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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L
로드 오브 로드 마스터즈 리그.
고작 2부 리그에 불과한 LML은 개막전부터 흥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 경기 모두 시청률이 높았던 건 아니었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하나, 바로 올마스터가 이끄는 신세상-매직이었다.
역시는 역시라는 걸까.
신세상-매직은 개막전 상대였던 페닉스-썬더를 가뿐하게 박살내며 승승장구.
32강에 연이어 16강까지 깔끔하게 2연승을 달렸다.
그들이 선보이는 경기력은 예상되었던 대로 압도적이었다.
─솔직히 올마스터가 왜 원딜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원딜도 나름 준수하게 하네?
그리고 걱정되던 여성 선수진도 엄청 공격적으로 잘함.
둘 다 곱상하게 생겼는데 플레이는 진짜.. 무섭더라.
└래딧에서는 뮴뮴 누님 무섭다고 이미 소문 다 났음ㅋㅋ
└그거 구란 줄 알았는데 실화더라ㅋㅋ 화제글 래딧 반응 보고 암.
└올마스터 원딜은 그냥 선수 못 구해서 들어간 거 같음. 원딜 선수 구하면 해외에서처럼 식스맨 돌릴 거 예상한다.
└근데 보통 없다고 본인이 들어가나? 올라운더 미쵸ㅋㅋㅋ
올마스터가 지금까지 대회 경기에서 보여준 포지션은 네 개 있다.
그냥 원딜 빼고 다.
그런데 마지막 원딜러조차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매 경기가 워낙 짧게 끝난 탓에 캐리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안정감 있게 잘했다.
그리고 상당히 뜬금없었던 여성 선수진.
뮴뮴 누님이야 그렇다 치지만 다른 한 명의 선수는 대체?
그녀들의 실력에 대해서도 검증이 마쳐졌다.
올마스터의 동료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2군이라고는 하나 프로게이머일 남성 선수들을 완벽하게 농락했다.
─솔직히 32강 하이라이트는 인터뷰였지.
ㄹㅇ 인터뷰가 하드 캐리함.
뮴뮴 누님이랑 그 뭐였지, 돌아이녀인가?
아나운서보다 이뻐버림ㅋㅋ
└선수명 아이돌이잖아ㅋㅋ 근데 올마스터 때문에 돌아이녀라 찍힘.
└올마스터는 드립으로 한 소리겠지만 졸지에 이미지 박힌 아이돌 선수는 무슨 죄냐..
└노이즈 마케팅 뭐 그런 거 아닌가? 근데 걔도 잘하긴 함. MVP 받을 만했어.
└첫 세트 뮴뮴 누님의 리심 캐리, 두 번째 세트 돌아이녀의 아링 캐리. 솔직히 이건 ㅇㅈ각이지.
동료로서 손색이 없기는 커녕 더 잘하는 거 아니냐?
그런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녀들의 경기력은 화끈하기 그지 없었다.
이블퀸을 동네북으로 만들어버린 뮴뮴 선수.
아링으로 궁쿨마다 솔킬을 따내는 아이돌 선수.
경기의 시간이 너무 빠르게 끝난 탓은 있다.
헤이클린이라는 후반 지향형 원딜러를 택한 탓도 있다.
하지만 그녀들이 모는 버스를 탔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못하리라.
32강에서 올마스터는 운전수가 아닌 승객이었다.
─올마스터가 16강에서라도 가오를 세웠어야 하는데ㅋㅋ
아니, 원딜이라는 포지션 특성상 어쩔 수가 없다.
한 판은 뮴뮴 누님이 캐리하고, 다른 한 판은 돌아이녀가 캐리하고.
번갈아서 MVP 먹으니 할 게 없음ㅋㅋㅋ
└올마도 잘하긴 했는데 딜을 넣을 기회가 없다.
└한타없이 미드에 고속도로 뚫리는데ㅠㅠ 그러면 원딜은 뒤에서 쭈쭈바나 빨아야지
└씨지맥도 탑에서 나름 잘했는데 미드, 정글 듀오가 게임 터트리고 다니니까 졸지에 버스탐.
└까고 보니 올마스터가 버스 타는 팀이었음ㅋㅋ 올마스터는 MVP 계속 뺏겨서 어쩌냐?ㅋㅋㅋㅋ
32강 뿐만 아니라 16강까지.
올마스터가 못한 게 아니다.
포지션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라고 말할 수 있다.
원딜러는 어디까지나 한타 캐리를 목표로 성장하는 라인이다.
그것도 중후반에 최소 3코어 갖추고 뒤에서 뾱뾱 쏴재끼면서 지속딜로 하드캐리.
그런데 후반은 커녕 제대로 된 한타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드, 정글이 워낙 잘 커서 시도 때도 없이 암살하고 다닌다.
스노우볼이 미친 듯이 굴러가는데 상대가 20분에 서렌이나 안 치면 다행일 지경.
결국 올마스터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도 전에 게임이 끝난 셈이다.
MVP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은 결코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난 솔직히 요즘 LML은 인터뷰가 제일 기대됨.
물론 신세상-매직 경기 말하는 거.
올마스터는 병풍된지 오래고 경기는 어차피 이기고.
여기까지면 솔직히 뻔할 뻔자라 재미없는데 인터뷰가 캬아..
눈정화 제대로 함ㅋㅋ
└사실 인터뷰 보려고 경기 보는 거임 ㅇㄱㄹㅇ
└진짜 제발 한 번 만 그 뿔테 안경이랑 땋은 머리 좀 풀고 나왔으면 좋겠다..
└옆에 그 돌아이녀는 예쁘장하게 잘만 꾸미고 나오는데 뮴뮴 누님은 제발 한 번만..
└그렇게 가리고 나와도 은혜로운 외모를 자랑하시니 나는 딱히 불만도 없다. 어차피 남친도 있으시고.
└아, 올마스터가 개객기였네. 이쁜 여친 대회에 데리고 나와서 부려 먹기까지 함.
신세상-매직의 경기는 매번 일방적으로 끝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아니겠는가?
2군 팀들이 어떻게 작전을 짜내도 기본 스펙에서 완전히 밀리는 탓에 치열한 경기가 나오기 힘들었다.
물론 일방적인 경기가 취향인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스릴 있는 승부를 원한다.
그들의 실력이 엄청나게 좋아서, 그것 하나였다면 LML에 대한 관심은 금새 사그라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봐보니까 그만 둘 수가 없더라.
신세상-매직이 LML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는 남자들의 솔직한 심정 덕도 컸다.
─LML 빨리 끝나고 롤챔스에서도 활약해줬으면 좋겠다.
진짜 롤챔스에서도 결승 가고 그러면 반응 장난 아닐걸?
오프게임넷이 문제가 아니라 아마 일반 매체에서도 취재 올 거임.
잘하면 CF도 찍고 연예인도 될지 모름 ㄹㅇ루다가.
└이미 네이비 뉴스에는 기사로 뜸.
글쓴이-솔직히 그 정도는 약하지. LML이 2군 리그라 한계가 있음 이건.
└누님 와꾸 클라스면 걸그룹 비교도 안되는데 CF 찍을 만할지도..?
└나도 글쓴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만 누님 꾸미는 거 별로 안 좋아 하는 거 같음.
글쓴이-ㅠ.ㅠ 그게 문제. 화장 좀 제대로 하고 나왔으면 진작에 터졌을 걸?
└난 돌아이녀도 좋게 보는데ㅋㅋ 기왕 CF찍을 거면 둘이 함께 나옴 좋겠당.
대회가 시작하고 보니 주인공이 바껴있더라.
뮴뮴 선수와 돌아이녀는 실력 증명을 뛰어넘어 잉벤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잉벤에서 그 둘을 모르면 간첩이라 생각될 정도.
아직 롤챔스는 시작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오지게 모으고 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얼마 전까지만 해도 LML 시청의 이유였던 올마스터의 상태다.
하지만 그런 올마스터에게도 실력 증명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2군 리그라고는 하나 꼭 약자들만이 속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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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LML이 시작하고 대략 열흘 가량이 흘렀다.
그 사이에 치렀던 경기는 모두 성공적.
32강에 이어 16강까지 무난하게 승리로 마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했다고 앞으로도 잘하리란 보장은 없다.
현재 나는 8강의 두 번째 경기를 치르는 와중이다.
이대로라면 첫 번째 세트와 같은 흐름이 될지도 모른다.
초조한 마음이 굳은 표정으로 드러난다.
나는 주장으로서 팀원들이 멘탈을 놓지 않도록 신중하게 또박또박 오더했다.
"얘들아 이거 후반 가면 무조건 이겨. 침착하게, 알지?"
경기의 상황은 심각하다.
미드는 완전히 터졌고 정글 또한 성하지를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후반에 간다면 반드시 캐리할 자신이 있다.
정말로 멘탈 싸움.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여야 하는데 두 명이 완곡하게 말을 안 듣는다.
"응, 안 기다려줘. 미드 오픈 시킬 거야!"
"못하면 나랑 언니 버스나 타셈. 꼬우면 너도 솔킬 따던가. 깔깔깔!"
후반 가면 반드시 캐리할 수 있는데.. 그 후반을 못 간다.
32강 때도 그랬고, 16강 때도 그랬지만 후반 가기 전에 게임이 무조건 끝난다.
저 얄미운 두 가시내가 초반에 게임을 터트려버린다.
'아, 빡친다.. 초홍이 졸라 때리고 싶다.'
내가 절대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다.
MVP야 지금까지 많이 받아봤으니 편하게 가면 나도 좋다.
그런데 꼭 저렇게 약을 올리며 속을 박박 긁어댄다.
옛날이었으면 후환이 두려워서라도 저렇게 못 개겼을 테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둘이 친해지게 두면 안됐는데.. 내 인생 최대의 실수야.'
예은과 초홍이는 첫 만남 때 사고가 있었던 만큼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방에서 부대끼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꼬가 트더라.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급격한 속도로 친해졌다.
아니, 그것까지야 좋다.
팀원들끼리 사이 좋으면 얼마나 훈훈하고 좋은가.
둘 다 미인이라 같이 있으면 그림이 된다.
근데 두 가시내가 내 뒷담을 까면서 히히덕댄다.
심지어 게임에서조차 저 모양이다.
MVP 그렇게 탔으면 나한테 한 번 양보 좀 해줄 수 있지..
이래 봬도 내가 주장이고 내가 간판인데 너무하는 거 아니냐.
넌지시 말해봤는데 그 이후로 더 극성이다.
까놓고 말해서 일부러 그런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신세상 Idol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짓 기어코 해버리는 게 두 가시내가 아주 똑같다.
미드에서 농성을 하고 있던 상대 팀.
예은의 리심이 뒤를 돌아가 배달을 하자 초홍의 아링이 받아먹는다.
속전속결, 타워를 끼고 있음에도 자비가 없다.
둘의 플레이 스타일이 딱 알맞아서 그런지 시너지가 장난이 아니다.
"저희도.. 천천히 압박하죠? 여기서 딜교환 두어번 하면 킬각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야.. 그 사이에 위에서는 더블 킬 두 번은 더 터지겠다."
미드, 정글과 봇듀오의 캐리력 대결이 됐다.
탑은 그들만의 리그이니 아웃 오브 신경.
하지만 이 대결은 아무리 노력해도 질 수밖에 없다.
고질라가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그나마 가능성이 올라갔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킬각 잡는 데만 한 세월이 걸린다.
그만큼 갱 회피력 좋다는 장점은 있어도 어차피 상대 정글러는 예은한테 두들겨 맞고 있다고.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장점이다.
물론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라인 주도권을 잡긴 잡았다.
여기서 킬각을 내려면 고질라의 말마따나 두어번 딜교환을 해야 한다.
그보다는 우리 정글러가 봇 한 번만 봐주면 이보다 더 효율적일 수가 없는데.
오면 킬이지만 일부러 안 와준다.
"예은아, 우리 이쁜 예은아..? 다이브각 좀 봐주지 않으련?"
"응, 가줄게. 우리 남친 기 좀 세워줘야지."
얘가 갑자기 뭘 잘못 먹었나.
친절하니까 오히려 불안하다.
아니다.
나는 단박에 예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신세상 AllMaster님이 미스터 포텐을 지목.
상대 봇듀오는 포탑을 끼고 사리고 있다.
그리고 차근차근 프리징한 미니언 웨이브가 상당히 모였다.
이말인 즉, 완벽한 다이브각.
여기서 잘하면 지금 내가 영락검이 나온다.
영락검이 나오면 나도 토이치의 특성을 살려 암살이 가능하다.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하!>
압도적인 사거리를 바탕으로 적 봇듀오를 포탑 사거리 밖에서 농락한다.
도망가고 싶겠지만 뒤에는 예은의 리심이 대기 중이다.
혹시 상대가 반격을 하더라도 아군 서포터는 한나.
실패의 여지는 없었어야 했다.
이~쿠우!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기껏 체력 다 깎아 놓으니까 음파 맞히고 날아가서 점멸 궁극기.
파워센도를 코 앞에서 피하며 미스터 포텐과 쏘냐를 당구차버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티아매트와 땅치기의 광역딜로 마무리한다.
─더블 킬!
신세상 MyumMyum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플레이 자체는 굉장히 깔끔했다.
파워센도를 피하지 못했다면 갱승이 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 굳이 더블 킬을 먹을 필요는 없었잖아..
이건 100% 일부러다.
"아, 실수했네~ 다음에는 꼭 킬 줄게?"
"진짜 집에 가서 보자 이 기지배야.."
이 답답한 마음 이해해줄 수 있는 이 아무도 없다.
믿었던 여자친구마저 나를 배신했다.
이제 믿을 것은 오직 나 자신 뿐이다.
'오늘 경기는 어쩔 수 없지만 다음부터는 절대 안 봐준다.'
오늘 꺼낸 토이치도 나름 하드캐리형 원딜러다.
영락검만 나오면 암살도 가능해 솔로 플레이에 상당히 능하다.
하지만 이런 토이치로도 근본적인 포지션의 한계를 뒤엎는 건 불가능했다.
극강의 한 수를 둬야 한다.
준결승전에서 만날 상대를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지금까지야 게임이 무난했다만 이제부터는 쉽지 않겠지.'
아껴두고 아껴두었던 카드.
다가오는 준결승전에서 마진 수비대를 처형할 챔피언이 굉장히 사적인 이유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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