치가 이루어져 봤자 2군 리그다.
나올 수 있는 경기의 수준이 한계가 있다는 소리.
잉벤 유저들의 관심이 한 군데로 쏠리게 된 이유는 당연 다른데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올마스터의 LML 참전 소식 때문이다.
그것도 어느 게임단에 소속된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창단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팀 MAGIC은 올마스터가 선수진 하나하나를 물색해 구성했다고 한다.
주장인 그부터 시작해 멤버진 하나하나가 가히 화려하다.
서포터의 경우 상당히 의아한 감은 있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중요한 건 어떻게 봐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한 사람이었다.
무려 뮴뮴 누님을 제외하고도 한 명 더 여성 프로게이머가 존재했다.
─검은 생머리애 귀엽다고 나만 생각하나?
딱 자기 주장 강해 보이는 똘망똘망한 눈동자에 살짝 통통한 볼때기.
ㄹㅇ젖살 좀 빠지면 제대로 미인상인데 미래가 기대되네.
근데 쟤 아이디 뭐임?
└네 다음 로리콘; 신세상-Idol이잖아.
글쓴이-아이돌? 와 닉네임 잘 어울리네. 프로게이머 말고 아이돌 해도 먹힐 외모 같은데.
└그 아이돌을 거꾸로 발음해보렴.
└응, 아이돌이 아니라 돌아이래.(라고 올마스터가 말함. 고소방지.)
여성 프로게이머는 전례가 없진 않다.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만 해도 왕왕 이야기가 불거졌다.
여성 리그만이 아닌 남성 리그에까지 진출한 선수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중간치 이상의 기량을 뽐낸 이는 애석하게도 없다.
딱 한 명의 선수가 중간에서 밑을 도는 수준까지 올라온 정도.
1세대 E-스포츠인 갤럭시 크래프트도 그럴 지언데 로드 오브 로드는 오죽할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마스터가 여성 프로게이머를 두 명이나 끌고 왔다.
올마스터의 애인으로 알려진 뮴뮴 선수야 익히 알려졌지만 다른 한 명은..?
솔직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저 돌아이녀가 서포터인가?
아닌데?
내 기억에 의하면 고질라 아마추어때 서포터였음.
포지션 바꿨을 리는 없을 테고.. 설마 여자인데 원딜러하나?
└왜, 여자는 원딜하면 안되냐? 뒤질랜드?
글쓴이-그건 아닌데 그냥 좀 ㅇㅇ;
└여자들도 원딜 많이 해. 헤이클린, 애씨같은 거 하긴 하지만.
└ㄹㅇ서포터 안 한다는 여자들 모스트에 헤이클린, 애씨 꼭 있음ㅋㅋㅋ
로드 오브 로드의 여성 유저들은 대부분 봇라인을 한다.
이유인 즉, 여성 유저들은 거의 서포터로 롤을 시작한다.
RPG게임에서 성직자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게 서포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딜도 배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여성 유저들은 원딜과 서포터가 주포지션인 경우가 절대 다수다.
이러한 논리로 따져봤을 때 새로운 여성 선수도 아마 원딜이나 서포터일 것이다.
추측 자체는 상당히 날카로웠지만 애석하게도 전혀 틀렸다.
신세상-매직의 아이돌 선수는 무려 미드라이너였다.
여기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짙어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니, 난 올마스터 출전한다고 대빵 기대했는데ㅅㅂ
여자 둘은 미드, 정글 세워 두고 지금 장난해?
올마스터 본인은 그리고 원딜로 빠져?
나 참ㅋㅋㅋㅋㅋㅋㅋ
어지간하면 그냥 닥치고 볼라 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
오랜만에 한국에서 인재 한 명 나왔나 했더니 아주 치마폭에 싸여있네.
└아, 이래서 프로게이머는 여자친구 사귀면 안됨..
└뮴뮴 누님 한 명이면 몰라도 두 명은 좀 그렇다.
└로드 오브 로드가 미드, 정글이 반 먹고 들어가는 게임인데 그걸 하아..
└반이 뭐냐? 초중반에는 미드, 정글이 다 해먹어. 다른 라인은 그냥 병풍이야.
아니다, 아니다 부정을 해도 로드 오브 로드의 대다수는 여성 유저를 좋게 만은 보지 않는다.
차별 안 한다, 그런 말하는 사람들도 아군에 여성 유저 걸리면 무조건 전적 검색한다.
혹시 버스 유저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다.
은연중에 선입견이 깔린 유저들이 보기에 지금 올마스터의 팀은 너무도 잘못됐다.
여성 유저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뛰어나기 그지없는 실력을 자랑하는 올마스터가 버스 태워주려는 거 아닌가?
그러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이런 비슷한 케이스들 은근히 봤는데ㅋㅋ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갤럭시 크래프트 때도 사단 두 번 정도 났었음.
근데 이걸 로드 오브 로드에서 또 반복하냐ㅋ;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올마스터가 이러니 뒷통수 제대로 맞은 기분이네.
└진짜 띄워주려고 하는 의도가 뻔히 보임.
└유야무야 대회 끝나고 쟤네 파프리카BJ로 전업이라도 하면 개암걸리겠다.
└상상만 해도 진짜ㅋㅋㅋ 만에 하나 그렇게 되면 평생 올마스터 안티한다.
└최악은 올마스터 발목 잡아서 LML 떨어지는 거임ㅋㅋ
물론 지나친 과민반응이다.
올마스터가 생각이 없어서 설마 그런 짓을 저지르겠냐.
그렇게 실드를 치는 사람들의 마음도 내심 조마조마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직접 보고 판가름하는 수밖에 남지 않았다.
─모르겠다. 보고 판단해야지.
선수 못 구해서 그냥 주변 지인 중에 아무나 데려온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여자 두 명 끼고 해도 무조건 이긴다 그런 자신감의 표출일 수도 있고.
LML 시기가 너무 앞당겨진 바람에 못 구했다~ 이런 거면 일단은 이해함.
└그런 걸 수도 있긴 한데 왜 하고 많은 선수들 내버려두고 왜….
└막말로 그냥 SNS에 공개 모집하면 알아서들 우르르 줄을 설 텐데.
└ㅠ.ㅠ 나 그랜드 마스터(에 가본 적 있는) 원딜러인데 나 껴주지..
└윗사람 누군진 몰라도 가로 친 거 보면 참 처절하다.. 어쨌든 수소문하면 더 좋은 사람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구설수 오를 짓을 왜 사서 하냐.
뜨겁게 달아오른 로드 오브 로드의 각 커뮤니티들은 어느샌가 인민재판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어디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실수를 안 하면 만들어서라도 쪼아댈 생각으로 두 눈에 핏대를 세운 이들이 상당했다.
고작 개막식 주제에 어지간한 결승전에 준하는 시청자들이 몰린 가운데.
현재 이루어지는 통계에 따르면 LML의 개막식을 주목하는 시청자 수가 국내에만 10만 여명에 달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시청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였다.
저 멀리 바다 건너 북미와 유럽 등지.
Unknown Error의 골수 팬층은 인터넷으로 나마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가슴 한 켠에는 기대가, 다른 한 켠에는 불안이 싹튼다.
하지만 시간은 그들의 가진 기대와 망설임과는 전혀 상관없이 똑딱똑딱 잔혹하게 흐른다.
이윽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 * *
페닉스-썬더와의 첫 번째 세트.
이미 밴픽이 끝났고 경기에 접어들었다.
지긋지긋 하게 듣던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대로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상대팀, 페닉스-썬더에게는 팀의 사활을 건 전쟁일 것이다.
시청자들로서는 손에 땀을 쥐는 승부의 현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다섯 선수에게는 평범한 연습 경기다.
결코 상대팀을 모독한다는 의미가 아닌, 그냥 순수하게 평소처럼 경기에 임하기로 합의가 오갔다.
'어설프게 호흡을 맞추는 것보단 나은 판단이니까.'
경험이 없으면 모르되 있다.
CLC 2군일 때도, 1군일 때도 질리도록 행해왔던 작업이다.
다른 게 있다면 연습이 아닌 실전 무대라는 것 정도.
고작 그 정도의 차이다.
후웅!
미드에서는 초홍이의 아링이 물방울 던진다.
정글에서는 예은의 리심이 레드 도마뱀을 잡고 있다.
탑에서는 씨지맥의 말카림이 언월도를 돌리며 빡세게 딜교환을 해댄다.
각자가 솔로랭크에서 주력으로 삼던 챔피언을 그대로 들고 왔다.
나와 고질라도 마찬가지다.
탕!
타앙!
안정적으로 CS를 챙기기에 가장 좋은 원딜러는 누가 뭐래도 헤이클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보험으로 픽했다.
만에 하나 게임이 말려버릴 경우 후반까지 이끌어서 한타 캐리를 하기 위함이다.
라인전에서도 딱히 말릴 염려도 없고 게임의 흐름이 어떻든 간에 무난한 성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딱히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지.'
아무리 구성원 하나하나가 훌륭하다고는 하나 단결력이 미비하다.
더욱이 초홍이의 경우 대회 무대에서 경력이 없다.
그렇기에 들어 놓은 안전빵이었는데 기우였던 모양이다.
"깔깔깔, 상대 미드 겁나 못하는 거셈. 내가 갖고 노는 거셈. 미드 차이 인정? 어 인정~ 버스나 타셈."
하나 잊고 있었는데 경력 뿐만 아니라 생각도 없다
단순하게 짝이 없는 머리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나 보다.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다.
초홍이의 아링이 르풀랑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대화 내용 녹음되니까 적당히 떠들어. 정신 산만하다."
"아링으로 르풀랑 터는 거 10오지구요~ 게임 끝나고 버스비나 계산하셈 깔깔깔!"
벌어 놓은 맷값은 경기가 끝난 후에 계산하면 될 듯싶다.
탑으로 시선을 돌리자 씨지맥은 묵묵하게 라인전에서 승기를 굳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은 것은 정글인데..
알다시피 정글은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경기 시간 3분이 되자마자 정확하게 뜨는 선취점.
예은의 리심이 레드를 먹고 카정을 갔다.
카정을 가서 상대 정글러인 이블퀸을 작살냈다.
"너도 이미지 관리 좀 해. 그러다 한국에서도 무서운 누님이라 불리겠다."
"닥쳐. 이제 와서 관리하긴 늦었어."
맞는 소리긴 하다만 벌써부터 포기하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게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가릴 수 있는 부분도 아닌 것도 맞다.
이미 해외에서 한바탕 저지르고 온 지라 유명도가 붙을수록 과거의 소문은 퍼질 수밖에 없기도 하다.
'카정이 성공했으니 이미 게임은 반쯤 터졌구만.'
프로 리그에서 카정을 당해주는 경우는 정말로 흔치 않다.
하지만 이곳은 엄밀히 따졌을 때 프로 리그라고 봐주기 뭣한 장소다.
페닉스 게임단은 개중에서도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
해외 리그에서도 막을 자가 흔치 않았던 예은을 마크하기에는 한참은 부족하다.
'방심했던 탓도 분명 있었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돌이킬 수 없지.'
설마 아리따운 여성 정글러가 카정을 오겠어..?
방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로 NA롤챔스와 LCF를 치렀던 당시에 전례가 있다.
이 녀석의 외모만 보고 오해했다면 그 넋을 기린다.
모르긴 몰라도 퍼블딴 이후의 스노우볼도 장난아니게 굴릴 테니까.
"나 이제 이블퀸만 죽도록 따라다닐 건데 커버 오게들 하지 마라?"
"너는 팀원들 겁 좀 주지 마라..?"
이미 고질라는 알아서 설설, 예은을 누님이라 부를 정도다.
그나마 씨지맥은 나이대가 좀 있고 초홍이는 원래 좀 눈치 없는 아이라 누님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어쨌든 정글 차이가 나기 시작함으로서 게임의 흐름이 가속화된다.
탑도 미드도 눈치 볼 것 없이 무한 압박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봇라인도.'
정글 이블퀸은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한 번 킬을 따기 시작하면 그 다음 킬도 도미노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역으로 한 번 말려버리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한다.
CC기도 좋지 않아 갱도, 한타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이블퀸에 대해 분석이 될수록 대회 픽률이 급감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이블퀸이 말려버렸으니 안심하고 쭉쭉 푸쉬할 수 있다.
나도 이제 성장이 아닌 캐리를 목표로 한다.
헤이클린을 고른 이상 과격한 행동은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상대의 피를 말린다.
퀴리릭!
헤이클린의 Q스킬, 대탄환이 발사되며 미니언과 적 원딜러를 한 번에 그어버린다.
한 방, 한 방이 강력하지는 않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압도적인 사거리는 적의 반항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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