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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31화 (53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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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그가 있다

예정했던 호흡 맞추기는 대략 20일 가까운 날짜를 소요했다.

사실 20일에 가까운 시간이 전부 빠듯하게 돌아간 건 아니다.

그보다 며칠 전에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각자의 팀워크가 완성되었다.

다만, 경쟁에 조금 불이 붙었다.

그리고 하나 내기도 가졌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밥값 말고 큰 거 하나.

졌을 때 과연 어떻게 되려나.. 조마조마했는데 아슬아슬 이겼다.

이제는 달콤한 승리의 미주 만을 맛보면 된다.

'와,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사실 이기는 것보다 말하는 게 더 문제였다.

내기의 내용이라 함은 다름아닌 소원 들어주기.

이전에 예은은 나에게 반억지에 가까운 동거를 요구해왔던 적이 있다.

그때는 잠자코 당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내 차례다.

또각.

또각.

방 문 너머로 낮은 굽의 구두 소리가 들려온다.

게임단 내에서 이런 류의 신발을 신는 이는 예은과 초홍밖에 없다.

하지만 초홍은 지금 내가 있는 구단주실에 올 일이 없으니 예은일 테다.

이제 곧 소원이 이루어진다

'예은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이라..'

내가 예은에게 부탁한 내용은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이다.

혹시라도 오해할까봐 미리 말해놨지만 딱히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는 게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교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크흠..! 그냥 조금 궁금하잖아.'

세상 살다 보면 원래 좀 별의 별 게 다 궁금할 수도 있는 법이다.

자판기 거스름돈 나오는 곳에 은근슬쩍 손 넣어보고 다 하지 않는가.

가끔 가다 한 번 얻어 걸리면 다음부터는 더 하게 된다.

그렇게 조그마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구질구질하게 애인의 과거를 파고 들고 싶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

내가 알고 싶은 부분은 예은이가 고등학교 때 교복을 얼마나 줄여 입었는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다.

그 정도면 난 충분 이상으로 만족한다.

찰칵!

문 앞에서 발걸음이 멈춰 서고 5초 쯤 지났을까.

모르긴 몰라도 망설였을 예은이 드디어 문을 열어젖혔다.

아주 느리게 문 사이 틈이 벌어지는 게 부끄러운 모양이다.

과거의 교복을 차려 입은 수줍음 타는 예은의 얼굴.

나는 몰래 스마트폰의 영상 기능을 작동시켰다.

'.......???????'

방 안에 들어온 예은의 모습이 한 눈에 잡힌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조금 많이 달랐다.

아니, 엄밀리 말하자면 반은 맞았다.

수줍은 듯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기는 하다.

문제는 예은이 입고 있는 교복 쪽.

교복으로 미니스커트를 만들어 입어도 지금처럼 놀라진 않았을 거다.

예은이 교복이랍시고 차려 입은 옷은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것이 아니었다.

"저기, 학생..? 학생네 학교는 한복 입고 등교하세요?"

"닥쳐! 그러니까 내가 안 한다고 했지?!"

종아리를 절반 가량 가린 긴 스커트.

그 위로 얼핏 투박하게도 보이는 재질의 상의.

누가 어떻게 봐도 한복이다.

전통에서 조금은 개량해서 짧아진 생활 한복이다.

"학생.. 혹시 민사고 쪽.. 다니니?"

"다녔다! 왜! 꼽냐?!"

잔뜩 신경질이 난 예은이 문을 꽝! 닫고 들어온다.

씩씩 거리면서도 약속은 이행하겠다는 듯 내 앞에 다소곳 선다.

반대의 의미로 어디 하나 눈둘 곳이 없는 단정한 한복이다.

"학생 때.. 보통 교복 줄여 입거나 하지 않아?"

"이게 줄인 거거든? 심지어 이게 하복이거든?"

예은이 짜증을 내며 교복을 빙자한 한복 치마를 팡팡 친다.

확실히 반팔인 거 보면 하복은 하복이다.

그런데.. 상의는 그렇다 치고 치마가 조금 많이 긴 거 같은데..

그러고 다니면 여름에 엄청 덥지 않을까?

"완전 쪄죽어. 그래도 어떻게 해. 규율 완전 빡 센데."

"그렇구나.. 우리 예은이.. 많이 힘들었겠네.."

여자친구의 교복 모습을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래서 부탁했더니 여자친구가 한복을 입고 왔다.

무려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민사고에 대해 내가 딱히 아는 건 없다.

지망한 적도 없고 그쪽 다니는 친구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알고 있는 사실은 교복이 한복이랜다.

어디선가 웃어 넘긴 적은 있었는데 그 졸업생이 내 눈 앞에 있으니 심히 당황스럽다.

"아니.. 민사고를 다니면 미리 언질이라도 좀 해주지 그랬어.."

"그런 걸 어떻게 말해! 몰라, 니가 책임져."

뭘,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지금 당장 소라도 한 마리 몰고 가서 아버님께 혼례를 허락 받아야 하나.

연지곤지 찍고서 맞절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머리속이 몹시 복잡해진다.

어째서 민사고에 다니게 된 건지.

예은이 옛날 이야기를 멋대로 시작했다.

"중학생 때 독립하고 싶다고 했더니 아빠가 기숙사 보내준다고 해서 냉큼 끄덕였단 말이야."

"어.. 아버님이 개방적이신 건지, 보수적이신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예은아.."

고등학교 나이때 기숙사라고 해도 보통은 부모님들이 잘 허락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흔쾌히 허락하시고 민사고에 보내셨으니 마치 짬짜면과도 같다.

적절하게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어내셨다.

들은 것과 다르게 참 센스가 넘치는 아버님이다.

"그래서, 불만?"

"정말 단아하고 청초한 매력이 돋보이네. 과감한 시도를 지양함으로서 본래 한복의 미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은 둔 것은 전통적인 면에서 높이 살만한 부분이야."

여기서 머리 좀 한 갈래로 땋으면 양반집 규수 같지 않을까.

아니면 꼬아서 위로 올리면 사극 속 공주마마 같지 않을까.

옷걸이가 좋아서 인지 한복도 잘 어울린다.

물론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한없이 거리가 멀다.

"그래도 갔다 온 다음 자취 허락해줬어. 이것저것 조건이 붙긴 했지만."

"아, 그러네. 그럼 이 교복 덕분에 너랑 내가 만날 수 있던 건가."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인데 예은의 귀가 빨개진다.

아니, 원래 빨갰었나.

색감이 더욱 불그스름해졌다고 드는 것은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방 날뛰고 있던 예은이 갑자기 고부고분해진 것은 기분 탓만이 아니여보인다.

"옳지, 착하지."

"몰라…. 화 안 풀렸거든."

자세를 잡아주자 평소처럼 내 무릎 위에 올라 앉는다.

딱히 무언가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구단주실에 의자가 하나 뿐이다.

다른 의자를 가지고 올 생각을 늘 하긴 하는데 나갈 때쯤이면 귀찮아서 잊어버린다.

예은도 서있기만 하면 다리가 아프니 적당히 걸터앉은 걸 거다.

"가끔은 이런 한복도 괜찮은데?"

"이런 걸 3년 동안 입고 다녀봐라. 완전 숨막혀 죽지."

다소곳이 앉은 예은의 머리칼을 쓰담쓰담 넘겨주자 거칠었던 호흡이 점점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투덜투덜 대는 것 치고는 한복을 정말 잘 소화하고 있다.

단순히 옷걸이가 좋아서 만은 아니다.

평소보다 자세도 유난히 얌전스러운 게 고등학교 시절 인성 교육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야생 고양이와도 같은 예은이 옷을 입은 것만으로도 점잖아지다니.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교직원 분들의 노고가 간접적으로 엿보이는 부분이다.

모르긴 몰라도 피땀어린 노고와 한이 거름이 된 결과물일 거다.

"그 정도는 아니거든..?"

"응, 그 정도는 아니구나. 하지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기는 하구나."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다.

예은도 상당히 찔리는 구석이 있기는 한지 입을 꾹 다문다.

얌전히 있는 예은의 머리카락을 한 방향으로 쓸어 넘기자 그림이다.

아주 오래된 고화에서 튀어나온 공주님 같다.

쪼옥.

머리카락을 넘긴 탓인지 새하얀 목덜미가 더욱 강조된다.

귓볼을 만지며 목덜미에 입을 맞추자 예은이 가늘게 흐느낀다.

잘게 떨기까지 한다.

적어도 싫은 건 아닌 듯한 반응이다.

한복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긴 하다만..

그래도 예정대로 간만에 예은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거리는 아주 조금씩이지만 착실하게 가까워지고 있다.

.

.

.

*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이러한 타이틀을 달고 치러지는 대회는 각 지역마다 하나씩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북미, 유럽, 중국, 한국.

어느 정도 성세를 이루고 있는 네 지역을 제외하고도 상당히 많다.

이를 테면 지난 시즌2의 롤드컵 우승팀인 TWA가 속한 가레나 서버.

주위의 동남아 나라들을 전부 아우른다.

그리고 북미라는 단어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남미 쪽도 따로 서버가 있다.

'롤챔스' 는 사람들의 상상 이상으로 세계 전역에 깊게 뿌리내렸다.

하지만 현재 가장 주목 받는 롤챔스는 단 하나다.

아니, 애시당초 지금 시기에 예정이 있는 나라가 한 곳 뿐이다.

다른 지역들은 스프링 시즌을 끝내고 한동안 긴 휴식 시간을 가지는 와중이다.

세 달 가까이 롤챔스가 벌어질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와, 한국은 뭔데 서머 시즌이 벌써 열려?

그 나라 사람들 성격 급한 거야 익히 들어왔지만 너무 이른 거 아니야?

대체 무슨 득을 보려고 그렇게 빨리 연데?

뭐, 나 하고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왜? 에러갓이 한국 리그 정복 예정인데 당연히 봐야 하는 거 아님?

글쓴이-?? 그게 무슨 소리? 신학기 바빠서 두어달 게임 안 했는데 뭔 일 있었어?

└자세한 건 검색해보고.. 어쨌든 에러갓이 한국 리그에서 대활약 할 예정이란다.

└사실상 우승 확정이지. 북미의 저력을 보여주라고!

어째서 본래 예정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서 개막하는가.

한국의 롤챔스를 주관하는 오프게임넷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은 상태다.

그렇지만 간단한 추론 정도는 가능하다.

7월 중순은 한국의 학교들이 슬슬 쉼탐 좀 가질 시기다.

흔히 말하는 여름 방학이 도래하는 시즌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가질 때고, 다른 지역의 롤챔스가 쉬고 있기까지 하다.

어째서 오프게임넷이 무리하면서 서머 시즌의 개막을 앞당겼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잉벤에서 그럴 듯한 정리글이 올라왔고,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하는 능력자가 래딧으로 퍼날랐다.

지금에 와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알고 있을 정도다.

살짝 왜곡되긴 했지만 영 틀린 소리가 아니라면 괜찮지 않은가.

오프게임넷 측에서도 딱히 반박이 없었고 다른 추측도 없는 걸로 미루어봐 이렇게 생각해도 될 듯하다.

지금까지는 그랬던 적이 없었는데 어째서 이번에만?

거기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강 납득은 된다.

뭐, 주최측이 대회를 흥행시키고 싶은 거야 당연한 욕망이니 말이다.

─한국 가는 사람 있어? 혹시 정모 가질래?

아르바이트 한 돈 모아서 일주일 가량 한국 투어 가지려고 한다.

사실 주된 목적은 에러갓 보러 가는 건데 나랑 비슷한 사람 있나 해서.

혹시 한국 잘 아는 사람 있으면 맛집도 소개 부탁.

└가는 사람이야 많지. 래딧만 찾아 봐도 수백 명은 있을 걸?

└정모까지 가질 것 있나. 개막식 모일 거잖아? 그때 즉석으로 만나면 되지.

글쓴이-아, 그런 방식도 있었나 LOL 머리 좋다 너.

└나도 돈 좀 모아둘 걸. 그때 그때 다 써서 한 푼도 없네.

Unknown Error의 팬들을 중심으로 세계의 시선이 한국으로 몰리는 건 필연이었다.

단순한 팬심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여기에 한 가지 더.

북미가 낳은 슈퍼 스타, Unknown Error를 기억하는 이들은 비단 팬들만이 아니다.

그와 자웅을 겨뤘던 수많은 프로게이머들.

혹은 그에 대해 관심이 있는 몇몇 이들.

SNS에 긍정적인 반응을 올렸고 이는 폭발적으로 퍼져 나갔다.

─WOW! 대박이다. 핫숏이 팀원들 데리고 한국 한 번 간다는데?

결승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34분 전에 SNS에 오피셜 뜸.

잘하면 한국 가서 에러갓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들도 만날 수 있겠다.

└글쎄, 길이나 안 잃으면 다행이지 LOLOLOLOL

└이러다 결승전 못 가면 대박 쪽팔리겠다.

└그럴 리가 있나. 비행기 예매하고 싶은데 이미 표값 엄청 비싼 곳만 남았네..

└그러게 믿음을 가지고 미리미리 예매해 놔야지. 에러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

외국 여행이 보통 일이 아닌 만큼 아쉬움만 꼴깍꼴깍 삼키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에겐 인터넷이라는 21세기가 낳은 문명의 이기가 있다.

적어도 마음만은 함께 할 것이 분명하다.

여러가지 여건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한국의 롤챔스 서머 시즌.

해외에서 쏟아지는 관심과 오프게임넷이 적절히 앞당긴 시기가 조화되며 역대급의 성수기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롤드컵급의 시청률이 나오는 거 아닐까.

그러한 예상까지 나올 정도로 서머 시즌의 전망은 밟다.

남은 것은 선수들이 노력해주는 것 뿐이고.

그 중심에 서있는 올마스터, Unknown Error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기로 유명한 선수다.

사뭇 기대가 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전세계가 한국을 집중하는 가운데..

영 생뚱맞게도 오직 한 나라 만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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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설문이 종료되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독자님들이 재밌게 보시는 파트는 어디신가요?

잉벤 파트

17 (20%)

중계 파트

5 (6%)

게임 파트(경기 진행 장면)

47 (55%)

스토리 파트(타게임단 시점 등)

1 (2%)

예은 파트(노닥거리는)

16 (19%)

예은 파트(노닥거리지 않는)

0 (0%)

총 참여 인원 86 명

생각 이상으로 예은 파트가 지분률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사실 표 하나는 제꺼라서 실질적으로 15표지만..

결과를 놓고 보자면 역시 게임 파트가 압도적으로 많네요.

참고하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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