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24화 (524/803)

524====================

LML

탈리반이 갱승을 한 시점에서 게임은 깔끔하게 터졌다.

물론 상대 봇라인의 딜교환 실패 탓도 있지만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

하필이면 더블 킬을 먹고 VF소드가 나와버렸다.

VF소드가 나오고, 안 나오고의 차이는 원딜러에게 있어 하늘과 땅.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쌍버프까지 들려졌다.

쌍버프 있어서 안 좋은 챔피언이 어디 있겠냐만은 도라이븐에게 있어서는 각별하다.

광란의 피바다를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도라이븐은 마나 소모가 많은 편이다.

때문에 마나를 아껴놨다가 킬각을 잡을 때 터트리듯 써야 한다.

하지만 쌍버프가 있으면 딜교환때도 주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폭주시킨 이속에 레드 버프로 추노까지 탁월해지자 상대는 버티지 못했다.

─더블 킬!

신세상 AllMaste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미니언을 몰아 넣고 깡다이브.

아까와는 달리 여건도 좋다.

탈리반이 올 구석에 한나가 와드를 깔아 놓았다.

더더욱이 서로 스킬과 스펠이 없다.

머리를 굴려야 할 구석이 사라진다는 것은 카이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

한나의 도움까지 더해지자 다이브는 양념게장으로 밥 한 공기 뚝딱 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출혈에 레드까지 더해지니 장난이.. 아니네요. 상대로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혀요."

"그럴 일 없으니까 엄한 고민 넣어두고 미드 커버나 가봐."

봇라인은 완전히 터졌다.

탑라인도 성세가 상당히 기울었다.

현재 팽팽한 건 미드라인 뿐.

도슈가 고전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후웅!

딱히 한 소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도슈의 무빙이 조심스럽다.

미혹의 물방울을 최대 사거리로 던져 미니언 만을 아슬아슬 섭취한다.

본능적으로 느낀 거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이들과 격이 다르구나.

팀의 성적과 개개인의 실력이 반드시 비례하진 않는다는 적절한 예, 페닉스-라이트닝의 코코볼 선수는 여타 1군 게임단의 미드라이너 못지 않은 실력을 가졌다.

파앗!

파앗!

아링의 물방울이 빠지자 코코볼의 르풀랑이 자신감있게 접근한다.

날조를 두 번 연이어 사용해 한순간에 접근.

침묵의 표식과 속박의 사슬을 사앗..! 그어 아링에게 데미지를 입힌다.

도슈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도깨비불을 둘러 반격했다.

결과적으로 체력이 더 깎인 건 아링이지만 손해라고는 볼 수 없다.

방금 전, 궁극기를 사용하는 르풀랑의 딜교환은 자주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아링은 패시브로 체력을 꾸준히 회복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아링이 어디 가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딜교환이었다.

이러다 아링이 한 번 실수해서 킬각 나오면 르풀랑이 이기는 거고.

이 흐름대로 쭈욱 나아가면 성장 기대치가 높은 아링이 웃어준다.

미드 라인의 흐름은 정확히 반반이다.

─용을 처치했습니다!

봇라인을 포탑까지 완전히 밀어버리고 솔용을 했다.

라인전이 터짐으로서 시야가 장악 당한 상대는 먹힐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다른 원딜러였다면 용 치다가 죽어버렸겠지만 도라이븐은 가능하다.

3도끼를 돌리며 한나가 간간히 실드를 덧씌어 주자 용이 순식간에 토막났다.

찰칵!

라인전을 폭파 시키고 10분 내외에 피를 마시는 칼을 뽑는다.

준결승전 때와 마찬가지의 흐름이다.

설사 미드 라인이 성하다고 해도 굴러가는 스노우볼을 막을 수 없다.

승리를 확신할 지경까지 게임의 성세는 기울어졌다.

.

.

.

* * *

페닉스 라이트닝의 부스 안은 초조함과 의문이 감돌았다.

대체 어째서?

커스텀 게임 등에서 이미 수십 차례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이번 결승전을 대비해 도라이븐 파훼법만 줄기차게 연구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결실을 맺어 봇라인에 이루어진 일련의 갱킹은 물 흐르듯 완벽했다.

실수없이 정확하게 들어간 탈리반의 깃창-점멸.

연이은 루나의 연계는 더없이 깔끔했다.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도라이븐 탑이야! 포탑 안에서 사리면서 버텨!"

"괜찮아. 지원 없으면 충분히 이겨. 어그로 끌어볼게."

조합 또한 자신들이 우위에 서있다.

아니, 카운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제아무리 올마스터가 피지컬이 뛰어나다고 원딜러다.

원딜러는 집중 포커싱에 약한데 도라이븐은 생존기도 없다.

그에 비해 자신들이 가져간 조합은 말화이트에 탈리반, 루나, 르풀랑.

재주껏 발버둥 쳐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게임에 임했었다.

파앙!

탑라인에서 도라이븐을 마주친 페닉스-라이트닝의 탑라이너 씨커즈는 조금 놀랐다.

한 대 맞아보니 제법 성장을 잘했다.

말화이트가 자랑하는 바위 갑옷이 부스스 벗겨지는 걸로 보아 오래는 못 버틴다.

하지만 지원이 올 때까지만 시간을 끌면 궁극기 연계로 충분히 요리가 가능하다.

데구르르..!

쿠황!

씨커즈의 대응은 지극히 이상적이었다.

바위 굴렁쇠를 굴리며 지면 분쇄.

상대의 이동속도를 빼앗고 공격 속도를 처참한 수준까지 떨어뜨린다.

딜로스를 유발시켰으니 유유히 거리를 벌려 현 상황을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상대가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펼쳐왔다.

챠랑!

클린즈로 둔화를 풀어낸 도라이븐이 맹공격을 가한다.

씨커즈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설마 자신을 따내기라도 할 속셈인가?

라인전을 말렸다 한들 자신은 말화이트다.

꽁꽁 언 심장을 완성한 방어력은 무려 200을 상회한다.

CC기 연계가 있으면 모를까 혼자서는 역부족.

고작 체력을 깎아 집을 보낼 속셈이라면 스펠을 사용한 건 낭비다.

너무 이성적으로 판단한 씨커즈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말았다.

상대는 언제나 예상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바로 그 올마스터였다.

콰지직!

두터웠던 말화이트의 바위 갑옷에 금이 쩍쩍 갈라진다.

도라이븐이 2코어로 올린 새까만 양날 도끼의 효과다.

본래라면 원딜러에게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이지만 도라이븐만은 예외.

출혈이라는 고유의 패시브 덕분에 평타 한 방이면 풀스택이 무조건 쌓인다.

말화이트가 자랑하는 두터운 갑옷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파앙!

파앙!

방어력이 깎이자 도라이븐의 데미지가 급격히 증가했다.

둔화를 떨쳐낸 덕분에 추격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마음이 조급해진 씨커즈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쿠와아앙!

말화이트의 궁극기, 항거할 수 없는 돌격이 도라이븐을 높이 띄운다.

도망가는데 궁극기를 낭비할 바에야 박는 게 낫다.

2차 포탑의 지원과 아군이 당도할 시간을 고려하면 대강 맞는다.

너무나도 안이한 판단이었다.

파앙!

파앙!

도라이븐이 주저 없이 앞무빙을 밟으며 말화이트를 두들겨 팬다.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가속시키며 휘몰아친다.

씨커즈는 점멸을 사용해 내뺐지만 똑같이 맞점멸로 저승사자처럼 따라왔다.

무슨 2코어 갓 맞춘 원딜 딜량이 이따구야?

탑라이너인 씨커즈는 도라이븐의 딜링 메커니즘을 잘 몰랐다.

도끼만 받을 수 있다면 일반 원딜러의 두 배 가까운 화력.

도라이븐의 폭딜은 씨커즈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아, 진짜 미안. 이거 죽겠다.."

"괜찮아. 내가 마무리할게!"

우여곡절 끝에 말화이트를 따내긴 했지만 도라이븐은 지나치게 오버했다.

흥분한 나머지 상대 진영 안 쪽으로 파고 들은 것.

덕분에 르풀랑의 도착 예정 시간이 수 초는 빨라졌다.

다소의 손해는 있었다고 하나 계획했던 대로 도라이븐을 끊을 수 있다.

터억!

침묵의 표식 이후에 들어가는 르풀랑의 풀콤보는 위협적이다.

여기에 사슬까지 박히면 딜러진은 무조건 끔살이다.

아무리 도라이븐이 잘 컸다고 하나 예외일 수는 없다.

그래야만 했는데 상대의 반응이 기가 막혔다.

카라락!

콤보의 첫 계단이라고 할 수 있는 날조가 막혀버렸다.

대형도끼가 르풀랑의 진입을 방해하며 돌진을 취소시켰다.

그러고서 아주 자연스럽게 평타 카이팅을 시작해다.

퍼엉!

정확히 두 방.

르풀랑이 터지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사라졌다.

0.5초간 은신 상태가 되며 분신과 본체로 갈라졌다.

여기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페닉스-라이트닝의 미드라이너 코코볼은 침착하게 기회를 노렸다.

연기를 잘해서 상대가 분신을 때린다면 찬스.

평타의 쿨타임동안 풀콤보를 정확히 때려 박으면 도라이븐은 죽는다.

물론 자신도 죽겠지만 학살 중인 도라이븐을 잡으면 꽤나 짭짤한 추가 현상금을 얻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코코볼의 노력은 한 푼도 보상 받지 못했다.

콰라라라락!

망설임도 없다는 듯 쏘아진 두 개의 회전 톱날.

르풀랑이 사라진 자리에 곧바로 도라이븐의 궁극기가 직격했다.

그 막대한 데미지에 분신, 본체 가릴 것 없이 전부 터져버렸다.

─적 더블 킬!

적은 전설적입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순간 누킹이다.

누가 저걸 원딜러로 설계했는지 찾아가서 묻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코치님, 성장 격차가 너무 심합니다.."

"초반에 너무 말렸어요. 어떡할까요?"

어떡할까요?

당연하게도 이번 판의 해법을 묻는 게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은 승산이 전혀 없다.

역전이 될 가능성이 일말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다음 판부터 저 도라이븐의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일단 일은 저질러 놓았다.

도라이븐의 대처가 완벽하다며 선언까지 했다.

그런데 현실은 이 모양 이 꼴이다.

'아니야, 전략은 완벽해. 라인전 단계에서 큰 실수만 안 하면 승산은 있다..!'

위기에 몰린 상황일수록 더욱 더 냉정하게 머리를 굴려야 한다.

어차피 가지고 있는 최선의 수는 이것 밖에 없다.

강채식 코치는 아랫 입술을 질끈 말아 물었다.

.

.

.

* * *

로드 오브 로드 마스터즈 리그, LML의 결승전.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은 경기장에서는 오직 감탄사 만이 울려 퍼졌다.

오오오오!

도라이븐이 행동을 개시할 때마다 관중석이 술렁인다.

그럴 만도 하다.

현재 게임 시간 25분.

4코어가 완성된 도라이븐의 위력은 끔찍했다.

파앙!

자신이 원딜러란 사실을 잊기라도 한 걸까?

도라이븐은 앞 포지션을 잡으며 한타를 주도하고 있다.

페닉스-라이트닝의 조합은 충분히 한타 폭발력이 있음에도 달려들지 못한다.

아니, 저거 그냥 말화이트로 확! 박던가.

탈리반이 뛰어들어 가두던가.

하다 못해 르풀랑이 포킹으로 피를 갉아 먹던가.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파앙!

발걸음을 폭주시키며 내달린 도라이븐의 도끼에 르풀랑이 맞았다.

이미 당해본 전적이 있는지 르풀랑은 곧바로 대쉬기로 내뺐지만 평타는 타겟팅이다.

따라간 도끼가 르풀랑의 체력을 반토막 낸다.

여기에 레드와 출혈의 도트 피해까지 쭈욱 깎이니 그만 패시브가 터지며 분신과 본체로 갈라졌다.

<암살자 잡는 원딜러! 보셨습니까?! 페닉스-라이트닝이 달려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에요..!>

<그야말로 끔찍하죠! 꿈에서 나오지 않을까 무서운 도라이븐입니다. 구도만 맞물리면 또다시 펜타킬이 터져 나올지도 모릅니다!>

강빈 해설위원이 눈동자가 큼지막하게 떠질 정도로 놀라운 데미지였다.

저 평타 데미지가 어지간한 스킬딜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몸이라도 물렁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현재 도라이븐이 갖춘 세 개의 코어템.

피를 마시는 칼, 새까만 양날도끼, 최후의 숨결.

여기에 금은 장식 머리띠와 스킬 포식자라는 효율 좋은 하위템이 보조한다.

대략 4코어 어치의 아이템이다.

마법 저항력이 상당히 높아 르풀랑으로는 치명타를 줄 수 없다.

게다가 새까만 양날도끼와 주문 포식자는 방어 관련 성능도 달려 있어 몸도 단단하다.

레벨까지 열 명 중에 가장 높아 어떻게 순삭도 불가능하다.

<이건 억제탑 내주는 게 정답입니다. 르풀랑이 체력 채우고 오는 사이에 한타 걸리면 그나마의 승산도 사라져요.>

<억제탑 내주고 돌려 깎을 생각 이겠죠? 그런데 어? 설마 이대로 쌍둥이 포탑까지 진격하나요?>

경기 시간은 마진 수비대를 상대했을 때보다 다소 길어졌다.

그러니 만큼 돌려 깎기 없이 그대로 끝내주겠다.

이는 어쩌면 페닉스-라이트닝에게 다시 없는 역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되었던 시기도 분명 있었다.

쿠와아아앙!

에라, 모르겠다 냅다 박아버린 말화이트의 궁극기를 도라이븐이 점멸로 피해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탈리반이 궁극기를 일으켜 세우며 도라이븐의 움직임을 봉쇄해냈다.

원형의 커다란 흙벽이 마치 콜로세움처럼 느껴졌다.

잔혹한 처형인 도라이븐.

그 안에 찾아온 모든 적들이 하나하나 도끼로 갈가리 찢어진다.

마치 전성기 로마의 광기어린 향락을 보는 듯하다.

비인도적인 학살이 콜로세움 안에서는 용인된다.

올마스터의 도라이븐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반박의 여지가 사라졌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