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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L
현재 LML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부적절한 난이도 때문에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원딜러.
도라이븐의 픽률의 낮았던 건 게임사에 대한 일종의 시위였다.
무슨 챔피언을 만들어도 이따구로 만드냐.
원딜러가 무슨 삐에로라도 되는 줄 아냐?
컨셉이 조금 지나치게 희한하긴 하다.
마치 서커스의 저글링처럼 평타를 던지고 다시 받고.
다시 받지 못하면 DPS가 급감한다.
안 그래도 CC기에 약한 원딜러인데 단점이 대놓고 두각된다.
아니, 애초에 CS를 먹을 때마다 그짓을 해야 하니 피곤해서라도 못하겠다.
그러했던 도라이븐의 평가가 고작 한 게임으로 180도 바뀌어버렸다.
올마스터가 LML의 준결승전 첫 번째 세트에서 도라이븐을 꺼냈다.
─도라이븐 이거 챔피언 말이 됨??
그냥 2레벨 찍고 앞점멸 평타 퍽퍽 때리면 킬이 나와?
이런 챔피언을 대체 왜 안 한 거지?
아무리 난이도 높아도 저렇게 퍼블 무조건 가져갈 수 있으면 OP아니냐?
└응, 니가 하면 도끼 하나도 못 받아.
└도끼 받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이론상 원딜 DPS 1위라고는 하던데 헛소문은 아니였구나.
└그 전제가 겁나 말도 안되는 건데 그걸 해버리네.
└이래서 올마스터를 에러갓이라 하는구나. 이렇게 원딜러가 깽판 치는 경기는 난생 처음 본다ㅋㅋ
난생 처음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어디선가 분명히 먹어본 익숙한 맛이다.
패스트 푸드와도 같은 짭짤함!
LML 준결승전 첫 번째 세트의 경기 양상에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자극스러운 음식, 아니 장면이 대기 시간이 쏟아져 나온다.
─도라이븐 전기쥐 1대1 실화냐ㅋㅋㅋㅋ
원딜러가 탑라이너를 솔킬 따버리네ㅋㅋㅋㅋㅋ
전기쥐가 풀콤보 쏟아부었는데 그걸 그냥 깡 평타로 대가리 퍽퍽! 찍으니까 죽어버림.
따고 나서 미니언 치니까 피흡 쭉쭉 되고 이런 챔피언을 왜 안 하지?
나도 오늘부터 꿀 빨러 간다.
└어, 그건 꿀이 아니라 민트 초코우유인 거 같은데요.
└?? 윗놈 비유 뭐냐? 민트 초코우유면 그냥 꿀인데.
└갓벤 누렁이 수준ㄷㄷ 일단 커스텀 파서 도끼 받는 연습이나 하시길.
└도라이븐 맞딜 이론상 최강인데 어디까지나 이론상임. 방금도 실수 하나라도 했으면 역으로 뒤졌음.
원딜러가 탑라이너를 암살하러 간다니?
심지어 말린 것도 아니고 준수하게 성장한 전기쥐다.
아무리 도라이븐의 성장이 기가 막히다고 하나 태생의 차이가 있다.
물몸인 원딜러는 일단 걸리기만 순삭.
그래야만 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상황은 대략 이러했다.
전기쥐를 암살하기 위해 정글을 뺑 돌아온 도라이븐.
하지만 전기쥐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공을 퍼부었다.
점멸 궁극기에 발화까지.
가진 바 스킬들을 전부 때려박자 도라이븐의 체력바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얼핏 보기에는 이미 승부는 끝났다.
그런데 고작 두 칸 남은 체력바가 떨어질 기미를 안 보인다.
클린즈로 기절과 발화를 풀어낸 도라이븐이 화끈한 반격을 시작했다.
그래봐야 여기서 평타 몇 대만 더 건들면 죽을 텐데?
치유력 감소가 걸려있음에도 도라이븐의 피흡이 전기쥐의 후속 데미지를 상회했다.
다음 스킬쿨이 돌아오기 전에 전기쥐는 토막 살인을 당해버렸다.
그렇게 전기쥐를 따낸 도라이븐은 자연스럽게 스플릿.
미니언을 몇 대 퍽퍽 치자 체력바가 뭉텅뭉텅 차오른다.
금새 다시 풀피가 된 도라이븐이 탑라인에 고속도로를 뚫었다.
.
.
.
* * *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원딜러가 20분도 되기 전에 3코어.
피를 마시는 칼 두 자루와 최후의 숨결을 갖췄다.
미드나 원딜이 어쩌다 도끼 한 대 스치기라도 하면 반피가 나간다.
아니, 데미지만 센 거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콜라곰의 점멸 뒤집기! 전기쥐 연계까지 환상적으로 들어갑니다! 도라이븐만 녹이면 한타 승산 있습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버릴지도 모를 한타.
미드와 탑의 억제탑을 깨부순 신세상-매직이 물밀듯 쳐들어간다.
3억제탑을 완성할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이 그냥 대놓고 쌍둥이 포탑을 노린다.
너무 유리했기에 방심했던 결과물일까?
속된 말로 나대고 있던 도라이븐이 딱 걸렸다.
간을 보던 콜라곰이 점멸 뒤집기로 도라이븐을 넘겼다.
이에 전기쥐가 백만볼트로 호응.
나머지 팀원들도 모든 스킬과 스펠을 쏟아붓자 희망이 보인다.
그 희망을 잘근잘근 짓밟아 버린다.
<한나의 슈퍼 세이브! 피흡으로 버텨냅니다! 마진 수비대의 딜링보다 도라이븐의 피흡이 우월해요!>
<피를 마시는 칼을 두 자루 간 도라이븐의 현재 흡혈량이 40%입니다. 평타 데미지가 방어력을 감안해도 500 전후로 박히는데 한 방 칠 때마다 200씩 차는 거에요.>
적에게 포위된 상태에서 당황따위 없이 하나하나 상대를 마무리한다.
가장 먼저 두개골이 쪼개진 건 원딜러인 토이치다.
정확히 두 대 치고 궁극기로 땅바닥 채 갈아버렸다.
그리고 미드라이너인 나이즈는 평타 세 대와 돌아오는 궁극기로 쓱싹!
물론 도라이븐도 몸이 성할 수는 없었다.
두 명을 따내는 동안 체력이 정말 실피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딜러 두 명이 사라지자 피흡량이 적의 딜량을 초월했다.
파앙!
파앙!
이어서 전기쥐를 쪼개버리고 악착같이 따라오는 콜라곰을 카이팅을 통해 떨쳐냈다.
광란의 피바다를 계속해서 활성화 하자 유령화 이상의 속도다.
이렇게까지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까닭.
한나의 보조가 빛을 발한 결과다.
도라이븐이 CC기에 약하다는 것을 고려해 미카엘의 그릇을 먼저 선택했다.
그리고 점멸 궁극기를 사용해 적의 진영을 양분했다.
제아무리 잘 큰 도라이븐이라 할 지라도 태생이 원딜러.
정말로 다섯 명에게 다구리를 맞았다면 즉사다.
올마스터의 기적같은 쿼드라킬을 가능케 만든 것은 고질라의 슈퍼플레이였다.
<펜타! 펜타 갑니까? 아, 쓰렉귀가 우물에서 안 나오네요.>
<안 나오면 쳐들어갈 기세입니다. 한나가 몸 대주고 갑니까? 이걸 들어가나요?!>
귀신 같은 카이팅으로 쿼드라킬을 따내기야 했지만 아직 한 명 남았다.
쌍둥이 포탑 앞에서 한타를 진지라 마진 수비대의 서포터 쓰렉귀는 미련없이 우물로 들어갔다.
패배한 입장에서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 펜타 킬이다.
그러한 최소한의 자비조차 없다는 듯 올마스터는 지체없이 뛰어갔다.
한나가 먼저 우물 포탑에게 맞으며 바로 뒤에 올마스터의 도라이븐이 붙는다.
쓰렉귀는 당연히 반항했지만 역부족.
라인전이 망한 탓에 제대로 된 방템 하나 두르지 못한 쓰렉귀는 종잇장이다.
─펜타 킬!
신세상 AllMaste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신세상 AllMaster님 처형 당했습니다!
롤챔스가 아닌 LML이라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런 사소한 사실을 신경 쓰는 이 아무도 없다.
다음으로 치러질 롤챔스의 흥행이 걱정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명장면이 터져 나왔다.
<펜타 킬! 처음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도라이븐이 그 시작을 펜타 킬로 장식합니다!>
<말이 안 나오는 하드캐리입니다! 이어서 남은 신세상-매직의 팀원들이 넥서스를 파괴합니다. 첫 번째 세트가 압도적으로 막을 내립니다.>
서렌이 빠를까? 미드에 고속도로가 뚫리는 게 빠를까?
결과가 정해진 승부는 올마스터의 압도적인 캐리로 막을 내렸다.
사실, 한타 도중 20분이 넘기는 했다만 거기서 서렌을 쳤다면 욕을 먹어도 바가지로 먹었을 것이다.
아무리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그어졌다고 하나 마진은 역사가 있는 게임단.
이성적으로 지금은 우리가 당하는 포지션이구나.
납득을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진 수비대도 분명히 다음 세트부터는 대비를 할 거란 말이죠?>
<글쎄요.. 지금 당장 대비를 한다고 어떻게 될 수 있는 수준일까요? 너무 낙관적인 관측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칩니다.>
속마음이 터져나온 일부 관중들이 얕게 환호한다.
저 미치광이 연쇄 살인마를 막을 수 있을까?
도끼로 퍽퍽 찍어대면 어거지로 킬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다른 라인이 약하냐?
미드와 정글은 준결승전 이전까지의 경기에서 못지 않은 캐리력을 보여왔다.
더욱이 탑라인도 보통 선수가 아니다.
경기 상황이 하도 빨리빨리 끝난 탓에 잠자코 있었을 뿐이지, 언제 어느 때 존재감을 드러낼지 모르는 선수가 씨지맥이다.
마진 수비대의 승산은 지극히 낮다.
그럼에도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준결승전의 경기는 기본적으로 5전 3세트.
비슷한 경기가 반복된다면 마진 수비대의 선수들 멘탈이 정상일지 걱정될 따름이다.
<잠시 휴식 시간 가진 이후에 두 번째 세트 밴픽 들어가겠습니다. 마진 수비대에서 어떠한 전략을 준비해왔을지, 잠깐의 광고 후에 직접 확인해~ 보시죠!>
조금 늦기는 했다.
32강부터 8강까지 솔직한 말로 짜져 있었다.
그러했던 올마스터의 날개가 서서히 펼쳐진다.
원딜러도 하드캐리가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금껏 잘하기만 하는 원딜은 쌔고쌨다.
탑클래스만 따지자면 북미의 트리플리프트, 중국의 헤이샤오, 유럽의 네클래스등.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리면 손가락이 부족할 지경이다.
하지만 그 어떤 원딜러도 주도적인 캐리는 불가능했다.
팀원들이 판을 짜야만 한다.
혼자서 깽판을 치고 돌아다니는 것도 어디까지나 아이템이 갖춰진 중반 이후의 이야기다.
그러했던 원딜러의 한계와 편견을 깡그리 깨부숴버린 첫 번째 세트.
다른 포지션도 아닌 원딜러로 이만한 속도감을 보여준 경기는 전대미문이다.
오직 올마스터만이 가능한 마술이다.
신세상-매직이란 팀명이 아쉽지 않은 경기력이 터져 나왔다.
.
.
.
* * *
예상했던 이상으로 게임이 시원시원하게 풀렸다.
만약 나 혼자서 악전고투했다면 결코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서포터인 고질라의 슈퍼 플레이가 빛이 났다.
기대 이상으로 나의 캐리를 보좌해냈다.
'사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파랗다고 하던가.
이미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한 고질라의 재능은 성장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롤챔스가 개막하기 전에 탑티어의 서포터로서 기량이 완성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지만.'
32강부터 지금까지 쭈욱 경기를 치르면서 지켜봐 왔다.
얼핏 보기엔 완벽에 가까운 팀.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슬슬 플레이 스타일에서 한계가 드러날 시기다.
그리고 이미 문제점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첫 번째 세트는 나의 압도적인 캐리로 휘몰아쳤다.
그 탓에 다른 라인도 덩달아 기울어졌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냉정하게 판단하건데 마진 수비대의 미드, 정글 듀오는 예은이와 초홍이 못지 않다.
이것은 단순한 실력이 아닌 경험적인 측면을 생각한 총합이다.
"후웅.. 개개인은 딱히 잘하는 거 같지 않은데 뭉치니까 성가시네."
예은의 말대로 개개인의 실력만 따지면 한 수 이상 아래다.
하지만 듀오로 따지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며 장점은 극대화 시킨다.
한 마디로 시너지라는 측면에서 밀리는 것이다.
"쟤네 솔랭에서 2년 가까이 듀오한 놈들이야. 상대로 만나면 겁나 짜증나는 거셈."
"어, 초홍이도 쟤네 알아? 롤을 상당히 오랫동안 해왔구나. 저번에는 시작한 지 얼마 안됐다고 들은 거 같은데.."
씨지맥의 물음에 초홍이가 눈을 반대쪽으로 돌리며 딴청을 핀다.
숨길 거면 좀 자연스럽게 숨길 것이지 표정에서 정말 대놓고 티가 난다.
"..파프리카 방송으로 본 거셈."
"아하! 하긴 롤이 보기만 해도 빨리 늘긴 하지. 나 방송할 적에 시청자들이 그러더라."
뻔하디 뻔한 변명도, 그걸 속고 있는 씨지맥도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지만 어쨌든.
초홍이가 도슈라는 사실은 팀 내에서 나와 예은만 알고 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닌 탓에 일부러 숨겼다.
아는 사람이 많아져서 좋을 것은 없으니 말이다.
'실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경험은 충만한 늙은 호랑이라.. 좋은 연습 상대가 되겠어.'
마진 수비대의 모카차, 훈 듀오는 만만치 않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직접 경기로 겨룬 예은과 초홍이 모를 리가 없다.
32강부터의 끝없는 연승으로 기세가 등등했던 둘에게 있어 교훈이 될 수 있는 경기다.
목표했던 MVP는 따놨으니 두 번째 세트부터는 천천히 가도 될 테다.
본래 LML의 목적대로 우리 신세상-매직의 경험치를 쌓는다.
다가올 결승전, 그리고 롤챔스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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