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LML
도라이븐의 약점은 CC기.
수천 판 도라이븐 장인이라 할 지라도 반박하지 못하는 진실이다.
그렇다고 CC기가 강한 챔피언이 무조건 도라이븐의 카운터다.
다 상황 나름이지 무조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아니다.
파앙!
도라이븐의 초반 평타 짤짤이는 악명이 높다.
패시브 리워크 이후면 몰라도 출혈 피해를 가진 현재는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 피해량은 1레벨 기준 30이고 레벨에 따라 올라간다.
평타 피해의 대략 반이 안되는 수치가 쿨타임없이 계속해서 묻어 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추가 피해.
본래라면 1레벨에는 아주 결정적이진 못하다.
그도 그럴 게 도라이븐은 평타 사거리가 정확히 평균이다.
평타 한 대 잘못 떄리러 갔다간 오지게 얻어맞고 돌아오는 수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게임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파앙!
두 번째 평타가 적팀의 원딜러 크레이브즈에게 맞고 튕겨 나온다.
크레이브즈는 평균보다 약간 낮은 사거리를 가진 원딜러.
물론 그 뿐이라면 나도 마음 놓고 딜교환을 하기가 힘들다.
크레이브즈 또한 1레벨 딜교환 좋기로 유명한 챔프다.
서포터의 도움 또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 만큼 날뛸 수 없다.
실제로 준결승전에서 쓰렉귀를 포함한 2대2 딜교환에서 아주 약간의 이득밖에 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해당하지 않는 소리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상대가 픽한 루나는 1레벨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근거리 서포터라는 사실.
시즌4에야 고대의 방패로 미니언 두 마리 막타라도 쳐주지만 현재는 시즌3이다.
서포터 전용 아이템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냥 손가락 쪽쪽 빨면서 2레벨까지 기다려야 한다.
뭐, 그것 만이라면 사리면서 갱호응 노리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이유.
믿고 있는 정글러가 와줄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 없다.
파앙!
파앙!
한나의 실드를 받고 달려나간다.
앞무빙을 밟으며 크레이브즈를 점사.
미니언이 이토록 많은데 죽고 싶어서 정신이 나갔나?
얼핏 보면 그렇게 착각할 수 있는 일이지만.
'1레벨부터 쌍도끼를 돌리는 도라이븐은 한 마디로 깡패야.'
준결승전에서는 하지 못했다.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다.
오직 레드 진영에서 스타트할 때만 가능한 전법.
리시를 하고 돌아오며 2도끼를 유지할 수 있다.
도끼를 돌리고 못 돌리고로 딜링 능력이 극명하게 갈리는 도라이븐에게 있어 엄청난 어드밴티지다.
도라이븐을 하는 유저가 없음에도 리워크라는 극약처방이 이루어진 결정적인 쐐기이기도 했다.
도끼 평타에 출혈이 묻어 나가는 현재의 도라이븐에겐 사기에 한없이 가깝다.
파앙!
앞무빙을 하며 던진 세 번째 도끼가 적중하자 그제서야 상대는 이상을 눈치챈다.
설마 이거 끝장을 보려 하는 건 아니겠지..?
눈치가 늦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1레벨에, 그것도 원딜러 혼자서 미니언한테 맞으면서 킬각을 잡는다니.
당해본 게 아닌 이상 당연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쌍도끼를 돌리는 도라이븐은 그 전무후무한 사태를 이룰 수 있는 원딜러다.
두웅-
이러다 점멸로 평타 한 대 더 맞으면 출혈 데미지에 죽겠다.
마음이 급해진 루나가 나에게 탈력을 건다.
루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원거리 공격이다.
그 효과로 나는 느려지며 데미지도 경감 되지만 괜찮다.
충분 이상의 이득을 봤으니 미련없이 빠진다.
"어..? 방금 뭐에요?"
"뭐긴 뭐야. 딜교환 처음 봐?"
고질라가 얼빠진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방금 전 내 도라이븐이 뿜어낸 딜량이 어처구니 없었던 모양이다.
가벼운 딜교환이라 생각하고 실드만 씌워줬는데 혼자 가서 솔킬을 낼 뻔했다.
만약 탈력 반응이 1초라도 늦었으면 정말로 킬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깝네.. 솔랭이었으면 어어? 하다가 그냥 죽어줬을 텐데.'
도라이븐의 패시브 리워크가 괜히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반증이다.
레드 진형에서 쌍도끼 들고 와서 1레벨 부터 퍽퍽 찍으면 퍼블 완성.
아무리 CC기에 약하고 한타에서 딜로스 유발이 크고 이런 단점이 있어도 라인전 세면 장땡인 게 롤이다.
솔랭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 자주 일어나지 않던가?
봇라인 솔킬 왜 따임? 집중 안 함?
정글러가 멘탈 건드려서 게임 안 합니다. 미드 달림!
이런 해프닝이 정말 밥 먹듯이 일어난다.
그런데 도라이븐은 그 해프닝을 강제로 유발시킬 수 있다.
하는 유저가 거의 없음에도 너프를 먹게 된 건 필연이었다.
'너프라고 생각할 것 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계속해서 가볼까.'
안타깝게도 솔킬은 따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견제가 멈추는 건 아니다.
갱킹 당하기 쉬운 챔프로 갱 안 당하는 방법.
이미 질리도록 써먹어 봤고 실효도 보았다.
요약하자면 갱호응도 못할 정도로 두들겨 패면 된다.
물론 상대는 사리고 있지만 없는 허점은 만들면 그만이다.
한 번 라인전 주도권을 잡은 도라이븐은 동네 양아치와도 같다.
W스킬, 광란의 피바다를 사용해 순간 부스터.
1.5초간 유령화 이상의 속도로 폭주한다.
파앙!
빠르게 다가가 도끼질 한 방!
안 그래도 체력이 상당히 까여있던 크레이브즈의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아, 그냥 집에 가야 하나.
저 미니언 웨이브 다 버리면 진짜 답도 없는데.
설마 다이브라도 치는 건 아니겠지?
가슴이 아주 조마조마할 거다.
'미안하지만 그 설마야.'
탈력이 빠진 이상 나를 막을 스킬이라곤 루나의 스턴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클린즈가 남아있다.
사실상 성공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는 다이브.
상대의 입장에선 도망가고 싶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1레벨에 압도적인 딜교환을 이후 천천히 몰고 간 빅웨이브라 이거 놓치면 탈주각이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솔랭에서는 흔한 일이다.
대회에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라인전이 끝장나는 건 매한가지다.
"근데 이거 왠지 등골이 오싹하네. 삼거리 좀 살피고 와봐."
"갱이요? 아직 4분도 안됐는데 역버프가 아닌 이상 올 시기는 아닌 거 같은데.."
역버프란 봇이 아닌 탑라이너에게 리시를 받는 반대 방향의 정글 스타트를 의미한다.
이는 상대 봇듀오의 봇라인 도착 시기나 마나를 보고 대략 확인이 가능하다.
서포터로서 이를 부지런히 확인하는 고질라가 이 점을 놓치고 있었을 리 없다.
"콜 받고 바로 달렸으면 슬슬 도착할 시기잖냐."
"어, 형! 위에 탈리반..!"
나쁜 예감은 잘 들어 맞는다는 징크스.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데엔 역시 이유가 있다.
한나가 탈리반 3세를 확인했을 때는 한 발자국 늦은 후였다.
쿠! 챠앙!
들킨 이상 과감히 시도하겠다.
탈리반 3세는 주저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제는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된 깃창-점멸의 콤보가 나를 강제적으로 띄운다.
어떻게 반응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터엉!
깃창에 의해 1초간 에어본이 된 나에게 순금의 방벽이 터진다.
그 효과에 레드가 묻은 평타까지 중첩되자 이동속도가 반토막이 난다.
절대 도망갈 타이밍을 주지 않겠다는 듯 루나가 합세한다.
점멸 이후 꽂히는 밤하늘의 검 끝이 나에게 정확히 적중했다.
에어본을 당한 탓에 점멸로 피하는 일도 할 수 없었다.
카라락!
하지만 도라이븐에겐 또 다른 회피 방법이 존재한다.
E스킬, 밀쳐내라는 대형도끼를 던져 적들을 밀쳐냄과 동시에 이동속도를 늦춘다.
이 밀쳐내는 효과에 의해 루나의 돌진이 취소된다.
덩달아 얻어 걸린 탈리반 또한 마찬가지다.
반격의 시간이 도래했다.
챠랑!
탈리반을 밀쳐내며 클린즈로 둔화를 떨쳐낸다.
아니, 귀하디 귀한 클린즈를 고작 슬로우 푸는데 사용하다니?
누군가는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더 이상 스킬을 맞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루나도, 탈리반도 접근기가 모두 빠진 상태다.
파앙!
파앙!
광란의 피바다는 1.5초간 이동속도를 폭주 시킨다.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지만 도끼를 받을 시 쿨타임이 리셋된다.
둔화를 떨쳐낸 이상 나에게 닿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탈리반부터 천천히 요리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공격력을 올려주는 한나의 실드가 힘을 보태준다.
생존기도 CC기도 전부 빠진 탈리반 3세를 마무리.
당연히 이제 시작이다.
바깥 곡선으로 무빙을 틀어 크레이브즈를 노린다.
갱호응을 하느라 대쉬기가 빠진 크레이브즈는 먹잇감에 불과하다.
파앙!
내가 달려가는 것을 보자마자 기세에서 눌려버린 크레이브즈는 점멸을 사용해 내빼지만 무르다.
나 또한 점멸이 있고 다시금 도끼를 받았다.
광란의 피바다를 재활성화하며 추적한다.
도라이븐에게 한 번 뒤를 잡힌 이상 도주는 불가능하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두 명을 작살낸 사이에 루나라고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다.
어떻게든 기어와 나에게 스턴 한 방 먹이려고 안간 힘을 써댔다.
끝끝내 닿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요리조리 피해 다닌 탓도 있지만 결정적이었던 건 한나였다.
한나가 가진 바 스킬들로 루나의 접근을 저지해냈다.
파앙!
파앙!
가능하면 트리플 킬까지 깔끔하게 해내고 싶었지만 무리었다.
때려본 시점에서 알고 있었지만 방룬을 들고 온 루나는 단단하다.
포탑까지 도주하는 것 정도는 허락해주는 것이 타당하다.
"와, 오졌다. 매드무비 무조건 나오겠네요 이거."
"이 정도야 뭐 나한테 걸리면 기본이지."
살짝 자뻑을 해주며 탑라인을 올려다 본다.
탈리반과 달리 정상적인 루트로 정글을 돈 예은은 커버를 오지 못했다.
갱킹을 성공 시키고 싶었겠지만 너무 뻔한 3렙갱 타이밍이다.
상대 정글러가 이쪽에 오고 있기 까지 했으니 필연적으로 탑은 사렸을 거다.
그러한 이유로 킬은 따내지 못했지만 탑 라인에 빅웨이브를 꼴아 박고 1차 포탑을 파괴했다.
여기서 얻어지는 이득은 어쭙잖은 1킬보다 배는 값어치가 있다.
탑과 봇에서 순식간에 두 개의 눈덩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
.
.
* * *
도라이븐이라는 카드를 완벽하게 봉쇄해내겠다.
페닉스-라이트닝은 자신감 있는 도발로 결승전의 시작을 알렸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상황이 우습게 흘러간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안 그래도 봇라인전이 힘든 상황인데 더블 킬에 쌍버프까지! 라인전 제대로 터졌습니다~!>
<분명히 각 자체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도라이븐의 슈퍼플레이가 속된 말로 쩔었습니다. 방송 용어는 아니지만 이것 말고는 표현할 단어가 없어요.>
천상계에서나 간간히 보인다는 깃창-점멸.
안 그래도 돌진 사거리가 어마어마한 탈리반이 점멸까지 사용했다.
도라이븐에 대한 대비가 완벽했다고 했던 발언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연이어 들어간 루나의 CC기 연계는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렇게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혀 버렸다.
<저런 솔킬은요, 솔킬을 딴 사람이 너무 잘한 거에요.>
강빈 해설의 강소리에 지금 이 순간 만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올마스터가 잘했다.
밀쳐내라로 돌진기를 끊어내는 입롤.
연이은 클린즈의 판단은 의문을 자아낼 뻔했다.
루나의 스턴도 남아있는데 클린즈를 벌써부터?
혹시 점멸을 쓰려다 실수를 한 건 아닐까 모두가 그렇게 착각했다.
알아보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계진들조차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야 해설을 덧붙일 수 있었다.
<올마스터 선수는 어차피 탈리반도, 루나도 자신에게 닿을 스킬이 없다. 그리고 닿지 않게 무빙을 할 거다. 죽음을 가를 수 있는 찰나의 순간에서 그 모든 판단을 내린 거죠. 저희 같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습니다. 최고, 그것도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선수가 게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 영광스런 자리를 함께 하시고 계십니다!>
김은준 해설위원이 사뭇 흥분된 어조로 속사포처럼 늘여 놓았다.
방금 전 올마스터의 슈퍼 플레이는 하나하나가 계산된 움직임이다.
그 계산에서 하나라도 미스가 났다면 이러한 결과를 결코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점멸로 도망을 갔다면 킬이 나오지 않았을 테고.
클린즈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따라잡혀 죽었을지 모른다.
밀쳐내라로 루나의 돌진을 막은 것 자체도 대단했지만 진짜는 그의 순간 판단력이었다.
하나하나 해설을 덧붙여주자 시청자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프로들도 힘들어한다는 도라이븐 특유의 도끼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행하면서 판단력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던 거죠. 대단하다는 표현조차 걸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금부터 시작될 유린의 서장에 불과합니다.>
<우물에서 조금 기다리긴 해야 했지만 결국 VF소드가 나왔습니다. 비슷한 광경, 저는 준결승전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두 해설자가 입에서 침이 마르도록 올마스터의 슈퍼 플레이를 극찬한다.
하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도라이븐이 CC기에 약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째서 일까?
페닉스-라이트닝이 올마스터를 멈춰 세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