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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그가 있다
9시 뉴스.
정규 방송이고 뭐고 이전에 한국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프로그램임은 분명하다.
뉴스, 그것도 9시 뉴스를 통해 방송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관심사가 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다.
그리고 현재 TV에서는 한 외국인이 기자가 내민 마이크에 대고 묻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를 청한 노란 머리의 외국인은 해외의 한 프로게이머였다.
한국 내에서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소속된 지역에서는 나름 잘 나가는 편이라고.
물론 오늘의 인터뷰는 그가 처음이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프로게이머,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터뷰를 건넸다.
각자가 말한 바는 당연히 달랐지만 한 가지만은 공통되어 있었다.
「여기가 Unknown Error의 나라입니까?」
뉴스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Unknown Error가 대체 누구길래 바다 건너 멀리에서 찾아온단 말인가?
한국에 사는 자신들은 오히려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다.
한 편, 그 Unknown Error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는 E-스포츠의 팬들.
그들로서는 사뭇 흥분감이 고조되는 일이었다.
정말로 올마스터가 해외에서 엄청나게 유명하기는 했구나.
그 증거물이 무려 9시 뉴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와 엄빠랑 TV보다 뉴스에서 올마스터 이야기 나옴ㅋㅋ
캬아~ 외국인들이 프로게이머 하나 보러 단체 관광ㅋㅋㅋ
국뽕 터지는 각 ㅇㅈ? ㅇㅈ 안 하면 10에바 터는 부분!
아빠한테 장래희망 프로게이머라고 했더니 칭창받았긔^^
└님 초딩인 건 ㅇㅈ
글쓴이-초딩아님ㅡㅡ 예비 중1이랑 초딩은 넘사벽인 거신데~
└와나 예비 중1이래ㅋㅋㅋㅋ 추억 돋아서 봐준다.
└그러고 보니 슬슬 방학이었지.. 곧 그들이 몰려오겠군.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초글링의 재림을..!
7월 말부터 서서히 그들의 눈이 떠진다.
그들이 쓸고 지나간 자리는 마치 메뚜기떼가 쓸고 지나간 논밭과도 같다.
풀 한 포기조차 제대로 생기를 유지할 수 없다.
그러한 대재앙이 코 앞까지 다가왔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다행이다.
롤챔스의 개막식은 7월 중순.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방학은 빨라봐야 7월 중하순이다.
작금이 롤챔스를 즐기기에 더없이 적절한 시기라는 사실엔 이견이 붙지 않았다.
─나 준결승부터 현장 관람 가려고 했는데..
지금 잉벤 돌아가는 꼬라지 보니까 미리미리 가둬야겠네.
나중에 가서 그때 왜 안 갔지 후회하지 말고.
물론 초글링 있어도 가기야 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갈란다.
└이미 개막전 예매표 매진잼ㅅㄱ 10분 안돼서 동났음.
글쓴이-헐 정말? 그래도 가보면 입석 자리 있겠지?
└글쎄, 그건 가봐야 알지. 하지만 입석줄은 만만하지 않을 거다. 뉴스 탄 바람에 사람들 몰려옴.
└내 주위 친구들 중에 로드 오브 로드 안 하는 애들도 함 가볼 거라 하더라? 갤럭시 크래프트 느낌으로 본다는데 훈수 좀 해줘야지ㅋㅋ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E-스포츠 대회다.
1세대 E-스포츠 갤럭시 트래프트가 그 수명이 다한 이상 당연하면 당연한 결과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E-스포츠가 바로 로드 오브 로드다.
그러나 갤럭시 크래프트와 비교하자면 손색이 있다.
당시에는 E-스포츠가 하나의 문화로 인정 받기 직전이었다.
일반인들도 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짱짱 잘 나가는구나 뉴스를 통해 나오니 국뽕 맛이 쥑여줬다.
그런데 마주작 사건이 터지고, 갤럭시 크래프트가 역사의 저편으로 가라앉고.
듣도 보도 못한 요상한 게임이 주류를 차지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했지만 최근에 수 차례 공중파를 타면서 서서히 입질이 물리고 있다.
<빠르게 퍼져나가는 최근 해외의 흐름에 발맞춰 저희 삼선 그룹에서도 국내 E-스포츠 산업의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번 서머 시즌의 롤챔스를 후원하는 기업은 다름아닌 삼선이다.
삼선은 비선실세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국내에 영향력이 대단하다.
물론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그날 9시 뉴스에서 E-스포츠에 대한 파트는 꽤나 길게 할애됐다.
삼선 그룹의 백상현 상무가 직접 인터뷰를 받아들이며 현재 삼선이 가지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관점을 대략적으로 밝혔다.
요약하자면 E-스포츠는 차세대 주류 오락 문화로 자리 잡을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을 해 달라, 이러한 늬앙스의 이야기였다.
이러한 삼선의 표명에 대해 SNS 등의 반응은 뜨거웠다.
[와 E-스포츠 산업이라고 하니까 뭔가 있어 보인다.]-2시간 전
[근데 해외도 겜같은 거 많이 함? 프로게이머도 있나?]-1시간 전
[당연하지.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 생각하면 큰코다친다ㅋㅋ 로드 오브 로드는 해외가 더 유명해.]-1시간 전
[로드 오브 로드 룰 잘 모르는데 모르고 봐도 재밌나? 갤럭시 크래프트는 그냥 봐도 재밌었잖아.]-47분전
[룰 알고 보는 편이 더 재밌는데 모르고 봐도 볼 만하다. 보다 보면 빠져듬. 형 골드니까 물어보렴ㅋㅋ]-32분 전
한국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게임대전과 E-스포츠 산업은 표기 방식에서부터 포스가 넘사벽이다.
9시 뉴스를 통해 그렇게 이야기가 전해지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떡밥은 불거졌다.
과거 갤럭시 크래프트의 영광만을 가슴에 묻었던 이들도 귀가 솔깃한다.
[얼마 전에 뉴스 나왔던 그 미인 프로게이머? 그 사람도 개막식 나와?]
[방금 예정표 보고 왔는데 나오는 듯?]
[가면 사진 한 번 찍어 주려나ㅋㅋ 그럼 무조건 가는데.]
[갤럭시 크래프트 때는 여자 프로게이머 적었는데 로드 오브 로드는 뭔가 다르나? 관심 가네ㅋㅋ]
꼭 건전한 쪽으로만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흥행 몰이가 되고 있다.
더욱이 시기 또한 더없이 적절하다.
초중고생들은 방학이 아직이나 대학생들은 진작에 놀자판이다.
남아도는 2개월 간의 휴식 동안 특별한 추억 하나 마련해두는 것은 의미가 깊다.
듣기로 기자들도 취재를 하러 온다는데 어쩌다 인터뷰라도 하면 대박 아니겠는가?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서머 시즌에 대한 관심은 이 이상이 없으리 만큼 깊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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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번 서머 시즌에는 눈여겨볼 만한 사실이 몇 가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다름아닌 패치 내역이다.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는 공정한 게임 진행을 위해 밸런스를 조절할 의무가 있다.
첫 번째로 지목이 된 것은 아무래도 어쩔 수가 없다.
현재 솔로랭크에서 지나치게 핫해버린 챔피언.
LML의 여파로 인해 최고의 밴픽률을 자랑하고 있는 도라이븐이 너프되고 말았다.
현재 이번 패치에 대한 잉벤의 반응은..
─ㅋㅋㅋ 드디어 도라이븐 너프됐네.
아! 너무나도 큰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챔프 메커니즘이 프로들이나 하라고 만든 챔피언인데 아니 다이아도 못 찍은 골드 플레가 왜..
도끼가 1회용인데 도라이븐을 하는 이유가 뭘까?
도라이븐충 이제는 안 볼 수 있겠지..?
└잘하는 사람이 하면 좋긴 좋은 거 같은데ㅋㅋ 챔피언이 너무 애매하긴 해.
└잘 커도 문제고 못 크면 게임 터져. 올마스터의 충 연성 능력이 대단하긴 하다.
└이번 너프 너무 커서 아마 안 쓰일 거야. 초반 라인전이 너무 약해짐.
└그동안 연습했던 프로들.. 그리고 올마스터도 게임사한테 뒷통수 제대로 맞았네.
엄밀히 말하자면 너프가 아니라 리워크다.
패시브가 완전히 바뀌었다.
본래 도라이븐의 패시브는 도끼나 치명타로 적을 때리면 출혈 피해를 터트리는 것.
그런데 이 출혈이 초반 라인전에서 너무 무지막지 강했다.
때문에 게임사는 패시브를 너프시키는 것보다 새롭게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제 도라이븐을 적 챔피언을 처치하면 추가 골드를 획득한다.
한 마디로 킬을 딴다는 전제 하에 성장률이 어마무시해진다.
그렇다면 이거 대박 아니냐?
킬만 따면 골드를 쓸어담을 수 있어 보이는데.
아니다.
이에 대해서 프로들이 이미 한 마디씩 평을 했다.
[도라이븐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쉽네요ㅠㅠ]-3일 전
[킬을 딸라면 초반이 강해야 하는데 그 초반을 너프하는.. 이게 무슨 패치인지 난 모르겠다.]-2일 전
[그냥 초반 출혈 피해량을 줄이지.. 이러면 챔피언 컨셉이 너무 애매해지는데.]-2일 전
[원래 게임사가 패치를 조금 막하는 감은 있는데 이번 도라이븐 패치는 너무 과잉 대응이긴 했어.]-1일 전
[올마스터 선수가 도라이븐의 사기성을 알린 것은 맞지만 저 포함해서 다른 선수들도 많이 연습했는데 너무합니다T.T]-23시간 전
패치의 방향성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가 원래 한 챔피언 잘나가면 다리몽둥이랑 다 때려 부수기로 유명하긴 하다.
이번 도라이븐의 경우는 그래도 너무 심했다.
리워크의 방향은 한 마디로 킬을 따면 급속도로 강해진다.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초반 데미지를 엄청 너프시켰다는 부분이다.
데미지가 세야 초반에 킬을 딸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데미지 자체를 너프 시키면 그 킬을 딸 여건이 주어지지 않는다.
계륵도 이런 계륵이 없다.
한 마디로 도라이븐 쓰지 말라 이거다.
─하긴 대회에서 펜타킬로 양학을 했는데 너프를 안 먹으면 이상하지.
그래도 아쉽다.
이번 롤챔스에서 도라이븐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꾸역꾸역 파밍만 하는 다른 원딜러들과 달리 보는 맛이 있어서 좋았어.
초반에 스노우볼 굴러가서 게임 빨리 끝나는 것도 재밌었고.
└근데 한 쪽이 너무 압도적으로 이기니까 문제 있긴 했어.
└올마스터 플레이 분석되면서 나온 거지만 레드 지역에서 쌍도끼 1렙 딜교환 너무 사기더라. 프로들도 말 많았잖아.
└근데 그러면 초반만 너프하면 되는데.. 아예 챔프를 못 쓰게 만들어버리네.
└어쩌면 올마스터는 사기 챔피언을 하기 싫어서 너프시킨 건 아닐까?
도라이븐은 특히나 레드팀일 때 픽률이 높다.
반대로 블루팀은 도라이븐 밴을 많이 한다.
이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름아닌 쌍도끼 때문이다.
레드 버프를 리시하고 라인에 도착하면 도끼가 무조건 사라진다.
하지만 블루 버프를 리시하고 라인에 도착할 때 도끼를 유지할 수 있다.
도끼는 도라이븐이 내뿜는 딜링의 근원.
쌍도끼를 유지하는 1렙 도라이븐의 딜교환은 사기적이다.
레드팀의 도라이븐을 어느 정도만 다룰 수 있게 돼도 하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다.
프로들도 1렙 쌍도끼 만은 문제가 있다며 한 마디씩 던졌었다.
결과론적으로 다 의미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도라이븐 너프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롤챔스 봇라인 볼만할 걸?
이번에 원딜 신챔프 둘이나 나왔던데.
올마스터가 한 번 써주지 않을까?
아직 나올라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거 올마스터 생각해서 만든 챔피언들 아니냐고 말 많지. 올마스터가 신챔도 잘하잖아.
└올마스터 보면 잘하는 사람은 뭘해도 잘하는 구나 생각 듬. 그런데.. 이번 신챔프들은 평이 좀 안 좋던데.
└하나는 뚜벅이고 하나는 크레이브즈 하위호환. 궁극기가 무슨 안마기임ㅋㅋㅋ
└궁극기 개웃기던데 그거ㅋㅋㅋ 둘 다 상향 없이 그대로 나오면 안 쓰일 거야 아마.
갑작스레 새로운 원딜 챔프가 연달아 테스트 서버에 등장했다.
하나는 이미 나왔고 다른 하나는 아직 글자 그대로 테스트 중이다.
게임사가 도라이븐 너프에 대한 미안함을 신챔프로 표시하는 걸까?
그러한 추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신규 챔피언들의 라인을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원딜러가 나오지 않은지 이미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슬슬 원딜러도 신챔 좀 쌔끈하게 뽑아 달라고 불만이 나오고 있긴 했다.
시기 상으로 봤을 때 적절한 맞물림이라 판정이 가능하다.
─신챔프 나온다 해도 퍼포먼스 용으로 반짝 하겠지.
두 세트 먼저 따놓고 팬 서비스용으로 나오는 정도?
챔피언 스펙이 둘 다 진짜 애매해.
뚜벅이는 그나마 양반이지 그 크레이브즈 하위 호환 챔프는..
궁극기가 없는 수준이라서 쓰기 힘들어.
└궁극기ㅋㅋㅋㅋㅋㅋ 그거 개 웃기던데 그냥 평타 때리면 이기는 거 괜히 궁극기 쓰다 죽음.
└진짜 다른 건 몰라도 궁극기는 패치해야 함ㅋㅋ 이미 별명 붙음 안마기라고.
└프로들도 다 한 마디씩 했더라. 부시안에게서는 일말의 희망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ㅋㅋ
└나 해봤는데 궁은 그냥 평타만도 못해ㅋㅋ 한 마디로 궁극기 없는 원딜러임.
이미 본서버에 나온 신규 원딜러 부시안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박해도 이렇게 박할 수가 없다.
어디 가서 콧방귀 좀 세게 뀌는 원딜 프로들이 전부 포기했다.
한 가닥의 희망도 찾아볼 수 없다며 SNS를 통해 논란의 불씨를 꺼트렸다.
이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전국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의 대축제.
도라이븐도 너프 되고 신규 원딜러도 별로라는 평가를 받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스크래치 날리 없는 역대급 보증 수표다.
이번 롤챔스 서머 시즌의 개막은 그 시작부터가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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