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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30화 (5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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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그가 있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여느 때와 같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밝고 생생하게 들려온다.

결코 기분이나 착각 탓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이히히, 내 성대모사 어때?"

"실없는 짓 하기는"

"칫."

연습실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헤드셋을 쓴다만 기본적으로 주위의 소리는 들린다.

이어폰과 달리 헤드셋은 귀를 완전히 틀어 막지는 않는다.

그 탓에 예은이 요즘 재미들린 성대모사가 적나라하게 고막을 울렸다.

'정말 잘하기는 하지만 적당히를 몰라 적당히를.'

뚱한 목소리로 받아친 반응과는 반대로 내심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슷하기만 한 게 아니다.

진짜를 뛰어넘는 성대모사.

오히려 예은 쪽의 퀄리티가 높을 정도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여러 분야에 다재다능한 녀석이다.

"가슴이 더 뛰게 해 줄까? 아님... 멈추게 해 줄까..?"

"네가 고른 건 아링이 아니라 바위잖아. 게임이나 집중해."

".....봇갱만 갈 거야."

콧방귀를 뀐 예은이 삐진 목소리로 대꾸한다.

하지만 이를 받아주는 것도 곤란한 게 색기가 묻어나온다.

의도인지 아닌지 요염하게 고혹스럽다.

연습실 내 남성 팀원들이 버티지를 못한다.

잘못하면 의자에서 못 일어나는 수가 있다.

[전체]-빛이 당신을 태울 것입니다!

[전체]-네 영혼에 고통을 안겨주마!

[전체]-컨셉질들 보소ㅋㅋㅋㅋ

게임이 시작하자 전체 채팅으로 아군과 적군이 떠들어 댄다.

전자가 예은네 팀.

후자가 우리 팀이다.

"아니, 저러면 우리가 악당 같잖아!"

"어.. 일단은 그렇게 정해진 모양이네요."

Unknown Error는 굳이 따지면 바이러스라기보다는 오류다.

바이러스가 Unknown Error 현상을 유도하는 경우는 있긴 있다.

하지만 Unknown Error 자체는 바이러스 와는 거리가 멀다.

이 현상이 야기되는 이유는 정말로 많다.

'예은네 반대 편에 선 이상 선택지는 없겠지만.'

이놈의 외모지상주의!

이쁜 여자는 무조건 천사인 줄 안다.

졸지에 악역이 된 셈이긴 하다만 져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게임이 시작된 이상 무조건 이긴다.

피융!

예은이 고른 바위는 원딜러로서 정말 까다롭다.

궁극기가 1인 타겟팅인 탓에 한타에서 썩 좋지 않다며 한국에서는 까인다.

그런데 그 1인 타겟이라는 점이 단점임과 동시에 장점이다.

상대를 지옥 끝까지 따라가서 어떻게든 엎어친다.

시전만 되면 금은 장식 머리띠 등으로 떨쳐낼 수도 없을 뿐더러 에어본 판정이다.

에어본 또한 기절과 달리 클리즈나 금은 장식 머리띠로 풀 수 없다.

즉, 한 번 당하면 연계 CC기에 당할 공산이 크다.

'원딜러를 포커싱하기에 바위만한 챔피언이 없어.'

심지어 현재 바위는 Q데미지라던지 궁극기 쿨타임이라던지가 너프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정글러도 그 이상으로 세다.

정글러로서 때문에 엄청나게 좋은 픽이다, 라는 건 아니지만 원딜 카운터로는 쏠쏠하다.

초홍이가 하고 있는 아링 같은 챔피언이 그 찰나에 호응해 풀콤보를 때려 박으면 끝장난다.

원딜러의 입장에선 가히 재앙과도 같은 궁극기.

하지만 대처법이 전혀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이번 게임에서 이를 증명한다.

"바위 초반갱 안 올 테니까 압박 거세게 가자."

"만약 오면 미련없이 점멸로 피하고, 맞죠?"

어째서 한국에서는 바위에 대한 평가가 낮을까?

그것은 해외와 한국의 솔로랭크 메타 차이에서 기인된다.

다름아닌 초반갱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거미여왕, 탈리반, 이블퀸, 리심 등의 육식 정글러들.

전부 초반 갱킹 강하기로 일가견이 있다.

게임을 빨리 푸는 걸 좋아하는, 세계에도 성격 급하기로 소문난 한국 사람들은 초반에 무언가 이득을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득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려 승기를 굳힌다.

이에 반해 해외 솔로랭크는 게임을 조금 멀리 본다.

초반 스노우볼도 물론 있지만 대체적으로 성향이 느긋하다.

한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성장 기반형의 챔프가 쓰이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6레벨만 돼도 충분히 강한 바위는 안 쓰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고 초반에 충분히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어.'

바위의 단점은 뻔하디 뻔한 초반 갱킹.

탈리반의 깃창-점멸이나 순금의 방패 연계처럼 유동적인 움직임을 취하지 못한다.

때문에 초반 움직임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만약의 경우에도 점멸을 사용하면 회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점멸을 낭비했다간 6레벨 이후의 갱킹에 취약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따지고 따져 고른 챔피언은 이즈레알.

하지만 이즈레알은 지극히 수동적인 원딜러다.

변수를 만들기 위해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고질라의 인어다.

"쟤네 라인 푸쉬 느리니까 빠르게 밀자."

"저희가 선2렙 무조건 먼저에요."

당연하게도 내가 집중해서 게임을 하는 한 라인전이 밀릴 일은 없다.

물론 솔킬을 딸 수 있다와는 거리가 멀다.

솔로랭크에서 엄청 잘하는 상대를 만났다면?

이 경우 대부분 소극적인 행태를 취한다.

낮은 구간이라면 그 틈을 비집어 열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못해도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도 즐비하다.

버틴다는 선택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는다.

이를 강제로 비틀어 열어내기 위해서는 나와 고질라의 호흡이 필수불가결이다.

피융!

2레벨을 찍자마자 쏘아낸 마법 화살이 배인에게 명중한다.

그 직전에 고질라가 나에게 버프를 건다.

인어의 E스킬, 비누 방울.

자신 혹은 아군의 평타 세 번을 강화시키며 둔화 효과를 부여한다.

토옥.

토옥.

평타 판정인 마법 화살에는 비누 방울이 묻어난다.

명중한 배인은 당연히 느려진다.

발목이 잡힌 배인을 향해 앞비전을 하며 두 번의 평타.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그렇지가 않다.

만약 마법 화살이 빗나갔다면 비누 방울 버프는 마나 낭비가 된다.

기본적으로 마나 낭비에 허덕이는 인어는 결코 스킬을 허투루 쓰면 안된다.

때문에 명중 직전에 버프를 걸어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법 화살 날아가는 시간이 되면 얼마나 된다고?

그 입롤을 해내기 위해서 하는 연습이고, 입롤을 실현해내는 게 바로 프로게이머다.

쑤욱-!

물론 이렇게 대놓고 앞비전 해서 들어가면 적이라고 가만 있지는 않는다.

적 서포터 풀리츠크랭커가 나를 당겨버렸다.

머릿수에 장사 없다고 배인의 협공이 더해지자 나의 공격력을 상회한다.

철써덕~!

하지만 인어의 경우 원거리에서 호응이 가능한 서포터다.

넘실거리는 물결을 퍼붓자 나는 회복하고 배인은 데미지를 입는다.

이 상태에서 서로 꾸준하게 평타를 주고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레벨이 한 단계 높다는 것은 단순하게 스킬 개수 하나 많고 적음의 차이만이 아니다.

공격력, 방어력, 체력 기타 등등 조금씩은 한 수 위다.

두웅-

결국 보다 못한 풀리츠크랭커가 나에게 탈력을 건다.

그리고 배인은 실드로 자기 자신을 보호한다.

하나만 썼어도 충분했을 텐데 상대는 오바해버렸다.

'서로 호흡이 안 맞는 이상 나올 수밖에 없는 손해지.'

하도 위급했던 탓에 서로를 믿지 못했다.

본능적인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만약 풀리츠크랭커만 탈력을 걸고 배인이 앞무빙으로 반격을 했다면?

나는 약간 더 손해를 감수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쟤네 회복 스킬 없으니까 처천히 몰아붙이자."

"저희는 회복 있고요. 어이없는 갱킹만 조심하면 이득 크게 보겠는데요?"

물론 손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서포터의 힐 유무로 인해 라인 유지력이 넘사벽이다.

그런데 딜교환까지 압승한 데다 스펠 이득까지 봤으니 향후 라인전이 어떻게 될지는 뻔할 뻔자.

바위가 갱킹 타이밍을 잡기 전에 봇라인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피융!

이즈레알이 수동적인 원딜러인 건 맞다.

하지만 상황만 받혀준다면 혼자서 얼마든지 나댈 수 있다.

그 상황이라 함은 마법 화살을 저지할 미니언이 없을 때.

그리고 적 서포터가 위협적이지 않은 경우다.

쑤욱-!

이즈레알 앞에서 풀리츠크랭커의 그랩은 무쓸모다.

맞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맞는다 해도 판정 좋은 비전 점프로 씹을 수 있다.

아니, 이 경우 오히려 그랩을 뛰어넘어 데미지 용도로 쓴다.

패시브에 의해 가속된 평타로 풀리츠크랭커를 샌드백처럼 두들긴다.

배인은 원호할 생각없이 뒷구르기로 물러난다.

"배인 멘탈 나간 거 같은데요?"

"그럴 만도 하지. 저 조합이 정말 극과 극이야."

배인-풀리츠크랭커 조합이 그토록 꺼려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어쩌다 한 번 끌은 다음에 판결로 연계하면 킬각내기 좋은 건 맞다.

솔로랭크의 특성상 그러한 뽀록이 터져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러나 잘하는 봇듀오를 만났을 때는 속수무책이다.

서로 간에 호흡이 완벽하다면 빈틈이 생기지 않는다.

어쩌다 빈틈이 생긴다 하더라도 쉽게 메꿔진다.

사리는 파밍이 안되는 배인, 힐이 없는 풀리츠크랭커.

한 번 손해를 봤을 때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대로 몰아붙이면 상대는 막아낼 방법이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결국, 굴러갈 수밖에 없던 스노우볼에 박차가 가해진다.

자기 딴에는 사린다고 포탑에 박혀있던 배인에게 마법 화살이 적중했다.

연이어 앞비전 후 평타 한 방.

풀리츠크랭커의 그랩을 점멸로 피하며 막타를 날린다.

그 세 번의 평타에 비누 방울이 묻어있음은 물론이었다.

"배인 점멸 9분 42초. 멘탈 완전히 나갔겠다."

"자업자득인데 뭐 어쩔 수 있나. 포탑 체력 반쯤 깎아 놓자."

나와 고질라의 봇듀오도 슬슬 탄력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저쪽 가시내 듀오에 살짝 밀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반격의 시간.

조금 밀리고 있던 승점을 되찾아온다.

일반적으로 솔로랭크는 미드&정글 듀오가 압도적라는 평이 많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호흡을 완벽하게 맞춘 봇듀오는 미드&정글 이상의 파괴력을 낳는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기만성.

완성만 된다면 그 파괴력이 비할 데 없다.

방금의 킬을 시작으로 슬슬 가속도를 붙이려 했는데.

"크앙! 현실갱 왔다."

"..장난치지 말고 집중해서 해. 관전 보는 사람 많은데 꼬투리 잡히지 말고."

잉벤 등에서 떠드는 이야기, 그리고 타임끝의 관전 방송들도 알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수천 명 이상이 현재 진행되는 게임을 보고 있을 테지.

그런 상황에서 행동 멈추고 장난하면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

프로게이머가 솔로랭크에서 장난질을 한다, 라는 오해는 만들지 않는 게 좋다.

너 때문에 배인 탈주 해서 다 끝났거든? 빨랑 미드 밀기나 하셔."

"야, 야! 의자 흔들지 말고 말해. 그런데.. 탈주? 한 번 죽었다고?"

예은이 내 의자를 위아래로 흔들며 투정을 해댄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게임 하다 보면 멘탈 나가서 접속 종료하는 일,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우리 팀도 아니고 예은네 쪽에서 어째서?

"몰라, 배인이 짱.. 아니, 중국 게이먼가 봐."

"..채팅으로는 말실수 안 할거라 믿는다."

이야기를 듣고 나자 대략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지.

다른 나라 프로들이 한국 서버를 하는 드문 일이 아니다.

나와 핫숏과의 인연도 그가 한국 서버에서 게임을 하다 생긴 것 아니겠는가.

"중국어로 뭐라뭐라 하다 자기 혼자 빡쳐서 게임 나갔어. 영어도 안 통해."

"그야 그렇겠지. 중국인들 의외로 영어 모르잖아."

왕년에 중국의 코치를 지망했던 만큼 그쪽 사정도 잘 알고 있다.

1군급의 프로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어가 안 통한다고 보는 게 맞다.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꺼려한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다?"

"칫, 아직 2대2 거든? 두고 봐."

딱히 큰 내기를 한 건 아니다.

이전에 했던 밥값 내기의 연장선상.

지나친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하지만 적당한 수준은 경쟁 심리를 자극한다.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줌은 물론이다.

'이렇게 상대 멘탈 박살내는 것도 봇듀오의 승리 비결이긴 해.'

정말로 수준이 높은 봇듀오는 상대가 사리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한 고통인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솔로랭크 특성상 서포터나 원딜을 원하는 사람으로 고를 수 없기 때문도 크다.

탈주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은근히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구간에서는 어지간하면 트롤링은 지양하는데 참..'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만 참는다.

예은이 말했었던 속어.

짱으로 시작하는 비하가 괜히 생겨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안다.

다른 나라 사람을 무시하는 행위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 받을 수 없다.

지당한 말이지만 그들이 먼저 손을 뻗어왔다면 이야기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미래가 어쩌면 이번 생에서도 펼쳐질지 모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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