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26화 (526/803)

526====================

LML

한 움큼 쥔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술술 빠져나가듯.

1만에 가까웠던 현장의 관중들은 각자의 목적지로 뿔뿔이 흩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남자.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후회는 남아버리는가.'

페닉스 게임단의 코치, 강채식의 입가에는 더 이상 힘이 실리지 않았다.

오늘의 결승전을 위해 밤낮을 샜다.

하지만 끝끝내 넘지 못했다.

아니, 닿을 수조차 없었다.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다니..'

패배의 원인은 하나로 좁혀졌다.

올마스터의 도라이븐.

그 하나를 마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짜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하나를 넘지 못해서 세 번의 경기를 모두 패배했다.

결승전이 끝나고 시상식 자리에서 올마스터는 말했다.

바위를 했으면 분명 까다로웠을 거라고.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정도로 강채식은 어수룩하지 않았다.

'탈리반도 못지 않게 까다로워. 오히려 초반 라인전을 생각하면 탈리반의 영향력이 더욱 크지.'

도라이븐의 무서운 점은 바로 그 초반이다.

물론, 초반에 잘 성장해도 바위같은 챔피언이 대놓고 물어버리면 정말 버겁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올마스터는 초반의 이득을 놓지 않고 유지해나갔다.

아이템트리적인 부분도 그가 얼마나 연구를 쏟았는지 곱씹을수록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원딜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새까만 양날도끼.

스킬딜 위주의 원딜러 미스터 포텐이나 갈법한 아이템이다.

그런데 올마스터는 평타 위주인 도라이븐으로 올려버렸다.

물리 피해인 출혈과 새까만 양날도끼의 상승 효과가 제대로 버무려진다.

그 외에도 딜방템 격인 아이템을 골라 담으며 생존력을 높였다.

성장에 기세를 타버리자 도저히 암살이 불가능하다.

치명타에 의지하지 않는 도라이븐의 특성상 데미지도 부족하지 않다.

올마스터로 인해 도라이븐이라는 챔프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치님, 괜찮습니다. 겨우 한 번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에요."

"저희들 중 누구도 코치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코치님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요. 오늘 일은 싹 털어버리시고 반주라도 한 잔 걸치러 가시죠. 얼른요!"

자신의 등을 떠밀 듯 데려가려고 하는 페닉스-라이트닝의 선수들을 보며 강채식은 쓴웃음을 삼켰다.

정말 울고 싶은 건 그들일 텐데 자신이 이러고 있어서야 아니된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강채식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저 능력 없고 치졸한 감독에게 게임단 내의 주도권을 뺏겨서가 아니다.

오늘 결승전을 졌다고 자신의 자리가 흔들릴 일은 결코 없다.

문제는 자신이 아닌 선수들.

그들이 감독의 말 한 마디에 휘둘릴 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됐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롤챔스에서 까지 죽을 쑨다면 필히 그렇게 될 거야.'

애지중지 키운 선수들이 채 빛을 보기도 전에 감독 마음대로 갈아 치워진다.

아까운 게 아니라 애가 타는 거다.

비록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하나 한두 시즌만 성장을 하면 필히 완성될 대기만성의 인재들이다.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을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서 내보내야 한다니.

감독에 대한 원망은 물론 있다.

하지만 정말 미운 건 그들을 지키지 못한 자신이었다.

"그래, 내가 잘못하고 침울해 있으면 안되지. 가자, 오늘은 운영비에서 형 돈 보태서 거하게 한턱 쏜다."

"오오! 강코치님 최고!"

"초밥집, 초밥집 어떠세요? 요즘 생선살 물 올랐다던데."

"생선살에 물이 왜 올라. 이 자식 지가 먹고 싶다고 억지 부리네."

강채식은 타는 마음을 달래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반드시 그리 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선수들을 내보낼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숨겨진 원석을 알아 봐주는 눈이 있는 게임단에 보내야 해.'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주목 받지 못했던 도라이븐을 OP의 반열에 올려놓은 한 남자.

올마스터 같은 이가 자신이 키운 선수들을 데려 가주면 좋겠다.

적어도 그 하나의 작은 소망 정도는 이루어내고 싶었다.

.

.

.

* * *

현재 잉벤은 LML의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이야기의 주제는 가지가지.

화제가 될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손꼽히는 건 역시 서프라이즈로 열린 팬 사인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결승전 표 못 구해서 입석으로 보다 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난 다리 후들 거리더라.

그나마 경기 빨리 끝나서 다행이지 4세트, 5세트 갔으면 쪽팔리게 쪼그려 앉을 뻔.

어쨌든 3세트 다 보고 경기장 나가려다가 그래도 기왕 왔으니 수상식은 보고 가자.

마음 먹고 난간에 기대서 보다가 와ㅋㅋㅋㅋㅋㅋㅋ

└ㅅㅂ 나도 조금만 참을 걸. 3세트 승패 결정되고 바로 나갔는데.

└아니 진짜ㅠㅠ 그런 거 좀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하아..

└그렇게 서프라이즈로 진행했으니 망정이지ㅋㅋ 소문 퍼져봐라 경기장 미어터짐.

└다음부터는 진짜 마지막까지 꼭 보고 가야겠다. 절실히 느낀다.

결승전은 상상 이상으로 빨리 끝났다.

역대 결승전 중에 이보다 더 빨리 끝난 대회가 있을까?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3세트 모두 신세상-매직이 압도했다.

경기의 내용은 물론 알찼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인지 결승전이 끝나고 즉석으로 팬 사인회가 열렸다.

좋아하는 선수들의 실물도 보고, 가능하다면 사인도 받고.

경기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수천이다.

줄이 하도 긴 탓에 받지 못한 사람도 속출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잉벤에 올라오는 반응들은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뮴뮴 누님 사인 받고 왔다ㅎㅎ(악수도 함!)

내가 막 치근덕 대는 쓰레기 같은 놈은 절대 아니고 일단 들어봐.

진짜로 뮴뮴 누님 북미 활동 시절부터 뻑 가가지고 광팬이었거든?

그래서 막 사인 받으면서 옛날 사건들 이야기 하다가 내 말 듣던 뮴뮴 누님이 고맙다고 악수해 주심ㅎㅎ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손 진짜 곱고 예쁘더라 피부도 무슨 아기 피부처럼 부드러워.

오른손 절대 안 씻어야지ㅋㅋㅋ

└네다쓰. 아무튼 쓰레기임.

└옛날 사건이라면 설마 누님 한창 막 나가시던 시절..? 그거 혹시 입막음 아닌지요.

└과정이야 어쨌든 좋겠다ㅠㅠ 그래서 누님 실물 이쁨?

글쓴이-졸예.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먼저 치근덕대는 사람 전혀 없었음. 화면으로 볼 때 몰랐는데 실물로 보니까 범접할 수 없는 오라가 그냥..

일반인 중에서도 외모가 특출난 사람은 제법 있다.

그런 사람들이 연예인을 지망하는 거고 TV에 나오게 되는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뮴뮴 선수는 도저히 어떻게 봐도 일반인급이 아니었다.

아니, 연예인 중에서도 이만한 외모는 흔치 않다.

촌스러운 안경에 땋은 머리로도 그 아름다움이 채 가려지지 않았다.

정말 평균으로 생긴 남자조차 미인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것이 현대의 화장 기술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자연 미인이 가볍게 차려 입는다면 얼마나 가슴이 설레일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뮴뮴 누님 사인 받으려다가 줄 너무 길어서 올마스터 사인 받았는데.

바로 옆줄이 뮴뮴 누님이랑 슬쩍 봤는데 여신 포스 장난 아님.

연예인들 실물 보면 전혀 다르다, 그런 말 개뻥인 줄 알았는데 처음으로 실감함.

진짜 예쁜 여자들 상대로는 작업 걸 용기 있는 남자도 없다고 하잖아.

무슨 기분인지 알 거 같음.

└기분 좋게 사인해준 올마스터는 대체 무슨 죄냐ㅋㅋㅋㅋㅋ

글쓴이-뮴뮴 누님 같은 이쁜 여친 사귄 죄? 결승전 시작 때 열애설 확정 나서 조금 충격이었는데 실물 보고 마음 접음. 어차피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님.

└그냥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내 폰배경 뮴뮴 누님임ㅎㅎ

└올마스터 의문의 1패..

어쨌든 간에 신세상-매직이 무자비한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었던 원천은 역시 올마스터 덕이 아닐 수 없다.

올마스터가 꺼내든 도라이븐이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미쳐 날뛰어 댔다.

도라이븐 CC기에도 약하고 탱커도 잘 못 잡는 유통기한 챔프 아니냐?

페닉스-라이트닝의 우문에 제대로 한 방 먹여줬다.

─도라이븐 잘 크니까 진짜 답이 없더라.

암살자는 그래도 양심이 있으니까 궁쿨마다 한 명 죽이잖아.

근데 도라이븐은 그냥 평타로 퍽퍽 치면 죽으니까 밑도 끝도 없어.

심지어 피흡까지 좋아서 집 안 가고 계속 싸워대고 스노우볼 무한정 굴러감.

이건 진짜 올마스터 때문에라도 너프 필요하다.

└무슨 암살자가 양심이 있어. 솔랭에서 암살자 하는 애들 죄다 노양심인데. 허구헌날 지 혼자 들어가고 ㅈㅅ이럼.

글쓴이-그건 일단 둘째 치고..

└도라이븐 어처구니 없긴 하더라 방템 나온 말화이트를 혼자서 잡고 있어 2코어 원딜러가.

└탱커는 버티기라도 하지. 딜러는 두 방 치면 죽는데ㅋㅋㅋ

└이론상 무적인데 올마스터밖에 못한다는 게 문제.

로드 오브 로드의 다섯 포지션 중 원딜러만이 유일하게 지속 딜러의 컨셉을 가졌다.

뭐, 탑솔러도 지속딜 가능하고 AP챔피언도 지속딜 되긴 된다.

하지만 DPS라는 측면에서 격이 다르다.

딜할 여건만 주어진다면 혼자서 적 다섯 명을 전부 잡을 수 있는 포지션이 바로 원딜러다.

근접 AD챔피언과 달리 원거리이기에 딜할 환경을 갖추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문제가 있다면 딜링이 뿜어지는 시기가 빨라도 3코어라는 사실.

그런데 이 도라이븐은 1코어가 나오기도 전부터 가진 바 딜링 능력이 어마어마하다.

한 방, 한 방이 스킬딜에 준하는 도끼질로 적을 썰어버린다.

평타만으로 누킹이 되니 궁극기의 유무와 상관없이 언제 어느 때든 전투가 가능하다.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속도가 말이 안된다.

지속 딜러인 원딜러가 초반부터 진가를 발휘해대면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보여줬다

─지금 천상계 도라이븐 밴픽률 미쳤음ㅋㅋ

CP.GG관전하는데 거의 모든 게임에서 밴 아니면 픽 무조건 되네.

특히 프로들이 엄청 해댐.

컨트롤만 익숙해지면 무조건 꿀챔이라 판정난 거 같다.

이번 롤챔스에서 도라이븐 픽률 오질 거라 전망한다.

└올마갓 파급력 어마무시해ㄷㄷ

└꿀챔 하나 풀어도 이길 자신 있다는 건가? 결승전 인터뷰도 그랬지만 자신감이 개쩜.

└꿀챔같은 거 안 해도 이긴다 이거지. 클라스가 달라 클라스가.

└카운터도 동시에 풀고ㄷㄷ 바위도 아마 많이 연습할 듯.

LML따위 발판에 지나지 않다.

올마스터의 결승전 인터뷰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좋게좋게 이야기는 했다만 그 진의를 모를 수가 없다.

한 마디로 도라이븐 따위 하지 않아도 롤챔스는 가뿐하다.

꿀챔이라는 사실을 풀면서 상대가 대비하게 좋게 카운터까지 같이 말해줬다.

현재 북미에서 뜨고 있는 바위가 도라이븐 마크에 그렇게나 좋단다.

남들에게는 비장의 카드지만 없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자신감의 표시였다.

물론 돌려 말하는 게 아니라 진심일 가능성도 있다.

설마 도라이븐 안 꺼냈다고 지기야 했겠냐만은 확실히 경기는 팽팽했다.

마진 수비대도, 페닉스-라이트닝도 봇라인을 제외하면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번 LML 전체적으로 2군 답지가 않더라.

올마스터팀도 올마스터팀인데 준결승전부터는 롤챔스 본선급이던데?

진짜 도라이븐이 봇라인을 하도 폐지 구기듯 터트려서 그렇지 다른 라인은 비등비등했어.

못해서 질질 끌었다는 게 아니라 2군 리그 특유의 어설픈 느낌 없이 치열했음.

└ㅇㅇ8강 까지는 올마팀 미드, 정글이 탈탈탈 탈곡하더니 준결승전부터는 힘들어 하더라.

└마진 수비대도 페닉스 라이트닝도 굴러먹던 짬이 있는데 당연히 잘하지.

└정확히는 뮴뮴 누님은 잘했는데 돌아이녀가 아직 아마추어 티를 못 벗었다, 라고 은준이 형이 말함.

└ㅋㅋㅋ역시 해설자는 김은준 해설위원이 짱이야. 가려운 부분 딱딱 긁어줌.

└아직 팀워크 안정되지 않아서 그렇지 성장기대치 충분함. 조금 다른 의미로도.

과장이나 포장이 아니라 정말로 이번 LML은 유난히 수준이 높았다.

아니, 신세상-매직이 어떤 팀인데 당연히 수준이 높지.

물론 그 하나 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100m 달리기를 할 때 혼자 뛰는 것보다 같이 뛰는 것이 더 나은 기록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경쟁 상대를 이기기 위한 열망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신체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신세상-매직을 이기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다 보니 경기력도 자연스럽게 물이 올랐다.

8강까지야 하도 실력 차가 많이 나서 표가 안 났지만 준결승전부터는 달랐다.

이번 LML의 수준이 높았던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이렇듯 여러 면에서 LML은 세간이 신세상-매직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한 달 가량 남은 롤챔스의 개막 날짜.

그 날이 오기 만을 팬들은 절실히 기다리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