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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28화 (52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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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그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후회된다.

판단 자체는 지극히 이상적이었다만 과정이 문제다.

어떻게든 구슬려서 듀오의 구성을 바꿨어야 했을까.

'예은이랑 듀오를 했으면 딱 좋았는데 말이지.'

소환자의 전장에서 데이트!

10대, 혹은 20대 초의 커플 사이에는 은근한 유행을 탈 정도다.

특히나 봇듀오의 빈도수가 높으며 PC방에서 옆사람의 심기를 박박 긁어 놓는다.

「애기야, 그랩 좀 똑띠 피해줄래?

힝, 못 피하겠단 말이야. 자기가 맞아줘~!

난 원딜이잖아 애기야..

적 더블 킬!

적에게 당했습니다!

우리 애기, 그랩 좀 피하랬지! 어디 오빠 뽀뽀도 못 피하나 보자~!

꺄아~♡」

대한민국 법원이 정상참작을 크게 해줄 때가 두 경우 있는데 하나는 술 마셨을 때고, 다른 하나는 염장 지르는 커플들 응징했을 때다.

정말로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게임으로 데이트 하는 젊은 커플이 많은 건 사실이다.

돈도 별로 안 들거니와 서로의 취미도 맞출 수 있다.

물론 나와 예은 사이에서는 전혀 해당하지 않는 소리다.

「예은아.. 카정 가니? 미드 미아인데 사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한 놈은 따고 죽을 거라 괜춘.

예은아, 카정은 가도 되는데 우리 바르고 고운 말 쓰자..

더블 킬!

너님 여자친구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우리 예은이..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모양이네..?

당빠지, 짜-샤!!」

굉장히 활기찬 그녀를 둔 덕분에 속 썩을 일은 없어서 좋다.

하지만..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

그래도 같이 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서로 말 섞을 일도 많고 은근히 스킨십도 할 수 있고.

'롤챔스까지는 아무래도 참아야겠구만.'

한동안은 고질라와 호흡을 맞춘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 이상이 필요하다.

내가 언제까지 도라이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마진 수비대와 페닉스-라이트닝은 롤챔스 기준으로 기량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팀이다.

그러나 1군인 롤챔스에는 위협적인 강호들이 즐비하다.

우승이라는 목저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관문이다.

"내가 너한테 원하는 플레이는 크게 두 가지야. 하나는 내 움직임에 정확히 맞춰주는 거고, 다른 하나는 챔프폭. 무슨 말인지 알겠어?"

"챔프폭은 알겠어요. 솔직히 한나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챔프는 없거든요. 그런데.. 움직임이 제가 많이 부족했나요?"

고질라는 자신이 다른 팀원들에 비해 부족한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도슈의 경우 간간히 실수를 했기는 했지만 그만큼 튀는 플레이도 나왔다.

MVP라는 결과로 증명이 됐으니 설명이 필요 있을까.

그에 비해 고질라는 정말로 무난무난 했다.

내 기준에서는 만족하긴 하지만 고질라 본인의 입장에선 영 찜찜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고질라를 제외하면 다 한 번씩은 MVP를 받아냈다.

팀에서 유일하게 그만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플레이 스타일 탓도 있기는 해.'

그를 팀에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수비적인 서포터이기 때문이다.

내 플레이를 보조하기에 그만한 인재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여기에 공격적인 움직임까지 섞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전부 놓칠 수가 있다.

아니, 애초에 토끼가 아니다.

두 마리의 호랑이.

한 마리만 잡아도 노다지인데 여기에 다른 한 마리까지 군침 삼키다간 목숨까지 잃는 수가 있다.

"원딜과 서포터는 일심동체, 공동운명이잖아. 상당히 힘든 부분이긴 하지만.. 내 성향을 생각해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미리 알아내서 해줬으면 좋겠어."

"아하, 무슨 뜻인지 대략 감은 잡혀요. 그런데 말씀대로 진짜 힘들 것 같긴 하네요.."

말로 내뱉거나 핑을 찍었을 때는 늦고 맞다.

이심전심, 두 사람의 생각이 하나로 일치해야 한다.

내가 킬각을 잡았을 때 고질라의 머릿속에도 똑같은 생각이 떠오르게 만든다.

실제로 고평가를 받는 프로 봇듀오들은 이를 당연스레 해낸다.

프로들이 어떻게 둘이 한 몸이 된 것 같은 정밀한 플레이를 착착 해낼 수 있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호흡이 떨어지냐, 떨어지지 않냐의 차이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정적으로 이는 수비적인 성향의 고질라가 킬각을 받아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라인전을 굳이 몰아치지 않더라도 기회는 온다.

상대가 하는 실수를 받아먹는다면 간단한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수비적인 성향의 플레이어는 상대의 실수를 잘 받아먹지 못한다.

내가 지금 움직이는 것이 옳은 걸까.

마음속으로 고민하는 사이에 버스는 떠나가 버린다.

"앞으로는 헤이클린 같은 건 거의 안 할 거야. 플레이 성향도 공격적으로 갈 거고. 너는 여기에 정확히 보조해주면 돼. 호흡은 지금부터 차츰 맞춰나가자."

"후우..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안타깝게도 있다.

세상은 공평하지가 않다.

프로의 세계에는 놀라우리 만큼 재능충이 흔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재능의 종류는 여러 갈래다.

어떤 이는 게임을 시작한 지 고작 몇 판만에 재능이 개화한다.

어떤 이는 한 세월 기다려도 꽃봉오리가 피지 않는다.

전자가 본능에 의지하는 공격일변도라면, 후자는 계산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수비적인 선수다.

전자가 후자보다 무조건 잘났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공격적인 플레이의 성향을 가진 선수는 빠르게 한계점을 맞이한다.

매도 맞다 보면 덜 아프게 맞는 법을 알게 된다고 상대가 허점을 내주지 않는다.

반대로 수비적인 플레이의 성향을 가진 선수는 느긋하게 적응한다.

당장 튈 수는 없지만 못해도 중간은 간다.

완전히 피어올라 만개하는 경우도 간간히 있다.

무협으로 치면 사파와 정파 정도의 차이다.

'수비적인 움직임은 기회를 만들기 힘들어. 기껏 생긴 이득도 놓쳐버리지. 하지만 완성된다면 이보다 더 든든한 방패가 없다.'

아마추어들 중에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은 의외로 데뷔를 하지 못한다.

역으로 정말 듣보인 데도 프로로 데뷔하는 이들이 은근히 많다.

현재 시점에서는 단순하게 랭킹의 순위만 보고 스카웃을 하지만 차후의 미래.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분석되면서 코치와 감독들은 멀리 보고 선수를 뽑게 된다.

"일단은 익숙한 한나로 호흡부터 맞추자. 챔프폭을 늘리는 건 그 다음이야."

"예, 그런데 지금 같이 돌리면 혹시 만나는 거 아닐까요?"

고질라의 걱정은 다분 이해가 된다.

현재 연습실에는 나와 고질라를 제외하고도 팀원이 두 명 더 있다.

예은과 초홍이가 뒤쪽 책상에서 꺅꺅 거리며 떠들어 댄다.

예은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구나.

상당히 관심이 이긴 하다만 당장 중요한 건 그 둘도 현재 큐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안 만날 거야. 우리랑 달리 쟤네는 아이디를 새로 받았거든."

"아, 슈퍼 계정이요? 그거 정말 편리해 보이긴 하던데.. 설마 그 잉벤 소문과도 연관이 있나요?"

이 녀석 우직해보이는 주제에 은근히 날카롭네.

물론 연습을 할 때 본 티어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하는 것이 좋기 때문도 있다.

하지만 고질라가 말한 대로 소문을 피하기 위함도 있다.

안 그래도 주목 받는 두 사람이 듀오를 한다면 오해의 여지가 생기지 않겠는가?

사실 오해랄 거는 하나도 없고 정확한 추측이다만.

'괜히 해명한답시고 밝혔다간 귀찮아지겠지.'

그런 연유로 새로운 계정을 권유한 것도 나다.

공식적으로 부탁만 하면 슈퍼 계정을 얻을 수 있다.

프로게이머의 얼마 안되는 장점 중 하나다.

물론 개수는 개인당 세 개까지로 제한은 있다.

"예은이 의외로 성깔 있긴 하지?"

"하하.., 그래도 제 생각에는 지금의 예은 누님이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오히려 불편했을 거에요."

확실히 맞는 말이다.

예은 얼굴에 성격까지 좋았으면 말도 걸기가 힘들다.

흔히 남자들이 이쁜 여자 있으면 집적댄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진짜로 연예인급 외모 되는 여자들을 앞에 두면 입이 안 떼진다.

팀원들끼리 바로바로 피드백으로 주고 받아야 하는데 그것부터 고쳐 나가야 된다면 문제가 된다.

내가 예은에게 뿔테 안경과 땋은 머리를 강요한 데는 그런 사정도 있다.

결코 질투심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마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가 너무 지체한다면 저쪽에서 치고 들어올 수도 있겠지."

"그럼 저희도 미리미리 격차를 벌려 놔야겠네요. 시스템상 시간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만요."

아무래도 일정 구간까지는 올라오기가 쉽다.

다이아5 정도의 MMR부터 시작하는 슈퍼 계정은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따라잡혀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굳이 선언은 하지 않았어도 모두가 알고 있다.

게임단 내 남자 그룹과 여자 그룹의  암묵적인 기싸움.

아직까지는 그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다.

.

.

.

* * *

LML의 결승전이 끝나고 약 1주일.

그렇게나 달아올랐던 화제 주머니도 슬슬 바닥이 보인다.

무료한 사람들은 자극스러운 무언가를 원한다.

사실 이는 지나친 욕심이다.

본래라면 LML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

결과적으로 어느 팀이 롤챔스의 시드권을 얻었냐.

딱 그것만 보고 땡이다.

심지어 우승팀조차 썩 관심이 없다.

잘 나가던 팀이 지난 조별 리그에서 허무하게 떨어졌으면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자주 없는 데다 이번 서머시즌의 LML은 해당되지도 않았다.

그래야 했을 LML이 하나의 팀 덕분에 흥해버렸다.

한동안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신세상-매직 덕이 맞다.

그럼에도 억지를 부리고 싶은 게 사실이다.

아, 롤챔스 빨리 좀 했으면 좋겠다.

기대감이 높은 만큼 기다리는 과정 또한 고되다.

그렇게 심심하던 잉벤 유저들에게 하나 재밌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전에 뮴뮴 누님 계정 아니냐고 루머 퍼졌던 글ㅋㅋ

그거 맞는 거 같은데?

결승전 경기 시간에 게임 안 했음.

혹시 몰라서 다른 경기 시간이랑도 대조해봤는데 싹 다 안 함.

결정적으로 1주일 정도 접속도 안 했더라?

└에이, 설마. 그냥 귀찮게 물어보는 애들 때문에 한국섭 접은 거 아닐까?

└정말 뮴뮴 누님이면 진짜 실망이네. 나한테도 욕 좀 해주지 하악하악.

└윗놈 뭐지; 컨셉 이상하게 잡네.

└애초에 욕을 했던 증거는 딱히 없잖아. 요즘 잠잠하더만.

뮴뮴 선수의 계정이라 추측된 솔로랭크 계정.

그 아이디의 접속이 불현듯 끊겼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 의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미드, 정글 깡패 듀오가 주목받는다.

─얼마 전에 프로게이머 부캐 듀오 만났는데 장난 아니더라.

와 진짜 겁나 잘함.

미드, 정글인데 둘이서 게임 그냥 폭파시킴.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사실 내가 탑에서 2렙 퍼블 당하면서 멘탈 터지고 시작했거든?

봇도 딱히 잘하는 애들도, 주포도 아니라서 졌구나 했는데 미드, 정글이 멱살 잡고 캐리해줌.

프로게이머가 진짜 잘하기는 하나 봐.

격이 다르다 격이.

└어, 혹시 백신 듀오 말하는 건가?

글쓴이-그러고 보니 아이디가 그랬던 거 같기도 한데. 잠만 확인해봄.

└그 듀오 유명함. 지금 이미 마스터 진입했고 평균 승률 95%임.

글쓴이-아이디 보니까 맞네. 얘네 누구 부캐일까? 혹시.. 에러갓?

올마스터가 해외 활동 당시 사용하던 아이디가 Unknown Error.

에러가 바이러스라면 그 반대는 백신이 된다.

이러한 짜맞추기식 논리에 의해 처음에는 상당히 신빙성이 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상계 주민들의 증언에 의해 일축되었다.

─올마스터 아이디 그거 아닐 텐데.

요즘 고질라랑 봇듀오하면서 라인전 연습만 깨작깨작 해댐.

미드나 정글로 캐리 좀 해달라고 부탁해도 절대로 원딜만 하고 원딜 뺏는 장난치면 닷지함.

다른 사람일 수도 없는 게 애초에 올마스터 부캐라고 생각되던 아이디가 고질라랑 듀오하니 빼박이지.

그리고 직접 겨뤄봤을 때 라인전 실력이 올마스터가 맞았던 거 같음.(여담으로 라인전도 이겨보고 명함도 하나 땄음ㅋㅋ)

백신 듀오는 나도 전적 봤지만 뮴뮴 선수랑 아이돌 선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봄.

└오! 갱승매니아님이다! 근데 왜 돌아이녀라 안 부름?

글쓴이-저 프로 지망이라 말 조심해야 함ㅎㅎ;

└ㄷㄷ인성 세탁 보소.

└갱매 말마따나 뮴뮴 누님이랑 돌아이녀일 가능성도 있네. 왜 그걸 생각 못했지.

재밌는 컨텐츠가 하나 얻어 걸렸다.

현재 올마스터로 추정되는 이는 그랜드 마스터 중하위권에서 봇듀오를 연습하고 있다.

증언에 따르면 딱히 게임이길 생각없이 라인전 이후 한타만 하면서 점수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팀원들이 뭐 해달라고 해도 묵묵부답 자기 할 것만 한단다.

그런데 뮴뮴 선수와 아이돌 선수라 추정되는 듀오가 무서운 기세로 수직 상승 중이다.

이 기세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하루이틀 내에 두 듀오가 만나게 될지 모른다.

자연스레 예상되는 바이러스와 백신의 대격돌!

프로게이머들이 스크림 때문에 빠져나가 한산하던 솔로랭크에 난데없는 파란이 들이닥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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